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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 절망뿐인가?
서지문   |  2005-10-14 12:57:20  |  조회 1969 인쇄하기
뉴스를 들으면 ‘우리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보도를 자주 듣게 된다. 영어 표현의 직역이라서 좀 어색하지만 경제가 아주 나빠졌기 때문에 더 이상 나빠질 수는 없고 앞으로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면서도 경제에는 ‘바닥’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우리 교육에는 도대체 ‘바닥’이 없고 끝없는 나락(奈落)만 있는 모양이다.

모든 것이 이해(利害)관계에 따라서 좌우되는 현대사회에서 교육은 국민의 비인간화를 막을 마지막 보루(堡壘)이다. 교육은 피교육자의 직업능력을 배양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음 주인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고, 물질 이상으로 중요한 정신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인간관계에서 신의와 정리를 존중하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이 바르게 되기 위해서는 교육자의 자질이 확립되어야 한다. 교육의 과정을 통해서 피교육자의 인생관과 세계관, 윤리관이 자연히, 그리고 불가피하게 형성되는 것이므로 교육자가 자기 임무는 학문의 전수일 뿐이라고 항의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교사가 권력기관에 있는 아버지를 둔 학생의 시험답안지를 대리작성해 주고, 공정하게 입시관리를 할 직책을 위임받은 교수가 그 직책을 이용해서 동료 교수에게 부정행위를 강요하다시피 해서 자기 아들을 부정입학시킨 것은 국가 기강을 흔드는 범죄행위이다.

내 주위에 있는 학생들을 보면 비인간적인, 피를 말리는 교육현실에서 부대끼며 컸어도 밝고 겸손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학생들도 많다. 내가 가르친 학과가 배출한 학생들 중에는 교수진보다 훨씬 학문적·인간적으로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번 사건을 우리 교육의 ‘바닥’으로 만들어서 차세대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개혁은 교육의 풍토를 쇄신하는 것이다. 교육 풍토의 쇄신은 제도의 개선으로 되는 것이 아닌데 교육부총리가 경제전문가여서 과연 얼마나 교육 풍토 쇄신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러나 제도도 중요하다. 우리 교육제도는 근본적인 재정립이 필요하지만 당장 급한 것이 수시모집 제도의 폐지 내지는 대폭 감소이다. 학생 선발기준을 다양화하자는 수시모집의 취지는 좋지만 수시모집 제도는 편법이 끼어들 틈새가 많아서 교육풍토를 심히 어지럽힌다. 또한 수시모집 인원의 증가는 수시모집에 합격하지 못한 대부분의 고교생들에게 열패감(劣敗感)을 주고,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거듭되는 수시모집의 서류전형, 논술고사 채점, 면접 등에 차출되어 강의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이다.

입시철이면 입시 지도 ‘전문가’들이 어떤 식으로 전략을 짜라는 둥 무슨 틈새를 공략하라는 둥 하는데, 교육이 무슨 경매입찰 전략 같은 느낌을 주어 몹시 듣기 거북하고 역겹다. 대학은 실력으로 지원하고 실력에 의해 선발이 되게 하여야 교육의 기본이 바로 설 수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엄청난 인간적·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이유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 저하에도 문제가 있지만, 실력이 대학입학의 충분조건이 아니어서 실력을 쌓아도 낭패를 보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조기유학 덕분에 선진국에서 학문을 잘 연마해 온다면 그나마 고생한 보람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낙오하고 잘못되는 청소년이 너무 많다. 이런 인력 유출과 국민적 불행의 양산을 막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우리는 정말 이번의 치욕스러운 사건을 우리 교육의 ‘바닥’으로 만들 각오를 모든 국민이 굳게 해야 하겠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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