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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오쩌둥의 개였다?"
조우석   |  2013-08-22 13:20:05  |  조회 4555 인쇄하기

"나는 마오쩌둥의 개였다?"

 

- <장칭(江靑)-정치적 마녀의 초상> 로스 테릴 著


조우석 (문화평론가)

 

 

중국공산당 내부의 권력 남용과 인간 모독의 사례가 어디 한두 개이겠느냐만, 필자가 기억하는 최악 중의 최악은 권력 서열 1위 마오쩌둥과, 2위 저우언라이 사이에 벌어진 상황이다. 저우언라이의 방광암 사건이 그것인데, 의사들이 내린 진단은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한 직후인 1972년 5월에 나왔다. 방광암이 초기이며, 즉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 소견이었다. 그때 마오가 걱정스런 표정의 의사들에게 뜻밖의 지시를 내렸다.


저우 본인은 물론 부인에게도 암에 관해 귀띰을 하지 말 것, 그리고 별도의 지시가 내릴 때까지 수술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무슨 폭력일까? 대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네 살 연하의 저우가 자신보다 오래 사는 걸 마오는 굳이 원치 않았다. 그게 전부였다. 고분고분한 저우가 정치적 도전을 할 리는 전혀 없었을 텐데도 그런 참혹한 결정을 내렸던 게 끔찍한 붉은 황제 마오쩌둥의 진면목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권력 최상층이 이러했으니, 나머지는 미뤄 짐작해야 한다.

 

 


2인자 저우언라이의 방광암 치료를 막은 나쁜 보스 마오쩌둥


앞의 에피소드는 발군의 평전인 <마오>(전2권, 장융, 존 핼리데이 함께 지음)에 등장하는데, 저우는 암 진단 2년 뒤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끝내 마오보다 그가 조금 일찍 타계를 했다. 제 아무리 죽의 장막 안쪽의 음험한 스토리라도 세월이 흘러 역사의 먼지가 꽤 가라앉은 다음에는 어떻게든 알려지기 마련인데, 역시 탁월한 평전 <장칭(江靑)-정치적 마녀의 초상>(로스 테릴 지음, 교양인 펴냄)을 읽다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연방 터트린 대목이 몇 곳 있다.


그 하나 역시 마오쩌둥 주변의 일인데, 이번엔 최고권력자 마오 자신의 복잡한 여자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마오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본부인을 포함한 여자들끼리 머리채를 잡고 나뒹굴지 않나, 서로를 창녀라고 몰아붙이지 않나 하는 몸싸움인데, 디테일 묘사도 리얼하다. 상하이 출신의 연극배우 장칭이 현대중국의 정치무대에 막 등장하기 직전 제풀에 사라졌던 마오의 세 번째 부인 허쯔전이 벌였던 해프닝이다.


해프닝은 마오가 벌이던 불륜의 현장을 그녀가 덮치면서 발생한다. 1737년 초여름 옌안(연안)이 무대이다. 대장정 직후 그곳에서 동굴 생활을 하던 무렵 허쯔전이 몸싸움을 벌였던 상대는 두 명이다. 미국 여기자 스메들리와, 그의 통역 겸 비서인 중국 여성 릴리 우(우광웨이)인데, 마오가 사랑에 빠졌던 상대는 젊은 여자 릴리 우였다. 다음은 이 책의 발췌 요약이다.


“초여름 자정이 넘은 깊은 밤이었다. 릴리 우의 동굴 방에는 여전히 등불이 켜있었는데, 마오가 그쪽 문을 두드렸다. (조금 뒤)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누가 릴리 우의 방문을 확 열었고, 여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나쁜 자식! 돼지 새끼!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마오를 질타하는) 허쯔전이었다. 스메들리는 코트를 대충 걸쳐 입고 릴리 우의 방으로 달려갔다. 마오의 부인이 악을 쓰면서 회중전등으로 남편을 때리고 있었다. 맞고 있던 마오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쯔전, 그만 하시오! (이건) 공산주의자로서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요.’ 허쯔전은 릴리 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춤이나 추는 창녀! 감히 너 따위가 어떻게 우리 주석에게 더러운 술수를 부릴 수 있어?’ 허쯔전이 릴리 우를 구타하고 머리카락을 잡아 다니는 동안 그녀는 스메들리 쪽으로 숨었다.”(217~218쪽 발췌)


각설하고, 이 책의 주인공인 장칭이 등장한 것은 몸싸움 직후였다. 당시 스물넷 나이의 장칭은 바로 마오의 눈에 바로 들었고, 둘이 만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몸싸움 직후 다시 화가 난 허쯔전이 이번에도 마오에게 식칼을 들고 덤벼들었고, 바람둥이 마오는 다를 당 간부의 동굴에 숨어 지내야 했다고 하지만 둘 사이의 이혼은 이미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하이 여자 장칭과 최고지도자 동지는 공공연하게 잠자리를 함께 했고, 이제 정식 결혼만이 남았다.


“섹스에 미친 마오쩌둥은 왜 장칭 같은 여자와 결혼할까?”


21살 나이 차이가 나는 장칭과 마오는 공교롭게도 각각 네 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 사안에는 중국공산당에서 개입했다. “마오는 섹스에 미친 사람이야. 형편없는 여배우와 결혼하려고 오랜 세월 동지 같은 아내를 버리다니…”그게 당시 옌안의 여론이었지만, 누구도 마오와 장칭을 못 말렸다. 당은 두 가지 원칙에 오케이한다는 조건 아래 결혼 도장을 찍어줬는데, 그게 희한했다. 그게 훗날 현대중국 불행의 씨앗이 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다.


