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래서 찬성한다

 

 "민주적 절차 거친 보편적 복지의 실현"

 

서울시의원 김 형 식

 

“친환경 무상급식은 이미 민주적인 절차를 다 거쳤다. ‘학교급식법’에 근거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가 통과되었고, 관련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제 ‘오세훈 시장’이 집행만 하면 되는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며, 더불어 농촌도 살리자는 것이다.

2009년까지 학교급식을 사기업의 경쟁시장에 맡긴 위탁운영 학교들의 식중독 사고가 직영급식 학교보다 5배나 많았다. 2010년도에 친환경 우수농산물로 급식을 할 경우 그 추가비용을 교육청에서 지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우수농산물로 급식한 학교는 서울시내 학교 중 45%에 불과했다.
우리 아이들이 친환경 급식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무상급식이 필수적인데, 왜냐하면 농촌에서 유기농 계약재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정적 활로가 보장되는 정책이 있어야만 친환경 우수농산물은 안정적으로 재배될 수 있다. 그래서 친환경 급식과 무상급식은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재벌가의 아이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은 안 된다는 반론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우선 재벌가의 아이들이 공립초등학교에 다닐 지도 의문이다. 설령 공립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들 역시 무상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 아이들에게도 학습준비물 비용을 무상으로 대주자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급식비만큼은 안 된다는 논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예산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 9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스스로도 인정한 일이 있다. 참고로 2011년도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은 서울시 예산의 0.3%일 뿐이다.

 

오세훈 시장과 무상급식 반대론자들은 가난한 아이들에게만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지원하자고 강변한다. 복지를 돈이 남을 경우에 적선하듯 베푸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자 아이들은 돈을 내야만 한다며, ‘차별 받을 권리’를 중시하는 부자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오세훈 시장은 아이들의 낙인감을 부모가 동사무소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천진난만한 주장을 하고 있다. 참으로 비교육적인 주장이다. 아이들의 낙인감 문제는 적어도 교육현장에서 만큼은 부자집 아이든 가난한 아이든 동등한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교육적인 해결방법인 것이다.

 

전면적으로 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그 누구도 전면적으로 하자고 한 일이 없다. 서울시의회의 결정도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한다. 주민투표 비용만 최소 160억원이라는 사실은 얘기하지 않는다. 주민투표까지의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은 빼더라도 말이다.

 

서울시민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서울시의회의 결정은 새삼 강조하지 않겠지만, 이러려면 작년에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25차례 논의한 것은 도대체 뭐하러 했던 것인가?

친환경 무상급식은 이미 민주적인 절차를 다 거쳤다.
‘학교급식법’에 근거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가 통과되었고, 관련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제 오세훈 시장이 집행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전국 자치단체 중 80%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일을 서울시에서도 할지 말지 판단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다시 물어봐야만 하는 시장이라면, 지금 더욱 필요한 일은 주민투표가 아니라 주민소환이 아닐까 한다.

 

6개월여 서울시의원으로 재직 중에 정확하게 확인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세훈 시장은 교육에 관한 철학이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서울시는 교육지원기능을 일개 과에서 담당해 왔고, 그것도 경영기획실이라는 경제관료의 부하직원으로 교육지원과를 배치해 왔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교육과 경제는 그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성서의 비유처럼 백 마리의 양 중 한 마리의 길 잃은 양이 있을 때 그 양을 먼저 찾아 돌봐야 하는 것이 교육의 근본이라면, 그 한 마리 죽든 말든 나머지 양들 중 상품성 있는 양들을 키우는 게 경제의 기본 시각이다.

그래서 교육 지원기능은 결단코 경제 관료의 처분에 맡겨서는 안 되는 것인데, 오세훈 시장은 교육을 경제의 하부기능으로 치부해왔다. 이를 바로잡아 교육협력국을 만들어 교육기능을 경제로부터 독립시키고 강화시킨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시의회의 업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세훈 시장은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아이들 밥상에서조차 부잣집 아이들은 차별받을 권리가 있음을 실토하고 있다.
이것은 철학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만큼은 차별 받을 권리를 인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반교육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서울시의회는 앞으로도 교육현장에서 차별을 없애나가는 일에 앞장 설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만큼은 보편적 복지를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