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 탈북자 보호, 어찌하는 게 최선일까
- 한국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이제는 끝내야
정베드로 목사 (북한정의연대 대표)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 등은 이달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3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유엔 조사위원회(Commission of Inquiry•COI) 의 활동에 북한 당국의 협조를 촉구했다. 미국의 아일린도나호(Eileen Donahoe) 유엔인권이사회 대사, 유럽연합 의장국인 아일랜드의 제라드 코어(Gerard Corr) 유엔주재 대사 등 10여개국은 북한인권에 대한 유엔 조사위원회를 포함한 유엔의 활동에 북한 당국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은 북한, 시리아, 이란은 종교와 집회,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의 개탄스러운(deplorable) 인권 실태와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최석영 제네바대표부 대사, 캐나다의 앨리슨르클레어크리스티 유엔 제네바대표부 부 대표(Alison Leclaire Christie)도 특히 최근 라오스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북송된탈북 청소년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나 대우(unjust punishment or ill-treatment)를 삼가고 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에 노출된 탈북동포들
탈북자의 건강 상태 등을 살필 수 있도록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호소한 대로 독립적인 인물(independent actor)의 접근을 북한측이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엔측에도 그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시급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전에는 국제사회가 강제송환금지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JusCorgen)에 따라 탈북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유엔에서 강조하고 있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는 유엔사상 처음으로 지난 3월 21일 제네바 제2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관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위해 만장일치(consensus)로 채택 설치됐다. 작년 2월 탈북자북송사태의 문제와 더불어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매우 심각해졌음을 방증하는 조치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OHCHR)의 나비 필레이(Navy Pillay)대표와 마르주키다루스만(MarzukiDarusman)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의 언급과 보고 그리고 일본과 유럽의 주도로 결의되어 신설된 조사위는 이달 6월부터 북한인권 피해당사자, 북한인권 단체, 국제 인권기구, 관련국 등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인권침해 조사활동을 본격적으로 개시한다. 북한의 조직적 인권침해는 단순한 국제인권법 위반이 아니라 '반(反)인도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해당된다.
따라서 북한이 즉각 그와 같은 국제범죄를 끝장내야 하는데도 자국민 보호 의지를 보이지 않게 됨에 따라 유엔이 COI 카드라는 인도적 개입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북한인권보고관의 입국 자체를 불허하고 모든 보고서의 내용을 날조된 모략극이라고 치부하여왔다. 그래서 이번에도 조사위원들의 방북 조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COI 구상은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조사위는 북한 내의 모든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조사할 권한을 갖고 1년 동안 반인도범죄, 기타 발견되는 인권위반사항에 대한 심층조사를 진행하여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조사의 대상은 식량권, 정치범수용소 관련, 표현의 자유, 생명권, 이동의 자유에 관한 위반 사항과 외국인 납치를 포함한 강제실종 등이며 이러한 위반들이 반인도범죄에 해당되는 것인지를 조사하게 된다.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놀라운 변화 움직임
만일 북한이 조사위원들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에도 시리아의 경우처럼 난민들의 조사를 통해 조사를 끝내고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토록 요구한 것처럼, 북한인권조사위도 탈북난민 혹은 국내 탈북민 2만5천명과 동남아, 몽골 등의 북한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할 수 있어 북한의 협조가 없이도 충분히 효과와 효력을 발생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렇게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놀라운 변화와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고 북한 인권문제는 피해 당사자인 북한주민의 편에서 바라봐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감과 국제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크게 기여한 것은 탈북동포,탈북난민,탈북민들 이다. 북한의 선군정치와 완전통제사회를 목숨걸고 탈출한 탈북동포들이 자유대한민국으로 넘어와서 증언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북한의 대남선전과 통일전술을 그대로 믿는 이념화된 세대들에 의해서 우리 사회가 급진좌경화 되어갔을런지도 모른다. 탈북민들이 증언하고 국제사회에서 용감하게 나서지 않았더라면 국제사회는 북한인권문제를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증언이 없는 내용은 합리적이고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하거나 북한체제를 비방하는 정치적 선동이나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여져서 수용불가한어젠다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인권개선과 북한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해서 가장 책임있는 우리나라 정부 당국인 외교부의 역할과 노력은 과거나 현재나 극히 미비하기만 하다. 이번 탈북청소년 9명의 북송사태만을 보아도 얼마나 우리 외교부가 무감각하고 무대책인줄 알 수가 있었다. 15년 가까이 북한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북한인권단체들의 보고에 의하면 정부의 탈북자 보호 정책과 해외 대사관의 탈북민 보호태도와 직무 실태는 국제사회에 얼굴을 들수 없을 정도로 그 직무 행태가 유치하고 파렴치하다. 탈북민들의 인권문제와 강제송환문제가 언론과 국제사회에 드러나는 경우에만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도 북한인권단체와 탈북민들에게탈북민 관련 보호정책과 메뉴얼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탈북청소년 북송 사태로 국제사회가 탈북민들의 인권을 국제법에 의한 난민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의무 당사국인 대한민국과 중국을 비롯한 해당 각국은 탈북자들의 보호와 인권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임을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되었다. 탈북동포들은 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에 해당되고 헌법 제2조 2항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한국 국민의 경우 체류 원인과 기간을 불문하고 모두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해외체류 탈북자들도 해외에 있는 한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귀순 등의 특별한 절차 없이 정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탈북동포의 지위와 인권에 대하여 중국정부에 대해서 당당한 외교를 공식적으로 해 본 일이 없다. 중국 당국은 탈북자들의 인권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국제법에 의해 인도적으로 탈북자들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중국내 각국공관에 진입하여 보호요청을 한 탈북자인 경우에만 원하는 나라로 망명이 허용되고 있다.
