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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8] UN과 한반도 - 북한 급변사태와 내파 및 국제사회의 개입 가능성 인쇄하기
이름 우평균
2013-11-27 10:14:34  |  조회 4787

북한 급변사태와 내파 및 국제사회의 개입 가능성

우평균(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HK연구교수)

목 차

Ⅰ. 서론

Ⅱ. 수령 절대주의 체제의 붕괴

Ⅲ. 북한 급변사태와 내파 가능성

Ⅳ. 급변사태와 주변국 대응: 미국과 중국의 개입 가능성

Ⅴ. UN 등 국제적 관리와 한국의 대응책 모색

Ⅵ. 결론

요 약

본 논문을 통해 북한의 체제가 내부에서부터 완전히 붕괴하는 ‘내파’의 가능성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고 완성되는가를 살펴보고, 현실적으로 북한 체제 붕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급변사태 발생 시 가능한 외부세력의 개입을 미국과 중국의 예측 가능한 행동에 입각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과 미국 모두 단독으로는 군사적 개입이 어려울 것이며, UN의 장에서 양 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협의하여 북한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중국의 급변 사태 시 개입 시나리오는 중국의 필요성 및 국제법적 원칙 등 제반 상황에 입각해 보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을 수밖에 없다. 본 논문은 UN을 통한 국제사회의 개입 방식은 가능성의 측면은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사태 해결 방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2013년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을 감안하여 북한에서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핵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이 방식은 구체성을 띠고 있다. 한국이 차후 안보 불안정을 극복하고 핵억제를 실질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외부세력에 의한 북핵 통제 및 제거가 필수적이며, 북한 급변사태 시 UN을 통한 개입이 현실적이라는 점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핵심어: 북한 급변사태, 수령 절대주의, 내파, 북핵, UN 개입

Ⅰ. 서론

북한에서 김정은으로의 제3대 후계 체제가 공식화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지도 수 년이 지났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1년 이상이 지난 2013년의 시점에서도 후계체제 확립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김정은 후계체제는 안착되지 못하고 과도체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정일 사후 불안한 북한의 지도체제가 불안정의 요인들을 제거하고 나름의 공고성을 구축하여 정권 안정에 이르기보다는, 현 후계체제 내에 잠재해 있는 불안정의 요인들이 자체 모순으로 인해 어느 시점에 달하면 파괴적으로 작용하여 현 구도가 파열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시각은 김씨 왕조의 3대 후계체제를 안정화시키려는 세력과 이를 거부하고 비김 인사 자신이 권력을 쟁취하고 불안정한 권력유지 체계를 끝내려는 세력 간의 갈등이 필연적으로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권력투쟁설)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급변사태(contingency)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논의가 있었지만, 특히2000년대에 들어와서 급변사태가 다시 부각된 것은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2009년 3남 김정은의 후계자 지명에 따른 북한 내부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국내외에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된 데서 연유한다. 이 시기 급변사태에 대한 관심은 김정은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를 넘어 국가 붕괴가 일어날 경우 대규모 군사력 투입 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북한 붕괴론이 계속 제기되었다. 하지만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김정은 정권 교체나 체제 붕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견해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신상에 이상이 생기거나 엘리트 집단 내부에 불안정의 요인이 나타날 때마다 북한 정권 변화 혹은 체제붕괴의 가능성이 예단되었지만, 3차 핵실험의 성공과 더불어 북핵이라는 강력한 요인이 북한체제의 붕괴를 막고 있다는 ‘가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북한 급변사태와 연관된 하나의 개념으로서 ‘내파(implosion)’라는 용어를 들 수 있다. 내파는 말 그대로 외부 충격보다는 내부의 모순으로 인해 하나의 체제가 자체적으로 파괴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즉 체제붕괴를 전제로 할 때, 내파는 붕괴의 진행양상을 의미한다. 이 전제에 따르면 20세기 말에 진행되었던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는 사실상 모두 내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민중봉기에 의해 급진적으로 내파가 이루어졌던 사례가 있는가 하면, 선거나 정치적 경쟁을 통한 공산당 지배 구조의 몰락 같은 완만한 내파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내파의 방법과 시간적 경간에 있어 유형별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삼으면서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북한 체제의 ‘내파’는 북한에서의 급변사태시 진행될 수 있는 한 가지 유형이라는 점이다. 급변사태가 일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내파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오히려 북한 내부에서 신정권이 등장하여 북한정치체제를 안정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급변사태 진행의 한 가지 유형으로서의 내파가 다른 유형보다 그 가능성이 낮지만, 이에 대해 사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림 1> 북한 급변사태에서 내파로의 진행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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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구축 과정

