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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북한 붕괴 분수령의 한 해가 될 것
김성민   |  2013-12-23 17:04:21  |  조회 3870 인쇄하기

<남북관계> 북한 붕괴 분수령의 한 해가 될 것

 

- 위대한 지도자에서 인간으로 추락한 김정은의 한해 전망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2014년, 북한은 어떻게 될까. 내년엔 김정은의 북한이 드디어 망했으면, 그래서 최악의 체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이른바 북한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양면성과 인연이 없다. 김정은과 같은 세습독재자만 없어지면, 북한이 변한다는 확신 아래 김정은의 행보를 위주로 북한의 미래를 전망하기로 했다. 상식이지만 북한체제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장성택에게서 기대되는 유연한 개방 노선이었는데 탈출구를 스스로 막은 것이 김정은의 장성택 처형이었다. 이제 수구 강경파는 폐쇄적 모험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고, 내년 한 해는 남북관계에 엄청난 회오리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게 이 글의 요지임을 미리 밝혀둔다.


김정은의 1년에 담긴 복잡한 속사정


김정일에 대한 짧은 애도 기간을 거친 뒤 곧바로 군 최고사령관에 오른 김정은은 2012년 2월 ‘김정일 훈장’을 제정하는 등 축제 분위기 조성에 박차를 가했다. 4월엔 당 대표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고 장거리로켓 발사에 이어 대대적인 김일성 100회생일 기념행사를 치르며 이른바 체제안정을 과시했다.


6월에는 우리 언론기관들의 좌표까지 적시한 ‘최후통첩장’을 공개하는 등 대남 위협을 통해 한국은 물론 북한 내 분위기를 고도로 긴장시켰으며 예년에 없던 소년단창립 66주년 행사를 치르는 등으로 어린이들까지를 포함한 ‘사회의 단결’과 ‘체제수호’를 독려했다.


그리고 7월초 김정은은 리설주를 대동하고 디즈니캐릭터의 인형들이 등장하고 ‘록키’의 테마음악이 연주되는 모란봉여성악단의 공연장에 나타나 변화의 제스처를 보이였다. 흰 반소매 재킷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패셔너블한 평양처녀들의 유희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골인한 김정은이다.


같은 해 7월에는 북한군의 실세라 불리던 리영호(총참모장)가 숙청되고 군수뇌부의 교체와 함께 권력층 전체에 대한 인사가 강행되면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를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김정은의 고민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김정은에게 아비의 유산과 같은 ‘공화국 원로’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고 당시의 김정은으로서는 이를 컨트롤할 아무런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김정은은 자신과 함께 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버지 주변사람들’을 잃어버렸다. 지어는 12월의 영결식장에서 자신과 함께 운구차를 호위했던 이른바 권력핵심 7인중 군부 4인방이 모두 실각하거나 한직으로 물러났지만 ‘구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살아야 했다. 결국 남은 사람은 김기남과 최태복 등 80세 이상의 상징적 인물들이었고 김정은 체제에 머문 사람은 하루아침에 대장 칭호를 받고 북한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한 최룡해와장성택 뿐이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하에 새롭게 급부상한 두 인물을 놓고 서로 다른 무계를 부여하고 있지만 과거의 행적 등을 통해 장성택이 없는 최룡해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인물임은 이미 증명된 바다. 이론적으로는 명실 공히 최고사령관으로 등극한 김정은, 이를 지근거리에서 확실하게 보필하는 장성택, 여기에 빨치산 투사의 자녀로 누가 보기에도 문제없어 보이는 최룡해까지 등장함으로 김정은 체제는 ‘완성’으로까지 치닫는 듯 했다.


하지만 뒤에서는 김일성-김정일 후계체제의 ‘학습효과’ 때문에 김정일의 사망과 함께 김정은을 향해 급속히 결집되었던 북한 권력층의 행태였을 뿐 “김정은 체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장성택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장성택의 사람들’이 소리소문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룡해를 제외하고라도 김영일 당 국제부장, 김평해 중앙당 비서,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등이 그들인바 이른바 북한의 젊은 그룹으로 분류되기까지 했다.


위대하고 신비로운 지도자에서 인간으로 추락하다


여기에 원로세대의 자녀들인 오일정(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차남) 당 군사부장, 서동명(서철 전 노동당 비서의 장남) 대외보험총국장, 리용호(리명제 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의 장남) 외무성 제1부상, 리용철 (리화영 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장남)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 등이 장성택의 천거로 김정은 체제에 복속됐다.


