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는 강남좌파 스타일?
- 2004년 그의 노래에 담긴 섬뜩한 반미 선동을 어찌할까?
강규형 명지대 교수
가수 싸이의 요즘 활약이 놀랍다. 싸이는 조용필 송창식과 같은 훌륭한 가객(歌客)은 아니지만 훌륭한 엔터테이너이다. 넘치는 에너지와 끼로 관객을 휘어잡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그의 노래 중 “챔피언”을 특히 좋아한다. 그런데 소위 “싸이 테마주”인 싸이 부친의 회사 디아이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데도 주가가 불과 몇 달사이에 1300원대에서 13000원을 넘어섰다가 연일 하한가 폭락중이다. 작전세력이 장난을 쳤을 개연성이 높다. 마치 안랩의 주가가 안철수 효과 때문에 터무니없이 올라간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안랩도 언제 폭락할지 모를 일이다.
싸이는 대마초, 병역문제 등 여러 물의를 일으켰지만 그 후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며칠 전 서울광장에서의 공연도 성황리에 끝났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인지, 작은 실수도 있었고 심상치 않은 조짐도 보인다. 요즘 사회적으로 무분별한 음주와 주폭(酒暴)에 대한 염려가 많은 가운데 공개 콘서트에서 소주를 병나발로 불어 입방아에 오르더니, 김장훈과의 갈등이 연일 미디어를 장식했었고 공연표절문제 등도 불거져 나왔다. 사실은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TV로 본 그의 시청 앞 공연은 과연 열기로 가득했다. 그러나 10년 전 싸이의 공연 모습이 갑자기 오버랩됐다.
10년 전 효순 미선 사건 때 넘쳐나던 거짓선동
2002년. 미군 장갑차에 두 여학생이 압사한 비극적인 사건의 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그것은 단순 사고였지만, 사회는 반미정서로 넘쳐났고 무분별한 선동이 판을 쳤다. 2008년에 광우병 파동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필자는 2002년 당시 캠퍼스에 넘쳐나던 거짓 선동을 생생히 기억한다. 미군이 장갑차로 두 여중생을 의도적으로 죽였다는 오도된 내용이 캠퍼스의 대자보들에 도배가 돼있었다. 왜곡된 내용이 매우 정교하게 묘사돼 있었고, 배후에 뭔가 큰 세력이 이런 것을 부채질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분위기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한 사람들이 많았고 일부 연예인들도 여기에 가세했는데, 가수 싸이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한 콘서트에 신해철과 같이 출연한 싸이는 미군장갑차 모형을 박살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신해철의 2004년 Dear America란 곡의 랩 부분을 싸이가 불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라크 포로를 고문해 댄 개X발 양년놈들과; 고문하라고 시킨 개X발 양년놈들의; 딸내미 애미 며느리 애비 코쟁이 모두 죽여; 아주 천천히 죽여 고통스럽게 죽여"
이 가사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딸내미 애미 며느리 애비 코쟁이 모두 죽여; 아주 천천히 죽여 고통스럽게 죽여" 부분일 것이다. 그런 가사 내용은 그냥 반미가 아니라 반인륜(反人倫)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싸이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도 아니고 무명가수도 아니었다. 아무리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 하더라도, 나가도 한참 나간 가사 내용이 아닌가. 아무리 화가 났고 그 분노를 노래로 표출했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을 분명히 넘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가수 싸이의 노랫말
사고 당시 미국들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이지 두 여중생을 의도적인 살인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당시 미군은 물론 미국정부가 사과했고, 나중엔 미국대통령의 사과까지 있었다. 싸이가 나중에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리라는 것을 상상도 못해서 벌인 행동이었겠지만 이런 행적은 결국 그의 향후 활동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랩을 부르고 나서 이제는 미국에 가서 그곳 대중의 인기를 얻겠다니 먼가 모순됨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상한 일이다. 마치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강남좌파’의 위선적인 그리고 매우 편리한 자기기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싸이의 히트곡이 “강남스타일”이니 ‘강남좌파’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싸이는 강남에서 태어나 자라나다가 조기 유학을 간 이른바 강남 키드이다. 일부 한국 연예인들의 악습(惡習) 중 하나가 자신이 과오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이다.
그 절정은 광우병 파동 때 김민선이란 여배우가 얘기 한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로 수입하느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났다"라는 발언이었다. 그 여배우는 그전에 미국 쇠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사실 그때 미국 쇠고기 광우병 난리를 쳤던 여러 사람들이 그 후 미국, 영국 등지에 가서 현지 쇠고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먹는 것을 여러 번 봐 왔다.) 이 무개념 발언이 물의를 일으키고 비판의 대상이 되자 그 여배우는 슬그머니 자기의 이름을 동갑인 다른 여배우 이름과 같은 ‘김규리’로 바꿨다. 이것은 최소한의 도의도 잊은 파렴치한 행위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같은 이름을 가진 동갑 여배우인 두 김규리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어쨌든 원래 김민선인 “짝퉁 김규리”는 그 발언에 대한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그 이후 이 여배우의 별명은 ‘청산규리’가 됐다. 인기절정의 가수 싸이가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궁금하다.
김규리, 아니 김민선처럼 그냥 어물쩍 없었던 일로 지나갈 것인지. 아니면 솔직하게 해명을 할 것인지를…. 예를 들어 신해철이 시켜서 한 노래인지, 아니면 자신의 의지로 부른 노래인지, 월드스타가 된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밝혀야 하지 않겠나. 당시 신해철의 설명을 보면 그 가사는 싸이의 의지였다고 한다. 신해철조차 그 가사가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노래의 래퍼인 싸이의 의지가 강해 그대로 가사로 실었다고 나중에 인터뷰에서 밝혔다. 싸이의 진솔한 해명과 사과가 기대된다. 실수에 대해 사과할 경우 팬들의 이해가 따를 것이다. 그는 이제 ‘월드스타’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