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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은 그의 천재적 예술성과 함께 중국 사회와 인습의 병리를 예리하게 파헤친 용기와 소신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대표적 ‘제5세대’ 감독이다.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중국 정부는 그를 몹시 못마땅해 했고 그의 초기 작품들은 중국에서 상영이 금지되었었다.
그런데 이제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 찬양과 선전을 그의 예술적 사명으로 택한 듯한 느낌을 준다. 중국 정부도 그를 좋아해서 그의 신작이 상영되는 동안은 다른 히트 작품이 상영되지 못하도록 해서 그의 작품 흥행을 돕는다는 말도 들린다.
나는 장이머우 감독이 세속적인 동기에서 중국 정부에 ‘매수’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열혈청년이 모순으로 가득한 자기 사회를 보는 눈과 국제적인 거장이 된 예술인이 자기 나라를 세계에 제시하는 자세가 같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장이머우 감독이 진시황까지 미화한 것은 매우 불길한 예감을 준다.
재작년에 나왔던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은 진시황이 주인공이 아니고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무협인들의 이야기였는데, 순전한 픽션이다. 무림의 최고수가 진시황 암살의 사명을 띠고 엄청난 고육책을 써서 그를 살해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암살을 단념한다. 진시황이 중국의 역사발전을 위해 필요한 존재라고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진시황은 너무나 신사적이고 관대하다. 자객이 살해의도를 밝히자 “그렇다면 죽을 수밖에 더 있겠는가” 하고 깨끗이 체념하고, 자객이 암살의도를 거두고 발길을 돌리자 그를 살려 보내주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하면 황제의 존엄성이 무너진다는 신하들의 말에 내키지 않게 그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진시황은 중국에 어떤 존재인가. 최초로 중국을 무력으로 통일한 진시황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만리장성 축조에 수천만 백성을 동원해서 노예로 부렸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과로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또한 아방궁과 병마용, 그리고 거대한 지하 무덤을 짓는 데 수백만 백성을 동원해서 그의 치세 동안 백성들은 형극의 나날을 살았다. 그의 무덤 위치와 구조의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축조에 동원되었던 20만명의 인부를 집단 생매장했고 자기를 비판하는 세력을 말살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분서갱유’를 자행하기도 했다.
그런 포악무도한 폭군을 미화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진시황은 그의 통치기간에 통일국가로서의 제도를 설립하고 도량형과 화폐와 문자를 통일해서 중국이 실질적인 통일국가가 되는 기초를 마련했다. 그는 또한 덕치가 아닌 엄격한 법치주의로 백성을 두려움으로 복속시켰다. 그러니까 진시황의 미화는 거대중국에 대한 미화, 패도정치에 대한 향수가 아니겠는가. 중국은 목하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의 준비작업으로 ‘반분열국가법(反分裂國家法·국가분열기도 제재법)’을 기안하는 중이다.
중국은 이제까지도 한국전을 ‘1950년 미국이 북한을 침범했을 때, 중국은 미국에 저항하고 조선을 돕기 위해서 파병했다’고 가르치고 있고, 중국 대학교수들도 한국전쟁을 미국이 북한을 침범해서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서 비교적 객관적인 자세를 표방하는 영어채널에서도 중국의 한국전 참전에 대해서 그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일본에만 교과서 수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중국에도 수정을 요구해야 하겠다. 그에 앞서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한국전에 대해 바르게 가르쳐야 하겠고,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대비해서 우리의 민족정체성을 다시 가다듬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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