군 인사만큼은 장성택의 주도에 맡기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복심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역시 장성택의 추천과 대립되었음으로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던’ 군 수뇌부 인사였음이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여기에 “김정일의 유훈을 받든다”는 명분까지 겹쳐 김정일 때의 인물과 시스템이 혼선을 빚어왔음이 목격되기도 했다.


여기서, 김정은의 1년을 다시 돌아보면 ‘놀이동산 가서 풀을 뽑고’, ‘김정일이 안하던 육성연설을 하고’, ‘각종 행사에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다녔으며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안아’주었던 일들만 남는다.


더하여 ‘로켓 발사 실패를 곧바로 공개’하는 등 새로운 리더십과 품모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일들은 체제유지의 핵심사안인 ‘우상화’와 ‘수령의 신비’를 스스로 허무는 꼴로 작용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김정은은 과거의 지도자들처럼 위대하지도 영웅적이지도 않은 보통의 인간이 되어 버렸고 그만큼 북한주민들이 김정은에게 거는 기대는 ‘하루 세 끼 옥수수밥이라도 먹여달라’는 현실적인 것들이 되어버렸다.


주민들은 김정은을 향한 권력층의 비상한 결집과 달리 새로운 지도자를 모르쇠로 일관했고 역시나 김정은 ‘권력 핵심층은 결집된 반면 인민대중은 정권을 외면하는’ 역 삼각형과 같은 불안정한 구도가 되어버렸다.


김정은의 또 다른 1년, 이게 포인트


위와 같은 일들이 장성택에 의하여 구도하고 연출되었기에 김정은의 ‘운명 계산’은 더욱 복잡해졌고 고민에 빠져버렸다. 자기의 능력과 경험, 인맥과 리더십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권력이양기간 잠간 기대섰던 고모부가 아니라 북한의 모든 권력을 한손에 틀어쥔 무소불능의 권력자이며 북한사회의 막후조종자로 성큼 다가섰던 것이다.


이러한 장성택을 방치할 경우 기존 북한의 독재체제에서 용납되지 않던 2인자의 행보가 가능하게 되며 나아가 자신의 존재여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김정은이 알아 버렸다.


물론 새롭게 등장한 지도자 김정은에게 북한권력핵심부들의 충성심 이동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북한의 독재 시스템 상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낙오자가 되는 것은 곧 ‘죽음’이며 맹목적인 충성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권력의 핵심에 다가 선다는 것을 저들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정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장성택을 거쳐야 하고 장성택을 거치자니 ‘곁가지’가 목에 걸려 북한사회전반이 요동쳐온 형국이다.


그런 와중에도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실 하에 과거 비상설 협의기구의 성격이 강했던 노동당 군사위원회를 은근슬쩍 부활시켜 최고사령관 등극 후 당연히 김정은의 수하로 들어오게 될 국방위원회를 무력화 시켰다.


결국 2012년 2월 김정각총정치국 제1부국장의 경우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 명의로 차수칭호가 수여됐고, 박도철, 김영철, 주규창 등 23명에 대한 장군 승진인사는 최고사령관 명의로 단행되는 등으로 인사권을 비롯한 중요사안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김정일 시대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가 군 인사를 비롯한 북한의 모든 중요안건을 다루고 결정하는 기상천외한 현상까지 벌어졌다.


외적으로는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과거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라는 표현이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듯 했다.


또한 북한사회가 군 중심에서 노동당 중심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따지고 보면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소멸’하고 ‘김정은의 독보적 존재를 부인’하는 제3의 세력, 이른바 장성택 세력의 등장을 공식화하는 단계로까지 북한사회가 변해버렸다.


이러한 사실을 노동당조직지도부나 김정은 서기실 등이 감지하고 김정은에게 보고했을 확률이 높다. 특히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사회전반에 대한 당생활(정치적)지도와 검열을 관장해온 부서로 국가안전보위부와인민보안부, 검찰의 기능을 훨씬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힘과 권력을 가진 부서로서 장성택의 '혐의'를 밝혀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김정은이 ‘결단’하지 않으면 안되는 판국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제3의 세력과 정면충돌할 것인지, 아니면 집권 3년차를 맞는 순간에도 고모부에게 의지할 것인지를 김정일 스스로가 선택해야만 했다.


