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후반전이다.
-권행백 (저자 본인)
‘인생은 후반전이다’라는 제 책의 표지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저의 필명인 ‘행백’을 따서 ‘행백론’이라고 이름지어진 새로운 관점의 진화 심리학적 주장을 요약해달라는 출판사의 요구에 맞추어 쓴 짧은 글입니다.
부자되고 싶은가? 행복하고 싶은가? 대다수는 후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우리의 속마음은 아직도 전자를 떠나지 못한다.
결핍의 다른 이름은 욕망이다. 물질에 대한 욕망은 오랜 생물학적 진화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현대인에게 전달되었다. 그 원초적 결핍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영혼마저 좀먹는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글을 다 읽은 후에도 해답을 얻지 못한다면 당신은 머리가 나쁘거나 아니면 인생의 목적이 행복임을 부정하는 사람이다.
물론 다소 도발적이고 예의를 덜 갖춘 표현으로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의 오랜 고민과 산고 끝에 탄생한 결과입니다. 결코 귀하신 독자분들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던 외로운 글쟁이의 몸부림으로 진지하게 밀고 내려간 글이라는 뜻입니다.
진화론이라는 위대한 생물학적 발견을 바닥에 깔고 있는 제법 무거운 이야기들을 중학교 정도를 다닌 사람이라면 별 부담 없이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써야한다는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쉽고 가벼운 표현들을 사용하여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며칠 전에는 어느 중년의 독자로부터 분에 넘치는 찬사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 분이 처음 제 책을 받아들고는 단 두시간만에 쭈욱 훑어 내려갔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아무래도 섭섭하게 느껴져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일곱 시간이 걸리더랍니다. 그런데 두 번을 읽고 나서도 줄곧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살던 몇 가지 의문점들이 남아 결국 세 번째 시도를 했는데 꼬박 일주일간 집중해서 읽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 분의 인생에 특별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더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불초 행백의 글이 바쁜 일상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에게 반복해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 되었다는 점에 대해 저는 무한한 감사와 보람을 느낍니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이라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과학과 자기계발을 위한 철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시도입니다. 보통사람들은 진화론을 그저 찰스다윈이라는 어느 영국인이 주장했고, 오늘날까지 기독교의 창조설과 대립되고 있는 학설에 불과한 것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립되는 두 가지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고 해서 진리가 언제나 그 중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의 세태를 보면, 우리네 현대인들은 소위 평균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대학생이 되면 마땅히 이 정도는 알아야 하고, 나이 30이 되면 이 정도 직장은 다녀야하고, 40이 되면 이 정도 평수의 아파트에서는 살아야 하고, 몇 살에는 부장급으로는 승진하는 게 당연하고, 나이 50이면 자가용은 어떤 차종을 타는 게 어울리고, 골프는 쳐야 하고, 퇴직 이후에는 어느 정도 재산은 있어야 하고, 해외여행은 일 년에 몇 차례는 다녀와야 하고, 그게 안 되면 동창회 나가기가 창피하고.... 이런 평균인의 규칙은 누가 언제부터 정해줬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부모나 사회가 정해준 틀 속에 갇혀 살아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주위에는 ‘내가 주인된 내 삶’을 스스로 어떻게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버린 사람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인생의 전반전은 복잡하고, 경쟁이 심한 현대사회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으로 거의 청춘을 보냅니다. 결혼하여 자식 낳고 학교 좀 보내려고 하면 금새 40줄에 올라앉지요. 그리고는 여전히 물질적 결핍의 노예가 되어 후반전을 맞이합니다. 자신을 돌아볼 때쯤이면 이미 머리가 희끗해지는 모습을 거울에서 보게 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듯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라는 한 마디의 말속에 감추고 살던 ‘자기다움으로 향한 주인의식’을 더 늦기 전에 긴 잠에서 깨워야합니다.
평균인으로 평생을 ‘타인의 삶’만을 살다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끝내버리기에는 단 한번뿐인 인생이요 너무나도 고귀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즘에도 자정을 넘기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불면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오늘 하루가 너무도 감사하고 행복해서 그렇습니다. 잠이 들면 행복한 느낌이 사라질까 싶은 어린 아이 같은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결핍과 욕망의 근원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상의 전환 기술을 갖춰 생각을 바꾸고 나니 하루하루의 촌음이 모두 내 것이 되었습니다.
