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不虛傳.
굿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포퓰리즘 토론회에서 떠오른 단어다.
지난해 '무상급식'에 이어 올해 '반값 등록금'으로 포퓰리즘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포퓰리즘을 걱정하는 언론 보도와 각종 토론회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을 걱정하기는 목소리만 클 뿐,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지혜를 듣기 어려웠다.
6월16일 프레스센터에서 '굿소사이어티'의 이름을 걸고 열린 포퓰리즘 토론회는 달랐다.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고, 참석자들은 전문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문적인 식견을 제시하였다.
토론회는 포퓰리즘 그 자체를 분석하는 제1부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포퓰리즘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제2부로 진행되었다.
제1부 발제자 역시 현재 진행 중인 포퓰리즘 논쟁에 활발히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제1부 첫 번째 발제자인 양승태 이화여대 교수는 포퓰리즘과 민주주의를 정치사 및 정치사상사적으로 분석한 후,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와 다른 정치체제가 아니라 민주정치의 퇴화된 모습이라고 진단하였다. 양 교수에 따르면, 정치적 지도층 또는 사회적 지배층의 도덕적 및 지적 권위가 확고하지 못하고, 그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면서 전통적인 가치관 및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며, 그들의 일부가 대중들의 단기적이거나 충동적인 욕구에 부화뇌동하는 경우, 포퓰리즘은 언제나 출현 가능하다고 한다. 양 교수는 포퓰리즘은 '사람들'(populus)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즉 교양과 문화를 갖춘 시민계급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법치의 확립에서 극복방안을 찾았다. 장 교수는 전통적인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와 조화를 전제로 형성된 반면 포퓰리즘은 법치주의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하고, 포퓰리즘의 안전장치로서 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김원호 한국외대 교수는 라틴아메리카의 포퓰리즘 사례를 분석한 후, 이 지역의 포퓰리즘 요인을 취약한 정당제도, 약한 시민사회, 제도적 견제와 균형의 부재로 설명하였다. 김 교수는 이어 라틴아메리카에서 포퓰리즘의 반복적 등장을 막는 방안으로 제시된 제도 개혁을 소개하였다. 즉 대통령중심제에서 의회민주주의로의 제도 개혁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당제도 복구, 시민사회 강화와 더불어 포퓰리즘 지도자에 쉽게 선동될 수 있는 하층, 소외 계층의 감축을 위해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2부는 좌승희 서울대 겸임교수, 박덕제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현진권 아주대 교수, 박창식 한겨레 논설위원, 장경덕 매일경제 논설위원이 참석하여 우리나라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포퓰리즘의 원인과 극복방안에 대해서 활발한 논쟁이 진행되었다. 좌승희 교수는 민주주의가 정치가 아닌 경제에 적용되게 되면 포퓰리즘 성향을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양극화의 원인 역시 파퓰리즘이라고 진단하였다. 따라서 경제부문들을 서로 대립적으로 보는 경제관에서 탈피하고, 흥하는 이웃이 있어 모두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고의 확산이 포퓰리즘의 근본적인 극복방안이라고 제시하였다. 박창식 한겨레 논설위원은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단정하게 되면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토론회를 기획하고, 당일 행사를 진행한 입장에서 아쉬움도 적지 않다.
첫째, 소위 진보성향의 학자가 참석하지 못한 것이 가장 허전하다. 당초 기획 때는 복지혁명을 선언하며 역동적 복지국가 모델을 제시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를 초청하려고 했다. 실제로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들었으나, 아쉽게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성사되지 못하였다. 우리 사회에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대안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둘째, 좀 더 많은 회원들이 토론회에 참석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당일 행사장 곳곳이 비어 허전하였다. 토론회에서 회원들 간에 활발하게 의견개진이 이루어지고, 여기서 나온 혜안들이 사회에 확산될 때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매번 토론회에서 느끼는 일이지만 시간에 쫓겨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다행히 이날 행사에서는, 김인섭 이사장의 제안으로 행사 후 식사를 마치고 남아 있던 발제자, 토론자, 회원들이 돌아가며 의견을 개진하는 기회를 가졌다.
가을 토론회 때는 더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되도록 행사를 더욱 충실히 기획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