첫째, 여자는 최선을 다해 마오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 둘째, 앞으로 30년간 여자는 그 어떠한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문제는 30년 동안 정치활동 금지령에 발목 잡혔던 마오의 여자 장칭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그러다가 그녀가 붙잡은 문화대혁명이란 혼란 속에서 이 책의 부제대로 ‘정치적 마녀’의 본능을 드러낸 계기였다. “장칭의 개인적 감정이 문화혁명을 이해하는 열쇠”라는 게 이 책 <장칭>의 시각이다. 그 거대한 소용돌이를 한 여자의 원한으로 볼 수 있나? 좀 비약이 아닐까? 많은 이들이 그렇게 여기겠지만, 이 책의 시각은 이렇다.


“누구도 문화혁명을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해하려야 이해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논리적인 이유도 문화혁명 과정에서 분출된 허풍과 좌절과 복수심을 설명할 수 없다.…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재 창칭 안에서 그녀를 괴롭히면서 오랫동안 억압되어온 욕망, 둘째 여성적 매력, 연극적 소질, 신이 나면 끝없이 샘솟는 에너지, 여러 사람들 가운데 힘의 균형을 조정하는 본능 등 장칭의 타고난 정치적 능력. 이런 것들이 우리가 (문화혁명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것들이다.”(464쪽)


<장칭>은 20세기 중국사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문화혁명의 주역인 장칭의 삶을 다룬 전기인데, 이렇게 리얼하다. 오랫동안 중국 현대사와 중국공산당 정치를 연구해 온 저자 로스 테릴은 ‘영웅 마오쩌둥을 타락시킨 창녀’ ‘사악한 여자’라는 오명에 가려진 장칭의 본 모습을 되살려내는데, 이 작업이 아주 볼만하다. 물론 마오쩌둥 사후 중국에서 검열과 금지의 대상이 된 장칭 관련 자료들을 입수하고 장칭의 지인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라서 신뢰할 수 있다.


현재 하버드대학 페어뱅크 동아시아 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있는 그녀는 1980년 출간한 <마오쩌둥(Mao : A Biography)>(1980)으로 “천재적인 전기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는데, 그 책에도 관심이 간다. 그런 토대 위에 쓰여진 <장칭>은 “가장 신뢰할 만한 결정적 전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충분히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지만, 독자적인 해석이 적지 않다. 앞의 문화혁명에 대한 해석이 그 중 하나이다.


문화혁명의 비극을 총연출한 장칭이란 여자의 광기


이 책 덕분에 우리는 <8억인과의 대화> , <전화시대의 논리>등을 쓰면서 현대중국과 문화혁명을 소개했던 리영희 식의 논리가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를 새삼 확인하는 뜻밖의 소득도 얻을 수 있다. 리영희는 해방 이후 가장 영향력이 큰 지식인의 한 명으로 지금도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추앙 받고 있지만, 그가 얼마나 편향된 정보를 가진 머저리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사회주의 현대 중국과, 특히 문화혁명을 정신주의와 도덕적 인간행위의 숭상, 자기희생적 헌신의 미덕, 검소하고 질박한 실용적 물질생활의 존중의 결정체라고 찬양(리영희 <대화> 447쪽)했다.


가히 눈먼 정치의식의 극치에 다름 아닌데, 참고로 문화혁명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입장은 오래 전 정리됐다. 물론 리영희 식의 해석과는 정반대인데, 그 비이성적인 정치적 광풍으로 당과 인민은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봤다는 것이고,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맞지 않을뿐더러 중국 실정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현대 중국의 속살을 보여주는 한편 전기, 평전 장르의 책으로는 가장 양질이 <장칭>이다. 725쪽의 두께에 작은 활자도 이 책이 거품 없는 책임을 확인해준다. 한가지, 저자가 장칭을 좀 저열한 여자로 서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책 읽는 내내 피할 수 없다. 일테면 장칭은 자신의 입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자기 치마를 내렸다. 마오도 그런 대상의 하나였고, 마오라는 괴물을 공략하기 위해 함께 뛰었던 캉성(康生)과의 관계도 그러했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4인방(四人幇)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캉성은 "생김새부터 모싸꾼"(230)이었는데, 장칭은 그와도 잠자리를 했다. 했다 안 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장칭과 캉성은 그 잠자리를 시발로 해서 마오라고 하는 거물을 공략하는 주도면밀한 공동전선을 폈고, 실제로 성공했다. 장칭을 권력의 최상층부로 밀어넣고, 자신도 권력에 접근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섹스파트너이자, 권력의 파트너였던 둘 사이의 관계였다.


이 책 저자의 무리한 주장이 결코 아니다. 중국 당국도 이런 것을 죄다 파악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덩사오핑 같은 사람이“장칭은 아주 사악한 여자야. 말로 묘사하기 힘들 정도로 사악하지.”라고 했을까? 과연 그녀는 독했다.“너희가 나를 체포하고 재판하는 것은 마오 주석을 모욕하는 것이고, 전 인민을 모욕하는 것이며, 전 인민이 참여한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을 모욕하는 것이다!” 라고 1980년 4인방 재판에서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모순에 찬 이런 말도 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나는 마오쩌둥의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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