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사로 살아간다는 것”
마저리 보먼. 에리카 프랭크. 데보라 앨런 지음, 박경아. 이유미 옮김
박경아
여성의사들은 여의사, 엄마, 아내, 며느리, 딸의 역할을 동시에 해나가야 하며 그것도 아주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에 “수퍼맘“, ”수퍼우먼” 신드롬에 시달리며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게 되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방법을 잘 모르며 지나치게 되다가 결국 폭발하여 힘든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또한 여성의사들은 남성의사와 동등한 능력을 지녔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지만 급여, 학문발전, 권력 등 여러 면에서 남성과 동등한 성취를 이루지 못하였다. 의료계라는 것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권력 구조로 인해 장시간 근무가 사실상 표준이 되었으며, 의사라는 직업이 가족 간 유대나 시간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어 온 터이다.
따라서 여의사는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에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병원을 그만 두어야 하나?”
“다른 남자 의사들보다 내가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집안일을 이런 식으로 못 해도 괜찮은 걸까?”
“나보다 못한 남자 의사가 먼저 진급을 하다니... 사표를 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들의 선배들이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해결해 나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성의사들이 겪는 이 어려움들이 그들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병원이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그 직장 문화가 더해져, 우리 사회가 여성들과 남성들에게서 기대하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독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여성 의사들이 힘을 합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고는 “힘 내! 이런 문제는 미국 여의사들에게도 있어. 네가 못나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던 것뿐이야. 우리가 바꿀 수 있어. 여성에 대한 기대가 달라져야 해.” “가정 일은 남편도, 아이들도 함께 하는 거야. 가정은 공동체니까.”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 여성 의사도 아내가 필요하거든” 이러한 마음이 들고, 그럼으로써 불필요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세계 곳곳의 여성의사들이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어 더 긍정적으로 문제를 극복하면서 환자치료에, 연구에, 교육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면 그것은 여성의사들 자신뿐 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사람들은 의과대학을 지망하는 여학생들, 의과대학에 이미 지원하여 의사가 되는 과정에 있는 의과대학생들, 딸을 의과대학에 보낸 부모 혹은 보내고자 하는 부모들,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은 1850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의대에 입학하려는 여성이 거부당한 이후 여성의사로서 정체성을 발전시켜온 미국 여의사들의 문제와 고민,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말해주며, 이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나라 여성의사들의 현실도 함께 바라보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 동안 여성의사가 극히 적었던 우리나라에서 여의사들은 특히 불이익을 많이 당해왔다. 이렇듯 불리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여의사들은 정말 지독히 일했다. 아울러 선배인 자신들 때문에 후배 여학생들이 사람들에게 “여의사? 아니야.”라는 말을 듣는 일이 없도록 하기위해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야말로 전투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남성의사/여성의사라는 양분적인 차원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개별성과 다양성을 보이며 살아가는 미래지향적인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 책은 우리에게 미래상을 제시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