급변사태

내 파

권력투쟁 수령절대주의

해체 및 조선로동당 해체

내파는 ‘외부폭발’(explosion)의 반대 개념으로써,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자체 폭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에서의 급변사태가 내파 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은 입증할 수 없는 미래 역사에 대한 가정이다. 북한 내파에 대한 가정은 20세기에 등장해서 사멸한 기존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유형을 볼 때, 기존 체제가 사실상 외부 충격에 의해 폭발한 경우는 없었다는 데서 출발한다. 북한은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베트남 및 쿠바 같은 몇 개 안 남은 현존 사회주의 국가들과도 명백히 다른 경험을 갖고 있는 고유한 체제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즉,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여 걸어온 경로가 그 초기 및 체제 유지 기간 동안에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유사한 측면들이 많지만, 김정일로의 제2대 권력세습 체제가 이루어지면서 부터는 다른 나라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 나라로 변형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볼 수 없는 북한만의 유일한 특성을 가진 체제를 유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북한체제의 결말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의 그것과 동일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힘든 요소들을 갖고 있다.

독특한 체제 형식과 미래 진로에 대한 예측 불허성을 갖고 있는 북한이라 할지라도, 북한이 스스로든, 혹은 타의에 의해서든 체제의 형식을 파기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그것은 북한의 현대사를 지탱해온 두 지주인 ‘수령 절대주의’의 붕괴와 수령 절대주의를 뒷받침해온 근간인 ‘조선노동당’의 해체(혹은 로동당의 자발적인 권력 포기)이다. 과거 소연방 시절 소련을 이끌고 갔던 기둥이었던 소련공산당이 1991년 8월 미수에 그친 3일간의 쿠데타 이후 그 충격파로 사실상 해산당했고, 결국 그해 말 소비에트 연방이 힘없이 무너졌듯이 북한에서도 조선노동당이 무너지면 북한체제 역시 일시에 붕괴할 것이다. 반면에 수령절대체제는 이미 붕괴되었지만, 조선로동당은 아직 건재한 상태라면 북한체제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또 한 가지 경우인 수령 절대주의라는 유일지배체계는 남아있지만, 조선노동당은 붕괴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즉 현재의 북한 지배 구조에서 조선노동당 없이 유일지배체계가 지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선노동당의 지지라는 배경이 없는 유일지배 체제는 대단히 허약한 지도자의 사적(私的) 지배구조이기 때문에 가벼운 충격만 가해져도 쓰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 발생 가능한 내파의 구조는 유일 지배체제의 붕괴와 연이은 조선노동당의 해체라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인식을 근거로 하여 북한에서 수령 절대주의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과 이에 따른 급변사태 야기 가능성 및 급변사태 진행시 국제기구(UN)를 통한 한반도 문제 개입 가능성에 대해 서술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제2장에서는 수령절대주의 체제의 존속과 붕괴에 대해 기술하고, 제3장에서는 북한 급변사태와 내파 가능성에 대해 서술하려 한다. 제4장에서는 급변 사태 시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가능한 반응에 대해 살펴 본 뒤, 제5장에서는 UN 등의 국제적 관리와 한국의 대응책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Ⅱ. 수령 절대주의 체제의 붕괴

