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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2> 박수는 언제 치나요?
이철영   |  2013-10-23 14:39:38  |  조회 3684 인쇄하기

<에세이2> 박수는 언제 치나요?

 

- 예술의전당 음악회장에 등장한 30 차례의 박수 세례를 어떻게 볼까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상임이사, 전 경희대 객원교수)

 

 

K-Pop가수 공연 얘기가 아니라, 지난 9월 17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중국 ‘국가대극원관현악단(國家大剧院管絃乐团)’의 아시아 순회공연 얘기다. 이날 공연은 서주와 협주곡(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중간휴식(intermission), 교향곡(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등 교향악단의 전형적인 공연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공연 도중 매 악장(樂章)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쏟아져 결국 15 차례의 박수 외에, 협주곡 종료 후 피아노협연자의 앙코르 곡 연주와 프로그램 종료 후 관련악단의 앙코르 곡 연주 때의 박수를 포함하여 무려 30 차례의 박수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관현악단 공연에서는 대체로 10 차례의 박수를 치고(관현악단원 단원 입장, 악장 입장, 지휘자 입장, 서곡 연주 후, 지휘자 입장, 협연자 입장, 협연 종료 후, 중간휴식 후 단원 입장, 지휘자 입장, 교향곡 연주 후), 그 외에 커튼콜(curtain call)과 앙코르(encore)곡 연주 회수에 따라 박수가 추가된다.


이날 ‘예술의 전당’에서는 공연 시작 전에 한국어와 영어 방송으로 ‘각 악장 연주 종료 후에는 박수를 치지 말고 전 악장 연주가 끝난 후에 박수를 칠 것’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각 악장 종료 후 터져 나온 박수를 중국 청중들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겠지만, 중국인 청중이 많을 것이 당연한 중국관현악단의 내한공연임을 감안하여 중국어안내방송을 동시에 했어야 마땅하다. 더욱이, 이날 공연에서 잘못된(?) 박수보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매 악장 연주가 끝날 때마다 청중의 박수를 제지하기 위해 안내여직원이 무대 앞으로 뛰어나와 청중들을 향해 박수를 중지하라는 수신호를 보내던 모습이다.


필자는 전문 음악인은 아니지만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던 가족 덕분에 국내외의 많은 클래식음악공연들에 참석할 기회가 많았고, 필자도 학창시절 클래식기타 연주에 심취해 연주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매 악장마다 박수를 친 청중이나 박수 제지 수신호로 부산을 떤 안내여직원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연 클래식음악공연에서 박수는 언제 쳐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려는 것이다.


공연자에 못지않게 청중의 즐길 권리도 배려되어야


2010년에 내한공연도 가졌던 남아프리카 태생의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Daniel Hope, 1974~)는 <박수는 언제 치나요?>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클래식음악에 관한 얘기들을 쉽고 진솔하게 풀어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클래식음악 감상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박수는 맘 내키는 대로 쳐도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공연장에서 청중의 박수는 공연자와 청중간의 소통으로 공연(live performance)의 열기와 공연자의 사기를 높여주는 정서적 커뮤니케이션(emotional communication)의 과정이자 수단이다.


또한 청중의 박수는 공연의 감동과 공연자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는 자연스런 반응이며, 이런 감동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장을 찾은 청중의 권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연에서 공연자에 대한 배려 못지않게 청중에 대한 배려 또한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유명 지휘자나 연주가들은 공연 도중 청중이 잘못(?) 친 박수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실제로 이번 연주에서 지휘자는 악장 사이의 박수에 대해 미소와 목례로 답하는 프로의 여유를 보여주었다.


