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포럼

엑소더스(Exodus)와 디아스포라(Diaspora)를 넘어 글로벌 시대의 시민으로

행복한 학부모재단 학부모지원본부장

강 소 연

머리글

며칠 전 한 신문의 컬럼은 우리 민족의 조기유학 열풍이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다(유석재, 2010).

 

서기 868년 최견일은 불과 열두 살 어린 나이의 최치원을 홀로 당나라로 떠나보내면서 당시 세계 최강대국인 당나라의 과거에 10년 안에 합격할 것을 당부하였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어도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것이 아이의 장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라고 굳게 믿고 희생을 무릅쓰는 부모의 심정이 지금과 너무나 닮았다. 당시 경문왕은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으로 육두품자제를 고시를 거쳐 뽑기로 하였으나 성분이 앞서는 진골 귀족 출신 자제들이 당나라 해외 유학을 거쳐 지방관으로 임명되는 사례가 생겼다. 그러자 최치원의 아버지 최견일은 유학을 거친 귀족들이 국내 고시파에 앞설 것을 내다보고 이에 뒤질세라 어린 최치원을 머나먼 당나라로 떠나보냈다. 당시에도 선진국 유학 경험이 국내파보다 유리한 이점이 있었기에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은 물론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까지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유학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1200여 년 전의 사연이지만 당시 당나라로 조기 유학을 보내던 학부모들의 심정이나 지금 선진국 특히 영어권으로 어린 자녀들을 떠나보내는 학부모들의 기대와 마음은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여건과 형편에 대한 고려보다 자녀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과 선택의 기회를 주고 싶은 열망이 천 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면면히 이어내려 오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조기유학은 제한된 소수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행하여졌으나, 2000년 중학교 졸업자에 대한 유학이 인정되고 영어 능력 향상과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초, 중등학생들의 유학이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 유학을 목적으로 출국한 초‧중‧고교생은 20,400여명으로 1998년 1,562명에 비해 13배나 증가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2006). 유학생과 조기 유학생이 해외에서 쓴 경비는 2003년 18억 4000만 달러 정도에서 2005년 100억달러 규모(약 1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정희정, 2005).

 

학부모의 세 명중 한 명은 여건만 닿으면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30%의 학부모들이 자녀의 조기유학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할 만큼 한국 학부모들의 자녀유학에 대한 열망은 가히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대단히 높다(김홍원, 2005). 이제 유학의 열풍은 단순한 가족의 문제 차원을 넘어 국가적 관심사로 등장하였고 그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한국의 조기유학의 붐에 대해 부유층의 일탈행위로만 볼 수 없으며 한국교육시스템의 심각한 징후인데도 불구하고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동아닷컴 2005. 5. 17). 한준상(2004)은 조기유학은 찬반을 따져야 할 대결구도의 시기를 넘어섰으며 개인의 선택과 학습추구권으로까지 의미부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았다.

 

조기유학의 문제점으로 초국적교육(transnational Education)을 들 수 있다. 즉 일반 유학과는 달리 초중등 학생의 의무교육 단계에서의 이탈로 인해 국민교육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아 통합되어야 할 시기를 외국에서 보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박소화, 2010). 국가는 의무교육을 통해 국민 공통의 가치와 이념을 심어줌으로서 성숙한 시민에게 필요한 교육의 공공성과 국가성을 확립하는데 조기 유학 교육은 이 시기를 다른 나라의 가치와 이념을 교육 받게 하므로 국민통합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학의 경험은 문화적 다원주의를 수용하고 외국인과 외국문화를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과 태도로 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 등은 사회구조와 사람들의 인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미 다양해진 교육수요와 요구를 국가가 모두 공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학부모들이 교육 소비자로서 국제적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을 국가가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할 수도 없다. 김연아와 박주성의 세계적 역량은 결국 그들의 부모의 교육적 지원이 만들어 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조기유학을 통해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바 대로 국제화 시대에 국제적 적응능력과 학벌을 통한 구분 짓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가정 및 국가 차원의 경제적 비용 문제, 가족 간의 이산과 가정파괴, 아이들의 정체성 혼돈, 현지에서의 부적응 문제 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제 국가는 학부모들이 조기 유학을 단순한 스펙 쌓기를 위한 목적으로 행하지 않도록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조기유학의 효율성을 따져 보게 하여야 한다. 글로벌시대에 꼭 필요한 세계적 인재를 장기적 안목으로 양성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학을 불법화 하거나 제한하기 보다는 원하는 경우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을 지원하는 효율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자녀들의 조기유학에는 현실적으로 학부모들의 엄청난 희생이 뒤따른다. 가정의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자녀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열망에 대하여 더 이상 국가가 방관해서는 안된다. 국가는 조기유학에 대하여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고 학부모들에게 체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여 관심을 가진 학부모들이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하여 성공을 극대화하고 실패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적 수요에 맞게 교육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학생과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학교는 강의중심의 암기위주의 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평가를 원하지 않는다. 학생의 성숙을 도와주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선진화된 학교를 원하고 있다. 우리의 학교가 선진화 될 때 조기유학의 엑소더스가 줄어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좀 더 거시적인 차원의 국가 교육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