물론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고민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상에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쓰나미도 미리 알면 대피할 수도 있듯,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차이가 크듯이 결핍과 스트레스의 본질을 알면 대치할 수도 있고 처방도 생겨납니다. 탁월하게 진화한 인간의 뇌로부터 나오는 지성의 힘은 우리의 본능적 욕망으로 나타나는 생물학적 유전자의 요구에 반기를 들기도 하면서 개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요령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주었습니다.
현대인이 갖고 사는 세 가지 결핍은 크게 물질과 애정 그리고 신념에 대한 욕망으로 표현됩니다.
이 모두가 지혜롭게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 중 ‘인생은 후반전이다’라는 제목의 첫 책에서는 물질에 대한 결핍과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건강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나머지 두 권의 책도 탈고하여 이미 편집을 마친 상태이므로 조만간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자기계발 서적들이 당위론의 범주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 정도로는 사회가 정해준 삶의 질곡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에게 더 이상 논리적 설득력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행복해진다는 주장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왜 우리네 인간이, 특히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결핍에 대해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마치 종교 경전에 나오는 신화처럼 애매모호한 방식으로는 현대인이 일상에서 매일같이 봉착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설명하고 해법을 제시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왜 우리는 그다지도 물질에 대한 결핍과 욕망을 억누르기가 어려운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발상을 전환하고 명상을 하고 참선을 하라고 하면 자칫 병의 원인을 모르고 처방을 내리는 식이 되고 맙니다. 한 편으로 현대인의 감정 구조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몇 몇 생물학자들의 주장이 눈에 띄기는 하나 대부분 추상적이고 난해합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많은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에는 원인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래서 그 이론을 우리가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과 사례는 부족합니다. 아직 실사구시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앞서 언급한 평균 이데올로기를 탈피하고자 해도 이론무장이 충분하지 못하면 공염불입니다.
종교는 믿음에서 시작하여 앎으로 끝을 냅니다. 그러나 반대로 과학은 앎에서 시작하고 믿음으로 더욱 공고해지고 그것이 다시 삶의 철학이 됩니다. 결핍의 공포로부터 해방을 주장하는 행백론은 종교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진화생물학을 근거로 풀어낸 과학이론입니다.
한 때 남이 정해준 삶을 치열하게 살며 죽음의 문턱을 밟았던 저는 평생의 소원이 행복한 백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필명도 행백이 되었지요. 오십줄에 들어서서 이제야 그 길을 발견하고, 저 자신도 그 위에서 엉금엉금 걸음마를 배우고 있습니다.
행백론 또한 좀 더 다듬어지고 보충해야할 이론이며 진화해야할 대상입니다. 진화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 행복한 백수로 진화하는 길도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이 역시 깨우침과 ‘쉼 없는 닦음’을 요구하는 길입니다. 하지만 즐거운 길이며 평화를 얻는 길입니다.
재미와 의미가 만나는 곳에서 자기다움을 찾아 행백인으로 진화해보시기 바랍니다.
행복도 체력이요 습관입니다. 우선 생각을 바꾸는 습관을 먼저 들여보세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도록 적응 진화된 동물입니다. 그것이 걱정을 일으키고 위험에 미리 대비하게 하여 생존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그렇게 하여 살아남았던 조상의 걱정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입니다. 하지만 포식자의 물리적 위협이 사라진 현대인에게는 그것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본능입니다.
한 가지 걱정에 집중해서 반복적으로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넓은 시야와 긍정적인 생각 습관을 들여야 상상력과 창의력을 더 많이 발휘할 수 있고 행복과 성공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요. 오늘도 밝게 웃어보세요
이 글을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제 자랑이 되어버렸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꼭 가야할 길이었습니다. 이 길에 더욱 많은 분들이 동참하여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아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듭나시기 바랍니다. 전반전에 시행착오는 할 만큼 해봤으니 이젠 건강하고 ‘행백한’ 날만 남았습니다. 아직도 전반전을 뛰고 계신 분은 행백론으로 무장하여 좀 더 일찍 후반전을 준비해보십시오. 인생은 후반전입니다.
2011년 오월.
행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