그러면, 클래식음악공연에서 매 악장 연주가 끝난 후 박수를 치면 안 되는 것인가? 이 문제는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공연자와 다른 청중에 대한 배려 차원의 문제이다. 즉, 교향곡(4악장), 협주곡(3악장), 소나타, 실내악곡 등 여러 악장이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곡들의 경우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로 인해 공연자나 청중의 몰입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전곡이 끝난 뒤 박수를 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빠르고 웅장하게 끝나는 1악장의 흥분이나 서정적인 2악장의 감동으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박수까지 비난 받는다면 굳이 공연을 보러 갈 필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일 매 악장마다 쏟아진 청중의 박수 때문에 연주를 망쳤다는 지휘자나 연주가가 있다면 그들은 공연보다 음반녹음에 전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녹음기술이 발명되기 전 공연을 통해서만 음악이 감상되고 유통되던 시절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18세기 중후반의 위대한 음악가들도 당시 왕이나 귀족들에게 전속으로 고용되어 그들의 다양한 사교행사들을 위해 작곡과 연주활동을 했다. 천재작곡가들의 고귀한 작품들도 고용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당대의 재능 있는 예술가들의 생계수단의 산물인 것이다. 그런 연유로 옛날의 클래식음악 연주회는 오늘날과 같은 엄격한 예절이 요구된 것은 아니었고, 오늘날과 같은 관습이 굳혀진 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장 음악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0세기 초반 이후부터이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시대와 지금의 공연이 다른 점은 그 시대의 청중들은 자신들의 파티나 음악회를 위해 전속음악가를 고용할 수 있는 권력과 재력은 물론 음악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교양을 갖춘 신분의 사람들이었음에 반해 현대 음악회의 청중은 세상의 모든 대중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러면 클래식음악공연에서 박수는 언제 쳐야 하는가? 우선, 연주회프로그램을 통해 곡과 악장의 구성을 살펴보고 전체 악장이 끝난 후 박수를 치면 된다. 박수 타이밍을 모르는 경우에는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리고 돌아설 때나 독주자가 인사를 할 때 박수를 치거나, 마지막 곡 연주 후 모든 연주자가 일어서서 지휘자와 함께 인사할 때까지 박수를 보내면 된다. 오페라의 경우는 좀 달라서 맨 처음 서곡이 끝난 후, 그 오페라의 유명한 아리아가 끝났을 때, 독창이나 듀엣 등이 훌륭했을 때, 한 막이 끝날 때 등에 박수를 치고, 흥분이 고조되면 오페라 진행 도중에 박수를 치기도 한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클래식공연 청중들은 박수를 쳐야 할 때와 쳐서는 안 되는 때를 잘 지키고 있다. 클래식음악을 잘 몰라도 남이 치는 박수에 타이밍을 맞추는 눈치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제 돈” 내고 오는 사람이 극히 적다는 게 문제


우리나라의 클래식음악공연이 안고 있는 문제는 “박수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제 돈”을 내고 공연장에 오는 사람이 극히 적다는 사실이다. 2500여 석의 관람석을 가지고 있는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2009년 상반기 공연실적 통계에 따르면 전체 175회 공연에서 평균 유료관객은 전체 관람석의 34%에 그쳤고 평균 38%의 관람석이 공석이었다. 즉,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의 경우 대체로 유료관객 3분의 1, 초대권 관객 3분의 1, 그리고 빈 자리 3분의 1인 것이다. 인기공연의 경우는 유료관객 비율이 90%를 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체로 이것이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의 외화내빈(外華內貧)의 현주소이다. 유료관객이 100%에 육박하고 공연티켓 구하는 것 자체가 난리인 일부 뮤지컬이나 K-Pop 아이돌 그룹 공연들과는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딱한 현실이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공연의 낮은 유료관객비율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나마 유료관객의 상당수가 공연티켓을 본인이 구입한 것이 아니라 공연티켓이 생겼기 때문에 공연에 간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다시 말해, 공연을 보려고 본인 스스로 표를 산 것이 아니라 표가 생겨서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레퍼토리나 악장구성 등 공연에 관한 기본정보조차 모르고 공연을 관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니 박수를 치는 타이밍을 제대로 알 리가 없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가 판을 치는 요즘 세태


음반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녹음 연주와는 달리 공연은 연주가와 청중에 의해 음악이라는 시간예술(時間藝術)이 창조되고 향유(享有)되는 현장이기 때문에, 작은 기침소리나 엉뚱한 박수소리마저도 실황연주의 한 요소이자 생명력으로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고가의 오디오시설과 완벽한 디지털녹음 CD를 집에 두고도 연주자의 가벼운 실수나 소음들을 감수하면서 비싼 돈을 내고 공연장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친 사람에게 죄인 쳐다보듯 경멸의 눈총을 던지는 사람은 차라리 집에서 음반이나 들으면서 자신의 과민(過敏)이나 교만(驕慢)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 클래식 음악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에다 악장 구분도 못하며 박수 타이밍을 몰라 숨죽이고 앉아있는 사람이 음악에 취해 무심코 감동의 박수를 치는 사람을 탓하는 건 코미디 아닌가?


