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을 위한 언론의 제자리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미국 독립선언문 기초와 민주주의 연방정부를 창시한 미국 국부(Founding Fathers)의 한 사람인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명언으로 유명합니다. 국가운영에 있어서 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압축하여 표현해낸 것인데, 많은 사람들은 그의 고전적인 명언을 잘 기억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상황에 뭐가 있었는지를 잘 모르거나 큰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제퍼슨은 나중에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 됐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명언을 후회한 것은 아닐진대 비판적 인식으로서 이런 말을 넌지시 흘렸다고 합니다. “대통령에 관한 이 나라의 신문기사란 걸 좀 보라고! 대부분이 거짓말투성이야. 그런 기사 쓴 기자들을 좀 손을 봐줘야 하지 않을까?” 세계가 부러워하는 강대국, 미국의 지도자가 그것도 2백여년 전에 실토한 말을 오늘날 다시 음미해 보는 의미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있습니다.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정부와 언론은 태생적으로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상호 건전한 긴장과 견제 속에 발전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듯, 정부의 기본적 구성체 3부(입법, 행정, 사법)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민주정치 체제를 건강히 유지하고 국리민복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에 제4부라고 일컬어지는 언론도 자신의 사명과 그에 맞는 역할 수행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갈등과 양극화가 점점 우려되는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느낌을 절실히 받습니다.

한국 특유의 엄청난 다이내미즘 오도되지 말아야
우리 국민들의 엄청난 다이내미즘은 오늘날 한국 경제-민주 발전의 한 요인이라고 많은 외국인들은 평가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도하거나 오도된 다이내미즘이 한국사회에 오히려 혼란을 초래는 것 같다는 비판도 듣습니다. 언론이 우리가 기대하는 여론수렴, 더 나아가 사회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미디어는 세상을 향해 열린 창문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창문이 뒤 틀려져 있다면 이는 여론형성과 사회통합에 오히려 위험한 장애물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달 ‘이슈 레터’에 담을 주제로 오는 12월1일 부로 개국 4년을 맞는 종합편성채널(소위 종편)을 다루어 봅니다. 원래 종편의 출범 당시 목표가 ‘방송의 다양성 제고’와 ‘경쟁활성화’, ‘방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세가지 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목표가 얼마만큼이나 달성되고 있는지, 상업성에 치우치거나 혼란만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등 종편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종편이 출범한 후 지난 4년 동안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습니다. 출범 이후 1년간은 1%에 훨씬 못 미치는 시청률과 그에 따른 광고비 저조 악순환, 일부 채널은 자본금 잠식 등으로 시름을 앓았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종편 4개 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1% 미만에서 2015년 현재 7%대 시청률(종편채널 종합시청률)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현대를 사는 일반인들의 정보 요구를 감안하면 종편 4개 채널이 없었던 예전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습니다. 시청자들이 종편을 포함한 새로운 매체환경에 익숙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남은 과제는 종편 스스로가 제기되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한가지 특기할 에피소드가 최근 있었습니다. 최소한 시사보도에 관해서는 종편이 지상파와 다른 접근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해 준 바가 있는데, 지난 11월 14일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이른바 민중총궐기를 보도한 것이 그러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찾는 현대인에 갖는 종편 언론의 사명
그날 민주노총을 포함한 53개 야권 시민사회단체가 벌인 도심 시위가 폭력이 동원된 난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감 없이 전달한 것은 종편 채널이었습니다. 종편이 기존의 지상파를 비롯한 어떤 매체도 하지 못했던 시위 생중계 방송을 감행함으로써 도심의 폭력시위가 시청자들의 안방에 생생히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종편 TV화면에는 복면을 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 주동자들,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고 전복시키려는 파괴적 행동주의자들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습니다. 심하게 흔들리는 경찰버스 위에는 방패를 들고 몸을 겨우 지탱하면서 날아오는 돌을 막고 있는 경찰들의 애처로운 공권력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번 호에 글을 써주신 이석종 ‘미디어내일’ 대표의 분석에는 색다른 지적이 있습니다. 종편이 출범 4년 후 다소 성장한 배경에는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찾는 시청자들의 성향 덕이 크지만 이뿐만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종편이 지상파의 교묘한 수법을 그대로 베낀 상술 – 다름아닌 선동적 보도에 국민들이 이끌리고 있는지 모른다는 분석입니다. 작년 세월호 침몰 사고나, 올해 메르스 사태나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큰 사건이 일어날 경우 종편이 이를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우리가 답을 구해야 할 중요 과제입니다.
다시 한 해를 마감하는 <굿소사이어티>의 12월호 이슈레터에서 종편을 말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사회통합의 구심점이랄 수 있는 언론의 공익적 성격과 공론장의 역할을 한 번 더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입니다. 연말을 맞아 분주해지는 마음 속에서도 격동의 한 해 – 아직도 사회갈등이 많이 표출된 한 해를 정리해 보는 취지에서 입니다. 이에 동참하는 회원 여러분, 두루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