2013년 현재 북한 정치권력의 외관은 장성택・김경희의 후견으로 김정은이 권력체계를 신속히 구축하는 후견체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견해가 많이 있다. 이처럼 후견체제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장성택의 권력 장악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남는 문제는 김정은 후계 체제가 향후에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같은 유일영도체계로 복귀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와 더불어 만일 그렇게 되기 어렵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조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과거 김정일이 권력 승계와 장악을 위해 구축했던 유일사상체계가 유일사상의 담지자인 김일성과 이를 구체화했던 계승자 김정일에 이어 3대째 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특별히 김정은이 왜 유일사상체제를 이끄는 절대 지배자가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논거가 빈약하거나 발견하기 어렵다. 논거가 있다면 김영주가 만들고 김정일이 확립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에 있는 조항(10조)에서 강조하듯이,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하며 완성하여나가야 한다”는 정도인데, 향후에도 이 같은 유일사상체제의 논거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북한에서 후계자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후계자를 선출할 뿐만 아니라 그 후계자 자신의 유일지도체제를 구축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제2대 계승자인 김정일 때까지만 해도 김정일이 유일사상체제의 근거를 만들고 자신을 사상과 체제의 구현자이면서 절대자로 부각을 시켰기 때문에 그런대로 논리가 설파될만한 여건을 갖고 있었지만, 김정일이 죽고 난 이후에는 유일체제의 본질을 드러낼만한 근거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념적인 설득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체제의 양대 지주인 수령절대주의와 조선노동당 일당독재 중에서 수령절대주의는 해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3대를 이어가는 이념체계의 지속은 현대의 어떤 독재체제에서도 나타난 적이 없다. 수령 절대주의의 해체는 이미 시작되어 김정은 후계체제가 실패의 길에 접어드는 순간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현재 북한주민들의 제3대 지도자에 대한 충성은 강요된, 외견상의 행동일 뿐이며, 과거 흐루쇼프의 스탈린 우상화에 대한 비판처럼 김일성 일가에 반대하는 세력이 정권 장악을 하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이에 반해 북한체제의 내구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북한체제가 물리적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고, 인민들의 자발적 동의기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내구성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민들의 자발적 동의를 스탈린주의적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과 같은 국가에서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며, 특히 김정일 사후 통치능력에 있어 여러모로 미숙한 김정은 후계체제로의 권력이행이 진행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인민들의 자발적 동의는 더욱 검증하기 어려운 과제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집권 이후 수령절대주의가 약화되어 해체과정에 접어들었다는 하나의 근거로 김정은 등장 이후 자주 보이는 이른바 ‘이미지 정치’를 들 수 있다. 기존 수령론에 따르면 수령은 인민이 추대하는 절대적 존재로서,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인민에게 제공하는 어버이이다. 절대적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미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자도자의 이미지를 돋보이려고 애쓴다는 것은 김정은 개인의 취향과 주관이 작용한 결과도 있겠지만, 이제 수령으로서 군림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는 대중에 의해 선호되기도 하지만, 배척받을 수도 있는 선택적 고려 대상이다. 이미지 정치가 성공할 경우 지도자의 인기가 올라갈 수 있겠지만, 수령이라면 인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이 정상이다. 결국 인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미지 정치를 통해 ‘조작’의 방식을 취한다면, 차후에 얼마든지 대중들이 갖고 있던 이미지가 악화되고 종국적으로 지도자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수령절대주의의 이념체계는 와해 중이지만, 수령절대주의를 지탱하는 강제기제인 ‘공포통치’가 북한에서 약화되고 있는 현상은 아직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공포정치의 지속을 통해 일시적으로 정당성의 결여를 보완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 수령절대주의를 존속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령절대주의가 붕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본다면, 북한 체제 내파를 위해 필요한 양 축의 붕괴 중에서 일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선노동당의 지배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한, 북한체제는 존속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은 불안정한 초기 내파 구조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수령 지배체제는 북한 내부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하더라도 조선로동당의 해체에 이르기까지는 이를 방해하는 굳건한 장애 요인들이 있어 북한 내부에서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결국 내파를 위한 두 번째 축을 약화시키는 것은 급변사태 발생 시 UN을 통한 다국적 개입과 북한 안정화 프로그램의 시행 및 그 결과로서의 조선로동당의 자연스런 소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과 국제사회의 후속적인 개입 과정에서 조선노동당 독재가 종식되지 않고, 과거 소련이나 동유럽에서처럼 스스로 체제전환의 과정을 밟아나간다면 북한에서 조선노동당 독재가 사라져도 지배 엘리트의 인적인 구성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기 힘들 것이다. 북한에는 과거 폴란드나 헝가리, 체코 같은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와 같은 시민사회 형성의 초보적인 요소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공산당을 대체하거나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의 구심점, 즉 동유럽에서 가능했던 종교나 지식인 그룹의 부상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급변사태 발생에 의해 조선노동당 독재가 붕괴한다 할지라도 비공산당 연립 정권이 처음부터 형성되기는 힘들며, 과거 조선노동당 출신 인사가 정권을 장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때 김씨 세습 정권을 끝내고 새로 집권할 지도자는 다소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인사, 혹은 그 그룹이 될 수도 있으며, 아니면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은 전형적인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 성장한 고위인사가 될 수도 있다. 북한에서 조선노동당 지배구조를 종식시키는 일은 내파의 시작이자 완료에 해당되며, 내파가 아니라면 자유선거가 도입될 때 인민의 지지를 상실하면서 제도적으로 조선노동당이 사멸할 수밖에 없다.

