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재 새누리당은 당 강령의 하위 항목인 '기본정책'에서 미약하게 나마 북한인권을 언급하는 차원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8항에서 "북한 동포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북한의 인권 개선과 동포애적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을 당 강령의 차원으로 격상시켜 모종의 조치를 포함하는 진일보한 내용으로 어떻게 명시할 지는 더 기다려 봐야 합니다.

[저작자] 문상일미국 변호사  [이미지출처] http://blog.naver.com/iminlawyer3?Redirect=Log&logNo=220185611777

국제사회는 김정은을 국제법정에 세울 근거마련에 박차

우리 정치권보다 훨씬 많은 걸음을 앞서 나가고 있는 국제사회는 이번 유엔 총회(3위원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을 통해 "북한에서 수십 년간 최고위층의 정책에 따라 인도(人道)에 반하는 범죄가 자행돼 왔다"고 구체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더 나아가 반인도적 인권유린 책임자(최고권력자 김정은 지칭)를 국제법정에 세우는 근거를 마련하고 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터입니다

70년이 다 되도록 분단의 장막 속에 한반도에서는 남북대화와 협력의 추진이라는 미명 아래 북한 독재권력의 인권 유린이 상당 부분 가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3대째 독재를 세습한 김정은에 이르러 개혁과 개방은커녕 반인륜적 범죄자행 등 인권상황이 더욱 심각해졌고 핵무기 위협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추문(醜聞)으로 등장한 건 오랜 일이지만, 냉전 종식과 더불어 하나의 지구촌 시대를 연 국제사회가 드디어 북한의 인권 상황에 팔을 걷어붙이게 된 이유입니다. 더 이상 눈감을 수 없다는 것 –동시대를 사는 한국인 모두에게도 예외일 수 없게 됐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제사회가 움직이게 된 배경에는 국내외 인권운동가들의 움직임이 컸습니다. 14개국 45개 단체가 뭉쳐 2011년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를 결성했는데, 유럽에서 이니셔티브를 쥔 세계기독교연대의 남다른 활동이 큰 힘이었습니다. 이들은 탈북자들을 런던으로 초청해 영국 의회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오히려 안일했던 우리가 좀 문제였습니다. 북한인권 문제에 그중 관심없는 곳이 한국사회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없는 곳이 오히려 한국?

통일부 등 정부 부처에는 북한 인권 전담 부서가 없고, 국가인권위원회에는 담당 직원 3명이 전부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북한 주민도 엄연히 우리 동족이요 대한민국 국민인데 어제 오늘의 상황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핵개발 문제로, 인권유린 문제로 대북한 압박이 진행 중인 이때, 얼마 전 우리 사회에 남남갈등을 유발했던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관해 이 기회에 소견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일부 민간단체들은 그간 참상을 겪는 북한동포들에게 그들을 볼모로 독재하는 김씨 권력의 실체를 알리고 구출을 도우려는 전단을 담은 풍선을 북녘 땅에 날려 보내왔습니다. 지난 10월 초에는 이에 대해 북한군이 고사포를 발사하는 군사 도발을 감행해왔고, 한국군도 대응사격을 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긴장이 높아졌습니다.그 와중에 정부 당국은 어렵사리 민간단체에게 신중한 판단을 주문하는 등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한 방향으로만 대응할(One size fits all)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전단 살포 찬성이 32%, 반대가 58%로 발표된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은 안전을 우선 생각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 사안에 대한 저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대북전단 살포 – 즉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저해한 북한사회에게 한국민이 의사표현을 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national value)를 지키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군사대결 상황을 고려하면서, 북한 인권참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균형된 전략을 구사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보다 다양한 논의는 이번에 좋은 글을 보내주신 전문가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만, 국제사회가 큰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직접 당사자인 한국사회가 이에 동참하면서 보다 용의주도하게 나서는 일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제 그런 일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한국 사회의 최대갈등 요인인 남북 갈등과 분단 상황 자체를 종결 지을 만한 역사적 국면이 다가 오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