 

학부모들은 왜 조기유학을 보내고 싶어 하는가?

 

지구온난화와 환경 문제, 자원 고갈에 대한 위협, 국제적 경제 위기, 심화되는 국제경쟁과 실직의 위협 등 해결이 어려운 심각한 문제들을 접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그 일을 하기 위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그 능력을 어떻게 키워주어야 하는지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가장 큰 관심거리이다.

 

Trilling & Fadel(2009)은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먼저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과 협동능력, 창의성과 혁신 기술과 같은 학습 및 개혁 능력과, 두 번째로 정보와 미디어 문해 능력, 마지막으로 유연성과 적응력, 자기주도적 능력, 사회 문화적 상호작용, 생산성과 책무성, 리더쉽과 같은 소프트스킬이다. 이와 같은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학습환경과 아이들을 사랑하고 영감을 주며 지지해 주는 선생님, 실패 속에서도 도전할 수 있도록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입시위주의 정답 찾기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고 있고 학교교육의 대부분은 1 ˗ 2 등급 학생 위주로 진행되면서 나머지 학생들은 들러리에 불과한 것이 우리의 학교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좀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은 부모가 찾은 가능한 전략이 조기 유학이다. 다른 아이의 조기유학은 경계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우리 아이도 어떻게 해서든 그 기회를 주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유학의 경우 영어를 배우기 위한 단기 어학연수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지만 중등학교의 경우 주로 성인유학으로 이어지기 위한 언어적, 학문적인 준비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중등학교의 경우 문화적 정체성 갈등의 심화를 겪고 적응상의 어려움이 더 크다(박소화, 2010).

 

입시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입학이 불확실한 국내 대학보다는 같은 노력으로 미국의 일류 대학을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 또한 국내에서 대학진학이 불가능한 경우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대학이라도 들어가 졸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의 성적이 좋은 경우에는 좋은 대로, 나쁜 경우에는 나쁜 대로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의 학부모들의 조기유학 경험이 준 도움에 대해 영어 및 외국어 실력 향상에 대해 98.3%가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그 외 외국문화이해 및 국제적 안목형성이 98.3%, 정서발달이 89.4%, 학습 능력 향상이 85.8%, 자녀의 적성 및 재능발견이 75.3%가 효과적이라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51.2%의 학부모들은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장래에 보다 나는 생활을 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조기유학을 친지나 친구에게 권유하겠다는 학부모는 15.4%,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 하도록 하겠다는 학부모가 83.5%로 나타나 좀 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이 조기유학을 보내는 주요한 이유는 외국어(영어) 습득과 특기를 키우기 위해가 36.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학교교육에 만족할 수 없어서(35.5%), 과다한 사교육비(34.0%)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는 학교공부, 입시, 취업 및 직장,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영어 능력은 사회에서의 성취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은 어렸을 때 조기유학이라도 가서 영어에서 다른 아이들 보다 우위를 차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김홍원, 2005).

 

조명덕(2002)은 조기 유학생 급증 현상은 세계화에 적합한 인력을 기르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기보다 우리나라의 교육체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세계화되는 노동시장에 대비한 개별적인 적응전략과 맞물리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보았다. 이는 학벌주의와 학벌을 통한 구분 짓기가 무대를 넓혀 국제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박소화(2010)는 조기유학 경험자들은 외국의 교육을 한국의 교육보다 더 나은 교육으로 실체화 시키고 있다고 보았다. 외국 학교생활은 학생의 참여도가 더 높은 수업이 이루어지며 체험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만족도가 더 높다. 또한 외국 학교에서의 경험은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학교는 각자의 개별성을 존중하며 다양한 경험의 장이 된다. 학생들의 다양한 시행착오가 학교의 교육시스템 안에서 허용된다는 점이 한국교육과 차별화 된다. 이를 통해 창의적 사고력과 유연해진 사고방식, 인격적 성숙이 가능하다.