Ⅲ. 북한 급변사태와 내파 가능성

1. 조선노동당 지배체제의 와해와 내파 가능성

북한에서 당장 내파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급변사태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스탈린식 사회주의 독재체제가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국가인 북한에서 단계적・점진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변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이 구소련처럼 개혁을 시작한다면 소련과 마찬가지로 체제붕괴로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고, 설사 개혁을 지금 한다하더라도 조선노동당 체제 하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개혁이기 때문이다. 중국처럼 당독재와 개혁이 공존하는 드문 사례도 있지만, 중국 공산당 내부에는 권력의 순환을 암묵적으로 보장하는 합의 구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 북한은 소련, 동구 유럽, 심지어 중국과 달리 고도로 중앙 집중화된 최상층, 예를 들어 정치국 등에서 엘리트 다원주의가 부재하다. 북한과 같은 권력 구도 및 억압적 사회체제가 존재하는 곳에서 공산당 지배구조를 온존시키면서 개혁을 시행한다는 것은 ‘개혁’(reform)이 아니라 기껏해야 ‘개선’(improvement)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체제의 내파는 진행과정이라기보다 결말로 간주할 만한 측면들을 갖고 있다. 즉 내파가 되려면 수령절대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종국적으로 조선노동당의 지배적 위치가 추락해야 하는데,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공산당이 파산한 경험을 보면, 폴란드나 헝가리 같은 동유럽 국가에서처럼 자유선거를 도입하여 선거 결과 공산당이 지배정당 위치를 상실하거나, 소련처럼 자유주의적인 다른 정파에 의해 해산 혹은 활동을 정지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루마니아처럼 민중봉기에 의해 순식간에 쫓겨나는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북한에서는 급변사태가 발생한다고 해서 당장 자유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또한 복수정당구조가 도입되어 다른 정당 혹은 정파에 의해 구축될 가능성도 낮다. 소련의 경우, 소련체제를 지키기 위해 불법적인 쿠데타를 감행한 세력들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 및 단죄 차원에서 공산당 활동의 불법화는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소련처럼 북한이 되려면, 북한에서 다당제가 허용되어 조선노동당 이외의 정당이 결성되어 있고, 정부 부문에 노동당 이외의 정당 소속 인사들이 최고위층에 포진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당장 다당제를 도입하고 정치적 경쟁의 자유가 보장될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추락하고 다른 지도자 그룹이 들어선다하더라도-비록 그들이 개혁지향적일지라도- 여전히 북한식 독재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권위주의 체제로의 이행이 선행될 것이다. 권위주의 체제 하의 지배 집단이 주민과 당간부를 포함한 모든 인민에게 자유화조치를 시행하고 나서야 정치적 경쟁이 보장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단기간 내에 조선노동당 사멸이 가능한 것은 공산당에 반대하는 인민봉기 밖에 없는데, 역설적으로 북한에서 인민봉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앞서 언급했듯이 가능성이 아주 적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내파로 단기간에 이어지는 것은 북한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여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UN 등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에 관여하게 될 때 노동당 지배체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통제하는 북한 안정화 프로그램은 북한을 정상국가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고, 그 첫 관문은 새로운 북한 지도부를 선출하는 자유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유선거가 실시되는 과정에서 조선노동당은 더 이상 인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자동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체제의 내파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선거의 실시와 신 지도부 구성은 결국 한반도 북부에서의 평화적인 체제전환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결국 북한에서의 내파 가능성이 높다 하더라도 그것이 민중봉기 형태로 사태가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내파의 첩경은 북한의 현 지도체제가 와해되는 것인데, 그것은 파국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즉 권력투쟁에 따른 궁정 쿠데타나 군부 쿠데타에 의한 촉발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쿠데타 방식의 급변사태는 북한 변화의 촉발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한국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못 된다. 급변사태가 마지막 단계, 즉 1989년 말 동독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한 상황에 이를 때 비로소 북한 사태에 대한 개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중봉기나 쿠데타, 내전 상황, 대량 탈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여 거의 완전한 무정부 상태가 됐을 때에야 적극 개입할 여지가 생겨난다.

