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소사이어티> 파퓰리즘을 진단한다.” 토론문
2011. 6 16.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좌승희.
I. 파퓰리즘의 정의
1. 고전적 정치철학적 관점
-포퓰리즘은 소수의 엘리트가 다수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체제에 반하는 계념으로 “다수의 뜻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체제.
-순수한 의미의 민주주의 정치이념과 다르지 않음
2.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비춰본 파퓰리즘: 투표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행태
-민주주의 일인일표 제도는 세습군주나 전제군주대신 국민의 동등한 참정권을 통해 지도자를 뽑는 정치제도
-민주주의는 지도자를 뽑는 제도이며 국가의 정책은 헌법에 의해 결정됨.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표가 아니라 헌법질서임.
-그래서 의회에서 결정되는 모든 정책은 헌법적 가치에 비춰 합헌여부를 판단하는 것임
-그러나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일인일표의 투표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려는 민주정치행태를 파퓰리즘이라 정의할 수 있음. ==>다수 혹은 특정 그룹의 국민들의 이해에 영합하는 정책을 내걸고 표를 구함. 물론 이 경우에도 그 정책이 지속가능하고 실현가능한가의 여부가 파퓰리즘여부의 판단기준이 될 것임.
3. 경제적 파퓰리즘
-일인일표의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영역이 아닌 경제적 영역에까지 일인일표에 의한 정책결정이 이루지는 체제.
-이것이 왜 문제가 되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구매력의 다과에 의해 그 경제적 영향력이 결정되는 체제며 시장결과는 차등과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에 일인일표의 절대평등의 의사결정체제가 강요되면 시장은 작동하지 못한다. 일인 일표의 시장경제는 바로 사회주의 평등경제의 작동원리이다. 경제민주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의미의 파퓰리즘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견되며, 민주주의의 타고난 문제점이다. 민주주의가 지도자를 선택하는 제도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제도로 변질되면 항상 파퓰리즘으로 인한 경제민주화, 경제의 사회주의화 경향을 보이게 된다.
II. 한국의 경제적 파퓰리즘 경험
1. 개발연대: 정치의 경제화시대
-유신체제는 바로 경제적 차별화원리에 따라 모든 산업정책을 추진할 수있도록 뒷받침함으로써, 경제적 인기영합주의(Economic Populism)를 배제하는 역할을 했고 이것이 바로 비민주적 정치체제와 경제발전이 같이 갈 수 있었던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비민주적 정치체제 또한 일반적으로 정치적자유의 억압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사회주의성향의 경제적 인기영합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고 나아가 경제적 자유까지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항상 경제적 차별화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일인일표의 민주주의정치도 후진국의 경우 쉽게 인기영합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음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따라서 민주주의나 비민주적인 체제, 그 어느 것도 경제발전의 필요 혹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의 개발연대는 결과적으로 정치를 경제정책 수단화함으로써 파퓰리즘을 피해 통해 경제적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정치의 경제화”란 바로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2 민주화 시대: 경제의 정치화시대/파퓰리즘시대
-경제민주화이념을 내걸고 경제평등주의 추구
-“우리 모두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선호한다. 은행도 투자자도 경쟁력있는 기업을 선택하여 이에 더 많은 지원을 한다. 근로자도 경쟁력있는 기업을 선호한다. 그래서 시장을 구성하는 우리 모든 경제주체들은 강한기업을 선택하여 더 지원함으로써 그 기업에 더 많은 자원을 집적시키는 일을 한다. 시장은 그래서 경제력 집중과 경제적 불평등을 조장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인이 아닌 인간으로서 경제력집중이나 경제적 불평등을 혐오한다. 우리 속에 잠재된 경제적 인간은 경제력 집중을 조장함으로써 경제발전에 기여하지만 또 다른 잠재된 비경제적 인간은 항상 거대기업의 횡포니 재벌의 횡포니 하며 경제력 집중을 혐오한다. 이 두 가지 서로 상반되는 인간상의 합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경제발전의 문제는 우리가 어떤 인간상을 더 중시하느냐의 문제이다. 전자의 경제적 인간상을 적극 수용하는 사회는 경제발전의 역동성을 만들어내지만 후자의 비경제적 인간상을 더 선호하는 사회는 경제발전의 정체를 대가로 지불하게 된다.”
