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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 바란다
서지문   |  2005-10-14 12:57:54  |  조회 1652 인쇄하기
교육부가 고교생들에게 주 3시간의 국사과목 수강을 필수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무릇 모든 학문은 학생의 인격형성과 생존능력 함양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오늘날과 같이 다중적으로 밀접하게 얽힌 세계 속에서 생존하는 우리로서 우리 역사와 세계사의 큰 흐름을 모르고 세계의 무대에서 성공하려 한다는 것은 운전도 안 배우고 차를 모는 것같이 무모한 일이 아니겠는가.

역사라는 것은 단지 몇 년에 무슨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다. 역사는 인간이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고도의 조직사회를 이루며 살게 되었고, 인류의 문명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다양한 환경이 생성한 인간의 의식이 어떤 제도를 만들어 내었고 조직은 어떻게 다시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가를 알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역사는 모든 인간사가 끊임없는 인과관계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역사를 이해하면 국가적 차원에서는 물론 개인적 차원에서도 긴 안목으로 상황에 대처하고 적대자도 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역사 수강이 필수가 되면 과연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오늘날 현역 교사 다수의 급진적 성향을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전교조 교사들이 만든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라는 역사교과서에는 해방 후의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해서 모든 구악이 해소되었고, 반면에 남한은 부패와 갈등의 온상이 된 것으로 서술하고 있고 한국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사관을 가진 교사들에게 역사를 배운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근본적으로 병들고 썩은 나라로 혐오하게 되고, 자신에 대해서도 자괴감, 혐오감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심각한 학교폭력이 일부 급진적인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심어준 우리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정의감을 고취하며 자라서 부정부패를 일소하라는 의도로 우리 사회의 병폐를 강조하겠지만, 당장 무력한 학생들은 사악한 인간들이 지배하는 썩어빠진 사회에서 남을 배려하면서 성실하게 살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냉소주의에서 폭력을 통해 무력감을 탈출하려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지난번에 TV토론에 출연한 전교조 청소년분과위원장은 ‘일진회가 친목단체인지 폭력서클인지 그것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학교폭력에 대해 안이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전교조 교사들이야말로 폭력서클 학생들과 대화해서 그들에게 폭력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종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해 왔는데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식화’에 주력할 뿐,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 안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은 아닌가?

흑백논리의 역사에서는 산 교훈을 얻을 수 없다. 우리의 초대 대통령에게는 정말 훌륭한 점이 전혀 없었는가? 대한민국은 출생부터 저주받은 나라였나? 이승만 대통령은 일생 일제의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세계에 알리려고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민족지도자인데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치명적인 과오를 범하게 되었다고 설명해주는 것이 진실에 가깝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인간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이해하고, 사람을 무조건 신뢰하지도 무조건 불신하지도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는 더욱 정밀하고 균형적인 분석이, 진실을 위해서 학습자의 바른 세계관 정립을 위해서 필요할 것이다.

모든 중등교육 담당자들이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들에게 우리 역사의 불행한 부분은 범세계적으로 예외 없는 민중수난의 일부이며, 부강국·문명국은 국민의 집결된 의지로 건설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시켜 주기를 당부한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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