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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조건
서지문   |  2005-10-14 12:55:11  |  조회 2119 인쇄하기
중국에서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어느 장소건 관리·감독원이 많다는 것이다. 아파트나 학교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운행원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 놀랍다. 엘리베이터의 운행원들은 방석이 잔뜩 놓인 의자를 들여놓고 좁은 엘리베이터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앉아 얼굴이 익은 입주자나 교수들이 타면 그들이 내리는 층의 버튼을 들고 있는 막대기를 뻗어서 건드린다. 운행원과 승객이 서로 여러 해 얼굴이 익은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인사를 전혀 나누지 않고 무언중에 기계적인 동작만 이루어져서 같이 탄 사람이 공연히 무안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베이징(北京) 시내버스에는 아직 차장이 있다. 북경의 시내버스 요금은 기본이 1위안(약 150원)이고 가는 거리에 따라 초과 요금이 부과된다. 에어컨이 된 콩디아오(空調) 버스는 기본이 2위안이다. 차장은 승객이 타면 돈을 받고 표를 주고 가끔 돌아다니면서 무임승차 승객이 없는지, 초과 요금을 제대로 냈는지를 점검하는데 버스에 따라서는 차장석이 따로 있고 요금을 받고 표를 점검하는 차장 전용 통로가 한쪽으로 나 있기도 하다.

베이징에서 첫 번째 맞은 주말에 베이징 대학을 구경 갔는데 캠퍼스 내에서 경찰관 몇 명이 길을 막고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학교의 수위인지도 모르지만 제복이나 표정이 경찰관 같아 보였다. 베이징 대학 캠퍼스에는 한 자전거를 같이 타고 즐겁게 캠퍼스를 누비는 쌍쌍의 남녀를 비롯, 학생들의 활기 있고 자유분방한 모습들이 보였으나 캠퍼스 내 경찰관의 존재에 대해서는 별 저항감이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베이징에는 슈퍼마켓 같은 곳을 가 보아도 문에서 출입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훑어보고 있는 관리원들이 있다. 그들도 모두 경찰관 같은 제복을 입고 있고 표정도 경찰관 같아 보인다.

왜 중국에는 아직도 엘리베이터 운행원이나 버스 차장이 필요한 것일까? 어쩌면 고층 아파트가 처음 생겼을 때 아라비아 숫자도 모르는 입주자들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엘리베이터가 신기해서 층마다 눌러놓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할 일 없고 심심한 아이들과 어른들 때문에 엘리베이터 운행이 지연되고 고장이 자주 나서 운행원을 두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과적이었기 때문일까?

버스 차장도 운전사가 승객의 운임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운전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리라. 서울보다 교통 상황이 몇 배 험악한 베이징에서 버스 운전사가 승객의 요금까지 관리·감독하면서 운전한다면 매일 대형 교통사고가 수십 건씩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들이나 기타 건물에 출입하는 사람들도 경찰관 또는 경찰관 같아 보이는 관리원의 통제를 더 순순히 받아들이기 때문에 엄숙한 제복의 관리원이 있는 것이리라.

우리도 버스 차장이 있었고, 엘리베이터 운행원이 있었고, 건물 수위들의 복장이 매우 근엄했던 것이 그리 오래 전은 아니다. 그들이 사라진 것은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엘리베이터가 신기한 장난감이 아니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고 공공 교통 수단에 자율적으로 정확히 요금을 내는 것이 시간과 신경 소모가 절약돼 나에게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공공 건물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아서 관리원의 엄격한 통제가 필요 없게 되면 통제가 아닌 안내와 봉사를 받는 이용자가 된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선진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기에는 이르다. 각종 비리·부패가 무임승차만큼 드물게 돼 모두가 노력한 만큼 성취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나라도 계속 발전하고 후손도 안심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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