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 ‘공룡 포털’은 사회적 책임 스스로 지라
- 인터넷 생태계 더 이상 망가져선 안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포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금의 사회적 논쟁이 가진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핵심은 포털이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엔 덩치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영향력이 사회 곳곳에 안 미치는 곳이 없다. 사람이건 기업이건 또 의도했건 아니건 권력과 영향력이 생기면 그에 걸 맞는 공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건 시대와 이념, 국가를 초월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합의정신이다. 네이버 PC접속자수가 3천300만 명을,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앱 방문자수도 3천만 명을 훌쩍 넘은 현재 포털이 아직도 ‘우린 모른다’라고 손사래를 치며 뒤꽁무니를 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를 망각한 무책임한 태도다.
편향성 논란은 결국 포털이 자초한 것
포털이 법적 규제를 피해 책임은 지지 않고 수혜만 누리겠다는 식의 태도를 언제까지나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정치권을 포함해 언론계와 기업 등이 들고 일어난 것은 그 동안 책임을 미루어왔던 포털 스스로가 자초한 면이 크다.
기업 측이 들고 일어난 ‘사이비언론’의 문제를 놓고 보자. 한국광고주협회 등 광고계 4개 단체들은 최근 정부에 포털 뉴스유통 구조를 개선해달라는 입법 청원을 냈다. 다시 말해, 인터넷 언론들이 저널리즘은 도외시한 채 클릭 수에 매달리는 기사 생산에 몰두하고 있고, 포털은 그런 언론사의 기사를 배열하는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언론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호소다.
기업이 고상하게 언론의 현실을 생각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런 악화된 언론환경에서 기업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언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포털사 뉴스제휴를 무기로 광고를 따내기 위해 기업을 협박하거나 압박하면서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포털사와 제휴한 언론사가 급증하면서 한정된 먹거리를 두고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큰 언론사나 작은 언론사나 갈수록 기업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언론을 상대하는데 기업이 소모적으로 매달리는 것이 경제에 좋을 리도 없다.
기업의 오랜 호소에 정부가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것으로 사이비언론의 문제를 잡아보겠다고 나섰지만, 이런 방법론의 효과나, 정당성의 문제를 떠나서 포털은 과연 그 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직설적으로 말해 포털은 사이비언론을 조장해온 무책임한 방조자는 아니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광고나 협찬을 노린 허위, 왜곡 기사나 정보가 까페나 블로그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빠르게 확산 되는데 포털사들이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는다는 게 기업들의 호소다. 포털사들이 뉴스제휴를 자의적으로 해오면서 원칙과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밀실주의’는 사이비언론 증가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포털에 진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언론권력과 영향력을 갖게 되는데 포털사들이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무시해온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뒤늦게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외부에 두고 공정하게 심사하겠고 나섰지만 책임을 외부에 떠넘기는 것 외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대형포털이야말로 창조경제를 막는 원흉
포털이야말로 창조경제를 막는 원흉이라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포털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문을 닫는 소상공인, IT기업들과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2013년 소상공인들은 포털이 인터넷 골목상권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며 대책위원회까지 만든 적이 있다.
포털사들은 인터넷에서의 독점적 지배력을 앞세워 부동산, 게임, 유통, 패션 등 온갖 것에 손을 대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소기업체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또 모바일앱 개발업체들은 어렵게 개발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들을 유통시키기 위해 포털사들의 플랫폼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게는 거의 50%에 가까운 비용을 통행세로 지불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게임, 동영상 등 벤처기업들이 아무리 대박을 쳐도 이런 취약한 수익구조 때문에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포털사만 배불린다는 하소연이다. 모든 것을 포털이 빨아들이는 이런 구조 하에서는 성공한 벤처기업, 한국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가 나오기 힘들다.
새누리당이 최근에 집중하고 있는 포털 뉴스편집의 정치적 편향성은 이런 문제들에 비하면 극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창조경제를 죽이는 포털의 독점적 구조를 깨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모든 부정적 현상의 핵심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털의 언론기능을 빼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포털 왕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뉴스 기사를 소스로 한 포털의 편집권 행사의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 포털이 언론 위의 언론, 최종 게이트키핑 권한을 행사한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언론의 가치는 기사 자체가 아니라 그 기사의 배치, 배열이라는 건 언론학자들이 강조하는 얘기다.
포털, 언론인가 아닌가 둘 사이에서 선택할 때
그런 편집 행위로 인해 사이비언론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경제에 악영향을 주며 정치적 논란까지 야기하고 있는데 포털이 “우리는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이 아닌 매체에서 만든 기사를 전달하는 플랫폼 사업자”라고 언제까지 발뺌하고 버텨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포털의 정치 편향성 논란은 포털의 편집권 행사라는 중대한 문제의 극히 작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이게 바로 포털 논쟁의 방향이 정치적 편향성이 아닌 포털의 언론기능, 궁극적으로 포털의 사회적 책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 기사를 읽고 정보를 취득하며 그걸 바탕으로 판단하고 사고하는 것이 굳어지는 극단적으로 말해 신보다 더한 존재가 된 이상, 포털의 책임론은 더 이상 우리사회가 미룰 수 없다.
지난 17일 국감 때 출석한 네이버 윤영찬 이사는 “신문법이나 언론중재법을 보면 인터넷 사업자를 언론의 한 테두리로 해석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전통적인 방식에서 우리는 언론 분류 상 아직 언론으로 가지 않았다”는 궁색한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포털은 더 이상 뒤로 숨지 말고 전면에 나와 포털에 대해 말해야 한다. 모든 것을 먹어 치운 뒤에는 포털도 존재할 수 없다. 더 이상 인터넷 생태계가 망가지기 전에 포털이 앞장서 결자해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