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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말한다
이철영   |  2012-07-24 13:21:43  |  조회 4696 인쇄하기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말한다

 

이철영 (재)굿소사이어티 상임이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 이상을 달성한 국가가 되었다. 소위 '20-50 클럽'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년 초 중국방문 중 중국지역 동포들에게 "한국의 국격(國格)이 높아진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보다도 바깥에서 더 알고 있다"고 말했고, 국내 수출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의 국격이 높아진 걸 세계가 다 아는데 한국 사람만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의 국력이 선진강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세계 속의 우리나라의 위상을 살펴보자면, 전자·자동차·조선 산업으로 세계를 주름잡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웃도는 나라,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하고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나라, 연간 무역고 1조 달러를 상회하는 나라, G20정상회의에 이어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 등 우리나라의 오늘의 모습은 분명 개발도상국 지위를 훌쩍 뛰어넘은 활기차고 의젓한 모습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격 상승’ 주장은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로부터 호된 비난 내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이유가 뭘까?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하는 ‘국격’은 ‘경제적, 외교적 국력’이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대다수 국민이 ‘경제적, 외교적 국력’의 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품격(品格)을 갖춘 나라인지에 대해 우리 국민 스스로 회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에게 인격이 있듯이 국가에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대우받는 품격이 있다. 이것이 '국격'이다. 인격이란 타고 나거나 살아가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에 개인의 노력이나 수양에 의해 형성되는 지적(知的), 도덕적 요소를 추가한 개념이다. 개인의 인격이 그 사람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로만 평가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국격은 그 나라의 경제력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개인의 재력(財力)이 곧 인격(人格)이 아니듯 나라의 국력(國力)이 바로 국격(國格)은 아니다.


  스스로에 자신 없으니 자학과 자조(自嘲)가 판친다


한 나라의 국격은 국제사회에서의 경제적, 외교적 역량뿐만 아니라 국내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품격 등이 함께 고려되는 개념이다. 즉, 한 나라의 경제규모나 외교적 역량은 물론 그 나라가 국제평화, 환경보존, 인권문제 등의 국제적인 이슈와 지식·기술·문화 발전 등에 기여하는 정도와, 국민의 교육적, 문화적, 도덕적 수준 및 가치관과 시민의식 등 그 나라 국민의 삶과 생각의 품격이 국격을 나타낸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행정안전부도 국격의 개념을 “국가 및 구성원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품위와 격조이며, 국민-사회-국가의 품격의 총합이다. 그리고 국격은 물적 토대인 경제적 기반, 무형적 요소인 사회적 자본, 해외평가를 기초로 한 국제적 위상 등 3대 요소로 구성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국민들이 품위를 지키며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나라의 ‘경제력’, 국민간의 소통과 협력으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안정을 효율적으로 이룩하게 하는 신뢰, 규범, 제도, 네트워크 등의 ‘사회적 자본’,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대우받는 ‘국제적 위상’이 모두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국격이 높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요즘 미국에서는 한인 퇴폐업소와 우리나라 여성들에 의한 성매매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20-50 클럽’ 가입 운운하는 대한민국이 과거 ‘입양아 수출국’의 오명에 이어 '성매매여성 송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살아있는 곰의 담즙을 빨아먹는 것으로도 부족해 인육캡슐까지 찾아 먹는 엽기적인 보신문화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내 유명 백화점이나 해외명품 상가의 규모나 호사스러움은 세계 유명 백화점들을 초라하게 만든다. 한국의 성형수술 기술이나 한국여성의 화장술과 명품 치장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이고,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가히 세계 최고의 구매력을 과시한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상승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 이에 따른 사회적 불안과 소요, 국가안보의 위협, 도덕적 타락과 부정부패의 심화 등으로 국민들이 인식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국격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업 집회에 참가한 한 노조원이 시공무원, 경찰 등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낮에 시청 현관에 쪼그려 앉아 대변을 보는 시위를 했다. 다음 날 민노총 전주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집회에서 사회자는 전날 배변을 한 이 노조원을 "어제 거사를 치른 분"이라고 소개했다. 야만의 극치이다.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종합 처방 시급


지난 50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갈등, 불신, 분노로 얼룩진 어두운 현실이 공존한다. 우리 사회는 지연, 학연, 혈연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의 편중, 권력형 비리,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과 이합집산 등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불신과 분노가 팽배해 있다. 더욱이 지난 4월 총선으로 종북 세력이 국회에서 활개치게 되면서 대선을 앞둔 우리 사회는 더욱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에는 현직 대통령 친형이 저축은행비리 개입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고 제1야당 원내대표 이름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위공직자가 저축은행비리에 관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격을 논하기조차 부끄러운 후진 국격의 전형이다.


