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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집단사기인가, 풍요로운 가능성인가?
조우석   |  2012-09-24 17:03:56  |  조회 3403 인쇄하기
인터넷은 집단사기인가, 풍요로운 가능성인가?

 

- 신 주류미디어 포털과 소셜미디어의 향방


조우석 문화평론가

 

 

2010년 여름 한 보수 논객이 인터넷 댓글 문화를 비판하며 “인터넷은 심하게 말하면 집단 사기”라고 언급했던 것을 필자는 잘 기억한다. 소설가 이문열의 발언이었는데, 참으로 통쾌했다. 지난해 책을 펴낼 때 내가 이문열의 인터넷 문화 비판을 일정 부분 인용했던 것도 당연하다. 대한민국 하수도 문화를 만들고, 증폭시키는 제1번지라고 좀 심하게 공격했다. 정보화 시대에 네트워크의 신뢰를 좀먹는 악플러들과 일부 세력의 정보 조작이 사실 걱정된다. 그렇다고 비판과 걱정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우리시대 대표 미디어로 자리 잡은 지가 10년을 넘기지 않았던가?
이를테면 으뜸가는 포털인 네이버의 광고액을 포함한 1년 매출액은 2조 원을 훌쩍 넘기는데, 이는 아직도 1조 원을 못 넘기는 한국방송공사(KBS)의 두 배 이상이다.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매출액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무시 못한다. 거의 노골적으로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를 비롯한 뉴스를 거듭 내보내는 포털 사이트를 젊은 층이 매일, 아니 매 시간 그곳을 방문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 청정사회로 가려면, 이들 대형 포털의 자정(自靜)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그걸 묻지 않을 수 없는데, 최근 경제 기자 선배 한 분으로부터 나와 비슷한, 그러나 좀 더 구체적인 판단을 하나 전해 듣고 크게 공감을 했다.


포털, 이러고도 콘텐츠 장사를 하겠다고?


“얼마 전 한 포털 사이트 경영자에게 내가 전화를 직접 했어요. 학교 후배인지라 좀 편하게 말했는데, 당장 검색창에 ‘박정희 정부’를 쳐보라고 말했어요. 지식백과라는 것에 검색내용이 뜨는데 참 가관이거든요. 이렇게 균형을 잃고, 팩트와 따로 노는 정보는 정말 말이 안 되는데, 물론 후배가 당장 검색해봤죠. 그 녀석이 봐도 기막히거든? 깜짝 놀라며, 죄송하다는 대답부터 했어요. 그럼 그걸 위키백과와 비교해 보라고 내가 다시 지적했어요. 차라리 그게 훨씬 중립적이고 정확하거든. 다른 것도 그래요. 제주 4·3 사태, 이승만 정부 등 현대사의 굵직한 것을 쳐보세요. 그리고 노무현 정부를 검색해 봐요. 이건 안 돼요. 이러고도 콘텐츠 장사를 한다?”

“그럼 대책은 뭡니까?”

“아, 쉽지 않죠. 콘텐츠를 바꾸는 건 당대의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큰 작업인데요. 그러나 내가 경제통 기자 아닙니까? 그래서 농담 삼아 그 후배에게 제안을 했어요. 경제 분야만 내게 맡겨줘라.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으로 완전히 채워주마. 후배가 충분히 생각해보겠노라고 말을 받긴 하던데, 실은 이런 지적은 내가 최근 <대통령의 경제학-역대 대통령 8명의 경제 통사>(가제)란 책을 곧 펴내기 때문에 자신 있게 하는 말이죠. 수많은 이 분야 책자와 정부자료, 그리고 온라인 정보와 1970년대 이후 내가 직접 취재했던 것을 대조해보니, 놀랄 만큼 포털이 문제가 있다는 걸 10년 가까이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했던 거죠. 포털 공간에서의 정보의 폭력, 정말 심각합니다.”


심각한 수준의 폭력적인 인터넷 댓글 풍토는 물론, 포털의 노골적이고 아마추어적인 뉴스 편집행위, 그리고 정보·지식 검색 등 3박자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게 지적된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의 보수 우파 내지는 제도권 주류세력은 포털을 포함한 뉴미디어의 새로운 문화권력, 지식 권력 앞에 당혹해하고 있다. 인터넷 기반 미디어는 SNS,  팟캐스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더 뻗어나가니 보수 우파의 당혹감은 더욱 커진다. 요즘엔 모바일로 모아지는 게 대세라고 하는데, 어쨌거나 보수 쪽에서 한번 빼앗긴 지적 문화적 헤게모니를 다시 찾아오기란 힘에 부쳐 보인다. 그래도 이 모든 인터넷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포털의 실체를 알긴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응도 가능하다.


