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도형 학교교육의 문제점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
이성호(중앙대 교육학과)
I. 문제의 제기
지난 해 어느 대학이 주최한 한국교육에 대한 세미나에서 정범모교수는 우리 교육의 당면 현안으로 평준화, 입시교육, 학교의 자율성, 그리고 교사 등 4가지를 제기한 바 있다(일송기념사업회, 2009). 이 글은 이 중 세 번째 논점인 학교의 자율성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글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특유의 지나친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가 개별 학교들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획일적이고 타성에 만연된 행태들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학교교육제도의 탄생은 근대적인 의미의 민족국가(nation-state)의 출현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이기에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나 감독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국가에서 국가가 학교교육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형태는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허종렬, 1993).
우선 국가독점적 체제가 존재한다. 이 체제 하에서 국가는 교육에 대한 무제한적 권한과 힘을 행사하고 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모든 사항은 국가의 관장업무가 된다. 결국 국가는 학교기관의 설립자이자 운영자이며 모든 학교는 국가의 부속기관인 바, 전체주의사회 혹은 극단적인 민족사회주의 체제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둘째로, 국가가 학교의 자유라는 권리를 창설해 주는 ‘학교특허’의 체제를 들 수 있다. 이 체제 하에서 역시 모든 학교의 설치와 운영은 원칙적으로 국가의 사무에 속하지만, 사립학교가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사립학교의 교육행위가 국가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는 이러한 학교의 설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셋째로, 학교의 설치와 운영이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체제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체제 하에서 국가는 개별 학교의 설치에 대한 인·허가권, 학교 운영에 대한 감독 및 통제권을 보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라 할지라도 그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교육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통제와 간섭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실이다.
넷째로, 국가가 학교의 자유를 헌법에 의해 제한적으로 보장하는 ‘국가허가’의 체제를 들 수 있다. 법적 전문용어로 설명하면, 이러한 체제 하에서의 허가의 여부는 국가의 심사결과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인가와는 다르며, 금지된 권리의 해방이라는 점에서 특허와도 상이하다. 특히 이 체제 하에서 심사의 대상과 범위는 법으로 규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상의 분류를 토대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체제는 최소한 피상적으로는 국가독점형은 아니다. 문교부라고 불리던 중앙정부의 교육담당 주무관청이 한국의 학교교육을 전횡하던 시대는 지났고,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다수의 사립학교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지난 문민정부를 필두로 하여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그들의 정치적 이념과는 관계없이 ‘중앙정부의 권한이행’과 ‘교육의 자율’을 표방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달랐다. 역대 정권들이 표면적으로 강조해 온 권한이행이나 자율 등은 한낱 수사에 불과했으며,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은 국가라는 공권력의 지속적인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학교의 자율은 항상 제약을 받아왔다(박재윤 외, 2005). 뿐만 아니라, 현 정부에 들어와서 추진되고 있는 학교자율화는 전적으로 관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고양이가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라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정범모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개탄하고 있다.
“학급을 우열반으로 나누어라, 수행평가를 해라, 학교에서 소년신문을 구독하지마라 등은 .. 고약한 시어머니의 잔소리다. .. 행정관료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는 교육현장의 사정을 교사나 교장 자신들이 친히 필히 살피고 참작해서 계획해야 한다. .. 일선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타율적 통제는 대부분 각 시·도의 교육위원회 교육청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그 교육청은 많은 경우 싫건 좋건 그 통제의 ‘하수인’일 수밖에 없다(정범모, 2009).”
본문을 통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작업을 하고자 한다. 우선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고찰로서, 이를 통해 학교교육의 국가독점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체제의 역사적 근원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법 체계상 국가와 지방정부에 부여된 권한 및 사무사항을 개괄적이고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학교교육을 통제하는 공권력의 방만함과 그로 인한 문제점들을 예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학교의 진정한 자율을 토대로 하는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해 이처럼 방만한 국가권한을 축소하고 제한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치고자 한다.
II.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의 역사적 배경: 한국교육사를 중심으로
우리의 역사에서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간섭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비롯된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중국의 영향으로서, 제도화된 교육은 관에 의해 창설되고 운영되어 왔으며 국가가 주도하는 관학은 항상 학교교육의 근간을 이루어 왔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을 거치면서 사학의 존재가 미미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들 사회에서 관학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쇠퇴하고 사학이 더 활발한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는 현상이 목도되었다. 그러나 전통 사회에서의 사학은 어디까지나 관학의 기능과 역할을 보완하는 장치였을 뿐, 사학이 관학과 공식적으로 대등한 지위를 누리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가하지는 못했다.
전통사회에서의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개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국가가 주관하는 인재등용제도를 통한 교육의 이념과 내용에 대한 간접적인 통제이고, 다른 하나는 관학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다(서울대교육연구소 편, 2010).
이를 부연하면, 전통사회에서의 교육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능과 목적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인재의 등용이고, 개인의 입장에서는 입신양명이었다. 이를 위해 전통사회가 중국으로부터 도입하여 유지해 온 과거제도는 통일 신라, 고려, 조선 시대를 걸쳐 오면서 국가의 동량을 선발하여 관료로 등용하는 제도로 정착하여 왔는데, 시행의 주체인 국가가 과거시험의 내용을 주로 유교의 경전과 중국문학의 고전으로 제한하면서 관학은 물론 사학의 교육이념 및 내용을 간접적으로 통제해 온 것이다.