그러면, 국격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시민의식수준은 어떤가? 국회행정안전위원회 국감자료(2008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경범죄 처벌자의 숫자가 같은 기간 일본에 비해 무려 44.4배나 많다. 특히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는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근 소란죄"가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약 5만 건이나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인구가 우리나라의 2.5배이고 경범죄의 범위가 다소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나라 국민의 시민의식수준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음주소란, 인근소란, 노상방뇨, 쓰레기 불법 투기(投棄) 등을 일삼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사법부가 주폭(酒暴) 척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단속과 처벌만으로 개선될 사안이 아니다. 국민 스스로 주폭을 수치로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정착되어야 근절될 수 있다. 일본인들은 “스미마셍 (すみません: 우리말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 등의 의미)”이란 말을 일상생활에 달고 살면서 남에게 죄송한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조심하고 공중도덕을 지킨다. 이에 비해 우리 사회에는 남들을 괴롭혀서라도 자기의 뜻을 이루려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 법치를 우롱하는 폭력시위나 도심교통을 마비시키는 도심행진시위, 확성기를 동원한 소음시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요즘 학교 돌아가는 모습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른바 일진이라는 여중생이 복장불량을 지적한 여교사를 폭행해 실신시키는가 하면, 남학생이 흡연단속 교사의 머리를 발로차고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일까지 발생했다. 대학에서는 신입생을 환영한다며 강제로 술을 먹여 숨지게 만드는가 하면, 학생들이 술병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며 온갖 추태와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 우리나라 엘리트의 산실로 자부해 온 서울대에서는 작년 말 총학생회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더니 지난 4월에 실시된 재선거에서는 이중 투표자가 대거 적발되어 기성정치판을 뺨치는 물의를 빚기도 했다.


우리 국민의 억척스런 응원 덕분인지 홈그라운드의 이점 덕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에 이어 2002한일월드컵에서 각각 경이적인 4위를 기록했다. 그 후 우리 국민이 유엔사무총장이 되고 한국계 미국인이 세계은행총재에 선출되었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을 수시로 언급하며 "우리도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이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이 세계 4위 국격의 국민이 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국격이 높아지려면 우리 국민의 생각과 생활자세의 격이 높아져야 한다. 대학진학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진학에 필요한 학과교육 외에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배우지 못하고 성장한다. 타락한 도덕성과 병든 시민의식을 치유하여 우리 국민 개개인의 인격을 높여 줄 올바른 교육이 절실하다. 우선, 당장 시급한 일은 올 대선에서 국격을 갖춘 일류국가를 만들어 나갈 철학과 비전을 제대로 갖춘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와 오늘의 경제력을 일구어낸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국격을 논하기에 앞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설파한 백범 김구 선생님의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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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공감합니다. 항상 좋은 글 부탁하오.   12-08-24  
배우영
훌륭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항상 신선한 충격과 곰곰히 생각케하는 말씀을 편안하게 써 주셔서 무지하고 몽매한 저로서는 대 환영입니다,마지막 늦더위에 건강조심하시구요,화이팅입니다.   12-08-14  
홍철유
대단하십니다. 정치인과 모든 국민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잘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면서 나갑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2-07-30  
이종운
크게 공감합니다. 재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격을 높이기 위한 나 자신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불러 이르키네요. 국격을 높이는 일은 역시 각 개인 개인의 Born Again 이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12-07-28  
성병근
잘봤습니다.항상 올바른 말만하여 감동을 주었듯이 이번에도 감동을 주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놈들이 오히려 큰소리치는 세상.별것 아닌놈들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세상, 코미디 보다못한 오늘날의 세태가 한심합니다.개인의 인격이 높아져야 국격도 높아지는법, 올바르게 지적해주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2-07-26  
신정무
잘~ 보고감니다 .보내주시는메일 감사합니다 경희대앞 노불카운티 1층 미술관에서
8월30일까지 개인전중 입니다 근쳐에 가시면 들려주세요 .더위에 잘 보네시구요...   12-07-26  
임종건
오랜만입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두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무슨무슨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소개된 뒤 단상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계속 박수를 쳐주는 것, 연사가 연설을 하는 동안 플로어의 소음으로 연설이 들리지 않는 일이 없어져야 국격도 올라간다고 봅니다. 우리의 박수 관행은 소개할 때 잠깐, 상받을 때 잠깐 스타카토 식이지요. 스탠딩으로 하는 행사장에 가보면 플로어의 소음이 단상의 연설을 삼켜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구요.   12-07-25  
최경호
재력이 인격이 아니듯 국력이 국격이 아니다는 관점, 전폭지지 합니다.
물질적 성취를 이룬 우리나라, 이젠 도덕적, 문화적,정신적으로 성숙한 나라가 되기위해서는 도덕재무장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대선 후보들도 복지니 경재민주화니 단맛나는 말만 하지말고, 어떻게 하면 삶의 질을 높일가 하는 대안과 비젼을 보여 줘야 할 것입니다. 늘 시의적절한 주장의 글 공감 합니다.   12-07-25  
이경호
올커니!   12-07-25  
 
682 가상현실 속의 괴물들  6  이철영 12-09-24 5428
681 2012년 한국사회를 비추는 거울 ‘안철수’  우창록 12-08-23 3711
680 빌려온 남의 생각을 짜깁기한 책, 그것도 급조된 흔적이..  1  조우석 12-08-23 4126
679 행복과 풍요사회를 위한 우리의 제언  우창록 12-07-24 3577
678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을 말한다  9  이철영 12-07-24 4696
677 운동권에서 북한 인권의 전위(前衛)로 이런 게 책임있는..  조우석 12-07-24 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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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정치의 계절, 차분한 성찰이 아쉽습니다  1  김인섭 12-04-30 3298
673 시민의식과 공교육  14  이철영 12-03-27 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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