2. 북한 핵보유와 내파 간의 연관성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2006년에 북한이 첫 핵실험을 실시한 후 3차에 이르기까지 3~4년 주기로 핵실험을 해왔다. 특히 제3차 실험을 통해 북한이 주장했듯이, 핵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 가능성과 더불어 우라늄 핵무기를 개발했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른 만큼, 향후의 자연적인 시간의 경과는 북한이 핵보유국 내지는 핵 실전배치가 가능한 국가로의 진입이 가까워오고 있음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은 과거와 달리 북핵 문제의 성격을 바꿔놓는 분수령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현재의 추세대로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은 김정은 정권 교체나 붕괴에 대한 기대를 무산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사망 후 2년여를 지나면서 건재하게 존재하는 것은 물론이고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김정은 체제가 안정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표1> 북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주요 방법의 효과와 한계

북한 지도부 암살

망명정부 수립

내부 동요 시

군사 개입

방법 및 효과

● 특수부대를 급파해 북한 지도부를 암살하거나 무인항공기(UAV) 등을 통한 지도부 정밀 타격

● 아군의 큰 피해 없이 작전 수행 가능

● 탈북자를 중심으로 해외에 북한 망명정부를 수립

● 해외에 북한 레짐 체인지의 거점을 마련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압박과 북한 사회의 내부 동요 효과

