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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 문제의 근원은 국사학계에 있다
조우석   |  2013-06-24 13:49:18  |  조회 3890 인쇄하기

<칼럼2> 문제의 근원은 국사학계에 있다

 

- 왜 그들은 학문적 허위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조우석 (문화평론가)

 

 

요즘 논란이 된 중고교 역사교과서 문제는 교실 안의 교육 문제이자, 동시에 현실적인 정치 투쟁이기도 하다. 그런 양면성 때문에 이 사회의 최대 난제가 분명하고,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놀랍게도 현행 역사교과서는 반국가, 친북 입장이 특징이다.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로 간주되고 북한을 민족사의 정통으로 인정한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 사이에서나 통했던 유치한 도그마가 교과서 안에 들어와 있는 형국인데, 그게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한때 일선학교에 50% 이상의 보급률을 보였고, 대표적 좌편향 역사교과서로 지목된 금성출판사판 교과서는 해방 이후 미군정을 이런 식으로 서술했다. “일장기가 걸려있던 그 자리에 펄럭이는 것은 이제 성조기였다. 광복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순간은 자주 독립을 위한 시련의 출발점이기도 했다.”좌파 역사교과서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과정부터 백안시하거나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우리가 겪은 20세기 역사경험과 전혀 따로 노는 학계


그건 단독정부 수립에 지나지 않으며 반민족 친일세력의 득세라고 간단히 폄하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가장 성공한 대한민국사는 제쳐버리고, 최악의 실패국가인 북한을 정통성이 있다고 부각시키는서술이다. 이런 식의 서술에 능숙한 학문 집단으로 국사학계의 기이한 체질과, 그게 만들어진 어제 오늘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지금 교과서 논쟁의 실체가 보이고,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 왜 저들은 거대한 ‘학문적 허위’에 불과한 도그마를 신봉하고 있는가?


학계의 일부 교수•교사들이 실수로 잠시 잠깐의 실수로 잘못된 교과서를 쓴 게 결코 아니다. 정규 국사교육을 받고 배출된 대다수의 학자들이 그런 역사관을 널리 공유하고 있고, 그런 교과서를 쓰는 게 학문적으로, 교육적으로 타당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상황이 지금이다. 두 역사관의 명백한 충돌 양상이다. 그래서 사안이 심각하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갖고 있는 상식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우리가 체감하는 20세기 역사 경험과 따로 노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게 지금 어느 정도일까?


국사학계의 오도된 인식은 대한민국 공동체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발전했으며, 학문과 교육의 의견을 넘어 명백한 정치적 반대세력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책임있는 시민을 키워주는 영역은 그 나라의 언어 교육와 역사 교육인데, 그 한 축이 심하게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그게 2000년대 초입 우리의 현주소이다. 때문에 지금의 국사학계는‘거대한 학문적 허위의식’의 진앙지로 지목되고 있고, 그곳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역사교과서 문제의 해결이 어려울 정도이다.


궁금증은 그 때문에 생겨난다. 잘못된 역사관을 유포시키는 진앙지인 국사학계는 왜 그들만의 자폐적 분위기, 민족주의 과잉의 태도를 갖고 있을까? 그런데도 왜 막상 그들은 민족사의 정통을 수호한다는 잘못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을까?  궁금증은 계속된다. 역사교육이란 약간의 애국주의를 특색으로 하는데, 왜 국사학계는 최소한의 애국심 고취는 고사하고 반국가 친북적 시각을 유지하는가? 1970년대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에 이르렀을까? 왜 그들은 일국사(一國史)의 좁은 시야에 갇힌 채 한국사를 입체적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있는가?


이를테면 지금의 근현대사 서술은 이런 식이다. 명백히 실패했고, 그래서 끝내 식민지로 굴러 떨어진 조선 후기사회를 그들은 한없이 떠받든다. 18세기 이후 조선사회 문화는 놀라운 문화적 르네상스를 구축했다는 것이고, 그건 일부 미술사학자에 의해 ‘진경산수시대’로까지 치켜세워진다. 일제에 의한 강제병합 직전까지 한국사회를 역사의 낙원으로 확대시키려는 집단정서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통에 구한말 국권을 빼앗긴 최악의 군주 고종이 개혁에 매진했던 계몽군주로 묘사된다.


그런 인식의 하이라이트가 자본주의 맹아론이다. 조선 후기는 독자적 근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사회였다는 게 자본주의 맹아론이다. 일제가 우리를 침범하지만 않았더라면 아름다운 보석과도 같은 조선왕조의 문화와 경제는 서유럽 같은 근대문명을 개척하고도 남았으리라는 가정이다. 이쯤되면 역사가 아니라 판타지 소설 수준인데, 이제 남은 것은 우리를 침범한 나쁜 강도, 흉포한 제국주의인 일본만을 탓하면 된다.