- 후자의 비경제적 인간 성향에 호소하여 표를 구하려는 정치행태를 경제적 파퓰리즘이라 정의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
- 경제적 파퓰리즘은 그래서 경제발전에 역행하는 정책을 생산하는 경향을 갖는다. 시장의 작동에 역행하는 정책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집중규제, 중소기업에 대한 무조건적 1/n 지원, 수도권 규제와 지방에 대한 무조건적 1/n 지원, 교육평준화, 대학 평준화, 보편적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등
- 이런 파퓰리즘정책들이 지속가능할 수 없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장기간의 시간이 걸리는 반면, 경제적 결과를 대증적으로 정부개입을 통해 교정하는 데는 단기간밖에 소요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에 해가 되지만 유권자의 일부 혹은 전부에 단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파퓰리즘정책은 그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는데 장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항상 파퓰리즘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 예컨대 과도한 소득 재분배정책은 저소득층에는 당장 해택이오지만 이것이 제도변화과정을 통해 저소득층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고소득층의 일할의욕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쳐 궁극적으로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경제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는 장시간이 소요됨.
III. 무엇이 양극화를 초래하나?
-현대 민주정치가 가장 선호하는 파퓰리즘, 즉 재분배 사회정책의 명분은 자본주의 사회가 초래하는 경제적 불평등, 즉 경제양극화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판단으로는 양극화의 원인은 바로 파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
1. 동반발전이 안 된다는 양극화 현상은 인재(人災)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네트워크 경제이다. 그래서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내가 흥한다는 명제를 피할 수 없다. 네트워크를 통해 끝없이 발전의 노하우와 시너지가 서로 공유되어 퍼져나간다. 내주위에 나보다 흥하는 이웃이 많을수록 나의 성공가능성은 커지며, 역으로 성공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흥하는 이웃이 없이 내가 성공할 길은 없다. 그래서 오늘날의 네트워크 자본주의경제는 칼 마르크스적인 계급투쟁의 장이 아니라 성공노하우의 공유를 통한 동반발전의 장이다. 수양산의 그늘, 흥하는 이웃의 성공노하우들이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서로 무임승차를 통해 퍼져나간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그 본질상 동반발전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실제 이 효과가 잘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차이는 바로 그 사회의 경제제도나 정책이 경제주체들끼리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의 공유를 원활히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느냐의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동반성장을 막아 소위 양극화를 조장하는 경우는, 우선 흥하는 이웃, 수양산의 등장을 원활히 도와주지 않아 아예 수원지가 고갈되거나, 혹은 수원지에 땜을 쌓아 수문을 닿아놓거나, 아니면 물이 넘쳐흐르지만 손수 물을 길어 올릴 생각을 안하고 정부만 쳐다보고 있거나 아니면 이 모두가 원인일 수 있다. 어떠한 제도가 이런 문제를 초래할까? 시장의 자생적인 동반발전성향을 여러 가지 이념적 이유로, 즉 흥하는 이웃이 있어 내가 망한다는 계급투쟁적 이념에 빠져, 흥하는 이웃을 폄하하고 취약한 계층이라고 무조건 도와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하는 경제제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인 것이다. 서구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이 걸어온 지난 50여 년의 역사와 지난 30여 년의 우리의 경제정책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동안 취약계층을 위한다거나 양극화를 완화한다거나, 동반발전을 이끈다거나 하는 좋은 뜻으로 도입한 정책들이지만 결국 자본주의 동반발전원리에 역행하여 오히려 돕고자 한 계층을 더 어렵게 만든 정책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의 양극화문제는 다분히 인재(人災)에 가까운 것이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 동반발전에 역행하는 거시경제정책사례
가. 수출과 내수가 동반성장 안 된다?
수출 대기업이 수출해서 번 돈을 내수에 투자할 수 없게 막아놓고 동반성장 안 된다고 고민한다. 우리나라 수출 대기업들이 같은 업종이나 혹은 여타 국내 서비스업에 투자할 수 없게 수도권규제나 기타 경제력집중규제로 막거나 혹은 사회분위기를 만들어가니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과도하게 늘어가고 수출로 번 돈은 해외로 유출되니 수출과 내수는 같이 동반성장 못하는 것이다. 국내 좋은 일자리가 해외에 수출되니 젊은 청년들은 일자리 없어 결혼도 미루고 결혼해도 맞벌이 해야만 하니 저 출산은 심화된다. 능력 있는 기업들의 국내투자가 늘지 않으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양극화도 심화된다. 내수산업에 불리한 정책을 쓰면서 내수, 서비스업 키운다 하니 연목구어가 된다.