● 북한 지도부의 갈등이나 시민 봉기 등으로 내부적으로 붕괴하는 상황

● 한미 특수부대가 북한 지역에 신속히 투입돼 대량살상무기 등을 제거

한계

● 암살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려움

● 국제법상 무력 사용 허용의 기준이 매우 엄격함

● 작전 노출 또한 한국군 포로 발생 때 외교적 역풍

● 시민사회구조가 허약한 북한에 주는 효과 미미

● 망명정부를 이끌 상징적 인물의 부재

● 고 황장엽 씨도 망명정부 망안에 부정적이었음

● 북한 자체 붕괴 예측은 그동안 번번히 빗나감

● 한미 군대의 북한 진출에 대한 국제적 반발 가능성

● 중국도 무력 개입할 경우 한반도에서 군사충돌 우려

출처: 『동아일보』, 2013.2.21.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북한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북한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정권붕괴론’은 과거부터 주로 한국과 미국 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존재해오던 것이지만, 북핵 제3차 실험 이후 북핵문제를 협상에 의해 해결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인식이 점증하면서 북핵과 북한인권 및 총체적인 북한 관련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방식으로 시민사회 뿐 아니라 정치권, 특히 미국의 정가에서도 ‘정권교체’가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정권교체론은 경제난이 가중되는 가운데서도 새로 등장한 북한 지도부가 민생에 집중하기보다는 연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수억 달러로 추산되는 비용을 한 번에 소모하는 등, 북한 개혁과 주민생활 향상과는 거리가 먼 정부로 판명되고 있다고 전제한다. 또한 ‘레짐 체인지’론은 북핵문제를 길게 보았을 때,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20년간 대화와 협상도, 어떤 대북제재도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는 방식으로는 북한 지도부를 암살하거나 망명정부를 수립하거나 북한 내부 동요 시 군사 개입 등이 포함된다. 각각의 방법이 갖고 있는 특성과 한계는 <표1>과 같다. 북한정권을 강제로 종식시키는 각 방법들은 나름대로의 특성과 효과 및 한계를 갖고 있지만, 한국이 처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은밀하게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지도부 암살과 망명정부 수립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첫째 숫자는 많지 않지만 선전・선동 능력이 뛰어난 국내 종북 및 친북 세력과 더불어 종북은 아니지만 중도적 입장에서 북한 체제의 붕괴보다는 붕괴가 가져올 한반도에서의 혼란 조성과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지게 될 부담을 두려워하여 북한체제의 급속한 붕괴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막혀 한국정부가 일관되게 북한정권 종식 정책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둘째, 한국이 앞장서서 북한정권 교체를 추진한다면, 중국 및 러시아 정부가 공개적으로 이에 반대함은 물론 한국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이 두 방법을 공식화하여 추진하는 기류가 나타난다면, 북한에서 한국 정부에 동조하는 세력을 색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검거와 탄압이 뒤따를 것이고, 북한 내 자유민주주의 및 자유화 추진 세력들이 오히려 조기에 큰 희생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북한 정부를 교체하고 핵까지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세 번째 방식인 내부 동요시 군사 개입을 하는 방안이다. 북한에서 급변사태 없이 자체적으로 민주화 경로를 밟아서 노동당 독재 및 과도 독재체제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새로 등장하는 정부가 핵을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정치의 현실주의 이론에 바탕을 둔 해석을 한다면 북한의 핵보유는 북한 정권의 존속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북한이 처한 국가안보 현실에서 생존을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하는 ‘국가이익’이므로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핵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는 드골의 프랑스가 핵을 개발하고 보유한 이후 드골 이후 바뀐 정부에서 계속 핵을 보유하는 논리와 같은 이치이다. 구소련에서 개발한 핵을 계승한 카자흐스탄이나 우크라이나, 벨로루시를 제외하고, 자체 개발한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사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할 뿐이다. 남아공은 1991년 6기의 핵무기를 자진해체하고 NPT에 가입한 유일한 국가로 기록되었다.

결국 국가적 생존과 잠재적 적으로부터 안보적 우위를 누리기 위해 핵을 개발한 나라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어떠하든지 간에 핵을 포기한 전례가 없다. 따라서 앞선 핵개발 국가들보다 핵보유에 대해 훨씬 강경한 정책과 의지를 갖고 있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향후에 북핵 제거보다는 현실적으로 비확산 차원에서 다룰 경우,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행동하면서 얻을 수 있는 국제정치적 이점과 위상을 고려한다면, 북한이라는 나라가 존속하는 한 핵은 그대로 안고 갈 공산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및 핵보유국가로의 존속 가능성 증대는 북한 급변사태를 포함한 한반도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주었고, 반면에 국제사회가 원하는 북핵 제거의 가능성을 낮춰 주었다.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급변사태가 북한에서 일어나더라도 외국 군대가 직접 북한에 들어가 핵을 찾아내어 관리하거나 제거하는 경로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3차 핵실험 이후에는 향후에 북한에서 정권이 어떤 식으로 바뀌더라도 북한 군부는 물론이고 정부가 자발적으로 핵을 제거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졌다. 김씨 정권이 무너지고 자유민주주의 정권이 북한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그 정권이 자발적으로 핵 억지력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만일 북한에 외국군대가 들어가 핵을 제거할 경우 미국과 한국이 최우선 대상이 되겠지만, 중국이 반대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핵 제거를 위해서라도 다국적으로 구성된 북한안정화 군대가 국제사회의 이름하에 파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변사태 시 중국 역시 북한의 핵무기나 기타 대량 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가 유출되어 중국과의 국경지대나 중국 내부의 안정을 해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급박한 경우 단독 또는 NPT 체제 하에서의 핵무기 보유국이자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과의 공조 형태를 통해 북한지역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Ⅳ. 급변사태와 주변국 대응: 미국과 중국의 개입 가능성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 시 취할 행동에 대해서는 근거를 가지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체로 미국은 한국의 의사를 수용하여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논자들의 주장에서 공통적인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미 간에 조율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한・미 간 이견 노출 시 미국이 독자적으로 개입할지 여부에 대해 견해 차이가 존재하는 듯하다. 미국이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은 한국 정부가 자신의 구상에 따라 미국에 요구해오면 북한 개입을 위한 작전계획 등을 마련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미국의 한반도 전략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미국은 북한 급변사태라는 우발적 상황(contingency)에 대한 극단적 대비책을 마련해 놓는 정도에 불과한 대응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미국의 대북전략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기초로 하는 현상유지 노선에 입각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산적한 자신의 내부 경제 및 국가재정문제로 인해 북한 급변사태에 따른 군사적 개입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 시 개입을 꺼리는 이유로써 중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미중관계의 본질을 거론하기도 한다.

