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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4> 교실만 아니라 단행본도 반기업정서 가득
조우석   |  2014-02-24 13:47:50  |  조회 3029 인쇄하기

<칼럼4> 교실만 아니라 단행본도 반기업정서 가득

 

- 작가 조정래의 반 시장경제 소설 <허수아비춤> 비판



조우석 <문화평론가>

 

 

대기업, 재벌, 그룹 회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대기업이 상생경영, 공정사회를 해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규제는 종종 국가적 의제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이명박 정부 시절 초과이익공유제 논의였다. 우리의 헌법적 가치인 시장경제에 위배되는 사회주의적 발상인데, 그걸 버젓이 논의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 대선 집권 여당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웠고, 그걸로 한국경제는 지난 한 해를 별 의미 없이 보냈다. 
 

그런 소모적 논의가 한국경제의 활력을 얼마나 깎아먹었는지 아는 이는 안다. ‘왜 기업가정신인가’를 연중 캠페인으로 내세운 한국경제신문의 지적대로 반시장주의 심리는 불임(不姙)경제의 독버섯에 다름 아니다. 어쨌거나 현실적으로 대기업과 재벌그룹 회장들에 대한 비난은 이제 그들을 조롱하거나 가엽게 여기는 쪽으로 발전했다. 좌파 언론 프레시안의 경우 얼마 전 작가 김상수와 경제개혁연대 소장이라는 김상조를 내세워 이른바 삼성 이데올로기를 공박하는 대담을 내보냈다.


사회 구성원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 기업가들


“아무리 돈이 많고, 최고급 음식과 의복, 최고급 정보라고 알고 있는 온갖 정보들, 얼마든지 동원 가능한 지식과 사람들, 즉각 호출되는 가신들, 초호화판의 사치. 그러나 본질에서는 너무나 가난한 문화, 가난한 교양, 가난한 인간관계, 그리고 가장 근본에 있어서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예의가 결격인 것을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기업하는 이들이 갖고 있는 지적•도덕적 정당성을 도저히 인정 못하겠다는 주장이다. 터무니없는 소리이지만, 그게 상식으로 통한다. 한국사회에서 대기업과 그 오너들은 ‘동의 없는 지배’,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군림’을 아슬아슬하게 하는 중이다. 분명 그들이 지배하고 군림하지만, 누구도 존경은커녕 동의도, 인정도 하지 않는다. 기업가들이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자본을 가지고 있고, 고용창출과 매출 증진에 기여하지만, 그건 외양에 불과하다. 그들은 제조업 강국 한국을 이끌고 있는 엄청난 크기의 배이지만, 그걸 띄워주는 사회적 부력(浮力)이 없다. 한 경제신문의 연중캠페인은 그래서 반갑지만, 실은 반기업, 반시장경제 정서를 키우는 좌파권력, 그 중 출판물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는 시장경제를 살리는 캠페인이 크게 성공하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 생생한 사례가 작가 스스로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썼다고 자기 입으로 밝힌 조정래의 장편소설 <허수아비춤>(해냄, 2010년)인데, 여기에 담긴 반기업 반시정경제의 논리의 정서는 여러모로 연구대상이다. 재벌을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평균적인 인식을 반영하거나, 의도적으로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자본과 분배의 문제를 파헤친 핵 폭탄급 서사”라며 신문광고도 했지만 저자도 어쨌거나 문단과 사회의 거물급이다.


1000만 부 이상 팔렸다는 대하소설 3부작인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을 통해 건국 이후 현대사를 다뤘고 젊은 팬 층을 가지고 있는 그의 자본주의 공격은 일단 반면교사 삼아 경청해볼 만하다. <허수아비춤> 스토리의 중심축은 재계 2위로 설정된 일광그룹인데 작품 도입부를 보면 회장 친위대 3인방이 재계 1위 태봉그룹의 구조조정본부를 본 따 친위조직을 만든다. 재산의 불법 상속과, 그룹 후계자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의 일환이라는 게 작가의 시선인데, 그걸 비판하기 위한 장치이다.


삼성그룹을 융단폭격하기 위해 쓰여진 소설


이들은 천문학적인 1조 원 비자금을 무기로 정• 관계 로비를 시작하고, 이때 작가가 의도했던 자본주의 천태만상 고발이 이뤄진다. 이후 시민단체 폭로와 법정 공방라는 일진일퇴에도 불구하고 일광그룹의 음모는 ‘더러운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그려진다.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만족한 회장, 그는 친위대 3인방에게 거액의 스톡옵션을 건넨다. 이 소설을 읽은 이라면 누구도 작가가 겨냥한 목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업가는 모두 도독놈이고, 도덕적 위엄은커녕, 도태되어야 할 존재라는 식의 부정적 시선으로 포로가 된다.


이 작품이 삼성그룹을 겨냥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그 점을 작가 스스로 밝혔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경영권을 2세에게 물려주기 위한 각종 방법도 삼성을 떠올리게 한다. 재계 1,2위 그룹을 모두 부도덕 집단으로 설정한 작품 컨셉트 자체가 조정래가 목표로 한 경제민주화를 겨냥한 장치이다. 작가 의도대로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야유와 조롱이 작품 전면에 넘쳐난다.


