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 무엇이 안보의식을 무장해제시키는가
- 북한 핵만큼 무서운 한국사회의 안보불감증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국제정치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뒤이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가 결정되자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켰던 북한군 부대를 방문하여 명령이 내려지면 즉시 공격하라는 명령을 하달하는 등 대남 위협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남의 일이라는 것처럼 태평스럽기만 하다.북핵 문제와 북한의 도발이 강 건너 불이 아니라 우리 발등의 불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보불감증은 매우 걱정스럽다.이런 안보불감증이 생겨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우선 북한의 프로파겐더가 우리 사회에 무비판적으로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개발과 실험을 하면서 북핵은 한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되풀이 주장하고 있다.
북핵은 한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거짓 선전
이런 북한의 주장이 우리 사회에 부지불식간에 퍼짐으로써 북핵 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겨나고 그것이 우리의 안보불감증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은 우리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는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균형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 공격을 위협하면서 재래식 도발을 일삼을 것이다. 그만큼 한반도 안보 상황은 북한의 핵 개발 이후 더욱 엄중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안함폭침과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이 또 다시 재래식 도발을 할 경우 우리 군도 반드시 대규모 보복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군사적 충돌의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가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주민들이 굶어죽어도 자원을 핵 개발과 군사력 유지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선군정치’를 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 개발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미국과 한국의 “대 북한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모든 문제의 원인이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는 북한의 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선전은 정권 수립부터 계속되어 온 것이고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이런 선전은 과거 소련을 비롯한 전체주의 국가들이 동원했던 것과 유사하다.이런 북한의 선전 공세에 호응하여 우리 사회 일부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한미 간 정상적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잘못된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주장에 우리 사회가 쉽게 속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종북세력이 내세우는 민족공조론이라는 허구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은 지난 정권들의 대북정책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았다. 북한의 그릇된 ‘민족공조론’에 동조하여 북한을 무조건 포용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햇볕정책’은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무장해제 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북한은 이미 민족을 ‘김일성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민족공조’는 세습독재체제 밑으로 전민족이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북한 체제에 의한 공산화 통일을 ‘민족공조론’으로 포장하여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는 통일 문제가 바로 체제의 문제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성공한 대한민국’의 이념으로 통합시키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북한이 내세우는 민족공조론이라는 허구적 주장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먹혀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핵무기의 위력과 부수적 피해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또 다른 안보불감증의 원인으로 보인다. 서울 상공에 핵이 터지면 수십만에서 2백만 명에 이르는 인명피해가 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예를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제2차 세계대전 말기 원자탄이 투하된 ‘나가사키 평화공원’에 가보면 공원 안에 커다란 분수대가 만들어져 있다. 나가사키에 원자탄 투하시 핵 열과 폭풍에 의해 죽은 사람도 많지만 물이 오염되어 목이 타서 죽은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그래서 물을 상징하는 분수대를 만들어두고 그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북한 핵이 떨어져 한강이 오염될 경우 마실 물이 없어서 서울을 비롯한 여타 지역의 피해는 상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핵을 ‘강건너 불보듯’하지 말고 우리 발등의 불이라는 인식을 갖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왜 이렇게 조용한가?" 우릴 보고 놀라는 외국인
북핵 문제가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 하에 남북관계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책들이 절실히 요청된다. 유엔 안보리 제재는 국제공조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제공조를 해 나가면서도 우리 나름대로의 적극적 대응방안들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한 외국 전문가는 필자에게 북한이 핵 실험을 한 후 한국 사회가 너무 조용한 것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자신이 1980년대 파키스탄이 핵 실험을 했을 때 인도에 있었는데 인도에서는 핵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당장 세우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분노가 들끓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너무나 조용한 대응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6•25 한국전쟁 직전, 휴전협정과 한미동맹 체결 과정에서 이승만 외교가 보여준 국익을 우선시하는 ‘당당한 외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할 수 있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회담을 통해서 실질적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재개된 6자회담이 과거처럼 북한 핵 개발에 시간만 벌게 해 줄 경우 회담무용론이 당장 제기될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처함에 있어서 국제공조를 중시하면서도 한국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핵 실험을 통해서 남북한 합의들을 모두 파기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우리도 휴전선상 전광판을 다시 세우고 대북방송을 재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 먼저 추진해 나가면서 국세사회의 도움을 청하고 국제공조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핵 위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을 배경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다. 구한말 우리 민족은 주변 열강들의 패권경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나라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국의 국력이 그때보다는 훨씬 커졌지만 주변 국제정세는 그때보다도 더 어렵다. 미-중 패권경쟁과 북핵 문제가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단합된 안보의식과 창의적 국가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