나. 대기업의 수익은 급증하는데 중소기업은 계속 어렵다?
수출 늘린다고 고 환율정책 지속하면 내수서비스업 등 내수부문과 내수 중소기업은 어렵고, 제조 수출대기업은 유리하다. 더구나 이미 지적한 대로 수출과 내수가 동반성장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은 더 어려워진다. 또한 고 환율정책을 고집하면 수입인플레 압력으로 결국 서민경제가 어려워진다. 수출대기업, 혹은 수출부문의 성장을 위해 내수 서비스부문과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고 국내인플레를 조장하여 서민경제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3. 동반발전에 역행하는 경제제도 정책 사례
가. 대기업규제 하면 중소기업이 살아난다?
중소기업 위한다고 대기업 특별 규제하면 대기업은 해외투자 늘리고, 수출과 내수의 연계는 더 약화되어 국내 중소기업과 내수산업만 어려워지고, 좋은 일자리는 해외로 뺏겨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대기업규제가 중소기업 어렵게 만들고 청년들 어렵게 하는 결과 초래한다.
나. 부동산으로 불로소득(?) 얻지 못하게 하여 모든 국민이 자가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고 애쓰지만 무주택 영세계층만 어렵게 만든다.
일 가구 일 주택 장려정책으로 다 주택 소유에 세금폭탄을 매기고, 임대사업자도 돈은 벌지 말고 임대업을 하라 하니 임대업이 활성화되지 못해 결국은 주택 살 능력 없는 월세, 전세 수요자만 피해보게 된다. 전월세 공급을 늘리려면 전월세 임대업이 수익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수익은 내지 말고 임대서비스만 열심히 하라는 이상한 정책을 한다.
다. 30년 넘게 수도권규제해도 지역경제 활성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지역균형발전 한다고 30년 넘게 수도권에 대기업 입지 못하게 하니 대기업들은 해외로 탈출하고 수도권도 어렵고 지방은 전혀 좋아지지 않고, 결국 일자리를 해외에 팔아먹는 일을 하면서 일자리 늘릴 정책 찾는다고 고생한다. 모두다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데도 계속 지역균형발전 한다고 야단이다.
발전은 경제활동이 특정 지역이나 산업부문, 기업에 집적되는 과정인데도 자원, 산업, 기업, 공항, 축구장, 공공기관, 도시를 전국에 골고루 분산, 배치시키는 정책을 30년 넘게 지속하고 있어 국토의 경쟁력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지역 간 상생, 동반은 고사하고 모두가 동반 하락하는 형국이다.
라. 중기육성정책이 중기에 독이 되었다.
중소기업 육성한다고 가진 애를 쓰는데도 지난 30여 년간 반듯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중기가 거의 없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걸 대기업 때문이라 하여 대기업규제를 더 강화하면 대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니 중기와 대기업 상생은 더 어려워진다.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역 차별하는 획일적 1/n지원정책이 앉은뱅이 중기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마. 근로자를 위하는 정책이 근로자에 독이 되어 돌아온다.
근로자 위한다고 노조를 무소불위의 전투적 노조로 키워놓으니 기업들은 투자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정규직 채용을 꺼리니 저임금 비정규직만 양산된다. 비정규직 저임금 청년들은 결혼할 엄두도 못 내고, 결혼해도 맛 벌이 안하고 살길이 없으니 애를 낳기는 더 어려워진다. 강성노조가 기득권세력이 되고 신규진입 비 노조는 저임금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젊은 세대의 미래는 더 불안해지고 출산율도 떨어진다. 근로자 간에도 동반성장이 안 된다.
바. 교육격차를 없애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평준화 교육은 오히려 가난의 대물림을 고착화시킨다.
평준화 교육으로 공교육이 무너지니 이제 사교육시장에서 경쟁하게 되고 결국 부유한 학생들은 좋은 학원 가는데 가난한 학생들은 학원 갈 길이 없어 결국 가난한 학생들만 피해보는 결과 가져온다. 그래서 가난의 대물림은 고착화되고 동방성장은 더 어려워진다.
사. 선진국 복지제도 따라하면 동반성장하는 선진국 된다?
