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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 한미동맹이 미일동맹 수준까지 가려면
한정석   |  2013-05-23 15:23:44  |  조회 4056 인쇄하기

<칼럼2> 한미동맹이 미일동맹 수준까지 가려면

 

- 양국 정상 합의한 '포괄적 전략동맹'의 과제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동맹의 수준을 현재의 단순한 군사동맹차원에서 ‘포괄적 전략 동맹’ 수준으로 나아가는데 합의했다. 포괄적 전략 동맹이란 무엇일까.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 2월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리포트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케리 장관의 한반도 외교노선은 잘못된 전제 두 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첫 번째는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리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중국이 다년간 고수한 대북 외교정책을 선회해서 북한을 압박하리라는 생각이다.”


지난 2월18일 헤리티지연구소의 브루스클링너(Bruce Klingner)는 <월스트리트지>기고를 통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브루스스클링너는 CIA한국팀 부장 출신이다. 클링너는 미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축’(Pivot to Asia)전략에 있어, 북한보다 동남아, 일본과 같은 국가들에 더 관심을 보이는데다, 동아시아 군비문제에 있어서도 확장정책에 회의를 가짐으로써 ‘북한을 환호하게 만들었다’고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미일동맹은 군사동맹 수준 넘어 국익 일치의 단계


헤리티지연구소의 이러한 문제제기는 한미동맹에 있어 우리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미국의 북핵문제는 미국의 행정부가 바뀌면서 지속적인 후퇴를 거듭해 왔다. 북한은 미국이 설정한 핵문제의 금지선(Red line)을 항상 넘어섰으며, 결국 3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ICBM의 발사 성공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것은 핵무기의 실전배치뿐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한때 독자적 핵무장론도 등장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반응은 냉정했다. 워싱턴은 한미상호방위 조약에 의거한 미국의 핵우산을 강조했지만 한국에 대한 핵우산 조항은 일본에 보장한 것처럼 ‘자동 의무’조항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한미동맹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한미동맹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 방향과 위상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북의 핵개발 진전 사태를 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되새겨 봄직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질문의 답은 이제까지의 한미동맹이 한미간 국익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포괄적 동맹’이 아니었다는 점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 김현욱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한 국가의 동맹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이익입니다. 국가이익이 정해지면 이를 기반으로 대외정책과 안보전략이 결정되며, 이의 한 부분으로써 동맹정책이 결정되는 것이죠. 한•미 양국은 동맹비전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현욱 교수는 이제 한미동맹은 단순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상태에서 한-미간에 국익을 서로 결정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외교적 용어로는 ‘동맹변환’(alliance transformation)이라고 한다. 현재 한-미간에 체결된 ‘전략동맹 2015’에서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포괄적 이행계획이 논의 중이나, 한미동맹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비전 구축에 대해서는 구체적 진전이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무엇일까. 그 대답은 미일동맹의 발전과정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우리가 2010년부터 시작한 미국과의 2+2미팅 (양국 국방•외교장관 회담)을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왔다. 이를 통해 양국간의 국익을 정의하는 미-일 동맹변환 작업이 시작되었으며, 군사•외교를 통합하여 일본의 대미동맹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새판짜기 작업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즉, 미일동맹 안에서 미국과 일본이 공유할 수 있는 전략적 목적에 대한 합의안이 마련되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일미군(USFJ: U.S. Forces Japan)의 배치작업이 논의됐다. 이로서 일본은 미국의 단순한 군사동맹국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 질서를 만드는 역할을 미국과 분담하는 파트너가 됐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에서 내는 일본의 목소리는 미국의 이익을 담고 있는 것이며, 미국의 목소리 역시 일본의 이익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한미동맹 강화하며 대 중국 외교도 밀접해야


우리 정부는 올해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이해, ‘한미동맹디펜스 비전 2030’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처럼 동맹의 목표와 미래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이 결과는 올해 10월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보고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전작권 환수문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예정대로 2015년 환수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이와 함께 원자력 협정개정 문제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에 공감’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는 외교적 수사로 볼 때 미국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쪽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가장 첨예하게 제기될 문제는 바로 MD,즉 미사일방어체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MD참여 문제에 대해 ‘공동노력’에 합의했음을 밝힌 바 있다.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가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동아시아 질서 문제라는 점에 모든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특히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 관계자들에게 心口不一(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이라는 표현으로 그 불만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한미일 MD체제는 근본적으로 중국을 가상적에 편입시킨다. 이렇듯 한미동맹 강화는 한편으로 중국과 같은 또 다른 이해관계의 강대국과 갈등해야 하는 문제를 노정한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과거 냉전시대의 자유주의자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의 이야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사야 벌린은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현실주의 전략을 주장한다. 즉 타협없이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방어적 원칙이 ‘고슴도치’에 비유된다면,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능동성이 여우이다. 이는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개방적 자세를 말한다. 고슴도치는 하나의 뚜렷한 세계관과 원칙이다. 국립외교원 김현욱교수는 이를 ‘이념적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이사야 벌린이 밝힌 현실주의 전략 ‘고슴도치와 여우’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양보할 수 없는 이념적 가치를 분명하게 표명하는 것이 고슴도치 전략이라면, ‘국제정치적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여우의 전략이다. 중국에 대한 이러한 ‘고슴도치와 여우’의 얼굴은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좌파와 우파의 정권 때 마다 달라져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모두 신뢰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정치 현장에서 국가의 이익이 정파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결과다.


최근 일련의 북핵 문제는 한미 동맹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한 단계 진전된 국익 일치를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G2로 떠오른 중국의 崛起(굴기)와 일본의 군사대국화 동향은 우리에게 한미동맹 60주년의 2103년이 적지 않은 시련과 도전의 시기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럴수록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역할과 틀을 구체화하고 강화해야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원자력협정 개정, 방위비분담 협상, 전작권 전환 대비,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 등 중요한 현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북정책에서 한•미 간 공조 방향성은 중요한 숙제다. 이미 오바마 1기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는 한계가 드러난 바 있다.따라서 이번 한미간에 동맹변환을 통한 ‘포괄적 동맹’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간에 근본적인 국익일치의 아젠다와 전략 시행의 단계로 나아갈 모멘텀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북핵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입장이 미국의 입장이며, 미국의 입장이 한국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은 무용지물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미일 MD체제로 중국의 대북한 태도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달, 중국을 방문한 케리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동아시아 MD의 전진배치를 재고할 수 있다’고 발언한 후, 중국 권력층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MD체제에 타이완이 참여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이 포기됨과 함께 미국과는 창과 방패라는 무한 군비 군비경쟁에 돌입함을 의미한다. 중국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시험인 것이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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