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 비정상의 정상화, 어떻게 그걸 구현할까?
- 남발된 경제민주화 입법부터 바로 잡아야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그가 내세운 기치는 지금도 매우 바람직하고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이다. 취임사의 핵심은 인간 행동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한다’는 공리와 맞닿아 있다. 문제는 행복은 전적으로 각 개인의 주관적인 사항이므로 제3자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러한 행복 달성을 위해서는 물적 토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문화 역시 물적 토대가 튼튼해야 찬란하게 꽃필 수 있다. 즉 행복과 문화는 특정 상태(state)를 규정하므로 통제하거나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특정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행동을 수반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경제부흥이다. 경제도 물론 정부가 계획하고 설계하여 부흥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고민해야 할 사항은 경제부흥을 이룩할 수 있는 방법론이며, 이는 곧 경제의 운용 철학 문제로 귀착된다.
우왕좌왕하는 경제의 운용 철학이 바로 세워야
박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을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아직도 모호한 개념으로 남아있다. 또한 경제민주화란 구호는 경제주체 간의 사회적 협동을 촉진하여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보다는 평등을 앞세워 재벌 개혁과 부자 증세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한국경제는 운용 철학을 상실하고 우왕좌왕했다. 세계경제가 미국과 일본의 무제한적 통화 공급 확대와 일부 유럽 국가들의 정부 재정 악화로 회복이 더딘 탓도 있지만 한국경제의 활력도 전반적으로 많이 떨어졌다.
지난 1월 6일의 기자회견에서 박대통령은 3개년 경제 개혁으로 2016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의 이른바 ‘347’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347 달성을 위해 지금까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그물망 같은 정책에 다시 의욕을 보인다면 목표에서 더 멀어질 것이다. 경제의 결과는 행동하는 사람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정부가 계획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부흥을 위한 첫걸음은 경제의 운용 철학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계관이요 경제관이요, 비전이다. 경제에 관해 이론과 인류 역사가 증명하는 바는 개인들이 폭넓은 자유를 가질 때 개인의 삶과 나라 경제가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자유시장경제가 한국경제의 운용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는 경제주체들이 노동 분업과 경쟁을 통한 협동으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 달성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경제부흥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시장경제의 초석 사유재산권에 있다는 점 명심하고 명심하라
첫째, 자유시장경제의 초석은 사유재산권에 있다는 사실이다. 사유재산권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는 물론 정의와 평화의 근간이 된다. 모든 언론 매체가 국가 소유라면 언론의 자유가 있을 수 없듯이 사유재산은 자유의 근간이 되며, 내가 축적한 재산을 아무나 약탈해 갈 수 있다면 사회가 평화로울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둘째, 국가는 경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체적 목적을 가진 학교, 병원, 기업 등과는 달리 국가의 목적은 추상적이다. ‘국리민복’이나 ‘국태민안’은 이런 점을 잘 표현한 말이다. 국가가 행복을 정의하거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일러줄 수도 없다. 따라서 국가 운영의 한시적 주체인 정부가 할 일은 다양한 개인들이 각자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제도와 법을 검토하여 보완 또는 폐기해야 한다. 창조를 직업으로 하는 천재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창조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 창조경제와 정부 간섭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셋째, 법치(Rule of Law)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법(Law)은 요즈음 국회가 남발하고 있는 입법(legislation)이 아니다. 법치는 법이 갖추어야 할 일반성, 추상성, 확실성을 강조한다. 일반성이란 법은 국가를 포함하여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예외 없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추상성이란 시․공간은 물론 특수한 인적 상황을 초월하여 특정한 행동 국면만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 간의 모든 이해관계를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법은 사람들의 특수한 이해관계에 중립적이어야 한다. 확실성이란 법에 의해 금지되는 행동은 당사자들이 알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것들에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법적 주체들이 책임질 수 있는 사항이 분명해진다. 인간 이성의 한계로 말미암아 개인들은 그들의 행동이 사회 전체에 대해 가지는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입법들은 법치에 위배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지난 1년간 남발된 경제민주화 입법들은 대부분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법치의 정신을 거슬러 승자와 패자를 미리 가름으로써 경제주체들 간의 사회적 협동을 방해하는 것들이다. 동반성장, 중소기업 적합업종, 납품단가 문제, 대형마트 규제 등이 그런 것들이다. 박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란 바로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법치를 바로 세워 사회적 협동을 촉진하도록 법을 비롯한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사실 경제민주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신자유주의에 있다는 잘못된 인식 아래 반자본주의 심리의 세계적 확산에 편승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주택보급률을 높이려는 클린턴 행정부의 지역재투자법 개정으로 주택대출을 늘린 것과, 닷컴 경제의 활황을 이어가고 싶어 했던 전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이 통화 공급을 늘린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월가는 이에 편승하여 돈을 벌고자 금융위기에 일조했을 뿐이다.
넷째, 그 동안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복지 정책에서 후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나라 경제가 뒷받침할 수 없고 개인들의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복지는 경제부흥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복지는 성별, 연령별, 집단별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이 아예 없거나 떨어지는 ‘가난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고 소득 계층 간 갈등도 줄일 수 있으며, 개인들의 정신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이 자유시장경제를 창달하고 ‘가난한 사람’을 복지의 대상으로 한다면, 그에 필요한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다섯째, 북한이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한, 북한 경제는 결코 살아나지 않을 것이므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여 북한 붕괴 시 그 영토의 복속 방법을 시나리오 별로 준비해둬야 한다. 외교의 근본은 원거리 강대국과 동맹을 강화하여 근거리 강대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을 가장 잘한 치적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영토 분쟁을 비롯한 갈등을 일으키기 쉬운 근거리 강대국은 견제하되, 이들과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책략이다. 대일본 관계를 유화적으로 풀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아직도 고급 두뇌 양성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교육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자기 견해를 세울 수 있는 교육이 되도록 교육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와 같이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4년 동안 사유재산 보호, 법치 실현, 복지 정책의 재정비를 통해 자유시장경제를 뒷받침함으로써 경제부흥을 위한 기틀을 잡고, 통일에 대비한 전략 수립과 미래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다면 대한민국을 분명 국민행복과 문화융성의 시대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