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주의의 기원과 미래
-보수가 이끌다(시대정신)
김세중 (연세대)
이 책은 김세중(연세대) 김용호(인하대) 김주성(한국교원대) 김형준(명지대) 박효종(서울대) 안병직(서울대) 이주영(건국대) 정진영(경희대)등 8인의 필자가 참여한 작업이고 편자는 안병직교수이다. 따라서 필자는 공저자의 일인으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책의 주요논지는 대개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대한민국은 확고부동한 민주주의 국가이고 이것이 역전될 가능성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1987년 6월 항쟁과 6.29선언은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의 직접적 출발 점 이였다. 이때 한국사회의 민주화세력은 6월 항쟁을 주도하여 민주주의로의 이전에 직접적 계기를 창출해 내었다.
둘째, 그러나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 특히 87년 이후 민주주의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정착된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국이후 이른바 보수 세력의 역할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보수 세력은 구체적으로 이승만을 필두로 하는 건국세력과 박정희를 필두로 하는 산업화 세력을 지칭 한다 건국세력은 좌익의 사활을 건 도전과 저지 책동을 무릅쓰고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기본원리로 하는 대한민국을 세우고 김일성의 파괴적 침략에서 나라를 지키고 남한을 이북과 확실히 구별되는 정체성 있는 국가로 확립하였는데 이는 민주주의 발전의 시원적 기반을 놓는 작업이었다. 산업화세력은 세계 최빈국의 전통농업사회를 기록적 시간 내에 동태적 근대적 산업사회로 변모 시켰다. 이는 장기 지속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사회경제적 기반을 놓는 작업 이었다. 6월 항쟁이 장기 지속민주주의가 안착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역사적 사실이 놓여있는 것이다.
셋째, 건국과 산업화 시기는 민주주의발달에 불가결한 기반이 놓인 시기였으나 역설적으로 그 시기는 정치적 권위주의 시기였다. 정치의 ‘권위주의화’에는 이승만과 박정희 등 최고 지도자의 권력욕구도 작용한다. 그러나 이에 덧붙여 자유 민주주의는 비록 시대의 당위적 요청으로 도입되었으나 역사적 사회적 조건은 높은 개연성으로 그것이 상당기간 ‘현실 질서’가 되기보다는 ‘미래 질서’ 또는 ‘목적론적 질서’로 남아 있게 하였다는 것을 본서는 강조 한다 . 즉 자유민주주의는 아무런 역사적 경험이나 사회 경제적 조건도 구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입된 매우 급진적 가치요 질서였다. 이밖에 건국과 산업화 시기의 상수적 변수였던 최악의 반인류적 북한 의로부터의 상존하는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작동시켜야 했던 반공주의와 반공체제는 당시 정치체제 경직화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또 상당기간 개발과 성장과 축적에 정합적인 정책의 수립과 효율적 집행,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일관되고 강한 추진력의 확보가 필요 했다는 사실 역시 산업화 시기 정치의 비민주성의 상당부분을 설명 한다.
넷째, 한국사회에는 권위주의 시대에도 즉각적 성립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민주주의의 실천을 주장 는 민주화세력이 존재했고 이들은 특히 이승만 박정희 등 장기지속 권위주의 정부가 경직화되어 시대적 적실성을 상실했을 때 이들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통해 국면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국가발전과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힘으로 작용했다. 이때 주목할 것은 권위주의에 저항한 세력은 항상 자유민주주의의 고양을 명분으로 하였으나, 그중 일부는 60년 대 부터도 이미 내면적으로는 모택동 류의 신민주주의 또는 인민민주주의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섯째,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화 세력의 일부는 여전히 인민 민주주의세력의 전통을 이어받아 건국 세력이 도입한 자유 민주주의와는 질적으로 상이한 체제의 수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색하는 대안적 민주주의가 후기 산업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되어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형태로 제시된 적이 없다. 이는 이들이 전기산업사회에 나타나는 급진세력의 시대착오적 관념에 고착되어 있는 세력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본서는 이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만이 후기산업사회에도 적실성을 지닌 체제임을 주장 한다.
여섯째, 그러나 본서는 자유민주주의는 완성태로 고착될 수 없는, 부단한 개선의 대상임을 인정 한다. 따라서 87년 이후에도 한국 민주주의는 많은 문제점을 노증하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본서에 포함 되어 있다. 이 논의의 출발점으로 민주주의의 과잉이 지적된다. 민주주의의 과잉은 사회구성원의 책임의식 없는 방종과 정치세력사이의 무 규범적 대결 그리고 대중 영합주의의 창궐 등으로 표출된다. 이의 극복을 위해 자율적 존재로서의 개인을 중요시하는 자유주의와 공공선과 공공의식 앞세우는 공화주의적 가치의 함양과 확산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덧붙여 본서는 국회의원 자율성의 보장 나이가 대통령중심제 의 원활한 작동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요약하면 ‘보수가 이끌다 ’라는 부제가 붙은 본서의 의미는 민주화 또는 민주주의와 관련된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되었던 건국산업화 세력의 역할을 경험적 이론적 으로 규명하고 동시에 자유민주주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원칙이요 제도라는 전제하에 그 개선을 모색하는 여러가지 제도적 개선방안을 담고 있다는 대서 찾을 것이다 . 이 논의가 민주화에서 민주화세력이 감당했던 역할을 부인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