한편, 전통사회에서는 관학의 설립과 운영을 통해 국가가 학교교육의 설치는 물론, 교육재정, 수업활동, 교원인사 등 교육에 관한 광범위한 사안들을 직접 관리하고 감독하였다. 이는 곧 교육제도에 대한 관료주의적 운영을 의미한다.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사학의 존재는 결코 미미하지 않았으나 이러한 사학 역시 국가의 권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은 조선시대 서원철폐 정책의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주의적인 교육행정은 조선이 일제에 병합됨으로써 더욱 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일제는 조선사회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하였으며, 특히 학교교육에 대한 치밀한 통제와 철저한 감시를 통해 민족정신이나 저항의식 등의 붕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자 했다. 사학의 폐지, 조선어교육 금지, 창씨개명 등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들은 국가를 통해 교육을 통제한 극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편, 해방 후의 이념적 갈등과 전후의 경제적 궁핍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탄생한 박정희 정권은 반공이라는 국시의 구현과 경제번영이라는 과업의 달성을 기치로 내걸면서 학교제도와 교육의 내용 등을 통제하였다. 국민교육헌장의 제정 및 교육, 반공교육, 실업계 고교 장려 정책, 중학교 및 고등학교 무시험 선발 등이 이 시대의 대표적인 국가주도 교육정책들이다. 그 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교육에 대한 국가의 독점은 계속되었으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본질적으로 변화되지 않았다.
전술한 바 있듯이, 자율과 경쟁이라는 노선을 앞세우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화도 결국 관주도적인 기형의 자율화이며, 현재 교육부 장관이 차관이던 시절 주창했던 ‘지원을 위한 행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하지 못한 채로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절에서는 우리나라의 법체계상 명시되어 있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권한을 개괄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III.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의 현황
1. 국가가 보유하는 교육부문의 행정권한
우선 몇 가지 핵심적인 개념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하기로 한다.
‘권한’이란 행정기관이 국가 혹은 공공단체의 행위를 할 수 있는 법률상의 범위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그 구체적인 내용은 헌법, 법률, 명령 등에 의해 규정된다. 그리고 ‘행정권한’은 국가의 행정사무를 분할 담당하는 행정기관이 유효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범위를 의미하며, 이 경우 행정관청의 권한은 관청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행정주체(국가, 지방자치단체, 私人 등)에 귀속된다(박재윤 외, 2005).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교육부문에 대해 가지는 행정권한은 크게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는 바, 이들은 교수 및 학습관련 영역, 교육공무원 인사 영역, 그리고 학교운영권 관련 영역 등이며 이들 각각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다(박재윤 외, 2004).
가. 교수 및 학습관련 행정권한
교수학습에 관한 국가의 행정권한은 세부적으로 학업성적관리권, 교육과정 운영관리권, 그리고 수업활동 지도관리권 등의 3가지로 구분되며 이를 각각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학업성적관리권
학업성적관리권이란 우선 행정권한으로서의 학업성적관리권을 의미하는데, 이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산출(output) 중의 하나인 학업성취도와 직결되는 권한으로서 학업성적의 산출방법, 기준, 평가절차, 결과 활용 등에 관한 행정권을 지칭한다. 다음으로 학업성적관리권은 국가수준에서의 교과별 절대평가 기준의 개발 및 보급, 그리고 국가수준 학력점검 및 평가를 위한 문제은행 체제의 구축 등 비교적 광범위한 업무, 즉 국가사무로서의 학업성적관리사무를 일컫는다. 이와 아울러 학업성적관리권은 중앙정부의 상세한 규정을 통한 학업성적관리권의 행사를 지칭하며, 이 규정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평가활동 전반에 관해 구속력을 지니기 때문에 실제로 단위 학교장은 학업성적관리에 대한 권한과 재량은 거의 전무하다. 이 밖에도 학생의 학업성취도 및 인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평가를 토대로 한 자료(특히 상급학교 진학에 활용할 자료)를 교장이 관리함에 있어 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은 교육부장관이 지니고 있다.
2) 교육과정 운영관리권
교육과정 운영관리권은 학교교육의 전 과정을 종료할 때까지 요구되는 교육목표, 내용, 필요한 연한과 구체적인 학습시간의 배당 등을 포함한 교육과정 운영에 포함되는 전반적인 활동에 관한 권한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행정권한은 위임이나 이양없이 국가에 의해 직접 행사된다. 교육과학부 장관은 告示라는 법의 형식을 빌어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규정하고, 이러한 인간상의 구현을 위한 학교급별 교육목표, 교육과정의 편제, 과목별 학년별 시간배당기준,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 시ㆍ도 교육청의 책무, 지역 교육청의 책무, 단위 학교의 책무 등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사실상의 주체들이 향유하는 자율적인 권한의 범위는 매우 협소하게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3)수업활동 지도관리권
수업활동 지도관리권이라 함은 학급 현장에서 교사들이 주관하는 수업활동에 관해서 기본적인 규칙을 제정하고 그 규칙에 따라 수업을 관리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이러한 행정권한은 교육과학부가 제정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예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1997년에 당시 교육부에 의해 고시된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교육부고시 제 1997-15호).
“수업은 각 교과목별 학습목표를 모든 학생이 성취하도록 지도하고, 능력에 알맞은 성취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학습의 기회와 방법을 제공하며, 이를 위한 계획적인 배려와 지도를 하여 학습결손이 누적되거나 학습의욕이 저하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교과수업은 탐구적인 활동을 통하여 개념 및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사태에 적응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한다.개별적인 학습활동과 더불어 소집단 공동학습활동을 중시하여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많이 가지게 한다.