감상주의적 역사관, 민족주의 울분이 만들어낸 신기루


이런 역사 서술이 근거없는 감상주의적 역사관, 민족주의적 울분이 만들어낸 신기루라는 건 상식이다. 안타깝게도 정작 물어봐야 하는 것은 놓치고 있다. 그렇게 무너져 내린 조선왕조의 역사실패는 무엇 때문이고,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하는 질문은 쑥 빼놓아버린다. 통렬한 자기반성이 없이 남의 탓만하는 역사관, 헛된 민족적 자부심으로 땜질한 역사관은 근현대사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셈인데, 실은 일제시대를 보는 눈도 초등학생 수준이다.


나쁜 강도인 일제가 우리를 어떻게 수탈해갔고, 민족반역자인 친일파가 어떻게 판을 쳤던가에 대한 개탄과 울분으로 내내 이어진다. 일제시대 그래도 우리가 배우고 학습했던 근대문명의 성취와 한계에 대한 냉철한 대차대조표는 절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도 친일파하면 부르르 떠는 체질이 만들어졌다. 국사학계가 해방 이후 미군정을 보는 눈도 마찬가지로 균형을 잃는다.


친일파들이 친미사대주의자로 모습을 바꿨으니 끝내 정의가 실패했다는 식이다. 1950년대 이승만, 1960~70년대의 박정희도 모두 기회주의가 득세한 불의의 역사를 이어갔으니 용납할 수 없다는 사이비 역사의식과 민족감정만 불어넣는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 그게 정확한 발언이다.


“이제는 솔직하게 밝힐 때가 됐다고 봤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 역사교과서는) 스탈린• 김일성• 박헌영이 공유하는 역사관이다. 당시 문헌이 증명하고 있다. 우리 현대사를 친일 대(對) 반일의 프레임(frame •틀)에 맞춘 것은 박헌영 사관에서 나왔다. 그건 우파는 친일, 좌파는 반일로 설정해 좌파의 정통성과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려 했던 것이다.”(조선일보 6월 17일자 33면)


분단시대에 통일은 비원의 꿈으로 남아있고, 근현대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신탁(神託) 수준의 주장이 끼어들면서 국사학계의 뒤틀린 역사관은 급기야 자기의 틀을 잡았다. 1980년대 민중문화운동, 학생운동이 학문세계로 치고 들어온 것인데, 국사학계의 책임있는 인사들은 이런 흐름에 외려 편승하거나 영합하는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통에 잃어버린 것은 과학으로서의 역사학이고, 얻은 것은 신기루 같은 민중민족사학이다.


1980년대 이후 이런 국사학의 틀에 노출된 세대가 지금 학계의 중견 중진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들은 아직도 당시 독서계를 좌우했던 입문서 수준의 단행본 <해방전후사의 인식> 시리즈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건국을 부정하고, 한국전쟁을 수정주의 식으로 재해석한다. 바탕에는 마오쩌둥의 신민주주의 혁명 이론이 깔려있고, 북한의 민주기지라는 식의 시대착오적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오도된친북 반국가주의는 이런 과정을 거쳐 국사학계의 뼈대를 형성했다. 지금의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쓴 저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학문에 해로운 ‘학문적 방사능 낙진(落塵)’오염이 됐는가를 생각지 않는다. 그런 역사서술이 학문의 자유라고 믿고 있고, 그런 교과서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학자의 본령이라고 착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교학사 국사 교과서에 대한 좌파의 공세가 저토록 당당하고 집요한 배경에는 자기들의 오도된 역사관을 진리로 굳게 믿는 잘못된 맹신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신념을 주입해준 국사학계의 학문적 미혹(迷惑)이야말로 우리시대 혼란의 핵심임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본디 일제시대 심어진 식민사관을 극복하자는 민족주의사학으로 출발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게 일국사에 갇힌 좁은 시야와 비학문적 환경(민중문화운동+학생운동)의 영향에 오염돼 끝내 건국사를 부정하려는 극히 위험한 태도로 까지 발전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결론이다. 지금 교과서문제의 몸통은 국사학계이다. 그들은 1980년대 민중운동과 민주화 물결을 타고 오늘에 이르렀으나, 냉정하게 말해 학문적 허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국사학계의 90% 이상이 이쪽이란 점이다. 표면상으론 이념대립으로 보이지만, 그것도 아니다. 친대한민국 기치를 한 제정신을 가진 사학이냐 아니면 반대한민국을 외치는 음험한 사기냐의 차이가 있다. 실로 안타깝게도 극적인 상황 반전이 없을 경우 어느 한쪽의 승복과 합의는 매우 힘들어 보이거나 아니면 불가능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새 정부에서는 이걸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충분히 의미있다. 부글대던 역사전쟁에 국정의 최고지도자까지 나선 형국이지만, 이 게임은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의 정화 작업이 뒤따라야 하고, 정교하면서도 슬기로운 토론과 조정 작업이 있어야 극복 가능하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을 대상으로“임기 내 해결”을 외치는 의지만큼, 역사전쟁의 배경과 진상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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