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대기업의 농업진출 찬반논쟁
반대) 농업부문에선 이익 지상주의 안 된다
윤석원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동부그룹은 우리나라 대기업으로서는 드물게 농업부문에서 수직계열화를 추구하고 있는 기업이다. 농산물의 종자 생산(동부팜흥농)에서부터 농작물 생산 및 유통(동부팜, 동부팜화옹), 농약비료농자재 생산 및 유통(동부팜한농), 청과유통(동부팜청과), 식품가공(동부팜가야) 부문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동부팜한농은 지난 3월 26일 경기도 화성시화옹 간척지에서 진행하려던 유리온실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동부그룹은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화성시와 협약 체결후 정부지원금 87억 원을 포함하여 467억 원을 들여 2012년 12월 아시아최대규모의 첨단유리온실을 완공하고 금년 초 토마토 첫 수확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농민들의 반대에 밀린 결과인데, 이같은 유리온실사업 전면 중단 선언은 대기업의 농업생산부문 진출이 일단 좌초됐음을 알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자본을 투입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원론일뿐이다. 자본을 투입하여 뭐든지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상도덕과 기업윤리라는 사회 역사적 책임과 의무가 기업에게 동시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생산이든 가공이든 유통이든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이윤만 창출하면 된다는 기업의 논리는 이미 퇴색한지 오래 되었다.
대기업의 자본투자는 시대정신을 염두에 둬야
지금은 산업혁명이후 지속되어 온 물질위주의 경제성장이 인류문명과 농업문명에게 가져다준 폐해들을 심각히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전환의 시대이다. 물신주의 및 경쟁력과 효율성 지상주의는 인간소외의 현상을 난무하게 한다. 일등 지상주의가 횡횡해서는 공동체의식이 설 자리가 없다. 이는 분명 우리 인류가 지향해야 할 비전이나 목표가 아니다.
농업생산 부문에서도 고투입, 고에너지 농업의 시대에서 친환경 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농업-농촌 부문의 지속가능성과 농민계층과의 상생을 고민한다면 온갖 자본을 끌어 들여 농업을 산업으로서의 돈벌이로만 인식해서는 안 되며, 지역공동체로서의 농촌공간문제, 무엇보다 농민이라는 인간이 겪는 고민이나 이들의 삶에 대한 성찰과 배려가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농업부문에서의 자본의 역할이나 장점을 무조건 배척하고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극단적인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자본의 적절한 사용과 투자는 필요한 것이며, 다만 그 자본의 투입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거나 시대정신에 위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동부팜한농은 수백억 원의 자본을 투입하여 첨단유리온실을 만들고 첨단기술로 농작물을 생산하여 수출하면 새로운 동력으로서의 경쟁력 있는 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논리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농민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한 것은 농업부문에서의 자본의 역할과 농업, 농촌, 농민의 사회 경제적 가치에 대한 기업과 농민간의 충돌로 이해된다. 자본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고 밀어붙이다가 농민, 농업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과소평가한 위정자들과 기업의 판단착오로 판단된다. 처음부터 대기업의 참여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농업부문에는 고유한 경제사회적 가치가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오류는 농민들이 현재 생산하고 있고 수출도 잘 하고 있는 품목, 즉 토마토를 선정했다는 점에 있다. 국내 토마토생산농가들의 연간수출량이 4,228톤으로, 동부팜한농이 생산하겠다는 토마토의 생산량은 5천 톤이다. . 수십년간 열심히 농사지어 국내시장도 확보하고 있고, 수출도 하고 있는 마당에 동부팜화옹이 5,000여톤을 수출하겠다고 하면 수출국이 겹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농민의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정부나 동부 측에서는 유리온실의 첨단시설과 기술력으로 생산비를 줄여 세계시장에 나서겠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이 또한 실제와는 다르다. 세계적인 유리온실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경우, 최근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유리온실사업에서 적자가 속출하고 있다. 시설원예 경영체당 순수익은 채소와 절화 모두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경영체당 소득은 채소는 3만~12만7천유로, 절화는 3만5천~7만9천유로 수준이다.
채소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조수입 9만유로에서 생산비(경영비 포함) 9만8천유로를 빼면 8천유로(약 1,200만원) 적자였다. 말하자면 유리온실에 의한 수익성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의미이고 국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도 유리온실에서 대규모로 생산한다고 하여 무조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더군다나 유리온실 농업이 무슨 성장동력이라도 되는양 과대포장해서는 안된다.
그 외에도 대기업의 농업생산부문진출에 대한 우려로는 무엇보다 자본의 속성상 이윤이 발생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업에서 손을 땐다는 점이다. 이번 동부팜화옹의 경우도 주변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하여 수백억이 투입된 사업을 하루 아침에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진정으로 우리 농업을 소위 선진화시키기 위해 큰뜻을 가지고 참여 했다면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결국 동부도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는 대기업의 속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가족농의 경우는 그렇게 쉽게 영농을 포기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이 가족농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에 의한 기업농만으로는 한 나라의 농업을 책임질 수도 없으며 그런 나라도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같이 호당농지규모가 우리의 100배(150ha)나 되는 나라도 85%이상이 가족농이며, 기업농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거대 곡물메이저들에 의한 경종작물(옥수,밀,콩 등) 위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농민들은 왜 그토록 생각보다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일까. 그것은 동부그룹의 지금까지의 행태에 대한 불만이 녹아있다. 동부그룹은 동부팜한농에 의해 농약과 비료, 종자, 농자재 등을 농민들에게 팔아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었고 동부그룹 전체에서도 효자업종이였음은 주지할 수 있는 사실이다. 농민들의 뇌리에는 비싼 가격으로 농약과 비료 팔아 돈 번 회사로 인식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농민들은 왜 강력하게 대기업의 진출에 저항했나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농민이나 농업부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인식이 농민들에게는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농민들이 수십 년 동안 기술을 끌어올리고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개척해 놓은 토마토 생산과 수출에 나선다고 하는 데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고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보다 근본적으로는 농민들의 위기의식이다. 앞으로 화성화옹지구외에 새만금과영산강 간척지에도 대기업의 유리온실이 들어서게 되어 있고 농민들의 주력 수출품목인 파프리카나 토마토 생산에 뛰어들 경우에 대한 우려이다. 농민들로서는 불안하고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기업이 농업부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농업농촌농민들과의 상생의 정신과 공동체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정말 농업생산부문에 참여하여 농업발전에 기여코자 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이 미미한 수입대체작목이거나 수출품목위주로 작목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도 일부대기업이나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이 농업생산과 유통에 뛰어들고 있으나 철저하게 국내생산량이 적은 수입대체작목에 집중함은 물론이며 지역농민들과 연계하거나 상생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농민들의 우려와 저항이 크지 않다.
또한 대기업은 경영노하우와 자본의 유리성을 살려 생산부문보다는 가공식품, 농기계, 농자재, 외식 산업 등에 적극 참여하여 열악한 우리나라의 농관련산업의 경쟁력제고에 기여하고 새로운 수출동력을 창출하여 시장을 개척하는데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FTA 등으로 피해를 보는 농가를 위해 마련한 FTA피해보전금이나 축내면서 농민들이 일구어 놓은 시장이나 잠식하려는 발상으로는 농민들의 저항을 피할 방법이 없다. 진정 우리의 농업과 농촌 농민을 위한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