교과와 특별활동의 내용 배열은 반드시 학습의 순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예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필요한 겨우 지역 특수성, 계절 및 학교의 실정과 학생의 요구, 교사의 필요에 따라 각 교과목의 학년별 목표에 대한 지도내용의 순서와 비중, 방법 등을 조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이하 생략).“
한편, 수업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행위지만, 그렇다고 개개의 교사들에게 수업에 대한 자유방임권을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는 행정권한을 통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교육공무원 인사관련 행정권한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공무원에 관한 인사운영 관련권한은 원칙적으로 중앙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현 체제 하에서 교장과 교사 등 교육공무원은 국가공무원에 포함되는 바, 이것이 바로 중앙집권적인 인사운영 관련권한의 배경이자 근거라고 볼 수 있다.
부연컨대, 우리나라의 초ㆍ중등교육법에 따르면 모든 공립교원은 국가공무원이다. 중앙행정부는 교육공무원의 임용 뿐 아니라 교장이나 교감 등의 자격 기준을 이들이 국가공무원이라는 관점에서 폐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교육공무원의 신규임용, 승진제도, 전보제도 등 역시 바로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교장과 교감 이외에도 장학관 및 교육연구관, 장학사 및 연구사 등에 관한 임용권 역시 중앙정부의 행정권한에 속한다. 단 교육공무원법 제 33조에 의거하여 다음의 임용권은 교육지방자치단체의 장인 교육감에게 위임될 수 있다.
1) 교장의 임용
2) 원장ㆍ교감ㆍ원감 및 교사의 임용
3) 법 제 29조 제 2항의 규정에 의한 장학관 및 교육연구관의 임용 및 전보
4) 교육감 소속의 장학관 및 교육연구관의 승급 및 겸임
5) 장학관 및 교육연구관의 승급 및 겸임
6) 교육감 소속의 장학사 및 교육연구사의 임용
그러나 이렇게 교육감에게 권한이 위임된 경우라 할지라도 이는 기관위임사무이기 때문에 법령과 위임자(이 경우 교육과학부 장관)의 지시에 구속된다. 아울러, 지방의회는 이러한 기관위임사무에 관여할 수 없으며, 위임권의 행사에 대해 위임자 즉 교과부 장관의 감독이 가능하다.
다. 학교 설치운영 관련 권한
학교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하나의 행정권한이다. 이러한 행정권한은 크게 학교설치운영권과 학교 내의 학교운영권으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1) 학교설치운영권한
학교설치운영권이란 학교의 교육활동을 위한 행정권한으로서, 학교의 효과적인 기능 수행을 위한 제반 지원활동을 그 내용으로 하며, 이는 곧 학교교육에 필요한 인적ㆍ물적 요소를 조직하고 통제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지칭한다. 이러한 권한은 다시 학교설치권과 학교운영권으로 양분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에게 귀속되며 후자 역시 지방자체단체 및 교육감의 규정과 조례에 의해 행사된다고 볼 수 있다.
학교의 형태는 학교설립주체에 따라 국립, 공립, 사립으로 구분될 수 있고, 입학조건제한 여부에 따라 公營과 私營으로 분류되며, 경영 주체에 따라 官營과 民營으로 나뉘어 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학교들은 행정기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국립학교 혹은 공립학교거나, 행정기관의 대행 및 위탁기구로서의 학교법인에 의해 설립된 사립학교들이다. 결국, 학생입학조건을 제한하는 사영학교나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민영학교의 출현을 억제하는 체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학교운영권 역시 지방자지단체의 상세한 규정이나 조례, 그리고 교육감의 지시 등을 기초로 관에 의해 행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2) 학교 내의 학교 운영권
현행법상 학내의 학교운영권은 원칙적으로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에 귀속된다고 할 수 있다. 교장은 교무의 전반을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들을 지도ㆍ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하는 권한을 보유한다. 한편 초ㆍ중등 교육법 제 31조 및 제 32조에 따르면, 교원대표와 학부모대표 및 지역인사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칙의 제정 및 개정, 예산의 편성 및 결산, 교육과정 운영 등에 관한 심의권을 갖는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학교의 운영권은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감의 통제와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볼 때, 학내의 학교운영권은 관이 보유한 학교운영권의 하위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해석일 것이다.
나.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의 문제점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의 문제점은 대체로 국가 및 지방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세부적인 통제, 교육의 자유와 자율권의 제한, 이러한 통제와 간섭으로 인한 교육자들의 전문성 훼손,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정책 입안 및 집행과정에서의 교육주체들의 소외 등을 들 수 있다(박재윤 외, 2004).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 같은 문제점 이외에도 국가의 독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간의 갈등, 관 대 민의 왜곡된 대립구도 형성, 교육의 다양성 제한 등을 첨부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의 문제점들에 대해 아래와 같이 논의해 보기로 한다.