 

또한 평가에 대한 부담이 적다. 학생들은 평가를 받으며 평가가 서열이나 순위, 당락을 판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앎을 평가받기 위함이며 교사는 이러한 평가를 위해 학생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활발한 교실 상호작용, 자기주도적 학습, 개인의 성장을 돕는 평가체제는 조기유학을 떠나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세계적으로 높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이제 자녀를 위한 교육경험의 제공을 국내 공교육 체제에 안주하지 않게 되었다. 세계화, 정보화는 한국 학부모의 자녀를 위한 교육적 선택을 국가의 경계를 넘는 전략적 선택을 가능케 하였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다 새로운 교육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은 아니며 부정적 측면도 크다. 아이들의 부적응과 기러기 아빠로 대변되는 가정해체의 문제, 국가 경제적 비용 문제, 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위화감 등은 심각하다.

 

조기유학의 문제점

 

조기유학이 일부 제한된 상류층에서 중류층으로 확대되면서 점차 더 빈부 계층 간의 위화감 조성과 노동시장에서의 유리한 위치 점령, 자본의 세대전수의 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김홍주, 2001. 이미나, 2001).

 

조기유학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 조기유학을 보낼 수 없는 학부모들은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 보다 자기 자녀의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63.1%). 조기 유학을 통해 긍정적 효과 또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던지 간에 조기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의 경우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한다는 위화감 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의 자녀의 조기유학에 대해서는 1/3이 보내고 싶다고 응답하면서도 조기유학 전반에 대한 인식은 비판적인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55.1%의 학부모들이 조기유학이 신중하지 못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55.7%의 학부모들이 조기 유학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여주었다(김홍원. 2005).

 

오욱환(2008)은 한국인들은 학교교육 수준에 따라 사회 경제적 삶의 기회가 좌우되는 현실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학력과 학벌의 사회 경제적 보상을 확신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념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어 교육과 출세의 인과 관계는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어져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모든 부모들이 경쟁적으로 학교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고 개방된 교육기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기회가 제한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어진 기회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한국에서 학벌은 지위지향이나 이해관계 고양을 위한 도구적, 수단적 성격이 강하고 가족집단의 지위와 명예와 관계가 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기유학을 실력이 아닌 부모의 경제적 자본으로 취해질 수 있는 기회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미국 사립기숙학교의 경우 학비만도 2만 5천불에서 3만 5000불 정도이며, 영국 사립기숙학교의 경우 9000-13000파운드 정도의 비용이 든다. 중산층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비용이다(최창봉, 2006).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영어능력하나 만큼은 실효성이 있다고 믿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최진숙(2007)은 초등학교에서 영어 조기유학을 하고 귀국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한 결과 조기유학은 언어정체성 상실, 막대한 비용, 가족 간의 유대관계의 혼란, 다른 환경으로 인한 학습저하 및 의욕상실을 지적하였다. 영어능력의 향상은 노출정도(exposure degree)가 중요한 요소인데 조기 교육 이후 귀국하게 되면 노출시간이 줄어들어 영어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노출도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결국 사교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조기유학을 가지 않고 한국에 있었어도 그 정도의 투자면 영어능력의 향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시기에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귀국 후 중고등학교 시기까지도 국어의 읽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경험 한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더 배운 만큼 국어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16-17세 고교생 2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기유학생들은 이민자 자녀들에 비해 우울증 평균 수치가 23%나 높고 자살충동은 90%나 높았다. 이에 대해 조용범 박사는 조기유학생은 한국에서 느꼈던 입시 중압감을 그대로 느끼는데다 낯선 환경에서의 문화적 갈등, 소외감 등으로 훨씬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적하였다(손유진, 2003).

