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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의 가치와 굿소사이어티의 지향점
우창록   |  2013-08-22 13:38:04  |  조회 3733 인쇄하기

건국의 가치와 굿소사이어티의 지향점

 

우창록 (()굿소사이어티 이사장)

 

 

올해가 대한민국 건국 65주년을 맞는 해이며, 얼마 전 8월15일이 건국절이었다는 걸 기억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제의 압제로부터 벗어난 해방을 기리는 광복절에 가려서 우리가 더욱 중요하게 되새겨야 했을 기념일이 그저 조용하게 넘어간 것입니다.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65년 전 오늘은 외세의 도전과 안팎의 혼란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건국한 날이기도 하다”고 언급한 점입니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핵심가치를 헌법에 담아 대한민국이 출범한 것이야말로 오늘의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첫 걸음이었다”고 균형을 잡아 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 뜻깊은 대한민국의 생일을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기념하지 않고 있습니다.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임이 분명합니다.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서 얼마 전 건국절 제정 국민운동 본부가 발족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매우 고무적입니다.


대한민국이 언제 세워졌는지에 무관심한 집단 기억상실증


꼭 5년 전에도 상황이 그러했습니다. 건국 60년을 맞는 중요한 해이라서 당시 정부는 국가 경축행사를 했지만, 야당은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채 별도의 장소에서 그들만의 기념식을 올렸습니다. 야당의 논리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상해 임정 수립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당시 일부 국사학자들이 건국 경축행사가 헌법 위반이라는 소원(訴願)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혼란스러운 현대사 인식의 현주소가 바로 이러합니다. 기억해둘만한 현대사 통사(通史) <대한민국 역사-나라 만들기 발자취 1945~1987>를 펴낸 저자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한 나라가 언제 세워졌는가를 두고 정치와 사회가 이처럼 공공연하게 대립하는 예를 어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제 생일이 언제인지도 알지 못하고 내면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이념논쟁을 떠나 20세기 한국인의 경험을 큰 시선으로 돌아보지 못한 지식사회 모두의 무책임에 기인한 것이라 봅니다. 제헌헌법의 몇 개 조문을 음미해봐도 그게 쉽게 파악됩니다. 다 아시듯이 제헌헌법 제2조는“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문화했습니다. 국제(國制)는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민주공화국임을 세계에 선언했습니다.
이 두 개 조문은 65년 전 건국이 개항 이래 근현대사의 진통을 해온 한국사회의 진화를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음을 알려줍니다. 한 원로 서양사학자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1776년 미국 건국혁명, 1789년 프랑스대혁명과 같은 인류사의 반열에서 음미해야 한다고 한 것도 저는 기억합니다. 미국 건국혁명과 프랑스대혁명이란 국민주권의 정치 원리를 최초로 제도화한 기념비적 사건이자,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였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건국은 세계로 확산되고 있었던 자유민주주의라는 문명의 파도가 20세기 중반 한반도에 상륙했음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역사임에 틀림 없습니다.


대한민국 건국은 미 건국혁명, 프랑스대혁명과 함께 거론돼야


더욱이 당시는 냉전의 분기점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을 기점으로 20세기 중반 세계사가 큰 방향을 잡았고, 반세기도 안돼 동유럽과 소련의 공산주의 몰락을 만들어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은 그만큼 세계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한 전직 대통령은 건국 이후 우리 현대사를 두고 정의가 실패했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했던 과정이라고 폄훼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런 혼란스러운 역사인식이 건국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요인입니다. 사실 올 여름 정가에 반복해 등장했던 막말 파문만해도 그렇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국정치 문화의 척박한 풍토를 개탄하고, 관용의 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막말 파문의 뿌리에는 혹시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서로 다른 판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실상을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건이 얼마 전 역사교과서 논쟁이었습니다.


교학사 판 역사교과서가 등장한다는 소식을 둘러싸고 국사학계와, 좌파 그리고 정치권 일부가 보여준 반응은 집단 히스테리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핵심은 대한민국의 가치인데, 굿소사이어티가 이달 ‘대한민국의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를 특집으로 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건국 이후 출범한 대한민국 호(號)가 거둔 역사의 성취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품고 있는 핵심 정신을 어떻게 음미할 것인지를 점검합니다.


새삼 강조할 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가치는 곧 (재)굿소사이어티의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우리재단을 만드신 선배들은 일찌감치 굿소사이어티의 다섯 가지 지향점으로 인류의 보편가치, 자유민주주의의 철학, 법치주의 구현, 시장경제 추구, 문화 다원주의 지향을 천명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활동의 구심점임을 재확인할 따름입니다..


회원 여러분, 복더위가 여전합니다. 노염(老炎)도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오는 계절을 막을 순 없을 것입니다. 서늘한 가을을 맞아들이기 위해서라도 오늘 우리의 할 일을 재삼 점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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