우선 교육활동 전반에 걸친 국가 및 지방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세부적인 통제의 문제이다. 앞서도 진술한 바와 같이, 현대 국가에 있어서 학교교육은 공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영역인 바, 국민의 이익과 요구를 대변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부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정부에 의한 규제나 간섭의 정도가 심하고 그 내용 또한 과도하게 구체적이고 세부적일 때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전체주의적 사회의 경우, 교육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학교교육을 정권의 연장과 합리화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며,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과거 독재정권을 통해 이미 목도한 바 있다. 민주사회에 있어서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은 민과 관의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을 야기함으로써 학교, 학생, 학부모를 혼란의 와중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국가의 독선과 오만이다. 국가는 목적이 아닌 기능이며 더욱이 절대적인 선의 기준은 될 수 없다.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에서 관료들은 자칫 ‘國家無誤設’ 혹은 ‘官僚無誤設’이라는 환상에 빠지기 쉽다. 대학자율에 관한 어떤 토론에서 노무현정권에서 교육부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대학에 자율권을 줄 경우 너도 나도 앞 다투어 지원자들을 성적 순으로 줄세우기 할 것이다’라고 확신에 찬 발언을 하며 우리나라의 대학들을 폄훼하였다. 필자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 인사에게 ‘귀하의 교육에 대한 식견과 도덕성이 우리나라 대학 관계자들의 그것 보다 뛰어나다는 확신의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을 것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관주도적인 규제와 간섭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교육계의 관료들은 ‘학교를 믿을 수 없다’라고 응답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는 관료들만이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뜻인가? 이야말로 전형적으로 후진국형 관의 오만과 편견이다. 우리 사회에서 관은 사회적 신뢰나 전문성을 독점하고 있는 집단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관주도의 통제와 간섭은 교육자들의 전문성을 훼손한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혼란도 지적할 만하다.
국가주도형 체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관 이외의 다수의 교육주체들이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정책 입안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업성적관리권이나 수업활동 지도관리권, 그리고 학교운영권 등에서 나타나듯이, 중앙정부가 되었건 지방자치단체가 되었건 정부의 교육행정권은 일선 학교의 관리자나 교사들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여지가 있다. 평가나 수업활동이 교사들 개개인의 자의적인 활동에 맡겨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이러한 행위들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침으로 규제한다면 굳이 장시간의 전문적인 교육을 필하고 소정의 자격여건을 갖춘 교사들을 국가가 선발시험을 통해 임용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에서 유발될 수 있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대립과 갈등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강력한 관주도형 체제 하에서의 관 대 관의 마찰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일부 교육감들이 중앙정부의 정책들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며 이들의 추진을 방해한 사실을 목도하였다. 필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는 한편 교육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벌어진 소동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학교교육에 대한 행정권한을 선점하기 위한 갈등이었다. 관의 행정권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이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한바탕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라는 해석할 수 있다. 학교교육에 대한 관의 행정권이 현재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면, 이를 둘러싼 갈등 역시 그 정도가 미약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라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그 체제가 합법적인 행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그에 대한 무분별한 저항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관의 권한이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막강한 상황에서는 관의 주장이나 노선이 옳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은 관의 힘 자체를 악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즉, 관에 대한 저항은 그 내용에 관계없이 정의로 인식될 수 있으며 그 저항의 표현양식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용인될 수 있다. 저항집단은 항상 약자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특정 교원단체는 교과부의 모든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비방 내지는 거부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태가 크게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유는 다수의 국민이 이 단체의 정치적·교육적 이념에 동조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이러한 저항이 국가권력의 전횡에 대한 약자의 항변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책을 무분별하게 반대하고 무조건적으로 비방하는 행위는 자라나는 세대들의 교육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를 비난하기에 앞서 이러한 행위를 동정하고 지지하는 군중심리가 지나치게 관주도적인 행정체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통제와 간섭이 교육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의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향후 교육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IV.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체제가 과도하게 국가주도형이라는 지적은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개입을 배제하자는 주장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 앞서 진술한 바 있듯이, 근대적인 의미의 학교교육제도는 국가의 역할이나 기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국가의 통제와 개입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명분은 교육적 가치와 이념을 내포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명분에 대한 논의는 보류하고 우선 국가의 과도한 규제와 간섭을 대체할 새로운 체제부터 생각해 보기로 한다.
국가주도형 교육행정권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대개 지방분권에 대한 제언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박재윤 외, 2004). 즉,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체제가 과도하게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에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권한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국가주도형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사료된다. 국가주도형이란 반드시 중앙정부의 비대한 행정권한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국가의 일부분이다. 정범모교수의 지적처럼 지방의 교육청은 경우에 따라 중앙정부의 ‘하수인’일 수도 있고, 설령 추구하는 노선이나 정책기저가 중앙정부와 상이하다 하더라도 또 다른 형태의 관일 뿐이다.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통제와 간섭은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공동체 거버넌스’라는 참신한 개념을 통해 국가주도형 체제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일송기념사업회 편, 2009). 여기서 거버넌스(governance)란 국가주도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지배(governing)나 정부(government)와는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정부 이외의 市場, 시민사회 등과의 파트너쉽 및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요소들을 조정(coordination)하고 그들 간의 협력(collaboration)을 유도하는 것을 지칭한다. 그리고 교육공동체란 교육활동의 주체이자 참여자인 정부, 학교,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기업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교육공동체 거버넌스의 취지를 간략히 요약하면, 교육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긴밀한 네트워크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토대로 조정하고 협력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교육주체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협력과 조정 등이 국가주도형 체제하에서의 통제와 간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주체들 간의 상반되는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 권한의 불평등한 배분 등의 복잡한 문제들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필자는 국가주도형 교육행정권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를 제언하고자 하는데, 첫째는 개별 학교 중심의 학교운영의 자율화이고, 둘째는 교육내용에 대한 규제 완화, 그리고 셋째는 학교설치의 자율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다양화다.