“인터넷은 민주주의 미래가 담겨있는 공간”이란 주장


포털은 재래식 신문이나 지상파 TV의 영향력을 추월한 지 오래고, 젊은 층이 하루 종일 놀고 정보를 얻는 공간이다. 젊은 재미 학자인 한종우(미 맥스웰 대학원 정치학과)는 인터넷을 포함한 각종 소셜 미디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작인 <소셜 정치혁명 세대의 탄생: 네트워크 세대는 어떻게 21세기 정치의 킹메이커가 되는가?>(부키, 원제 Networked Information Technologies, Elections, and Politics)라는 책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인터넷은 집단 사기 공간이 아니고, 민주주의의 미래와 가능성이 잠재해 있는 공간이라는 것. 그 가능성을 얕잡아볼 경우 바로 낡은 사람으로 찍히고 만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비롯한 신 네트워크 정보 기술이 구현되는 사이버 공간은 대면 접촉이 이루어지는 실명 공간에 비해 신뢰성이나 책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즉 대면 접촉도 없이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그 공간이 얼마나 진실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곧 가상공간에서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잠식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치 공동체란 본질적으로 ‘상상된 공동체’이며, 구성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100퍼센트 알고 있는 정치 공동체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걸 생각할 때, 또 실명 공간에서조차 오랜 신뢰 관계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사기 사건이나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음을 고려하면, 사이버 공간의 가상성은 다른 정치 공동체의 가상성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소셜 미디어 혁명에서 가장 앞서간다. 인터넷, 휴대폰, SNS,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등 뉴 네트워크 정보기술이 확산되면서 청년층들이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일도 많아졌다. 이 책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2008년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그 대표 사례로 들면서,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 여겨지던 젊은 층이 선거에 적극적 참여자로 변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요 개혁 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오바마의 트위터 활용 사례 등이 거론된다.


즉 재래식 공론장은 이제 네트워크 공론장으로 바뀌었었고, 청년층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소셜 정치혁명 세대로 등장했다는 적극적 평가이다. 미국 서부 시대를 주름잡았던 카우보이들과도 같이, 이제 ‘걸어 다니는 개인 방송국이요 신문사’라 할 수 있는 ‘핸드폰 보이’가 출현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관심 있는 정치인이나 쟁점이 있으면 관련 정보를 모으고 전달하며, 자주 가는 블로그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하니 진정한 변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눈치 집단, 학계의 저널리즘 전공자들


사실 한종우의 견해는 나름 매력 있지만, 필자는 100% 공감할 순 없다. 혹시 ‘리버럴 강박증’에 사로 잡혀 좌클릭을 모토로 하는 국내 언론학자들 대부분의 생각을 반영하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실은 그래서 그의 견해를 더욱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야 그래도 책임 있는 주류가 존재하고, 싱크탱크가 존재하며 기성정치의 틀이 작동한다. 한국은 위험한 사회이다. 공동체의 합의가 부족하며, 천안함 피폭 자체를 부정하려드는 얼치기 좌파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쇠고기를 둘러싼 지구촌 처음이자 유일한 사회적 광우병 난동,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 등을 소셜 미디어 혁명의 사례로 드는 한종우의 태도는 크게 신뢰가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글에서 포털에 관한 나의 최종결론을 유보했다. 포털은 하수도 문화의 1번지인가, 새로운 기회인가? 논란이 적지 않으니 이 지점에서 멈춘 것이다. 다만 경제 기자 출신의 선배의 지적처럼 “포털이 부정확하고 가짜 정보 그리고 좌편향된 경제·정치 정보의 바다라서 진정한 청정사회로 가는 걸림돌”이라는 판단에는 크게 공감한다. 또 하나 문제가 있다. 언론학자 그룹이야말로 가장 정치에 민감한 집단이라는 점이다. 정치학 전공자, 법학 전공자들보다 사회의 눈치를 보고, 포털의 풍향계에 예민하고 젊은 층을 상전으로 안다.


실로 우스꽝스러운데, 다소의 비약이겠지만 나는 이걸 국내 대학 저널리즘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시키고 싶다. 이를테면 미국 저널리즘 스쿨의 커리큘럼은 읽기에 주력하고, 고학년이 되어서야 취재와 기사쓰기의 기초를 가르치고 있는 데에 반해, 우리 저널리즘 커리큘럼은 고학년이 되면 미디어비평 따위를 가르치는 게 통례이다. 비유컨대 피아노 건반도 못 두드리는 처지(학생과 교수 모두)에 감히 음악비평을 하려는 태도가 아닐까?


이렇게 기초가 없고, 중심을 심하게 잃은 저널리즘 학문이 저널리즘 현장에 좋은 자원을 대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은 학생을 배출하지 못한 건 외려 저널리즘을 망가뜨릴 수가 있다. 실제로 교수진 자체가 쉽게 정치화, 파당화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 구조를 방치해둔 채 단기적 활용에만 바빴던 기존 일간지 방송사의 무책임이 말할 것도 없다. 항상 중심이 없는 사회, 흔들리는 대한민국은 새로운 공룡 포털의 등장에 딱 맞는 무법천지였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헌재의 실명제 폐지 이후 새로운 국면에서 ‘무법천지 10년’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기회에 적시해둔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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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덕열
저는 집단사기쪽에 한표 던집니다.   1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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