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진보 종북세력이 진짜로 거듭나려면
정상화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북방학회장
언제부턴가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에우리 나름의 의미를 붙여 본래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지만 특히 보수와 진보의 의미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보수는 기존의 사회 가치를 보존하고 안정을 중요시하며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이념이며, 진보는 정치, 경제 및 사회 모순을 법의 테두리에서 개혁을 통해 해결하자는 이념이다.
두 이념 모두 19세기 말 산업화의 진전에 따른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출현한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개념의 용어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지역 또는 노동정책에 연관하거나 대북정책의 기조에 따라 매우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 보수, 그리고 화해협력을 강조하면 진보로 쉽게 분류되는 점이다.
진보의 옷을 갈아입은 채 위장하고 있는 종북세력
대북정책은 단순히 전략적 수단일 뿐이다. 애초 보수나 진보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규정되는 것이지 대외정책과는 별 상관이 없는 개념이다. 문제는 북한 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세력이 진보로 위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의 관찰에 따르면 상당수의 종북세력이 진보로 위장해 우리 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종북세력은 경험과 논리에 근거해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북한 정권 지지를 목표로 하고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집단이다.
지난 2월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나 미국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긴장도를 계속 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은 대외 호전성의 형태를 지니지만 한반도 평화나 남북통일을 위해서라기보다 사실 세습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독재체제에서는 충성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외정책이 강경할 수밖에 없다. 유화정책을 주장하는 인사는 충성도가 약하거나 사상이 불순한 것으로 치부된다. 따라서 군부 강경파가 득세하고 약효도 떨어진 군사적 위협을 되풀이하는 행태가 반복된다.
북한 체제는 유사(類似) 왕조체제다. 3대를 이어 권력을 물려주었기 때문에 엘리트 계층이 고착되고 이들은 주민생활 향상이나 남북관계 개선보다 자신들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시장체제를 전면적으로 허용해 세수를 증대해야 하는데 통제력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경제를 개혁하지 못하다보니 정부의 재정 상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수명이 다한 계획경제체제를 개혁하기는커녕 정부 관리들이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시장에 개입해 치부를 하거나 상인들을 착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멸하는 북한을 따르는 어리석음의 극치
종북세력은 북한이 지금 스스로 몰락을 재촉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터키가 인구 백만의 그리스계키프로스를 무력으로 점령하지 못하는 것은 군사력이 약해서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두렵기 때문이다. 핵과 미사일을 내세우는 북한은 이제 국제사회의 ‘왕따'가 되고 있다. 유일한 우방인 중국도 북한을 지지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국마저 석유와 곡물 지원을 끊으면 북한 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우리의 안보가 매우 엄중한데도 소위 진보세력은 유엔의 북한 제재 거부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국회의 3차 핵실험 규탄 결의를 반대하고 있다. 우리의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을 탓하기 앞서 먼저 도발한 북한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균형 있는 처사일 것이다.
사회적 다양성은 체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나 사회 공공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사회 자체의 파괴를 목표로 한 이념까지 환영할 수는 없다. 종북세력은 우리의 체제를 흔들려 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 북한의 착취와 인권 유린 그리고 테러와 협박을 비판해야 한다. 북한은 통치자금줄인 개성공단마저 운영을 중단시켰다. 최소한의 합리성마저 도외시하는 정권이 오래 갈 수 없다. 종북세력은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북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양심선언을 통해 건강한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 통일 한국에서 진보는 환영을 받을 것이나 종북은 설 곳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