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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대학생이 기숙사에서 살지 않을 자유를 요구했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전부 기숙사에서 살아야 하는데, 대학마다 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기숙사를 증축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기숙사가 모자라서 학교 밖의 비싼 원룸을 구해야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부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한 방에서 4명 내지 6명씩 산다고 하니 우리나라 학생들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조건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베이징 대학의 한 학생이 공부도 하고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서 공간이 필요하므로 학교 밖에서 생활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대학 당국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학생은 한 방에서 4명이 함께 생활하니까 룸메이트들이 노름을 하고 잡담을 해서 혼자 생각을 하거나 글을 쓸 수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은 비단 학생들의 권리뿐 아니라 중국의 시민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베이징 시내에는 광활한 12차선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려 있는데, 이는 물론 그 자리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딴 곳으로 강제로 이주시키고 건설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국가나 지방정부가 발전계획을 세우면 그 시설물이나 도로나 광장이 건설될 땅의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강제 이주를 당한다.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물론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개탄하고 중국 정부를 비난하지만, 중국 사회간접자본의 후진성으로 인해 심한 불편을 겪기 때문에 관주도(官主導) 선진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기도 한다. 중국인들도 중국의 경제가 신속히 도약해서 국민의 생활과 의식수준이 향상되고 중국이 세계의 강대국이 되기를 열렬히 바라기 때문에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일부 국민의 희생에 대해 눈을 감는 상황이다. 특히 역사적인 올림픽 개최를 4년 앞두고, 중국이 후진성을 면하고 문화대국 중국의 산뜻한 면모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그들의 선진적 인권에 대한 개념과 국가선진화 방법 사이의 모순을 인정한다.
12억 내지 14억 인구의 중국이 완벽한 민주적 절차를 밟아 경제대국, 문화대국의 면모를 갖추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경제도약이 국가와 대다수 국민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중국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유사한 과정을 거친 국가적 경험을 갖고 있는 나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중국의 선진화 이후의 후유증을 상상해보게 된다. 기숙사에서 살든지 아니면 학교를 자퇴하든지 하라는 명령을 받고 하는 수 없이 기숙사에서 사는 지금의 학생들이 몇 십년 후에 학교의 방침 때문에 젊은 날 자기계발을 할 수 없었다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할까? 도시계획과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서 보상도 거의 못 받고 정든 땅에서 쫓겨나야 했던 사람들이 국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할 것인가? 가해자 편에 가담하지 않고는 ‘무사히’ 넘기기 힘들었던 문화대혁명의 피해자들은? 그 이전 ‘대도약’과 여러차례 정치 파란의 피해자들은? 수억의 국민이 억울함을 보상받으려 한다면 중국 사회는 적어도 한 세기 동안 혼란의 도가니가 될 것이다.
중국을 보면서 우리는 중국보다 덜 불행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적어도 국민적 화합의 가능성에서 우리는 월등히 낫다. 우리는 과거를 모두 불문에 부쳐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의 역사적 불행을 우리 국민의 공업(共業)으로 수용하는 지혜와 관용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같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야 역사의 수렁에 다시 빠지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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