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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1> ‘분단시대의 영웅’ 탈북자들의 증언 지구촌은 더 많은 북한현실 고발을 기다린다
조우석   |  2013-10-23 14:32:45  |  조회 4705 인쇄하기

<서평1> '분단시대의 영웅' 탈북자들의 증언
지구촌은 더 많은 북한현실 고발을 기다린다

 

- <사람 참 안 죽더라> 이애란 著


조우석 (문화평론가)

 

 

“나는 북한을 탈출했다가 다시 김정은에게 붙잡혀간 청소년들의 얼굴에서 가시면류관을 쓴 채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고 있는 예수의 얼굴을 본다. 이제 그들을 십자가에서 내리고, 새로운 나라에서 부활시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신약성서가 될 것이다.” 지난 달 이슈레터에 실린 소설가 이응준의 칼럼 ‘북한, 신정국가 또는 사교집단’의 이 대목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평양에 다시 끌려간 청소년 몇 명은 물론 탈북자 2만 5000명 모두가 실은 우리시대의 예수인지도 모른다.


목숨을 건 용기로 북한 땅을 탈출한 그들 한 명 한 명이 겪었던 아픔과 슬픔이란 어쩌면 종교 차원 해석을 곁들이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 탈북자들이 펴낸 기록은 분량 면에서 이미 적지 않고, 국내 독서시장 논픽션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달 서평의 대상으로 탈북 수기 한 편을 골랐다. 탈북 여성 국내 박사 1호이자 미 국무부 선정 ‘용기 있는 여성상’을 받은 이애란의 신간 <사람 참 안 죽더라>(2013년 모리슨 펴냄)인데, 흥미롭게 읽었다. 꽤 많은 북한 관련서적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희미하게 남아있던 1960~90년대 북한 사회사가 좀 더 또렷하게 보인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탈북 기록 빅3’ 성혜랑, 강철환 그리고 황장엽


기회에 필자가 꼽는 ‘탈북 기록 빅3’을 소개해드리고 싶다. 그건 성혜랑의 <등나무집>(2000년 지식나라 펴냄), 황장엽의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1999년 한울 펴냄), 강철환의 <수용소의 노래>(2005년 시대정신 펴냄) 등 세 종류이다. 이 셋은 모두 분단시대의 영웅인 탈북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는데, 이중 <등나무집>을 쓴 성혜랑은 김정일의 전처(前妻) 혹은 동거녀로, 김정남을 낳은 성혜림의 언니인데, 그가 쓴 기록은 놀랍도록 탁월하다. 조선작가동맹 출신답게 문장과, 안정적인 책 구성이 이례적인 수준이며, 1950년대 이후 북한현대사와 그곳 주민 심리의 디테일을 훌륭하게 제공해주는 보물창고이다.


무엇보다 저자 성혜랑과 함께 생활했던 김정일의 내면과 숨소리의 일부를 정교하게 재생해주는 것도 이 책이다. 그건 성혜랑 자매가 김정일과 관사에서 함께 지냈기 때문에 가능한 관찰의 결과인데, 북한 최고권력자 김정일의 스타일과 속내에 대한 증언으로는 거의 압권이다.(참고로 <등나무집>과 함께 최악의 독재자 김정일의 스타일을 전해주는 또 다른 증언으로 필자는 신상옥-최은희 부부의 <우리의 탈출은 끝나지 않았다>(2001년 월간조선 펴냄)과, 후지모토 겐치의 <김정일의 요리사>(2003년 월간조선 펴냄)를 꼽는다.)


탈북기록 빅3의 두 번째인 강철환의 <수용소의 노래>가 갖는 미덕은 전형성과 대중성이다. 국제적으로도 가장 많이 알려졌다. 10년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감되어있던 저자의 경험과 아픔을 담은 이 책이 2002년 미국에서 <평양의 어항(Aquariums of Pyongyang)>으로 출판되어 타임지가 선정한 2002년 ‘올해의 책 베스트 100’에 선정됐고, 1994년 7월 일본에서는 <북조선탈출>(문예춘추사)로 출간됐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 책을 읽은 뒤, 저자 강철환을 만났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내러티브가 좀 떨어지는 게 흠이다.