동반성장하기 위해 복지제도를 확충해야한다고 하나 어떠한 방식으로 해야 진정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인지 고민 않고 선진국이 실패한 제도를 답습하고 있으니, 도덕적 해이를 초래 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무상복지는 가장 비싼 복지이며, 획일적 복지는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동기부여기능이 없는 복지제도는 복지수혜자를 양산하여 오히려 도우려는 사람들을 실패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아. 50m이상 차지 못하게 하는 앉은뱅이 축구규칙은 무슨 결과를 가져올까?
잘하는 선수를 규제하는 축구규칙은 모든 선수를 앉은뱅이 선수로 만든다. 유능한 거포 선수들은 해외로 나간다.
국가나 정부, 정치권이 계속해서 부자는 싫고 가난한 사람의 편이라고 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계속 가난한 사람만 우대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기업은 싫고 중소기업만 사랑한다고 하면? 수도권은 싫고 지방만 사랑한다고 하면? 포퓰리즘의 결과는 ?
사랑받고 우대받는 주체는 늘어나서 번창하고 싫어하는 주체들은 줄어든다. 경제제도가 특정 조건하의 주체들에게만 유리하게 조성되면 세월이 가면 대접 받는 주체들은 늘어나고 그렇지 못한 주체들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가난하기 때문에, 취약하기 때문에, 작기 때문에, 지방이 약하기 때문에 특별히 도와준다고 하면 모두다 그 상항에서 안주하게 된다. 무엇무엇 때문이라는 것이 대접받을 조건이 되면 기득권이 되고 안주하게 된다. 자조하고 노력하여,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주체가 대접받도록 동기 부여하는 장치가 없으면 좋은 뜻이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4. 부문간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고려않는 정책이 양극화를 조장한다.
이상과 같은 실례들은 그 동안의 잘못된 경제관과 그에 따른 잘못된 정책선택에 연유하고 있다. 경제는 분해해서 볼 수 없는, 전일적으로 봐야하는 복잡현상이다. 모든 부문이 서로 네트워크화 되어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문만을 따로 생각하는 정책은 원하는 효과를 얻기가 어려워진다. 수출과 내수부문, 중소기업과 대기업부문, 제조업과 서비스업부문,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 등은 모두 서로 체계적으로 네트워크화 되어 있어, 따로 떼어서 생각해서는 안 되며, 어느 한 부문이 타 부문을 “착취”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 동안의 사고는 종합적 사고가 아닌 환원주의에 빠져 부문 간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였다.
중소기업을 (획일적으로) 키우고 동시에 대기업을 묶어놓으면 기업생태계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그 균형은 하향평준화의 죽은 균형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는데 어떻게 중소부품회사의 수요가 일어날 것이며, 중소기업이 혼자 투자를 늘리면 누가 그 제품을 소화해줄 것인가? 수출과 내수를 잇는 투자주체로서의 역할은 투자할 자금이 있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데 투자능력이 있는 주체를 묶어놓으니 수출과 내수의 네트워크는 약화되게 되는 것이다. 매사에,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은 싫어하고 투자할 능력이 없는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세상에 투자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워지고 명색이 일자리 늘린다는 선심정책은 난무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동반발전은 좋은 뜻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근본원인인 경제제도와 거래비용문제를 고민함이 없이 현상만을 보고 대증적으로 정부의 규제를 통해 결과를 교정하려 하면 시장은 반드시 역공한다. 시장은 ‘경제 비효율과 정체’라는 무기로 경제주체들에게 그것도 바로 돕고자 원했던 경제주체들을 어렵게 만든다. 대증적 규제효과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동반하라고 강제로 묶거나 재분배시키면 자생적 상호작용성향은 커지지 않고 1+1이 2도 아닌 1이나 0을 만들어내는 부정적 시너지를 창출하게 된다. 왜 동반성장이 우리의 기대에 못 미치는지 그 원인과 이치를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런 작업이 결여된 대증적, 단순 결과교정 재분배조치는 거래비용을 높여 경제주체들을 어렵게 하고 경제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려 오히려 도우려는 취약계층만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제부문들을 서로 대립적으로 보는, 즉 한 부문이 커지면 타 부문이 약화되는 관계로 보는 기계론적 환원주의 경제관에서 탈피해야 한다. 흥하는 이웃이 있어 내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흥하는 이웃이 있어 모두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 창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체가 발전, 창발할 수 있어야 모든 부문이 동반성장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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