 

한준상(2004)은 조기유학생들의 현지 적응 문제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로 개인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2003년 인도네시아로 유학 간 한국인 고교생 26명이 학기말 시험지를 훔쳐 시험을 치르다가 적발되어 모두 학교를 떠난 적이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와 같은 불법 행위적 행위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조기유학을 생각할 때 가장 심각하게 인식되는 사회 문제 중의 하나는 기러기 가족이라고 불리는 비동거 가족의 문제이다. 부모의 직업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아이와 함께 외국에 거주하지 못하고 국내에 남아 있어야 하는 아빠들의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부의 경우 반대로 엄마가 국내에 남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기러기 가족의 문제는 아빠와 자녀 및 어머니 사이에 커져가는 문화적 격차의 문제, 주로 엄마와 생활하면서 결핍되기 쉬운 아빠의 남성역할 모델 부재,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지지의 부족, 유학경비 마련을 위한 경제적 부담과 홀로 숙식을 해결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부담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자살하는 아버지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경석 외(2003)은 기러기가족은 공교육의 문제점과 비뚤어진 사대주의, 그리고 가족 이기주의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낸 대한민국의 특이한 가족 형태로 보았다. 이와 같은 비동거 가족의 문제는 가족문제가 자녀 교육문제로 투사되어 비동거 가족이 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동거 가족을 부정적으로만 보기 보다는 다양한 가족 형태 중의 하나로 보아야 하며 가족문제를 유예, 예방, 치유 하는 측면도 있다. 세계화의 영향 아래 교육문제의 표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족변화 현상이며 다양한 가족 형태 중 하나로 볼 수도 있다(최양숙, 2005).

 

가족의 희생도 불구하고 조기교육의 열풍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조명덕(2002)은 국내 교육체계의 과도한 입시경쟁, 높은 사교육비, 졸업 후 취업의 불투명성, 세계화 및 다국적 기업의 증가로 인해 대두된 언어능력의 필요성, 대학 졸업장 취득의 용이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조기 유학생 급증 현상은 세계화에 적합한 인력을 기르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교육체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세계화하는 노동시장에 대비한 개별적인 적응 전략과 맞물리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학벌주의와 학벌을 통한 구분짓기가 무대를 넓혀 국제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기 유학생의 증가가 반드시 국가간 이해의 증진이나 세계화된 시민의식의 성장과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양한 나라와 국민들과의 상호교류 확대 보다는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몇 개 선진국에 한정되어 있으며 조기유학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크레디트를 획득하는데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그러나 조기유학생의 증가를 단순히 학벌주의와 학벌을 통한 구분짓기로 한정해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실제로 조기유학을 통해 학벌을 통한 구분 짓기에 성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유학을 통해 초기에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과는 다른 문화와 교육방식을 경험하면서 국제화 시대에 필요한 역량과 가치를 키워 갈 수 있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통해 한반도를 떠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려는 우리 민족의 엑소더스와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억압통치의 굴레를 피하여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는 중국, 만주, 러시아의 대륙으로, 멀리는 유럽과 하와이 아메리카로 이주하여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자 하였다. 한편으로는 식민통치하의 멸시받는 이류 시민대접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 본토유학에 유학의 길을 떠나기도 하였다.

 

해방 후 이어진 분단과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 피폐해진 경제상황과 억압적 군사독재정권을 벗어나보려는 시도는 1960년대부터 수많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미국으로, 서독의 광부와 간호사로 남미의 농부로 떠나게 하였다. 이제 경제적으로 형편이 나아지고 민주화된 한국에서 다시금 단기 또는 장기유학이 중요한 해외 이주의 요인으로 등장하였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중국인, 인도인, 유대인 등과 더불어 가장 많은 디아스포라를 형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5대양 6대주와 세계적 강대국에 대한 분산도로는 거의 세계 수위를 형성하고 있는 해외거주 한국인들은 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유독 한국적 전통을 잃지 않는 독특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각 거주지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국과의 교류의 고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위의 예들은 성인들의 이주라는 점에서 조기유학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점이 있지만 해외에서의 유학생들의 외국에서의 경험과 그 곳에서의 생활은이 한민족의 힘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세계에서 세계 전역에 퍼진 한국인의 디아스포라는 그 연원이 어떻든 모두 결집되어 한민족의 힘을 형성할 수도 있다. 네트워킹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 아이들의 유학 경험은 세계적 수준의 네트워킹인 국력으로 변화될 수 있다. 국가가 지원하지 못하는 일을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국가 인재 양성을 위해 희생하면서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위한 학부모의 교육열을 제한하려고 하기 보다는 학부모의 정보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질 높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공교육의 선진화를 통해 학부모들의 위화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결론

