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사건에서 이끌어낼 교훈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우리 모두를 크게 놀라게 했던 게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선동 사건이었습니다. 이석기 의원은 지난 5월 지하조직인 혁명조직 모임에서 한반도 유사시에 모두 총기류를 준비해 통신시설 등 국가 주요시설에 타격할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130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는 대한민국 시민의 통념과 상식 그리고 역사경험을 넘어서는 위험천만한 발언입니다. “북은 다 애국이고 남은 다 반역”이라는 억지 주장이 그렇고, “전쟁을 정치•군사적으로 준비하자”는 등의 말도 실로 터무니없습니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국회는신속하게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으며, 검찰도 이 의원에 대해구속기한을 연장하면서까지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정식 기소 후 곧 바로진행될 재판이 종결되려면 빨라야 내년 초까지는 갈 듯한데,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역설적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이만큼 생생한 정치교과서, 시민교과서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헝클어지고 혼미했던 국가 정체성 문제를 올바로 잡는다는 뜻에서 사법 당국은 권위와 책임을 갖고 잘 판단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시민의식을 새롭게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사회 한 단계 올라서야
더 나아가,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헌법의 가치,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정능력도 재발견 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역시 시민여론이고, 신문방송 등 저널리즘의 ‘제 역할 다하기’입니다. 즉, 일회성 정치사건으로 다루기보다는 우리의 정치사회 풍토를 되돌아보고 성찰해 보는 분기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가 된 이석기 의원을 포함한 몇 사건 연루자를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규정하는 게 전부일 순 없습니다. 어쨌거나 그들은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토양에서 만들어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정치의식을 품은 청년들이 오랜 기간 주사파 운동권으로 활동했던 배경에는 분명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토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들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여의도 정치에 까지 흘러 들어온 것도 결국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국회가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킬 때 여야 합의를 통해 압도적인 표결을 이끌어낸 점입니다. 분열된 듯했던 한국사회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분명한 입장의 발언을 했던 것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적(敵)을 위해서 대한민국과 싸우겠다는 자들은 바로 우리와 우리 자식들에게 등 뒤에서 비수를 꽂겠다는 세력이다.”
이 발언이야말로 북한의 남침이나 도발에 호응하기 위한 무장폭동 음모 등의 혐의를 받는 이석기 세력을 정확하게 정의(定義)한 것이 아닐까요?[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번에 드러난 이석기 의원의 여러 언행이 국회의원으로서는 용인되기 어려운 시대착오적인 위험한 언행들”이라고 지적하기는 했습니다만, 무언가 어정쩡 합니다.]
이 기회에 바람직한 보수-진보의 균형도 잡혔으면 합니다. 우리가 안정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도적 스펙트럼에서 보수와 진보가 균형되고 건설적으로 경쟁하는 페어플레이가 요구됩니다. 여기에는 실패국가 북한을 맹종하는 가짜 진보를 가려내는 일도 중요한데, 제1야당 민주당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고무적입니다. 그런 큰 틀에서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비록 조그만 몫이라도 굿소사이어티가 해야 할 일들을 해 나갔으면 합니다.
역사 교과서에 대한 좌파의 총공세가 걱정입니다
이석기 사건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관한 우리의 생각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느 한 저널리스트가 칼럼에서 “이석기는 배우일 뿐, 감독은 역사교과서다”라고 지적한 것에 동감입니다.
이슈레터가 계속 관심을 기울여온 것이 내년부터 고등학교 수업에 사용될 역사(한국사) 교과서 문제인데, 다수의 교과서가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는 이념적 편향 세력의 영향을 받은 듯한 왜곡된 서술을 버젓이 포함하고 있어 심각합니다.예를 들면,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를 훼손시키거나 6.25전쟁 발발을 남북의 공동책임인양 기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오히려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옹호한 교과서가 좌파세력의 총공세를 받아 크게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에 10월 이슈레터는 훌륭한 생각의 실마리를 주는 전직 교육부장관들과 원로역사학자들이 만든 지혜로운 성명서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부쳐’를 전재합니다. 꼭 필요한 우리사회 원로들의 목소리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10월, 곧 본격적인 가을 분위기로 접어들 텐데, 보다 많은 신선한 논의가 나와 이 사회의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