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풍요사회를 위한 우리의 제언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당신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요즘 어디를 가도 행복과 풍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화두가 된 지 오래입니다. 지난 해 초 였던가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헤르만 판 롬파위는 앞으로 EU의 정책 목표가 행복과 풍요임을 강조하며, 그걸 위해 각국의 정상 200여 명에게 행복을 다룬 단행본 한 권씩을 선물했습니다. 이에 앞서 2010년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론은 물론이고,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니콜라 사르코지도 행복과 풍요를 자기 나라 공공정책의 목표로 만들겠다고 각각 선언했습니다.
지금 서구는 행복의 정치학(Politics of Happiness)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이 주제를 다룬 책과 논문이 지난 3년 새 무려 2만 종을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1970년대 이후 꽤 오랫동안 매우 극단적인 문화 상대주의의 풍토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이에 따라 국가와 지역사회는 점차 황량해졌다는 자기반성이 새로운 대세로 등장한 듯 보입니다. 따르고 본받아야 할 ‘황금의 중심’이 사라진 채로 유럽이 표류해왔다는 자기반성입니다. 이 바람에 개인과 국가가 따로 놀고, 서로는 서로를 간섭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서서히 바뀌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행복과 풍요의‘좋은 삶’이 존재한다면, 이런 삶을 위해 정부가 자기역할을 더해야 한다는 새로운 동향입니다.
우리나라도 행복과 풍요 찾기를 위해 국가와 정부가 나서겠다고 여기저기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유력 야당의 대선 예비후보 한 명은 최근‘저녁이 있는 삶’을 캐치프레이즈로 제시했는데, 확실히 옛날식의 살벌하고 딱딱한 정치 구호와는 매우 다른 뉘앙스입니다. 또 다른 대선 예비주자도 대선 출정식을 하며 “정치란 국민의 행복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5000만 국민행복플랜’을 내놓았습니다. 아직은 정책입안 이전의 단계인 게 사실입니다. 더욱이 우리는 개인의 행복과 풍요를 논하기에는 너무 어수선합니다.
서구는 그래도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인데 비해 우린 다릅니다. 건국 60여 년을 맞는 지금 하나의 사회공동체, 국가공동체로서의 유대감과 사회적 합의가 충분한가 하는 기초문제부터 물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선(善)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아쉽고,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와 공동체 정신도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아직도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에 입성한 의원 중에도, (극히 일부이긴 합니다만) 국민의례와 애국가를 부르는 것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거나,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애써 부정하려는 세력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념논쟁의 차원을 떠나 그들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 가치부터 부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재)굿 소사이어티를 창립했던 선배 분들이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갈등 해소와 사회통합의 디딤돌”을 자임한 것도 이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새삼 우리 재단의 목표를 확인하자면, 지난 달 말씀 드린 대로 좋은 사회, 행복한 국가입니다. 복더위가 한참인 8월이지만, 이번 달 이슈레터 ‘대화와 소통’은 그 목표에 얼마만큼 근접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한 특집부터 마련했습니다. “한국사회, 왜 풍요롭지 못할까?”란 제목 아래 두 개의 글을 선보입니다.
첫 글은 내용은 21세기 초반 한국인은 지금 그렇게 행복하지 않으며, 부유해질수록 더욱 불행함을 느끼는 역설을 보이고 있다는 사회 심리적 진단인데, 저도 상당 대목 공감을 합니다. 우리가, 한국사회가 더욱 큰 행복감과 풍요로움을 느끼려면 법치(法治)에 대한 신뢰, 복지 수준에 대한 만족도를 포함한 정치신뢰와 국가 자긍심이 필수라는 지적인데, 설문조사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더욱 관심입니다. 이어지는 글은 개화기 이후 한국인의 지난 근현대사 100여 년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여성 작가의 글인데, 많은 걸 생각게 해줍니다.
이어지는 연재칼럼 중 경제학자 좌승희 박사의 ‘경제민주화의 덫’시리즈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본격화된 대선 국면에서 여와 야를 막론하고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구두선처럼 외우며 그게 시대정신인 양 말하는데, 이참에 균형을 잡아줄 제3의 성찰이 들어있어 기쁩니다. 확실히 한국사회는 좋은 사회, 행복한 국가라는 목표를 위해 그랜드 디자인과 함께 기초공사 작업이 더 많이 필요한데, 우리 굿소사이어티 재단은 그 한 축을 기꺼이 맡겠습니다. 달력을 보니 8월 7일은 공교롭게도 말복과 입추가 함께 겹쳐 있습니다. 극성한 여름 기운에 서늘한 기운이 깃든다는 신호인듯 하니 그걸 위안 삼아 여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