이를테면 3인방의 한 사람은“목덜미에 영양과잉의 동물성 기름기가 번들거리는”걸로 묘사되는데, 그것도 우리사회에 널리 깔린 반기업정서, 부에 대한 적대감의 평균적 정서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하지만 내내 표피적 묘사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가진 일광그룹 3인방의 한 명인 박재우에 대한 묘사가 그렇게 야비하고 상투적이다.
“박재우는 습관처럼 새끼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돈을 말할 때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처럼 여자를 말하면서 새끼손가락을 세우는 그 손짓은 천상 건달 같았지 고상해야 할 경제학 박사님의 모습일 수는 없었다. 살만 피둥피둥 찐 그의 얼굴이며 목덜미에 영양 과잉의 동물성 기름기가 번들거리고 있어서 지적인 분위기와는 더 거리가 멀기도 했다. 또 쑥이 삼밭에 가면 삼이 되고, 삼이 쑥밭에 가면 쑥 되더라고 만날 하는 일이 그렇고 그렇다 보니 인상이 이상스럽게 변할 수도 있었다.”


안이한 묘사 때문에 리얼리티를 상실하지만, 살이 피둥거리는 비즈니스맨이란 전당포 주인을 묘사할 때 구사되던 19세기 소설의 서술이 심하게 거슬린다. 작가가 21세기 한국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균형을 잃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재벌과 대기업을 보는 대중들의 평균적 인식을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 판박이 묘사는 “유전인 듯 돈 욕심이 끝이 없었고, 안하무인이었으며, 적당히 설렁설렁 한 공부 탓인지 지식에 열등감이 적잖은”회장에게도 적용된다.


논리나 합리성 대신에 콤플렉스 덩어리에 불과한 그는 자기 지시로 만들어진 아홉 마리 용을 새긴 황금 칠 의자에 올라탄, 몰취미한 위인으로 그려진다. 당연히 일광그룹의 멤버들에게 최소한의 경제윤리나 기업가 정신이란 터럭만큼도 없다. 그런 선과 악의 이분법 때문에 작품의 흡인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너무도 유치하지만, 젊은 독자층은 이 작품에 열광했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가 큰 논쟁이었던 것도 조정래의 <허수아비춤>의 영향이 없지 않았으리라.


반기업정서는 조정래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심리


작가의 머리말은 그만의 신념을 거듭 보여준다.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조정래가 톨스토이, 타고르에서 루쉰의 이름까지를 두루 인용하면서 반복하는 명제이지만, 정보와 지식의 과도한 편향, 급기야 멍든 집단 사회심리 구조가 역시 문제는 문제이다. 쉽게 말해 반기업심리, 반 시장경제의 정서가 그만큼 크고 넓다. 안타까운 것은 그게 조정래만의 한계가 아니고, 우리사회의 평균정서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 점은 이 책에 딸려있는 평론 한 꼭지에서도 드러나다. 평론은“기업은 야만의 존재이고, 기업가는 영혼이 없는 동물”이라며 작가의 입장을 옹호한다. 문제의 평론은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라는 문학평론가 방민호가 썼는데, 그는 <허수아비춤>이 “야만의 존재를 명징하게 고발했다”고 치켜세운다. 그의 판단은 작가 못지않게 단정적이다. 그에게 기업은 엄연히 야만의 존재이고, 기업가는 영혼이 없는 동물이다. “이 돈의 크기를 종교처럼 숭상하는 그들에게 영혼의 깊이 따위가 있을 수 없다”는 식이다.


오래 전부터 일등 기업에 대한 견제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선 느낌이다. 도덕성에 대한 의문을 넘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이 사회 전체를 영구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보는 이가 적지 않으며, 비판적 지식인이라면 거의 예외 없을 정도이다. 우리가 재벌에게 제공하는 세금혜택, 독점적 특혜, 보조금, 그리고 환율제도, 특히 환율제도는 국민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인식도 짙게 깔려있다. 이런 논란은 변호사 김용철이 쓴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2010년)를 통해 2010년 증폭됐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2007년 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 비자금 폭로의 주인공인 변호사 김용철의 책은 삼성 법무팀에서 7년여 일하며 보고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삼성 경영마인드의 취약성, 경영 비리와 정치 로비에 대한 총체적 비판기록이다. 직원과 외부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불법적인 감시, 도청의 관행은 물론 삼성의 돈을 받은 사람만 좋아하는 대통령, 정권을 물어뜯지 않는 특검을 원하는 청와대 비판까지 가히 기업 범죄의 종합선물세트이자, 한국의 경제정치에 대한 총체적 비판으로 비춰질 정도이다.


이 책에 대한 엄호세력을 자임하고 나선 게 비자금 폭로 때 김용철과 함께 움직였던 정의구현사제단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 희한한 건 그 다음이다. 삼성 비판자들이 가혹할 정도로 달려들어 상처를 입히려 드는 반면 삼성은 연신 몸을 피하는 쪽이다. 공식 반응도 책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3~4년이 흘러 오늘에까지 왔다. 삼성 측이 볼 때는 허구 내지 왜곡이라서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의외로 도덕적 정당성에 자신 없으며, 초보적 방어마저 서툴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상식이지만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고 삶의 질을 끌어올릴 방법은 역시 혁신과 ‘창의’에 기반한 경제가 꿈틀거리는 것이다. 삶의 질을 담당하는 건 상당수가 경제발전에 달려있다. 비뚤어진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고, 땅에 떨어진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끌어올려 우리사회 활력을 끌어올릴 때가 지금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반기업정서와 반시장주의를 앞세워 작품을 팔고 있는 작가와 출판사들에 대한 균형 잡힌 비판은 필수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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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수
그렇게 된 동기는 식자들이 자기 임무을 못해서 오는 것 이 아닐까요
지식인의 침묵은 죄악 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어요
저도 이순이 넘어 보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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