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천안함 사건 2주기를 맞이하여 평택 해군2함대 안보전시관을 천안함 국립기념관(National Memorial)로 건립할 것을 제의한다. 세계사의 선진국가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상적 전통으로 공화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공화국 정신을 드높이는 사상, 공화주의적 전통을 높게 평가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핵심적 가치는 무엇보다도 공화정의 자유의 전통 때문이다. 공화주의적 자유란 전제권력의 지배를 거부하며 시민적 자유를 중시하는   것으로 로마의 저명한 정치가 키케로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건국헌법에서 민주공화국을 국시로 선포한 이래로 공화주의 사상을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건국 후 벌써 6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화주의는 많은 국민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진다. 공화주의는 자유주의와 함께 현대 서구민주주의의 양대 사상이다. 그것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자유와 법치라는 공화주의적 근본가치를 세우는 사상이다. 공화주의적 자유는 자유주의 사상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추구해온 근대 민주주의의 기반을 형성하는 역사적 전통을 가진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공화주의적 자유는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조국을 지키면서 용기 있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쌓아 온 공동체의 가치를 가리키는 것이다.
  건국이후 공화주의 사상의 발달을 위하여 적절한 계기를 잘 활용하고 사상을 함양하여 나가는 기회들을 잘 만들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의 저간의 실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우리에게 결정적으로 공화주의 사상을 진흥시킬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으니, 바로 그것이 천안함 사건이다.
  천안함 사건을 통해 애국적인 공화주의적 자유의 의미를 우리는 기억하고 되새겨야 한다. 천안함 46인은 바로 이 시대의 대한민국의 공화주의적 영웅들이다. 그들의 애국적 행위의 기초 위에 대한민국의 국가로서의 기반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이들의 고결한 죽음을 통하여 우리는 진정으로 공동체를 위한 애국적 행위의 가치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천안함에 대한 천인공로할 도발은 바로 북한이라는 대한민국의 적의 위협이 실재적임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 도발자의 음험함과 부당함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끊임없는 도발과 공격을 보여준 세력은 지금도 그들의 잘못을 시인하기는커녕 적반하장 격으로 대한민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뻔뻔함을 보여 주고 있다.
  반면, 바로 적의 예리한 무기가 어두운 바다 밑에서 우리의 안보를 틈탈 때에 이것에 대항하여 조국과 시민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아 대신 나라를 지킨 영웅적 행위의 위대함은 이후 조국의 밤을 비추는 광명인 것이다.
  또한 이들이 보인 희생정신은 바로 대한민국이 헌법에 기록된 것처럼 자유와 평등을 기초로 한 민주공화국이며 그것을 수호할 의무는 소수자가 아닌 주권을 가진 국민들, 즉 시민들에게 있다는 점을 투철하게 인식한 결과이다. 이러한 위대한 시민정신의 현현으로서의 천안함 용사 46인의 장렬한 전사의 의미는 어둡고 혼란스러웠던 안보상황을 밝게 비추는 횃불인 것이다. 대한민국이 적의 엄습하는 어둠속의 공격에도 맥없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들이 보여준 바와 같이 불꽃같이 우리 젊은 군인들의 안보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로 혼란과 위험에서부터 나라를 건지는 위대한 국가수호자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천안함 사건 2주기를 맞이하여 평택의 해군2함대 안보전시관을 한 단계 승격시켜 대한민국 공화주의의 전당으로서 천안함국립기념관으로 확대 개편할 것을 제의한다. 또한 거기에는 반드시 피폭된 천안함의 잔해들이 그대로 전시되어야 하며 전사, 순직한 46용사에 죽음의 의미에 대한 대한민국의 애도와 추모의 메시지가 함께 전시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안보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이를 위해 시민들의 희생의 댓가가 없다면 위대한 대한민국은 없다. 바로 천안함 46명 용사가 있기에 국가안보의 기틀이 다져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조국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치는 충성심의 모범이 된 천안함 용사들의 뒤를 따라서 장렬하게 산화를 각오하는 60만 대군이 있기에 핵무기로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도 쉽게 대한민국을 넘보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을 알리기 위하여 대통령을 위시한 지도자들은 현재 해군 2함대 내의 안보전시관으로 되어 있는 것을 국립기념관 수준으로 대폭 격상하여 건립하는 결단을 내릴 것이 요청된다.
  천안함 전시관이 안보체험 교육의 체험을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대한민국의 공화주의적 자유를 기리고 시민들의 애국적 덕성을 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천안함은 대한민국 해군의 안보전시관이나 학생들의 학습체험관 수준에 머물러서는 그 본연의 정신이 충분히 다 들어나기에는 부족하다. 천안함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국가기념관으로 승격되어야 하며 대한민국의 안전과 시민들의 자유와 행복과 번영을 보장하는 영원한 보루가 되는 것이라는 점이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