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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합과 원칙 사이의 제주4·3
우창록   |  2014-03-21 18:39:33  |  조회 2460 인쇄하기

사회통합과 원칙 사이의 제주4ㆍ3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보도를 통해 알고 계신 대로 제주 4ㆍ3 희생자 추념일이 올해부터 국가적 행사로 격상됩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제주 4ㆍ3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제주도와 제주 4ㆍ3평화재단이 공동 주관하던 제주 4ㆍ3사건 희생자 위령제는 올해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려지게 되었는데,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부 조치에 대한 반응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4ㆍ3 추념일 지정은 지난 2000년 4ㆍ3특별법 제정과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더불어 제주 4ㆍ3의 해결에 한 획을 긋는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찬성의 뜻을 밝혔습니다. 제주도 현지의 분위기도 대체적으로 그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던 2005년 행사 이후 두 번째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할 것을 제주도민들은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여론에 더해 상당수 시민단체들도 분위기를 그렇게 끌고 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가 행사로 격상되는 제주4ㆍ3 희생자 추념일


4ㆍ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걸 놓고 반세기 넘는 제주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풀 전기라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2000년 4월 이래의 ‘제주 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과 전혀 다른 차원의 격상 조치를 현 정부가 앞서서 취했고, 그게 사회통합과 원칙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빚어진 혼선은 아닌가 하는 문제부터 지적됩니다.


그걸 지적한 게 문화일보인데, 이 신문은 지난 1월 사설에서 국가기념일 지정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흔들고 정체성을 그늘지게 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948년 당시 38선 이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5ㆍ10 총선 일정이 공표되자 남로당이 ‘2ㆍ7대구폭동’에 이어 4월 3일 제주 관내 경찰관서를 습격해 무산시키려 한 ‘준(準) 전시상황’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즉 제주 4ㆍ3은 역사적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저지하려 했던 사안인데, 이걸 국가가 앞장 서 기념할 수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은 의당 치유돼야 하겠지만, 군ㆍ경을 가해자로 일방 매도하는 시각부터 걸립니다. 헌법재판소도 2001년 9월 27일 특별법 위헌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헌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사건 발발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 간부, 주도적ㆍ적극적으로 살인ㆍ방화 등에 가담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본질을 훼손한 자들을 희생자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문제는 정치권입니다. 그들의 여론 영합과 지역 영합의 태도는 적지 않은 지적을 받을 만합니다. 금년 초 안행부 예고안에 대해 여야는 ‘도민 화합의 첫 발’(새누리당 제주도당), ‘도민의 60년 숙원’(민주당 제주도당)이라며 환영 일색의 분위기였습니다. 무조건 통합하는 게 좋다는 것이고, 이는 원칙 없는 논리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혹시 헌법적 가치와 국가 정통성이 폄훼되는 잘못은 없는지가 걱정입니다.


헌법적 가치와 국가 정통성이 폄훼가 걱정된다


사실 일부 한국사 교과서가 4ㆍ3사건 주모 세력과 의도는 외면한 채 진압만 부각시키고 있는 것부터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는 당연하지만, 폭동을 일으킨 주모자까지 위령을 하는 것은 잘못이며, 그걸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일본정치지도자들의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이유가 그곳에 2차대전 전범들의 위령이포함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4월 호 이슈레터는 이 문제를 점검합니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제주 4ㆍ3 사건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고, 지난 30년간 진행되어 온 한국 근현대 역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해석의 결과라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그 첫 계기를 만든 것은 김대중 정부였고, 노무현 정부로 이어져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적절한 균형 잡기를 원한 것은 그 때문이었는데, 아직은 우리의 기대에서 거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바른 역사교육은 국가정체성 확립의 기본요소 중 하나입니다. 진정한 애국심은 바로 잡힌 국가정체성에서 비로소 나온다고 할 때, 이건 국민적 상식이라서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니다.


그 점에서 제주 4ㆍ3의 국가추념일 지정은 사회통합과 원칙 사이의 문제를 드러내 주는 좋은 사례 연구의 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권의 올바른 중심 잡기가 없을 경우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합니다. 찬반의 논란이 있는 사안이므로, 우리는 이를 생산적으로 더 깊이 토론해 나가는 계기로 이어가려고 생각했습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도 좋은 의견, 코멘트 많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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