8년 이상 방치되고 있는 북한인권법
그 외에는 가차 없이 체포된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이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나라로 갈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노력과 한국정부 그리고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제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의무당사국인 중국당국을 향해서 그러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 가장 이의를 제기해야 할 유엔난민기구(UNHCR)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국제난민에 관한 협약에서는 본국으로 송환되어 심각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난민지위인정 여하에 관계없이 송환되어서는 안된다는 강제송환금지의 원칙(Customary international law)을 중국당국이 준수하도록 촉구해야 하는데 지금 중국내 유엔난민기구는 유명무실하기만 하다.
UN헌장의 의무조항 103조에는 해당국가가 다른 국가와 체결한 국제조약의 의무가 서로 상충할 때에는 본 UN헌장의 의무를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본 협약 가입국은 생명과 자유의 위협을 피하여 허가없이 입국한 난민에 대하여 불법입국 또는불법체류를 이유로 처벌 수 없다고 명시되어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정책은 지극히 우매하고 저질적이며 반인권적인 행위이다.
중국정부는 탈북자는 1951년 제네바 난민협약에 의해서 난민이 아니라는 억지 주장을 가지고 과거 1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탈북자를 혹독한 탄압과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당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정책은 모든 인권관계 국제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강제송환금지 조항에 대한 전적인 위반이며, 용납 될 수 없는 국제사회의 규탄대상이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을 향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향하면서도 북한인권, 특히 탈북민의 인권과 보호에 관하여 우리나라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신뢰감을 주도록 즉각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보편적 가치인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요구에 과거 정부처럼 수동적으로 반응한다면 옳지 못한 태도이다.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과 공의로운 통일한국을 성취하는데 있어서도 북한인권개선과 탈북난민 보호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제일 먼저 구체적으로 착수할 수 있는 일은 자유와 행복을 찾아 탈북한탈북동포들을 지원하고 돕는데 있다. 중국정부가 탈북난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죽음의 수용소가 기다리는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일은 없도록 이번달 말 박근혜 대통령의 한중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언급돼야하고 국제법에 따라 외교적 문서로써 동시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중국과 제3국의 탈북동포들의 강제북송은 계속되고 있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
탈북동포 강제북송 문제해결을 위해 당사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외교부는 국제법에 따라 중국정부에 당당히 촉구해야한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기간중 공약한 바 있는 8년이상 방치되고 있는 북한인권법 이 19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되도록 여야 국회를 설득하고 나서야 한다. 21세기 인권의 사각지대인 북한인권문제는 이제 북한주민들편에서 선 노력이어야 하고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의 북한인권개선노력과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 아울러 한국 국민들이 우리 탈북동포들의 실태를 안다면 나라를 잃고 쫓겨 방황하는 아픔을 극복하고 저 만주땅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들의 기상으로 중국정부의 반인도적 정책을 규탄하고 강력한 북송반대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중국당국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발표와는 달리 탈북난민을 계속적으로 북송하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하여 한국의 NGO와 세계적인 양심세력이 연대하여 중국이 무시할 수 없는 크고 강한 소리로 압박해야 한다.
탈북자가 난민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 송환한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음을 강력히 지적하고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하여 답변하도록 강조해야 할 것이다. 중국정부가 탈북자는 북한에 송환되더라도 차별을 받거나 처벌 받지 않는다는 해명이 무색한 변명에 불과하며 그런 답변이 오히려 중국을 궁색하게 몰고 가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탈북동포가 인도적인 보호를 받고 강제북송이 중지되도록 하는 일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자유 통일한국을 성취할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