결국 김정은이 택한 것은 전자였고 고모부를 참살하는 패륜이었다.


김정은의 향배는 어디로 갈까?


북한의 장래를 따지는 마당에 부디 죽은 장성택을 끄집어내는 것은 장성택으로 인해 김정은이 망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장성택을 처형함으로 김정은이야 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패륜아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이 장성택을 희대의 망나니, 혁명의 배신자로 몰아붙이고 있고 선동원들을 총 동원해 장성택 처형을 정당화 시키려 하고 있지만 북한주민들이 바보가 아니다.


저들은 김정은이야 말로 ‘정권창출에 도움을 주었던 고모부마저 총살한 비정한 인간’임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어린놈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을 ‘용감하게’ 퍼 옮기기까지 하고 있다. 과거 김일성-김정일 때 만들어진 ‘위대한 수령’의 이미지가 깨어져 버렸다는 이야기다.


이미지 소리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김정은 우상화는 이설주의 등장과 함께 깨어진지 오래다. 과거 북한은 독재자들의 우상화작업에서 ‘수령의 여자들’에 특히 주목해왔다.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과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은 북한의 초, 중, 고 교과서와 대학 교재들에 ‘혁명의 어머니’로 부각되어 있으며 세기를 넘어 ‘자애롭고 인자한’모습으로 인민들을 ‘굽어 살피고’ 있다.


그런데 이제 죽은지가 오래되어 위, 변조가 가능한 강반석(김일성의 母)과 김정숙(김정일의 생모)에 비해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는 과거가 아닌 현재형인데다 북한의 기본계층과 거리가 먼 재일교포 출신임이 밝혀졌다. 더하여 예술단 배우 출신이라는 이설주가 공개됨으로 북한사람들에게 “김정은도 사람이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설주가 무슨 재주로 독재국가의 왕비가 되어 김정은과 나란히 섰는지는 몰라도 북한의 현재를 살고 있으며 더욱이 연예인이었던 관계로 북한주민 모두의 ‘말밥’이 되어 버렸다.


한편에선 구천을 떠 돌 장성택의 영혼이, 또 다른 한편에선 이설주의 ‘프르노 동영상’설이 끊임없이 김정은을 괴롭힐 것이며 이러한 일들을 통해 김정은체제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김정은은 ‘장성택 일당’을 쳐야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장성택 관련 발표를 통해 북한이 장성택은 개인이 아니라 ‘일당’의 우두머리라고 표현한 만큼 그 ‘일당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자신을 옹립한 고모부를 숙청하는 비정함에 장성택 여파에 따른 ‘집단학살’까지 감행한다면 김정은의 이미지는 크게 흔들린다. 비정함에 살인마라는 꼬리표까지 달게 된다는 것을 김정은이 모를리 없다. 따라서 처형을 비밀에 붙이고, 이른바 ‘광폭정치’를 표방하면서 숙청대상자들을 줄일 수도 있겠으나 북한의 연좌제를 감안한다면 김정은의 ‘적’도 만만치 않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하여 이번 장성택 사건을 두고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도 “선수를 뺏긴 장성택이 머저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장성택 일당이 살기위해서라도 선수를 칠’ 가능성까지 있어 보인다.


핵과 미사일은 북한독재정권의 존재이유이며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이다. 놓을리 없다. 정부당국자의 이야기처럼 내부결집을 위한 외부 도발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행위들이 2014년 내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자유북한방송의 북한 군 통신원은 “평소 3월 말에나 진행되던 전군 기동훈련이 새해에는 1월 중순부터 진행된다”고 전해오기도 했다.


저들이 이미 밝힌바와 같이 한편으로는 군사대국건설이,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건설이 설계되고 있지만 경제통이라는 장성택이 빠짐으로 주변은 온통 강경일색이고 맹목적인 충성경쟁만 난무하게 될 북한사회에 어린 왕자의 ‘홀로서기’가 예고될 뿐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는 김정은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의연한 자세로 ‘적의 도발’에 대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김정은이 로드먼을 불러들이고 중국 등과의 변함없는 외교전을 펼치고 있지만 김정은은 역시 ‘악동’의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은 것은 어린왕자의 폭정과 무모함뿐이다. 집권 2년차가 됐어도 나이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어린폭군의 처세와 감정, 욕망 따위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에 대응한다면 2014년이 북한독재정권 멸망의 시초를 열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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