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소사이어티

<칼럼3> 사회안녕을 바란다면 법과 질서부터 세우라

- 교실에서부터 준법을 가르치지 않는 지금 상황 안타까워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 형사법박사>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는 기원전 1792년에서 1750년에 바빌론을 통치한 함무라비 왕이 반포한 고대 바빌로니아의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이 전시되어 있다. 함무라비법전 앞에서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정교한 법체계에 놀라워하며 내가 오랜 시간 서 있었다. 그때 독일 초등학교 학생 15명쯤이 선생님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서 현장 즉석 수업이 막 시작되었다.

오래된 법전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다.“여러분은 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라고. 법을 평생 공부해온 나 자신이 들어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과연 법이란 무엇일까?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답을 했다.

10년 전 내가 루브르박물관에서 보았던 광경

“태어나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내가 지켜야 하는 것!” 이라고, 또 다른 아이가 답을 했다. “그렇지만 너무나 지키기 어렵고 지키기 싫은 것!” 이라고. 또 다른 아이가 답을 한다. “그러나 지킬 때 우리 모두가 편안한 것!” 그것이 법이라고. 아이들 나이가 불과 10살이 되었을까?

그 아이들은 저마다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있었어 놀라웠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때 나는 사진촬영이 금지된 경고문을 무시하고 함무라비 법전을 찍었다. 중요한 유물과 기억을 함께 하겠다는 욕심이 앞선 탓이다. 그때 한 아이가 나를 손으로 가리켰다. “선생님 저기 저 사람이 사진을 찍어요. 찍지 말라고 하는 곳에서...”라고.

나는 정말 붉어진 얼굴로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놀란 만큼 은근히 속으로 저들의 풍토가 부러웠다. 그 어린아이가 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법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슴에 가득 품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이미 십 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나는 법을 이야기 할 때 항상 그 아이들이 떠오른다. 바로 그 아이들이 독일이 준법정신으로 나라의 질서를 유지하고 버텨온 힘인 것이다.

현재 우리는 1374개의 법률과 1590개의 대통령령, 국회의 규칙까지 합치면 4530개의 법률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까지 숫자를 더한다면 몇 만개가 훌쩍 넘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법이 무엇인지 과연 알고 있을까?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당신은 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사람들은 법을 모르고 살면 좋은 삶이라고 이야기 한다. 법과 거리가 멀면 선량한 사람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법을 배우지 않는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다.

어느덧 사라진 학교에서의 준법 교육

1981년도에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들은 사회과목「국민생활과 법」에서 ‘법의 의의와 준법 생활’을 배웠다. 1992년에는 사회에서 ‘법 질서 유지’를 소단원으로 배웠고, 1997년도 사회 교과서에서는 ‘시민 사회의 규범 확립’ 단원에서 준법정신을 강조했다. 7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사회 과목 검정교과서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인 법을 자발적으로 지키려는 준법정신이 모든 시민 참여의 전제가 된다.’라고 가르쳤다.

2015년 학교 교실의 교과서에서는 준법정신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단어의 사라짐과 동시에 국민들 의식 속에서도 준법은 사라졌다. 여자친구를 죽인 뒤에 차에 넣고 20여 일간 돌아다니다가 교통사고로 위장하려던 남자가 발각이 되었고, 딸이 엄마를 찌르고 도망가다가 목격자도 함께 찔렀다. 나이 많은 노인이 훈계를 하니 듣기 싫다고 지팡이를 빼앗아 노인을 폭행했다.

매일같이 흉악한 기사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시위대가 경찰차를 손괴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것도, 집회를 주도 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음에도 조계사로 피신을 했다가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사찰은 자신을 유폐시킨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준법을 교육하지 않은 우리 교육제도의 탓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

우리 아이들에게 법이 무언지를 가르쳐야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이다. 법치주의란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어떤 누구라도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준법은 질서유지의 기본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모두가 공감해야 하고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사회의 기본이다. 준법정신을 실천하는 것은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도덕이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준법이 바로 첫 단추인 것이다.

평안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법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를 지키는 것이다. 2016년이다. 아이들에게 법이 무엇인지 왜 지켜야 하는지를 이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그 법을 왜 지켜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사회의 안녕으로 가는 가장 안정된 지름길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자유는 모두의 약속이 지켜질 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권리란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