1. 단위 학교 중심의 자율성 제고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우리 교육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차대한 과제는, 교육활동 전반에 걸친 단위학교별 자율성의 보장이다. 그렇다면 학교의 자율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선 자율성이란 외적인 통제와 간섭의 배제를 말한다. 외적인 통제와 간섭은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교육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저해한다. 결국 단위 학교의 자율 없이는 학교교육의 다양성은 성립될 수 없다.
다음으로, 자율성은 곧 책무성과 직결된다. 자율은 방종이 아니다. 방종은 무책임하지만 자율에는 엄한 책임이 수반된다. 단위 학교가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모든 권한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그 학교의 몫이다.
끝으로 자율은 단위 학교의 생존력, 즉 경쟁력을 의미한다. 규제와 간섭에 익숙한 학교는 피동적인 타성에 젖어 급격한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그러나 단위 학교의 자율이 보장되는 체제하에서는 어느 학교도 온실의 화초처럼 보호 받을 수 없으며, 오로지 개별 학교의 경쟁력과 노력만이 존속과 성공을 보장해 줄 뿐이다. 결국 자율성이 결여된 학교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대학의 자율은 학교교육의 다양성과 책무성, 그리고 경쟁력을 포괄하는 개념이자 원리다. 선진국에서처럼 단위 학교들이 자율성을 향유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자율성은 자연스럽게 개별 학교의 책무성과 연계되고 교육수요자들은 이러한 책무성을 바탕으로 개별 학교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또한 학교교육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학교는 제반 교육활동을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개인차에 기초한 다양한 교육이 제공될 수 있다.
단위 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제반 교육활동에 대한 교사들의 전문성도 존중된다. 수업이나 평가 등에 대해 교육관청의 불필요한 간섭이나 통제로부터 자유스러워 지는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교원의 임용에 대한 행정권한은 국가에 귀속시키되 특정 교원의 채용에 대한 결정은 단위 학교의 교장에 위임하는 것도 자율성의 중요한 일부다. 결국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란 교수 및 학습관리, 교원채용, 그리고 수업지도 등 학교교육활동 전반에 적용되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초·중등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되면 대학의 자율성도 필연적으로 보장되리라 본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는 자율권을 인정해 주면서 대학은 계속 통제하고 간섭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가 접해본 교육 분야의 관료들 중 단위 학교의 자율성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다수 있다. 그들의 변은 학교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계와 교육자들의 책임도 부분적으로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학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정부의 규제를 언제까지나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더욱이 그 같은 규제에 의해 불신이 해소될 수도 없다.
오히려 이러한 불신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단위 학교의 책무성과 경쟁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학교들이 자신의 권한과 행위의 결과에 대해 철저히 책임지고,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면, 학교에 대한 신뢰는 자연히 회복될 것이다.
2. 교육내용에 대한 규제완화: 선택권 확대
20세기에 비해 21세기는 개인들의 관심과 욕구가 더욱 다원화되고 있으며 교육의 초점 또한 지식의 전수 및 획득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우리사회에서 과거 진학 기회의 확대를 요구하던 교육수요자들은 이제 보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갈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교교육의 양상 역시 다원화되고 있는 추세다. 학교교육체제의 다원화는 결국 교육내용을 다양화하고 교육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주고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교육내용에 대한 국가의 행정권한은 앞으로 더욱 제한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상세화된 교육과정을 지양하고 미국의 경우와 같이 기본적인 일반지침의 범위 내에서 단위 학교의 재량권을 확대함으로써 교육수요자들의 교육내용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무리 현대사회가 다양화된 사회라고 하더라도 학교교육을 통해 가르칠 공통적인 요소는 있다는 사실은 강조되어야 한다고 본다.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능은 사회통합이다. 따라서 교육내용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이 사회전체의 분열을 획책하고 통합을 저해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정통성의 부정,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사회구성원들 간의 반목과 갈등 조성 등의 요소를 담고 있는 내용이 학교교육에 포함되는 것은 금지됨이 마땅하다.
3. 학교설치의 자율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다양화
국가주도형 교육행정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한 세 번째의 방안은 학교설치의 자율화다. 이를 위해 우선, 학생들의 특기나 적성 그리고 장래의 진로는 물론, 지역적 특수성과 학부모들의 특색 있는 수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특성화된 학교의 설립에 관한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소위 특수목적고는 바로 이러한 취지하에 도입된 제도이지만, 사회의 일각에서 설립취지와는 달리 입시준비를 위한 장소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여기서 특성화된 학교라 함은 단순히 지적 능력이 탁월한 집단만을 위한 학교는 아니다. 특성화 학교는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산업현장에 투입되는 학생들, 일반 고교의 체제나 제도 속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들, 언어나 과학 혹은 예체능 방면에 특출한 재능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 등을 위해 다채로운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성화된 학교들을 통한 교육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 학교들에 대한 편견의 불식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와 아울러 특성화된 학교들은 그 운영이 설립취지와 목적에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설치의 자율화를 위한 두 번째 과제는 민영학교, 혹은 사영학교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은 많은 부분 사립학교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고등교육의 경우 사학의 비중이 더 크지만 논의의 편의상 이 부분은 여기서 제외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들 사립학교들은 이름만 사립일 뿐 교육과정의 선정, 운영, 학생선발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중앙 혹은 지방정부의 통제와 감독을 받는다. 더욱이 이들의 재정자립도는 지극히 빈약하여 이들 학교의 교원에 대한 인건비는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약컨대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들은 대부분이 유명무실한 존재들인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은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도가 지나칠 정도로 사립학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공은배 외, 2009).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정부의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립학교들이 전체 공교육의 약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다운 사립학교들이 공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이다. 이제는 우리의 교육도 정부의 주도와 감독 위주의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공교육에 있어서 ‘사적 영역(private sector)'을 허용함으로써 관 중심의 획일성과 경직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립학교라고 해서 무조건 등록금이 비싼 ‘부자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는 것은 선진국의 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종교단체나 자선단체 혹은 독지가들에 의해 운영되는 사립학교들은 ‘귀족학교’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립학교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의 학교교육체제를 더욱 다양화할 수 있다.