하지만 빅3의 마지막인 황장엽의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가 갖는 무게는 앞서의 두 책과는 또 다르다. 황장엽이란 인물 자체가 단순한 망명객이나 탈북자 신분을 넘어서기 때문인데, 필자는 그를 20세기 한국인이 산출해낸 가장 중요한 정치철학자라고 규정한다. 그가 펴낸 꽤 많은 단행본도 이런 기준에서 섬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황장엽이 “한국지성사의 영웅”이라는 평가(조갑제)에도 기꺼이 동의한다.


그가 펴낸 많은 책 중 <개인의 생명보다 귀중한 민족의 생명>(시대정신),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월간조선)부터 아무런 편견이 없이 읽어볼 것을 권유 드린다. 그리고 기회에 하는 말이지만, 대한민국 학계 참으로 게으를뿐더러 무책임하다. 그가 펴낸 20권 가까운 저작을 촘촘히 읽어낸 뒤 북한현대사 재구성은 물론 한국철학, 한국정치학을 위한 자료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왜 하지 않을까?


이달 서평의 대상 <사람 참 안 죽더라>가 갖는 무게는 탈북 기록 빅3와 맞비교를 할 순 없다. 내용과 함량 그리고 저자의 무게 모두 그렇다. 안타깝게도 책의 표지와 본문 디자인이 조악한 편이고, 맞춤법까지 수준 미달이다. 이야기 전개와 체계 면에서 엉성하기 때문에 산뜻하게 읽히지도 않는다. 그건 저자의 한계만은 아니다. 탈북 기록은 한국 출판시장에서 썩 환영 받는 상품이 못 되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책으로 만들어지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미해봐야 하는 기록이 이 책이라고 필자는 본다.


탈북지식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여성 저자 이애란


이애란을 포함한 북한주민, 저들의 눈물겨운 삶 자체가 갖는 호소력의 크기 때문이다. 실은 저자는 탈북 지식인 중 가장 널리 알려졌다. 북한전통음식문화원연구원 원장이고 경인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이며, 탈북자 여성단체 모임인 (사)하나여성회 대표를 맡아 탈북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TV에 다수 출연하며, 조선일보 등에 칼럼도 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미 국무부 선정 ‘용기 있는 국제여성상’은 3년 전에 받았다. 저서로는 이 책 말고 <북한 식객>등이 있는데, 필자가 이 책에서 충격 받은 것은 이애란 가족의 평양 추방 스토리였다.


하루 전날 통고 받고, 그 다음 날 평양을 떠나야 했다. 당국은 왜 이 가족이 추방 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제시조차 하지 않았다. 여하한의 절차도 생략된다. 어느 날 갑자기 한 가정에 난입한 공권력은 한 가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내쫓는다. 폭력적인, 너무도 폭력적인 강제집행 과정에서 속절없이 당해야 하는 주민들이 여하한의 시민적 권리 행세 등을 감히 꿈도 못 꾼다. 그게 북한 사회다.


“당의 신임으로 사회주의 대건설에 진출하게 되었소.” 저자의 나이 10살(북한에서는 만 나이를 쓴다)인 이애란네 가족이 모인 저녁 밥상머리를 정치 보위부 사나이들이 쳐들어와 그렇게 한마디를 윽박지르듯 통보한다. 그게 전부다. 당장 가마니로 짐까지 싸줄 테니 내일 새벽 온 식구들이 맨몸뚱이로 평양을 떠나라는 기절초풍할 사형선고다. <수용소의 노래>에 등장하는 강철환네 가족의 평양 추방도 꼭 그렇게 폭력적으로 이뤄졌음에 비춰, 이 신간의 내용이 과장일 리 없다. 다음은 그 다음날 평양의 한 기차역인 송신역에 내몰린 이애란 가족의 상황 묘사인데, 충격적이게도 이날 평양에서 추방되는 사람은 200가구 1000명 내외의 규모였다.