 

우리의 교육현실은 이미 대학입학 정원이 대학 지원자 보다 많아 누구나 원하면 대학을 갈 수 있다. 그러나 자식을 일류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아이들과 부모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그 해법으로 조기유학을 택하지만 비용과 가정 해체, 아이의 부적응, 등 그 효율성은 결코 높지 않다. 학부모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무엇 보다 학부모가 변해야 한다. 부모의 중요한 역할은 자녀가 성장할 때 옆에 함께 있어 주면서 모델링과 안내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보장도 되지 않는 좋은 대학 입학 가능성과 영어실력향상을 위해 아이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고 있다.

 

누구를 위한 조기유학인가?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부모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아이는 사춘기의 어려움과 정체성을 형성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부모가 함께 있지 못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친밀성을 잃을 수 있다. 가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조기유학으로 인해 너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국가는 이와 같은 조기유학의 열풍을 학부모들의 잘못된 교육열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제공과 상담 등을 통한 지원에 힘써야 한다. 학부모들이 많은 희생과 비용을 감수하면서 자녀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인 만큼 학부모들이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외국에서 유학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적응을 위한 상담과 멘토링 제도 등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현명하게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을 때 그것은 국가적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유학경험은 아이들의 국제적 적응력과 내트워킹으로 국가적 역량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굳이 조기 유학을 가지 않더라고 국내에서 세계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배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통해 우리 교육의 만족도를 높이는 길만이 무조건적인 조기유학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이제는 그만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고 세계 시민 교육,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개발, 국제적 리더쉽,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외국어 능력과 의사소통기술을 키워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눈높이는 선진국 수준에 있는 만큼 교육의 선진화를 위한 국가적인 투자와 지원이 시급하다. 어린 아이와 그 부모들을 외국으로 쫓아내는 일을 멈추고 하루 빨리 국내에서 국제적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선진국이 되길 소망한다.

 

참고문헌

교육과학기술부(2006). 2005학년도 초, 중,고 유학생 출국 및 귀국통계. 교육과학기술부.

김성숙(2006). 기러기아빠의 생활변화와 적응문제. 한국가정관리학회지. 제 24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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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 이경자

 

 

한국의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조기유학이든 탈학교든 홈스쿨링, 대안학교까지 모두가 현재의 한국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더 나은 선택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조기 유학의 실태나 교육적 기대, 허와 실등 부작용에 관한 연구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을 만큼 얘기되어 왔고 모두가 통탄하며 현재의 우리 교육으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서 토론자는 발제자가 제언한 ‘학부모의 의식 개혁 및 교육정책 방안’에 대해서만 의견을 집중하여 얘기하고자 한다.

 

학부모에게 책임을 돌릴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겠다.

학부모가 무슨 죄가 있는가? 학생, 학부모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잘못된 제도 에서 ‘자식을 위해 몸부림’치는 학부모들이 오히려 불쌍할 뿐이다. 학부모의 의식을 개혁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교육제도를 과감히 개혁해 줘야한다.

 

1. 학교 간 경쟁을 위해 국가 통제를 풀고 평준화를 해제해야한다.

 

학생의 입시 부담과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평준화가 도입된 지 중학교 40년, 고등학교 35년이 흘렀지만 결코 평준화되지 않았고 입시고통과 사교육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평준화란 꿈이었고 가장 대표적으로 실패한 포퓨리즘 정책이었다는 생각이다.

하루아침에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빼앗아 ‘근거리 학교에 강제 배정’하고 학교는 학생선발권과 교육과정 편성권을 뺏긴 채 국가관리 체제하의 획일화된 교육을 강제당한 것이 평준화였다.

 

노력 안 해도, 잘못 가르쳐도, 학생을 꽉꽉 채워주고 돈까지 주니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 없는 학교가 노력할 이유가 어디 있는지 생각해보라.

 

대충해도 정년이 보장되는 최고 직장, 책임을 묻지 않는 학교에서 어떻게 학생이 만족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겠으며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을 이런 학교에 보내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는가? 떠날 능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게 우리 심정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수요와 공급은 선택을 통해 접점을 찾는다. 학생의 경쟁이 아닌 학교의 경쟁을 위해 더 이상의 국가 독점체제를 끝내고 교과부, 교육청의 권한을 과감히 학교에 이양하고 학교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게 해야한다. 선택권을 학생에게 돌려주어야한다.