V. 결
본문을 통해 필자는 우리나라의 교육행정체제를 국가주도형체제로 규정하고, 그러한 체제의 역사적 배경, 현황 및 실태, 문제점, 새로운 패러다임 등에 대해 논의해 보았다. 국가주도형교육행정체제에는 過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 功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제 관중심의 행정은 구시대적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국가나 정부의 역할과 기능 자체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국가에 의한 과도한 통제나 간섭은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이제껏 행사하던 권한, 즉 일종의 기득권을 대폭 포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정치권과 관의 결단을 촉구하며 이 글을 맺는다.
참고문헌
공은배 외(2009), 주요국의 중등사학 재정운용 실태 비교·분석 연구, 중등사학재정연구위원회
박재윤 외(2004), 교육부문 행정권한 위임 및 이양실태 조사연구, 한국교육개발원
박재윤 외(2005), 교육분야 쟁점관련 법령 분석연구, 한국교육개발원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편(2010), 한국교육사, 교육과학사
일송기념사업회 편(2009), 한국교육 어디로 가야하나, 푸른역사
정범모(2009), 교육의 향방, 교육과학사
허종렬(1993), 교육에 관한 국가의 권한과 그 한계, 성균관대학교(박사학위논문)
문제는 정파적 집단 교육독점, 정부조직 개편과 지방분권화 병행해야
허종렬(서울교대)
1 머리말
평소 언론을 통해 자주 뵙던 이성호 교수님의 발제에 대한 토론을 맡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교수님의 주장은 그가 거의 결론 부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요건대, 우리의 교육도 이제는 정부의 주도와 감독 위주의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하며, 공교육에 있어서 ‘사적 영역(private sector)'을 허용함으로써 관 중심의 획일성과 경직성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큰 틀에서 이러한 주장에 상당부분 공감하며, 이번 토론을 통하여 이 교수님의 구체적인 발제 내용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하에서 교수님의 발제 내용에 대해서 몇 가기 점에 대해서 제 소견을 말씀드리지만, 그 네용들은 아마도 이 교수님이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보다 많은 지면에서 보다 상세한 설명을 하실 수 있었다면 대부분 이해될 수 있는 문제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제 내용을 항목별로 검토하고 그때마다 궁금한 점을 여쭙거나 제 의견을 제기하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2. 국가주도형이냐? 국가 독점형이냐?
교수님이 제 글에서 인용해주신 것처럼 국가가 학교교육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형태는 크게 국가 독점적 체제, 학교 특허의 체제, 제한적 자유의 체제, 학교 자유의 체제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제한적 자유의 체제에 속합니다. 이러한 판단이 가능한 것은 우리 헌법이 표방한 기본권 보장의 방식에 근거한 것입니다.
헌법은 그 제10조에서 우선 모든 국민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으로 규정하고 국가는 이러한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점을 선언한 후, 같은 법 제37조 2항에서 다만 이러한 기본권도 국가안보, 공공복리,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이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하는 ‘선 자유 보장, 후 제한’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제한적 자유의 체제라고 할 것입니다.
교육에 관한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과 이에 상응한 의무로서의 국가의 권한 행사 체제 역시 이러한 기본적 틀의 범주에서 인정되는 것이며, 헌법재판소는 그런 관점에서 때로는 정부의 지나친 기본권 제한에 대해서 위헌의 결정을 내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체제에 대해서 이 교수님은 이것은 피상적인 판단일 뿐 실제적으로는 사실상 국가독점적 체제라고 보고 계십니다. 그것을 이 교수님은 다른 표현으로 국가주도형 체제라고 표현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국가 독점적 체제라고 하는 것과 국가주도형 체제라고 하는 것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이 합당할는지는 더 생각해볼 점이 있을 겁니다. 국가주도형은 민간 주도형과 함께 교육에 관해서 누가 주도하는가의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국가가 주도한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국가독점에까지 이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 교수님이 적절하게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 학교교육제도의 탄생은 근대적인 의미의 민족국가(nation-state)의 출현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이기에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나 감독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공교육제도라고 부릅니다. 흔히들 현대국가의 특징을 복리국가라고 부르며 그 가장 전형적인 특징을 과거의 자유국가, 소극국가, 야경국가에 비하여 국가의 개입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합니다. 교육이야말로 현대국가의 복리성을 대표하는 사례이며 국가의 개입이 오히려 인정되는 분야이고, 그 구체적인 제도가 공교육제도라고 하는 정도는 주지의 사실입니다. 따라서 단지 국가주도형이라고 하는 것만으로 이것이 비판의 대상일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차라리 그것이 도를 넘는 경우를 비판하자면 그냥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체제를 사실상 국가 독점적 체제라고 규정하고 들어가시는 것이 더 분명한 관점이 아니겠는지요?