서울근교의 어떤 골프장은 고급 골프장의 품격을 지키겠다며 재킷을 안 입고 온 손님들에게 골프장에서 구비해 놓은 재킷을 입혀서 입장시키기도 했다. 재킷을 입는 것은 품위이고 재킷을 입지 않은 것은 무례라는 논리이다. 그러면서도 골퍼들의 온갖 무지와 무례에는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알맹이 없는 번드르르한 껍데기들이 마치 품격인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는 요즘 세태가 바로 이런 꼴이 아닐까? 반드시 지켜야 할 것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선진민주사회일 것이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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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jun1104
얼마전 외국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했는데 박수타이밍에 관한 미묘한 느낌을 받았는데 제게
꼭 맞는 에세이입니다. 그날 전 너무 감동해서 박수를 치려고 했는데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거예요.
그래서 슬쩍 무안하여 얼른 손을 내렸는데 잠시후부터 그때 박수를 쳤어야했는데 후회가 드는거예요.
지휘자가 박수를 기대했는데 아무도 박수를 안치는구나 실망한듯한 감이 왔거든요. 내가 박수를 선도
했으면 다른사람들이 따라쳤을텐데 공연히 남의 눈치보다가 그만 타이밍을 놓친것 같아서.........
그래서 끝난후 맘껏 열심히 박수쳐주었드니 감동하시는 지휘자와 단원들.... 박수먹고 자라는
꽃들과 같이 후감동이 참 좋았던 최근 경험이 이번 글과 딱 맞아 떨어진 느낌! 굿입니다.   13-10-28  
유재천
공감합니다.공연기획사들이 대기업에표를 팔고 그 표를임원들이나 거래처에 주면 아이들 등
가족 등에 주니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가 싶기도 합니다.그보다 더한 문제는 선예매때마다오픈하는 정시에 들어가도 이미 좋은 좌석은 다 매진되었다는 점입니다.나는 놈 위에 번개족이 그렇게 많다니 놀라울 뿐 입니다.또 한가지 표값도 실사해 보아야 하지않을런지?   13-10-28  
허영진
이번엔 좀 가벼운 주제를 다루셨군요. 형식과 내용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내용없는 형식은 그야말로 빈 껍데기이고 좋은 내용은 그것을 담는 형식이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빛이 나겠지요. 클래식 음악 감상을 위해 스스로 돈을 지불하고 공연장을 찾을만큼 열정이 있다면 형식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겠지만 지적하신대로 초대권으로 온 사람들은 내용이나 형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골프장의 자켓도 내용보다는 형식만을 따지는 우수꽝스러운 한국의 현주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이런한 현상들이 많이 있음을 느낍니다.   13-10-28  
신세현
저도 잘 모르는 곡은 눈치박수를 하는 편이지만 잘 아는곡일 경우 연주에 방해되지않을 정도로 제일 먼저 그리고 오래동안 박수를 쳐서 제 마음을 표현하지요 박수의 타이밍의 실수가 있다하더라도 서로 너그럽게 용납하고 포용하는 품격있는 사회를 기대해봅니다   13-10-26  
최경호
박수는 어느 한사람이 시작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 치거나 타이밍이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 하면 가만이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닌지요?.
원칙이 있지만 지적 하신대로 법을 지키듯 엄격하게는 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무방 한게 아닌지요? 모처럼 쓰신 에세이에서 박수예절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있음을 확실히 하게 되었습니다.   13-10-26  
백덕열
제가 제일 약한 부분을 꼭 찝어서 말씀하시는 것 같아 뜨끔합니다. 그래도 제일 쉬운 방법은 눈치박수인것 같네요.   1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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