“송신역은 원래 화물을 취급하는 역으로 자그마한 곳이었다. 대합실도 사람 몇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였는데, 역시 생긴 뒤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기는 그날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당에서)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준비(평양 추방)를 했지만, (일가 친척) 가족들은 그래도 어떻게 나왔는지 가족을 바래주려고 나와 서로 붙들고 울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놓고 울 수도 없는 세월이었다. 사상 체계(가 의심스럽다고)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열차에 오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송신역이 부르르 떨었다. 그때까지는 남의 눈을 의식하여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리없이 찍어내던 인파가 갑자기 왕~ 하고 설레기 시작하였다. 아우성소리에 귀가 멍할 정도였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우는 통곡소리는 기차에서 울리는 기적소리도 삼켜버렸다.”(40~41쪽 발췌)


아우슈비츠에 수용될 유태인 추방령도 이렇듯 어이없고, 살벌하진 않았으리라고 필자는 믿는다. 1000명 추방객들은 특별히 배차된 추방열차에 올라타 북한 전역의 오지로 흩어져야 했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애란네 가족의 경우를 포함해 수십 번에 걸쳐 사람들을 들볶고 내쫓는 과정을 반복했다. 왜 북한 당국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왜 이렇게 무자비한 평양 추방을 반복 했을까? 이게 포인트다. 북한현대사의 분수령이 이 대목인데, 이애란의 증언에 따르면 그건 일단 김정일의 작품이다. 이애란에 따르면, 당시 김정일이 내세운 슬로건은 “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하자”였다.


과거 경력이 떳떳치 못하거나, 지주나 기독교인 등 출신성분이 안 좋은 사람들을 대거 내몰고 평양을 혁명의 붉은 수도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이때 시동 걸었다. 이애란은 여기까지만 언급하고 있지만, 앞뒤 배경을 알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 해 1974년을 계기로 아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과 공동집권을 시작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북한현대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걸 분명하게 감지해야 한다. 김정일은 당시 나이 갓 40대 초반이었는데, 그가 후계수업을 한 정도가 아니라 당당히 공동집권을 개시했다.


왜 그들은 등 떠밀려 평양을 떠나야 했는가?


이미 교활한 아들 김정일은 1967년 아버지를 도와 유일사상 구축에 걸리적 거리는 마지막 그룹인 갑산파를 제거하는 놀라운 수완을 보였다. 아버지는 크게 감동했고, 당돌한 25세 아들의 쓰임새를 재발견했다. 그래서 삼촌 김영주와 함께 후계권력을 노리는 경쟁을 벌인 김정일은 끝내 완승을 거뒀다. 방법은 무한대의, 무제한의 김일성 신격화 작업, 그것이었다. 김일성 유일사상 체계 수립이라는 우상화 과정에서 김일성 자신이 결정적으로 취해버렸고, 녹아버려 이성을 잃었을 정도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후계작업은 순조로웠으나, 북한의 몰락은 이런 불투명하고 정당성을 잃은 권력승계 과정에서 싹텄다. 역사의 저주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김정일이 권력실세로 등장한 첫 해인 1967년을 필자는 현대북한의 집단자살이 시작된 해이자, 거대한 몰락의 신호탄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김정일은 반(反)수정주의의 모토 아래 북한판 문화혁명을 조종했다. 책, 영화, 연극, 음악 등 모든 문화에 대한 총공격과 함께 한다 하는 인텔리들을 모조리 제거해버렸다. 


그게 끔찍한 수준의 분서갱유, 20세기 최악의 강도였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른다. 그걸 앞서 언급한 성혜랑은 이렇게 정확하게 지적을 한 바 있다. “전국의 모든 가정, 모든 직장의 책 페이지가 일일이 검열되는 방대한 켐페인이 있었다.…전쟁 때 나는 미국 비행기가 손바닥만한 도시에 하루에 수백 개의 폭탄을 던진 때도 이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공포를 느껴본 일이 없었다. 사회주의 이상사회 건설을 표방하는 인민의 내 나라가 이 무슨 만행인가?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생각해냈는가?”고 고백(<등나무집> 313~314쪽)했을 정도다.


자, 이애란네 집안 이야기로 돌아오자. 김정일의 반수정주의 극좌노선은 문화계를 작살낸 데 이어 전 사회를 휘저었는데, 이때 그의 집안도 걸려들어 평양을 떠나야 했다. 이애란 가족이 도착한 곳은 북한의 최오지에 속하는 삼수갑산이었다. 평양에 비해 그곳은 이미 문명 이전의 사회였다. 생필품에서 생활상까지 어쩌면 그럴 수가 싶다. 이를테면 1980년대 그곳의 처녀들에게 손거울이 드물었을 정도였다.


