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올해가 광복 70년을 맞는 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은데, 올해가 동시에 대한민국 건국 67주년이 된다는 걸 함께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북 분단의 탓이라거나 남쪽만의 건국이라고 보는 편협한 인식의 결과는 아닐 진대, 우리 시민의식이 낮거나 현대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광복만을 알고 건국을 모를 경우 대한민국은 ‘생일이 없는 나라’가 되는데,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우리는 그저 바쁘게만 살아온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날 지구상에 있는 나라는 각국의 형편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지 건국한 날이나 독립한 날을 국민적 축제로 기념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게 없습니다. 일제로부터 벗어난 걸 광복절로 기념하고 있지만, 꼭 3년 뒤 우리의 손으로 현대국가를 세워 독립한 날, 즉 대한민국의 생일은 정작 잊고 사는 게 현실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주권적 독립을 이룩한 기념일 즉 건국을 기념하자는 운동이 오히려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황당한 주장까지 정치권과 학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2년 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65년 전 오늘은 외세의 도전과 안팎의 혼란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건국한 날이기도 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핵심가치를 헌법에 담아 대한민국이 출범한 것이야말로 오늘의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첫 걸음이었다”고 정확하게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그런 인식이 국가명절이자 국민적 축제로 뿌리를 못 내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뜻 깊은 대한민국의 생일을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기념하지 않고 있는데 이 역시 잘못된 현실입니다. 7년 전의 상황도 그러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건국 60년을 맞는 중요한 해이라서 당시 정부는 국가 경축행사를 거행했지만, 야당은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채 별도의 장소에서 그들만의 기념식을 올렸습니다.

[저작자] 청년위원회 [이미지출처] http://blog.naver.com/thepcyg?Redirect=Log&logNo=220365962852

대한민국의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돼야

야당의 논리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상해 임정 수립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당시 일부 국사학자들이 건국 경축행사가 헌법 위반이라는 소원(訴願)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이념논쟁을 떠나 20세기 한국인의 경험을 큰 시선으로 돌아보지 못한 지식사회 모두의 무책임에 기인한 것이라 봅니다.

제헌헌법의 몇 개 조문을 음미해봐도 그게 쉽게 파악됩니다. 다 아시다시피 제헌헌법 제2조는“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문화했습니다. 국제(國制)는 자유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민주공화국임을 세계에 선언했습니다. 이 달에 글을 써주신 한국사학자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말씀처럼 독립국 대한민국을 선포하는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건국대통령은 광복과 건국의 의미를 함께 밝힌 명쾌한 소감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는 “금년 8.15는 해방 기념 외에 새로 대한민국의 탄생을 겸하여 경축하는 날이니 우리 3천만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날”이라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 탄생했으니 그날이 건국의 날입니다. “3천 만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날”이니 이날은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만이 아니라 통일이 되는 즉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북한의 주민들에게도 “가장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올해 광복 70주년, 건국 67주년은 그걸 새삼 강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새삼 강조할 일은 대한민국의 가치는 곧 (재)굿소사이어티의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우리 재단을 만드신 선배들은 일찌감치 굿소사이어티의 다섯 가지 지향점으로 인류의 보편가치, 자유민주주의의 철학, 법치주의 구현, 시장경제 추구, 문화 다원주의 지향을 천명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활동의 구심점이라는 것을 재확인 하고 싶습니다.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라를 지고 나갈 젊은 세대들이 이러한 지향점에 많이 동참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해 나가야 합니다.

광복절 70주년, 건국절 67주년을 한 달 앞두고 ‘이달의 이슈’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개인과 가족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