 

2. 먼저 사학을 진흥시키는 사학진흥법을 제정하고 사학을 통해 공립을 자극하여 학교 간 경쟁 체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평준화 도입 시 모델이 된 일본은 사립은 제외하고 공립만 근거리 배정을 했는데 우린 공, 사립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시행해 이미 실패 가능성을 안고 시작했다고 본다.

 

사학은 3-40년간 재정결함충당금이란 당근에 길들여져 서서히 자활능력을 잃고 무능해져 하향평준화와 획일화된 교육으로 과거 명문의 위상과 전통을 잃고 실패한 교육정책의 증인이 되었다.

 

수월성 무시, 획일화를 전제한 평준화의 한계는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를 보완책으로 도입하며 제도를 무력화시켰고 오히려 학교선택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요구는 봇물을 이루게 했다.

 

변화의 물결은 우선 사학의 제자리 찾기에서 시작해야한다. 사학을 옭죄는 사립학교법을 폐지하고 사학을 육성하는 제도를 만들어 사학이 교육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학의 자율은 다양한 형태(교육내용, 교육비, 규모등)의 학교를 출현시킬 것이며 경쟁력 없는 사학은 선택을 통해 퇴출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만이 공립을 자극해 교육이 살수 있게 할 것이다. 무기력, 복지부동의 교사 천국이 된 이 상황의 학교를 살리는 길은 교사들의 위기의식 뿐이다. 이젠 더 이상의 학생 경쟁이 아닌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 때이다.

 

3. 이제는 교육을 비용으로 풀어야한다.

 

자사고의 등록금 3배는 엄청난 돈이 아니다. 1인 년 간 교육비는 450만원 정도로 이중 개인부담이 180만원, 나머지 270만원은 국고보조금(재정결함충당금)이다. 그러니 자사고 비용은 일반 학교의 교육비 정도로 귀족학교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고를 안 쓰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며 이런 학교를 권장하는 것이 교육의 당양성을 위해 필요하다.

 

이런 학교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학부모의 사정은 사교육에 지출하는 돈을 공교육에 기꺼이 내겠다는 것으로 한 부담을 떠나 학교 안에서 만족한 교육을 받고 싶다는 바램이었다.

 

한 아이 시대를 맞아 학부모의 교육적 욕구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수준과 요구, 관심이 비슷한 학생들이 한 구성원이 되어 행복한 교육과정 속에 실력과 인성을 갖추는 시기를 보내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야한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일류 대학에 목을 매지 않는다. 다만 내 아이에게 부모로써 좋은 교육을 주고 싶을 뿐이다. 그 이후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제발 제도를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데 왜 이렇게 정부는 우리의 마음을 모르는지...

 

내국세의 20%이상 이란 엄청난 세금을 교육에 쓰면서도 또 사교육이란 이중부담을 지는데도 우리는 교육에 너무나 불만이 많다. 불만을 줄이기 위해 이제야말로 진정한 학교 선택권을 돌려 주어야한다.

 

사람은 자기의 선택에 책임지는 속성이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만족할 수 있다. 더 이상 우리를 조기유학으로 또 학교 밖으로 내 몰지 않게 하기위해 이제 가짜 평준화와 교육 국가 통제를 줄이는 일에 국민적 합의를 할 때다. 누구도 피해자가 되어선 안 되며 우리 아이들은 이 순간 자라고 그래서 단 한 번의 교육 기회밖에 없다.

 

이젠 교육도 투자대비 효율이라는 수치적 관점을 제시하고 헛된 노력을 줄여가자.

교육으로 흥한 나라를 교육으로 망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육비를 3배로 한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 유학비용으로 엄청난 돈을 지출하는 현실에서 국내 학교에서 만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장의 논리에 맡기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 절약된 재원으로 공립학교의 국고보조금을 늘려 사립을 능가하는 공립을 만들어 그것도 학생이 선택하게 하는 것만이 공사립을 모두 살리고 경쟁력 있는 학교만이 살아남는 진정한 학생, 학부모의 선택만이 학교를 살릴 수 있단 확신을 가지고 과감한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