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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은 중국이 벌써 여러 해 준비한 것이라는데 우리에게는 청천벽력처럼 내리꽂혔다. 나라의 영토는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한 나라의 역사도 침탈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상식 밖의 일이어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중국이 2000년이나 지난 남의 나라 역사를 빼앗으려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때에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활용 가치가 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빠른 속도로 발전해서 세계의 강국이 돼 가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주변나라들에 ‘종주국’ 노릇을 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중국은 이 목표를 위해 역사적 증거 제조에 들어간 듯하다.
역사는 유물과 문헌이 말해 주는 것이므로 우리가 아무리 고구려가 우리나라라고 확고히 믿는다 해도 중국의 영토였다는 물적 증거가 나온다면 승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적 증거는 해석하고 규명하는 데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어서 조작이나 왜곡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무조건 손을 들어서는 안 되고 그것을 면밀하고 엄격하게 검토해서 사실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주장을 무효화할 반증을 우리 쪽에서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우리 역사와 친숙하고, 고대사를 전공하는 학자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우리는 고대사를 전공한 사학자가 적기도 하지만 국민의 관심이 엷어서 밝혀진 사실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중국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그냥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감정적인 대응은 세계 무대에서 설득력이 약하므로 우리 쪽의 확고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냉철하게 논리적인 반박을 해야 한다.
최근 상명여대 박선희 교수의 ‘한국고대복식’을 읽고 매우 기쁘고 크게 고무를 받았다. 박교수는 상고시대부터 한민족 복식의 소재와 디자인을 연구해서 한민족 의생활의 역사뿐 아니라 의생활을 결정지었던 당대의 의복 소재의 개발, 방적과 직조 기구와 기술의 발달, 의상에 담겨 있는 미적 감각과 사회의식 등을 분석해 한민족의 의식까지 유추해 내려는 시도를 했다. 복식의 역사가 매우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고대 국가의 존재 유무, 문명의 수준, 민족 집단의 주거와 이동 경로까지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됐다.
박교수는 의복의 섬유와 직조 기구를 분석해 한반도와 만주의 신석기시대 문화가 중국 황하 유역의 서기 전 6000년경보다 이른 서기 전 8000년경인 것으로 규명했다.
한민족은 신석기시대부터 다양한 굵기의 실을 가지고 수직식 직기로 직물을 생산했고 뼈바늘을 사용해 옷을 만들어 입었다고 한다. 고조선에서 모직물이 생산된 것은 서기 전 6000년에서 5000년경으로 서기 전 4000년경에는 모직물 생산이 널리 진행됐다고 한다. 그리고 누에고치 실로 만든 사직물(絲織物)의 옷감은 평민까지 입을 정도로 대중화됐다고 한다.
실을 뽑는 기구인 가락바퀴도 한반도에서 출토된 것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황하 중류 지역에서 출토된 가락바퀴보다 앞섰으며, 동아시아에서 가장 우수한 직물 생산과 함께 높은 수준의 청동기·철기 등의 금속 가공 기술이 고조선인들의 복식의 기초가 됐다고 한다.
한민족은 일찍이 야생누에를 토종뽕누에로 길들였는데 고조선에서 쳤던 누에의 DNA도 고대 중국 누에의 DNA와 다르고, 실을 뽑는 기계인 가락바퀴의 문양도 독특한 것이어서 중국의 기술이 한국으로 이전된 것이라는 주장은 전적으로 그른 것이라고 한다. 이런 고도의 복식 발달은 청동기 문화가 일찍 시작됐던 데 기인한다고 했다.
우리 역사를 연구하고 아끼지 않으면 역사를 상실한 민족이 되기 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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