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 우리의 다짐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상식이지만 한 나라가 가진 부(富)의 규모나 국가의 크기란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국가가 이웃보다 더 많이 가지면 문제없지만, 덜 가질 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명저(名著) <강대국의 흥망>에서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지적했던 역사의 상식입니다. 그가 들었던 사례대로 18세기 중반 네덜란드가 그러한데, 절대적인 부의 크기는 강대국으로 행세하던 100년 전에 비해 커졌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등 이웃나라들이 추월하면서 강대국 클럽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네덜란드를 따라 잡은 프랑스의 운명도 마찬가지라는 게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는 뒤늦게 출발했던 독일의 폭풍 성장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슈퍼 파워, 즉 초강대국이라도 과연 누가 추격해오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뀝니다. 제국주의 전성기이던 19세기 빅토리아 치세에 비춰 지금의 영국은 더 많은 부와 무기로 무장했지만, 세계총생산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시 25%에서 지금은 3% 내외로 줄어들었습니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지적했던 역사의 상식
이슈레터 신년 첫 호에서 외국역사 얘기를 꺼낸 것은 어제 오늘 그리고 2014년 새해 한국의 상황을 가늠해보기 위해서입니다. 경제규모로만 보면 OECD 회원국에 2010년 기준으로 수출 세계 7위, 무역규모 세계 9위에 랭크 돼 있지만, 우리의 이웃나라들이 너무 강력합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경제대국 2위 자리를 다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국면인데다가 그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사실 2013년 한 해 동북아 정세는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의 다섯 나라 사이의 얽히고설킨 역학(力學)관계 속에 전개돼왔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한말 상황과 같거나, 더하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정치권과 지식인사회가 이 구조적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만한 것인지는 답답합니다. 얼마 전 미•중•일이 방공(防空) 식별구역 설정을 놓고 벌이는 실력 행사만해도 대한민국 앞에 유례가 드문 복합적 외교 안보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줬습니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정치 중심부에서 국민적 단합과 범국가적 대책을 주장하는 이렇다 할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정말 큰 걱정은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외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를 넘은 것으로 밝혀졌으니, 새해를 맞는 우리 마음이 밝지만은 안습니다. 최근의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에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5%에 그쳤고, '잘못하고 있다'가 무려 91.1%에 달했던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사실 정치권은 지난 한 해를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발언록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등을 놓고 정쟁(政爭)으로 보냈습니다.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 한 곳을 제외하고는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으며, 100만 명이 넘는 청년 실업 문제도 실로 간단치 않습니다만, 이런 모든 문제를 끌어 않고 풀어야 할 구심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국회를 해산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던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재)굿소사이어티가 표방해온 위기에 강한 정치 리더십, 사회통합은 아직도 요원한데, 또 다른 요인도 있습니다.
굿소사이어티의 통합과 소통을 위한 역할 더욱 소중
장성택을 무참히 처형시킨 북한 발(發) 뉴스는 또 한 번의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정은 자신을 후견하고 중국의 지원의 통로 역할을 해 온 장성택을 처단한 북한 김정은 체제의 장래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계를 경악시킨 이 뉴스는 한반도 위기 관리에 약간의 부실 요인만 있더라도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신년호 이슈레터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별 새해 전망을 앞세웠습니다. 조희천 정치평론가와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이 체제 붕괴와 통일을 앞두고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정원의 대공 기능을 제물로 삼는 100여 년 전 무기력한 조선 정치권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공통된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인 최광 외국어대 명예교수의 한국경제 전망도 밝지만은 않습니다. 경제의 수많은 지표 중 가장 중요한 지표는 저축과 투자로, 이 둘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 하려는’ 의지를 반영하지만 이게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너무 낮은 저축률과 투자율은 국가적 재앙 도래의 전주곡이라는 그의 경고음이 무섭습니다. 정치권의 큰 착각이 아무리 정책을 잘 못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계속 성장하리라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는 그의 이어지는 발언은 가슴이 무겁습니다.
종교 영역으로까지 번져온 사회갈등도 우리 사회가 세대별, 영역별로 얼마나 갈라져있고, 항구적 위기를 반복하고 있는 위험사회인가를 새삼 보여줍니다. 굿소사이어티는 내년으로 사실상 창립 10주년을 맞게 된다는 걸 지난 호에서 이미 밝혀드렸습니다만, 우리는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통합과 소통을 위한 광장을 자임해온 굿소사이어티의 존재 이유는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가칭 <시민교과서>도 올 상반기에는 선보입니다.
전임 김인섭 이사장님이 지휘봉을 쥐고 작업해온 <시민교과서>는 진정한 사회통합, 그걸 위한 올바른 국가관과 헌법정신 그리고 민주시민 교육을 위한 범국민적 텍스트로 꾸며졌습니다. 그걸 기회로 더 많은 논의와 사회적 성숙을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내년 활동이 보다 풍부하고, 한국사회의 요구에 더 부응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새해 아침 다시 한 번 해봅니다. 한국사회가 많은 위기상황에서도 외려 단단해지고, 구심점이 되는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이겠습니다. 새해 아침 회원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큰절과 함께 기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