“처녀들의 결혼지참금으로 3면 경대가 인기가 있는 것은 그래서이다. 그리고 처녀들에게 가장 비싼 선물은 화장거울이며, 손거울도 인기가 많다. 어쨌던 (6개월 만에 도착한 평양 살림살이에 섞여있던) 손거울이 산산조각이 나는 바람에 우리(가족)는 몇 년 동안 거울을 보지 못하고 살았다. 완전히 원시시대로 돌아간 것이다.”(68쪽)


1970년대 학교생활도 고사리 전투(고사리 캐어 바치는 일), 약초 전투, 풀베기, 철길 닦기 등에 인민학교생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동원됐고, 어머니들은 더했다. 어머니들은 하루 20kg씩 송진 채취를 해야 했는데, 그게 너무 힘들어서 길 잃고 배고파서 앉은 채로 죽어나간 사람들이 드물지 않았을 정도였다. 사회 전체에 감도는 오웰리안 소사이어티 분위기는 말도 못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이 벌어졌다. 좀 삐딱하다 싶은 사람이 있다면, 공권력의 지프차가 와서 그들을 잡아가는 것인데, 물론 여하한의 절차는 생략된다.


이를테면 삼수갑산 그 마을에는 100가구가 살았는데 잠깐 새에 7~8명이 실종됐다. 그걸 사람들은 수근 거리며 “데려갔대…”는 말을 썼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마을의 공포 분위기는 말도 못하는 수준으로 얼어붙게 된다. 신간은 이런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실은 이애란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출신성분이 안 좋아 대학을 갈 수 없는 처지였던 그녀는 음독자살 시도까지 하며 끝내 대학에 진학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일성 사망 전후 사회 분위기도 적절하게 전해준다.


 20세기 한국인 삶의 절반인 현대북한 고발서 더 나와야


“1994년 천년만년 살 것 같았던 김일성이 사망하고, 북한 사회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280쪽)는 것이다. 직후 300만 인민이 굶어 죽는 사태도 경험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스토리의 배경을 들려주던 그녀는 이윽고 탈북을 결심하는 걸로 <사람 참 안 죽더라>의 마지막 페이지가 마무리된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볼 점이 있다. 또 다른 탈북 기록인 작가 출신 최진이의 책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2005년 북하우스 펴냄)에 흥미로운 지적이 있다. 쏟아져나오는 탈북 기록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정치범 수용소, 그리고 최고권력층 문제 등으로 집중되기 마련이며, 그 결과 북한사회에 대한 균형잡힌 이해를 가로 막는 역효과도 있다(349쪽)는 문제제기다.


필자는 생각이 좀 다른데, 외려 더 많은 기록물이 등장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인 20세기 삶의 절반인 현대북한의 실험은 참담한 역사 실패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그 실체적 진실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지도자들의 범죄 수준의 통치행위 전모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유린과 오웰리안적 일상사도 여전히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 사회와 인간을 함께 보여주는 좀 더 깊이 있는 논픽션이 나와야 하고, 그걸 붙들고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읽으며 대참회의 시간을 가져야 옳다.


그래야 20세기 세계정치사에 유례없는 절대악(惡)인 북한체제의 악마성에 대한 규명도 이뤄지고, 그런 작업 위에서 우리는 통일 이후를 제대로 정치사회적 디자인할 수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폭과 깊이 그리고 의미 있는 성찰 면에서 필자가 조금 전 꼽은 빅3를 능가하는 또 다른 증언이 등장하길 기다린다. 참고로 빅3 외에 북한사회에 관한 탁월한 기록으로 필자는 김현희의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 1,2권(1991년 고려원 펴냄)을 꼽는다. 많은 이들이 뜻밖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김현희는 1987년 KAL기를 폭파한 테러범이라서 귀순자나 탈북자 혹은 망명객의 범주에 들어가진 않는다. 때문에 분류가 좀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북한이라고 하는 거대한 허위집단에 관한 정확한 증언 그리고 설득력은 앞에 언급한 빅3에 뒤지는 게 없다. 공작원으로 길러지는 훈련과정, 비행기 폭파의 앞뒤 맥락은 물론이고 1960~70년대 북한 생활사까지도 뜻밖에 훌륭하게 서술돼 있다. 김현희가 가짜 인물이며, 비행기 폭파를 한국정부의 음모론으로 믿는 정치적 바보의 무리가 아직도 일부 있던데, 그런 얼치기 좌파들이 오해와 편견을 거둔 채 이 발군의 기록을 읽어내는 게 순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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