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에 대한 오해
한국에서 세슘과 요드가 검출되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후쿠시마 인근에서 스트론티움-90이 검출되었다고 질겁을 한다.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들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환경과 인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뉴스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사람들은 방사선에 대해 극도의 공포심을 가지게 되었다.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면 수 백 종의 다양한 핵분열생성물들이 발생한다. 이런 생성물들은 기체 성분, 액체 성분과 고체 성분들이 있다. 후쿠시마 사고 초기에 수소폭발로 기체 생성물의 대기방출을 억제하던 2차 외벽 건물이 무너지면서 방사성 기체들이 대기 중으로 나와 주변 지역을 오염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측정된 방사성물질도 이 때 방출된 것으로 보인다. 20일 정도 지난 후에는 대부분의 기체 생성물들은 다 빠져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원자로 및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냉각을 위해 원자력발전소에 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높은 방사선을 띈 액체가 증가하게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이러한 고준위 액체 방사성물질을 보관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준위가 낮은 저준위 액체를 바다로 방출하였다. 이러한 일본의 미흡한 사고대응을 전 세계가 지탄하고 나서자, 일본은 고준위 액체 방사성 물질 만큼은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방사선은 원자가 외부의 자극으로 상태의 변화가 있는 경우에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과정에서 나온다. 외부에서 자극을 받으면 흥분되고 화가 나지만,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건강을 해친다.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화를 풀어야 하듯이, 원자도 자극을 받아 불안정해지면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며,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방사선이다. 방사선은 무거운 알파선부터 아주 가벼운 베타선(전자)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질량은 없지만 에너지로 방출되는 것들도 있으며, 감마선이나 X-선이 여기에 속한다. 전자파도 방사선의 일종이다. 자연에는 이런 방사선을 내는 물질들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들은 92개의 기본 원자로 구성되는데, 어떤 원자들은 쉽게 자극을 받으며, 이렇게 자극을 받는 원자들은 방사선을 내면서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자연 환경방사능 준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연간 일반 사람들이 받는 평균 환경방사능은 2.5 밀리시버트에 이른다. 즉, 이 정도의 방사선 피폭은 누구나 다 받고 있다는 말이 된다. 자연환경방사능은 지구상의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며, 브라질의 과라파리 지역에서는 연간 10 밀리시버트 정도에 달하지만, 특별하게 그 지역에서 암발생률이 높아지는 등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에서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는 선량한계치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정해진 한계치는 5년간 피폭량이 10 밀리시버트로 규정을 변경하였다. 이 규정은 방사선 피폭을 일시에 받거나 아니면 적은 양이지만 계속 일정한 시간에 노출되는 양의 합이 5년 동안 10 밀리시버트까지는 인체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병원에서 CT를 찍는데, 한번 촬영하면 약 7 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세 번의 촬영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나, CT를 몇 번 찍었다고 환자에게 크게 영향을 주었다는 사례는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르메시스(Hormesis) 현상은 소량은 몸에 도움을 주지만 많이 섭취하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일반적인 현상을 말한다. 한 알의 수면제는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으나, 10알의 수면제는 인명을 앗아갈 수 있으며, 소량의 기침약은 기침을 낫게 하지만, 많은 양의 약을 한꺼번에 먹으면 오히려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다.
방사선도 적은 양은 오히려 살균을 돕는 반면에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암을 유발할 확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기인한 낮은 수준의 방사선량 상승도 전혀 안심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고 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으므로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일본 사고로 인한 방사선량 상승수준은 국제기구가 보수적으로 정한 선량한계의 몇 만 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기구가 정한 선량한계치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낮은 준위의 방사선이 초래할 암 발생 확률 증가는 극히 낮은 수준 일 수 있으며, 이는 담배나 황사 등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확률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일 수 있다.
일반인들의 방사선에 대한 공포는 지나치다고 볼 정도이다.
언론에서 방사성 요드가 포함된 비가 온다고 하여, 일부 초등학교에서 휴교령을 내린다든지, 마스크를 사기 위해 편의점 앞에 긴 행렬이 서있는 것을 보면서, 방사선에 대한 일반인들의 공포가 지나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정부가 빗물 속에 포함된 방사선량이 전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발표하여도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은 점은 방사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빗물 속에 포함된 방사선량이 자연방사능 수치의 몇 만분의 1 정도이기 때문에 거의 영향이 없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평소 익숙하지 않은,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에 대해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운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자연환경에도 꽤 높은 수준의 방사선이 존재하고, CT 및 X-ray 촬영 등 이미 우리 생활에서 꽤 높은 준위의 방사선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지금 단계에서는 후쿠시마 사고의 결과로 전파된 방사성물질의 영향은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방사선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피해를 입는다면 정부의 관계자도 또한 필자도 같은 입장이라는 점에서 솔직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