3. 우리나라의 경우 : 사실상 국가 독점형이냐? 제한적 자유형이냐?
한편 이 교수님은 우리나라가 사실상 국가독점형이라고 판단하고 계신 듯 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 이러한 평가에 관해서는 신중하고자 합니다. 물론 법적으로나 표면적으로는 제한적 자유의 체제이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상당 부분의 정책의 방향을 독점하는 점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재의 국가 주도형 교육체제를 전면적인 국가독점형으로 규정하는 것이 합당하겠는가 하는 점은 의문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현재 지방분권화가 많이 진전되어 있고 교육의 부문에서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상반되는 직선제 교육감들이 들어서서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교협이나 한국교총, 전교조와 같은 교직 혹은 교육단체들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언론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 등 법원의 사범심사가 제대록 작동하고 있으며, 국회의 대 정부 견제 기능도 상당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도 국가 독점형이라고까지 볼 것은 아니며 여전히 제한적 자유의 체제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4.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역사에 대한 평가와 집단 독점의 문제 및 대안
이 교수님의 지적 중에 전통 사회에서의 사학은 어디까지나 관학의 기능과 역할을 보완하는 장치였을 뿐, 사학이 관학과 공식적으로 대등한 지위를 누리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가하지는 못했다는 지적,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주의적인 교육행정은 조선이 일제에 병합됨으로써 더욱 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점, 해방 후의 이념적 갈등과 전후의 경제적 궁핍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탄생한 박정희 정권은 학교제도와 교육의 내용 등을 통제하였다는 점, 그 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 교육에 대한 국가의 독점은 계속되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의 말기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본질적으로 변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구체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노태우 정부 말기인 1991년에는 그동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지방교육자치제가 미흡하나마 부활되었으며, 김영삼 정부 하의 교육개혁위원회는 그 어느 정부보다도 교육계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오늘날과 같은 교육의 틀을 구축하는데 기여하였으며, 김대중 정부 하에서는 전교조를 합법화하였고, 노무현 정부는 그 전교조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습니다. 적어도 이정부들은 국가 독점형이라고 할 것은 아니며, 교육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가독점이라고 할 만한 사례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가 독점형이란 교육계나 관련 집단 등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정책의 형성과 집행에 있어 독점을 하는 경우이며, 그것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더라도 교직단체나 국회, 언론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가가 시행을 하는 것은 적어도 이것을 가지고 국가 독점형이라고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최근에 와서는 국가의 교육 권한 행사에 관해서 이를 국가독점이라고 규정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국가 독점형은 아니지만 국가가 어느 특정단체 혹은 집단의 의견만을 수렴하여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혼란을 겪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가 그것의 노선에 따라서 보수 혹은 진보의 특정 단체 혹은 집단의 의견만을 수렴하여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잃는 점입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 역시 넓게 봐서 국가독점은 아니지만 일종의 정파적 집단 독점으로서 국가독점과 다를 바 없는 폐해를 낳는다고 봅니다.
다만 이 경우에 관해서는 그것을 정권 교체라는 큰 틀에서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고, 문제가 있다고 봐서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후자의 입장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그 대안으로 위와 같은 문제점을 불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중양정부에서 시도 자치정부에 이르기까지 보수 혹은 진보가 같이 참여하여 교육의 문제를 토론하고 대안을 찾아내는 위원회 제도의 도입을 주장합니다. 예컨대 현재 중앙정부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는 별도로 지금까지 두었던 대통령 자문기구가 아닌 정책 심의 결정권을 갖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하여 여기에 국회와 정부, 교직단체, 기타 대안으로 거론된 단체들에 의하여 추천된 인사들이 참여하여 교육정책을 심의,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과부는 이렇게 결정된 정책에 관해서 집행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하고 집행을 하며,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 단체와 기관들에 대해서 지도하고 감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도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형태의 행정 기관을 둘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헌법이 지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5.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현황과 관련된 몇 가지 의견과 질문들
이 교수님은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현황을 세 가지로 구분하여 검토하고 있습니다.
교수 및 학습관련 행정권한(학업성적관리권, 교육과정 운영관리권, 수업활동 지도관리권), 교육공무원 인사 관련 행정권한, 학교 설치운영 관련 권한(학교설치운영권한, 학교 내의 학교 운영권)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내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의견과 질문을 개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교육과정 운영 관리권과 관련하여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교육청, 학교에 단계적으로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이것을 국가 독점형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문제를 짚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립학교의 그것을 거론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사학의 경우 교육과정상 그 설립 목적의 특수성에 근거한 자율성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점이 문제라 할 것입니다.
둘째, 교육공무원 인사 관련 행정 권한의 문제에서는 교육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한 것이 국가 독점의 원인이라고 지적을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실제로 교원들이 지방공무원화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보고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점 어떻게 해석해야 할는지요?
