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 20대의 젊은 내가
‘푸른도서관운동’을 응원하는 이유
- 학교시절 읽은 책 한 권이 세상 보는 눈을 바꾼다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김남의 ‘노컷 조선왕조실록’을 재미있게 읽었고, 최승노의 ‘경제발전의 훼방꾼들’을 읽고 있으며, 남정욱의 ‘차라리 죽지 그래’를 다시 읽을 예정이다. 최근 나의 독서목록이 그러한데, ‘노컷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겸손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조선의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경제발전의 훼방꾼들’을 통해 터무니없는 유언비어에 속지 않는 법을 배웠고, 경제는 발전시켜야 발전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또한 ‘차라리 죽지 그래’를 통해 나는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즐거운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만약 내 또래의 다른 친구들이 마치 유행처럼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있으며,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게 된다면? 아마 나는 지금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읽었고, 읽고 있고, 읽을 책이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말해준다. 읽어가는 책의 목록 자체가 삶의 자서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책을 읽는 것만큼 좋은 책과 읽을 만한 책, 그렇지 않은 책을 구별하는 능력 역시 상당히 중요하다. 자신이 읽은 책으로 인해 인생이 풍성하게 될 수도,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눈 먼 자들이 뽑은 우수도서라는 것
‘종북 토크쇼’로 논란이 된 신은미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책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정부 우수 도서’로 선정된 사건이다. 신은미는 “정부가 우수하다고 공인한 책의 내용을 토크쇼에서 말했는데, 이게 북한을 찬양한 죄가 되느냐?”며 적반하장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 우수 도서 제도에 문제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곧바로 우수 도서 선정을 취소하고, 전국 도서관에 배포된 책을 회수했다.
사실 신은미가 말을 꺼내기 전, 일찍이 내가 즐겁게 일하고 공부도 하고 있는 일터인 자유경제원은 ‘정부 우수 도서’에 대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었다. 자유경제원이 주최하는 토론회를 통해 2013년 우수도서로 선정된 도서 중 일부가 반미, 반기업 정서를 지나치게 부추기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평가 절하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우수도서는 인증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전국 각지의 공공도서관에 책이 비치되며 판매율도 상당 수준으로 상승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읽히게 된다는 의미다. 관련 토론회의 실무를 맡았던 나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양질의 도서가 배포 된다면 아무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무시무시한 ‘악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反대한민국, 反시장경제의 성향이 담긴 책이 출판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도서들을 국민의 세금을 들여 정부가 권장할 필요는 백 번 양보해도 없다. 명명백백한 정부의 과실이다.
우수 도서, 진짜 우수 도서가 되려면
청소년이나 청년 시절에 읽은 책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청소년기, 청년기에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증오와 분노만을 키우게 되는 책을 읽는다면 편협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다수인 사회는 발전은 고사하고 우울한 사회가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선정한 우수 도서 중에 불미스러운 책들이 섞여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책이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정부 우수 도서’라는 이름으로 추천된 도서가 출판 시장에서 거래되고, 전국 각지의 도서관에 비치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심코 선정했든, 심혈을 기울여 선정했든, 정부가 선정한 책 한 권이 주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논란을 안고 있는 ‘정부 우수 도서’ 선정에 긍정적인 보탬이 되고자 시민과 청년들이 뭉쳤다. 지난 1월에 발족한 ‘푸른도서관운동본부’ 이야기인데, 이 본부의 발족에 실무자로 참여한 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푸른도서관운동본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좋은 책들이 전국의 모든 도서관에서 학생과 시민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드디어 도서 편향의 심각성을 알고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이 생겨난 것이다.
푸른도서관운동본부는 그간 발표된 ‘정부 우수 도서’를 꼼꼼하게 분석해 양질의 도서와 그렇지 않은 책을 걸러내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반하지 않으며, 희망적이고 교훈이 담긴 책을 선정 기준으로 잡을 것을 약속했다. 또한 앞으로 발표될 정부 우수 도서, 각 지역 공공 도서관에서 발표되는 추천 도서도 꾸준히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운동본부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푸른 꿈이 드리운 ‘푸른도서관운동본부’
시험을 못 봐 가슴이 철렁 일 때, SNS 속 친구들의 화려함에 주눅들 때, 앞길이 막막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할 때마다 서점에 들러 책을 샀다. 그리고 읽었다. 쉬지 않고 읽어도 다 읽지 못할 만큼의 책이 있다는 사실에 기뻤고 안도했다. 지금도 기쁠 때나 슬플 때, 외롭거나 행복할 때, 심지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분노가 극에 달할 때도 책을 읽는다.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어떤 슬픔도 한 시간의 독서로 풀리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약 300년 전, ‘책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명제가 증명된 셈이다. 책은 만병통치약이다. 자세히 말하면 ‘좋은 책’만 만병통치약이다.
경험해 본 일보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 더 많고, 배운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은 나는 20대의 끝자락, ‘청춘’이라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최종적으로 어떤 내가 완성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갈피마다 ‘책’과 함께 할 예정이기에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그리고 내 독서 인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푸른도서관운동본부, 이름만으로도 천군마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다. 마침 나는 자유경제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덕에 이 시민운동단체를 만났고, 좌편향 단행본들의 영향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행운아다.
나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의, 청춘들의, 그리고 어른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리라 확신한다. 온 마음을 다해 푸른도서관운동본부를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