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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겐 존경할만한 부자가 없나
우창록   |  2014-04-23 11:48:23  |  조회 2397 인쇄하기

왜 우리에겐 존경할만한 부자가 없나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얼마 전 눈에 띄는 설문조사 하나를 눈여겨봤습니다. 국민의 대다수는 우리나라에 존경할만한 부자가 없다고 생각하며, 부자들의 상당수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으로 본다는 내용입니다. 한국갤럽은 지난 3월 전국의 남녀 1119명을 대상으로 '부자에 대한 인식조사'를 했는데,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지만 우려할만한 내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알고 있는 부자들 중 존경할 만한 사람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66%는 '많지 않다'고 응답했습니다. 가장 존경할 만한 부자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다소 의외였습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13%),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0%), 유일한 전 유한양행 회장(6%),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2%),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2%), 정몽준 의원(1%),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1%) 등이 꼽혔습니다. 응답자의 1%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한 부자가 불과 7명입니다.


"부자들은 부정하게 돈 벌었을 것" 63% 응답의 충격


더구나 이들 7명 중 절반 이상이 고인(故人)이라는 건 대한민국이 지난 20세기 산업화로 일어선 나라답지 않게 당혹스러운 결과입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절반이 넘는 응답자(63%)가 우리나라 부자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을 것이라고 추단한 점입니다. 그게 우리사회 집단정서의 현주소라고 한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난 3월호에 '경제교과서도 문제다'의 특집을 통해 굿소사이어티는 기업가 정신의 회복 없이 한국경제 앞날이 없다는 점을 지적을 한 바 있습니다. 중고교 과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반자본주의, 반시장주의, 반기업주의 정서를 몸에 익히고 있으며, 그 결과 젊은 세대 대부분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다는 걸 그때 확인했습니다. 이번 달 굿소사이어티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을 사례연구 삼아 논의를 한 차례 더 이어갑니다.


스웨덴과 한국 사회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렇게 대기업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상식으로 통하듯이 발렌베리 가문은 ‘유럽 최대의 산업왕국’입니다. 세계 가전시장의 거인(巨人) 일렉트로룩스, 통신장비시장의 선두주자 에릭슨, 초일류기업의 대명사 ABB, 단일약품(로섹)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아스트라제네카, 하이테크 전투기의 강자 사브 등은 이 가문 소유입니다. 이를 포함해 항공, 산업기계, 제지, 베어링, 금융, 의료기 등 분야에서 14개의 자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발렌베리가 스웨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기업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많다면 더 많습니다. 소수의 오너, 충성스런 전문경영인 그룹, 다양한 업종에 진출한 자회사들로 구성되는 발렌베리의 외형은 우리나라의 재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산업과 금융을 각각 나누어 맡는 두 명의 후계자를 둬 견제와 균형을 하고, 실권을 가진 전문경영인 그룹과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가 작동됩니다. 그들을 성공 노하우는 그 어디쯤엔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우리 같은 반기업 심리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살펴보니 우리와 다른 게 적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발렌베리 가문에게 소유권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을 의미한다든지, 따라서 그들은 가문의 부를 선물로 여겼으며 잘 키우고 가꾸는 것을 임무라고 생각한다든지, 주말도 없이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든지 등등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우리 경제계는 과연 건강한가?


우리 대기업들도 그렇지 않던가요? 그럼에도 인식차이가 있다면, 왜 무엇이 이렇게 다른 풍토를 만들었는지 필자 두 분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물론 발렌베리도 항상 성공가도만을 달려온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수많은 위기와 실패를 경험했으며, 때로는 경쟁자들의 질투와 사회적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그들은 다른 가문처럼 골치 아픈 기업을 팔아 치우고 세금이 거의 없는 스위스로 옮겨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발렌베리에 대한 사례연구를 하는 이유는 기업의 뿌리인 그 나라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또 다른 사업 기회를 찾아내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경영철학, 기업가 정신, 사회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계에 화두를 던져주기에 충분합니다. 사회적 존경에 목말라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해법 내지 암시를 전해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슈레터 제작을 며칠 앞두고 고교생 등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號)가 침몰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국민들의 염원 속에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우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번 대형 사고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허점•실책•무책임이 겹쳐서 일어난 인재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여론이 부글부글 끓다 좀 지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싶게 '사고 이전(以前)'으로 다시 돌아가는 집단 기억상실증(症)을 되풀이하지 말 것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전에 없는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일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생각 이상으로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이는 큰 사건에 의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언론, 음모론에 취약한 한국사회의 자화상이 노출된 것은 아닐까요?


다음 호에는 좀더 밝은 이슈를 들고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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