셋째, 이 교수님은 학교 설치 운영권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형태는 학교설립주체에 따라 국립, 공립, 사립으로 구분될 수 있고, 입학조건제한 여부에 따라 公營과 私營으로 분류되며, 경영 주체에 따라 官營과 民營으로 나뉘어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학교들은 행정기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국립학교 혹은 공립학교거나, 행정기관의 대행 및 위탁기구로서의 학교법인에 의해 설립된 사립학교들이다. 결국, 학생입학조건을 제한하는 사영학교나 민간에 의해 운영되는 민영학교의 출현을 억제하는 체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여기에서 토론자는 국립과 공립은 공영 또는 관영이며, 사립은 사영 혹은 민영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는데, 이 교수님은 서로들을 다르게 보고, 사립은 있으나 사영과 민영은 없다고 하십니다. 이 교수님이 보실 때 학교법인은 사영이 아니고 민영도 아닌 것인지요? 추가 설명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넷째, 학교의 운영권이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감의 통제와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볼 때, 학내의 학교운영권은 관이 보유한 학교운영권의 하위개념이라고 보는 것이며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히 그렇게 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는지요? 이것이 국가독점의 문제라고 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다섯째, 이 교수님은 교육에 대한 국가독점의 문제점으로 국가 및 지방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세부적인 통제, 교육의 자유와 자율권의 제한, 이러한 통제와 간섭으로 인한 교육자들의 전문성 훼손,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이나 정책 입안 및 집행과정에서의 교육주체들의 소외 등과 함께, 국가의 독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간의 갈등, 관 대 민의 왜곡된 대립구도 형성, 교육의 다양성 제한 등을 첨부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지적들은 대부분 지당한 것이라 생각하며, 이 교수님과 같이 저도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려운 것은 어디까지가 지나친 통제이고 과도한 것이냐 하는 기준입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기준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6.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에 대한 토론
이 교수님은 위에 지적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국가주도형 교육행정권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대개 지방분권에 대한 제언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기적하시면서,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고 보십니다.
그 이유로 이 교수님은 학교교육에 대한 지나친 통제와 간섭은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이 교수님은 따라서 그러한 대안보다 ‘교육공동체 거버넌스’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에 찬동하고 계십니다. 아울러 여기에서 거버넌스(governance)란 국가주도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지배(governing)나 정부(government)와는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정부 이외의 市場, 시민사회 등과의 파트너쉽 및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요소들을 조정(coordination)하고 그들 간의 협력(collaboration)을 유도하는 것을 지칭한다고 하시면서, 이것들이 국가독점형 체제하에서의 통제와 간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십니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이 교수님은 국가주도형 교육행정권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첫째는 개별 학교 중심의 학교운영의 자율화이고, 둘째는 교육내용에 대한 규제 완화, 그리고 셋째는 학교설치의 자율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추구하자고 하십니다.
이러한 대한 모색과 관련하여 저는 세 가지 점을 토론하고 싶습니다.
우선 교육학계에서 어떤 주장을 하실 때, 용어 선정이 상당이 주관적이라고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위의 교육공동체 거버넌스에서 ‘거버넌스’란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자체는 하나의 가치 중립적인 개념으로 단지 학교의 운영구조 혹은 권한의 행사구조를 의미할 뿐, 그 자체가 위에서 설명하듯이 국가주도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지배(governing)나 정부(government)와는 구분되는 가치평가적인 개념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떤 글에서 어떤 단어를 어떤 특정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규정하고 그렇게 보기로 한다면 그것은 그 글에 한하여 타당한 것이며, 그렇게 특정된 의미를 모든 사안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둘째, 이 교수님이 국가 독점형의 문제란 반드시 중앙정부의 비대한 행정권한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며, 학교교육에 대한 지나친 통제와 간섭은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교육의 지방분권화 자체만으로는 미흡하다고 주장하시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따라서 이 교수님이 제안하시는 것처럼 개별 학교 중심의 학교운영의 자율화, 교육내용에 대한 규제 완화, 학교설치의 자율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더욱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가 독점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역시 우선 국가로부터의 지방의 분권화가 급하다고 보며, 이것이 국가독점의 폐해를 줄이는데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교수님이 주장하셨듯이 교수 및 학습 관련 행정권한(학업성적관리권, 교육과정 운영관리권, 수업활동 지도관리권), 교육공무원 인사 관련 행정권한, 학교 설치운영 관련 권한(학교설치운영권한, 학교 내의 학교 운영권)을 지방에다 상당부분 이양하는 것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하겠으며, 중앙정부는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결정과 재정 지원, 지도, 감독권만을 행사하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셋째, 학교설치의 자율화를 통한 학교교육의 다양화와 관련하여 특성화된 학교들은 그 운영이 설립취지와 목적에 부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에 절대 공감합니다. 아울러 사립학교가 아닌 민영학교, 혹은 사영학교의 설립을 허용하자고 하시는데, 이것은 현재의 사립학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바탕에서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현재의 사학을 부정하는 전제 하에서 또 다른 사영 혹은 민영의 형태를 도입하자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사학이 그 특수성에 바탕을 두고 더욱 자율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아닐는지요?
7. 맺음말
이 교수님의 발제에 대한 토론을 통하여 저 스스로 ‘국가주도형 학교교육의 문제점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을 해보는 유용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 주장의 요지를 말씀 드리면 현재 국가가 교육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가지고 국가독점적인 것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는 점, 그러나 국가독점은 아니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그 지지 세력과의 집단 독점이 이루어져 국가독점 못지않은 폐해를 낳고 있다는 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위원회제도를 도입하여 여기에서 진보와 보수가 같이 만나 국가 정책을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심의 결정하고 행정기관들이 이를 시행하도록 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 국가독점 혹은 집단 독점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또다른 대안으로는 지방분권화를 더 가속화하여 교육의 지방적 특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 학교의 다양화 차원에서 사립학교의 경우 그 설립목적의 특수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교육과정상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입니다.
이 외에도 본 주제와 관련하여 서로 생각할 점이 많으나 미진한 점은 종합토론에서 다른 분들이 또 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