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 국정화 - 또 다른 국론분열은 막아야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만큼은 국정 편찬하기로 결정을 내리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국론분열로 치달을 위험성도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다양성, 자율의 존중을 기치로 내걸고 교과서 검인정 제도를 채택 했지만 그 좋은 취지가 점점 양의 탈로 바뀌어졌습니다. 진보세력은 한국사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아직 역사라 하기엔 이른 근-현대사를 굳이 포함시키기까지 하고 1948년 건국과 그 이후의 경제발전 노력을 폄훼하는 시각에서 기술함으로써 역사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제도 변경의 의도가 드러났으며 교과서 검인정제도의 허점이 문제시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권영빈 ‘한국고전번역원’ 이사장이 시론(10월22일자 중앙일보)에서 명쾌히 지적한 대로 논쟁은 두 가지 입니다. 교과서의 국정화냐 검인정이냐의 논쟁과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에 영향을 미칠 역사교육의 내용이 편향, 왜곡이냐의 논쟁입니다. 두 개의 문제가 방법론상으로 상호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논란이 더 치열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국정화 계획이 과연 최선인가에 대한 논란은 건설적으로 귀결될 것으로 기대를 해 봅니다. 살펴보면 OECD 회원국가 중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터키, 그리스, 아이슬란드 등 세 나라뿐이고 우리가 북한-베트남 등 전체주의 국가 수준이냐는 식의 지적이 나옵니다. 한편으로 “오죽했으면 정부가 국정화를 선택했겠느냐”는 인식과 여론이 있는데, 이는 국사교과서에 집필된 내용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얘기고 집필진을 객관적으로 잘 구성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SBS / 학문의 자유도 허용하지 않는 참 이상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건국과 그 후의 경제 발전을 폄훼하는 서술은 시정되어야
보다 근원적 문제는 현행 검인정 제도에서 출판된 국사 교과서들이 이념 편향적으로 사실을 왜곡 기술한 데 있습니다. 역사 왜곡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라 봅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현재의 많은 국사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반하거나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다가, 많은 한국사 교사들이 그 교과서를 바탕으로 차세대 교육을 이념교육화 하는 문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검인정 제도가 시행된 이후 여러 해 동안 특히 국사교과서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 어느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지 않았습니다. 4년 전 국방부가 “현행 국사교과서로 배운 젊은이들이 군대에 들어오면서 군 전투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하소연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한국사만큼은 바르게 교육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 집필 검인정을 국정제도로 바꾸자고 한 것인데 국가 장래를 걱정한 나머지 내린 결단이라 생각합니다.
금년은 1945년 일제로부터 독립 후 7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로서 국가 발전의 발자취를 뒤돌아 보는 감회가 깊습니다. 그간 자유민주 정부를 수립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꾸준히 실천한 끝에 세계 13위 경제부국으로 발전한 대한민국 – 그런 자기 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역사교과서가 교실 안에서 교육되는 걸 이제라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절실합니다. 대통령의 결단이 그런 감회와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보며, 그렇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동감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정화 방침을 밝힌(10월12일) 후 며칠이 지난 현재 이 문제가 본질을 떠나서 새로운 정치사회적 대결이슈로 흐르는 감을 느낍니다. 대학에서 국사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논점과는 관계 없이 집필 자체를 거부하는 집단적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대학교 단위로 집필 거부를 선언한 교수는 연세대, 고려대 등 10개 대학 100여 명에 이릅니다. 서울대 역사관련 학과 교수 34명은 이미 한 달 전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들어 국정화에 반대하는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올바른 교육하자는 것이 국론분열로 가는 위험을 우려함
정치권도 극명하게 대립하는 형국인데, 교육의 문제를 정치이슈화 해서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가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정치권이 학부모를 상대로 선전전을 펼치는 것을 보면 국민여론의 향배가 어디로 어떻게 바뀔 것인 가에 관심을 쏟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차세대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하자는 것이 국론분열로 이어질까 우려됩니다.
사실 역사교육 정상화는 저희 ‘굿소사이어티’의 오랜 관심입니다. 3년 전에 가졌던 임시이사회에서도 전임 김인섭 이사장님께서 단행본 <시민교과서-역사에서 교훈 찾기> 집필에 관해 말씀하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현대사 교육, 그리고 황폐한 시민교육을 바로 잡기 위한 주요 프로젝트로서 <시민 교과서> 발행이 귀중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학계-언론계의 전문가들과의 협력 아래 현재 집필 최종단계에 와 있다고 합니다.
<시민교과서> 출판을 계기로 저희 ‘굿소사이어티’는 세미나를 개최하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아주 예외적으로 성공했는데, 이걸 제대로 설명해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온통 우리의 현대사를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던 암울한 역사로 가르치는데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시장경제 추구를 모토로 설립된 ‘굿소사이어티’는 그 창달을 위한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취지에서 이 세미나 개최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믿습니다. 또한 생산적인 대화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사회분열을 막고 국가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