반면에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를 한반도 통일의 기회로 간주하여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통일과정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한반도 통일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 주장의 근거는 한국이 북한을 신속히 흡수하지 않고 북한의 잔존세력에 관련지역의 통치를 위임한다던가 임시적인 연방체제를 통해 통일 속도를 조절할 경우, 이는 아프간이나 이라크와 같이 북한 내부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내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를 한반도 통일의 기회로 간주할지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질문임에 틀림없다.

전후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과 한국이 북한 급변사태 시 의견을 달리하여 갈등관계가 될 확률은 낮다. 한미동맹의 역사적 경과 및 북핵 위기 이후 공고하게 형성되어온 한・미공조 관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미국이 한국과 의견이 불일치한다고 하여 독자적으로 행동할 가능성보다는 한국 및 중국과 협조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핵무기를 위시한 대량살상무기를 감독・관리하고 북한 지역에 질서를 회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 가능하다.

미국이 직접 북한 급변사태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대로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수행하기 위해 북한 핵을 통제하고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진입하는 경우이다. 현재 미국 정부가 북한의 붕괴를 대비한다고 가정하면, 그것은 북한 정권 변화 전반에 관여하겠다기보다는 북한 핵의 통제 불능 상태에 대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이 한국과 급변 계획을 세우고는 있지만 미국의 실질적인 역할은 주로 북한 핵보유 시설에 대한 확보 및 통제와 핵 폐기 처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의 급변사태 시 북한의 WMD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이 그 첫 단계로 북한의 육지, 바다와 영공을 즉각적으로 봉쇄하는데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변 국가들의 북한의 WMD 관련 정보 공유는 필수적이다.

둘째로,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급변 상황에서 대량난민과 이탈주민이 발생하여 사회적 혼란이 심화되고, 북한 내에서 지도부에 의한 대량학살이 자행될 경우에 미국이 개입을 고려할 수 있다. 2011년 3월 UN안보리 결의안 1973호를 통해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명분으로 미국의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승인된 사례를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 때 국제사회가 리비아처럼 미국에 사태수습을 주문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북한 급변사태 시 미국과 더불어 한반도 주변국가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대응과 행동방식은 다음과 같이 나타날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그 근거는 첫째, 북한의 조속한 안정회복과 핵무기 통제방식을 모색한다. 둘째, 북한에 반중국적인 성향(적어도 친중적 성격은 아닌)의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방지한다. 셋째, 국제적 군사충돌 사태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한다. 넷째, 중국의 단독개입을 피하고, UN 등 국제적 관리를 거쳐 문제를 해결한다. 다섯째, 미국의 한반도 군사개입을 저지하고 미국과의 타협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한다.

여기서 주목할 내용은 중국이 중국 일방의 개입보다는 국제협력 혹은 UN을 통한 한반도 문제 개입이라는 형식을 선호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도 이미 유엔을 통한 북한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총참모부 총참모장 조리(助理) 장친성(章沁生) 중장은 2006년 10월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중국군의 개입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중국군은 단독으로 개입하기보다는 국제조직, 특히 유엔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면서 “중국군이 개입한다면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자신의 일방적 개입, 다시 말해 단독 개입이 이루기지기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의 단독개입을 미국을 위시하여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들이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 자명한데, 중국이 이를 무릅쓰고 단독행동을 하여 기존에 중국이 쌓아 놓은 국제정치적 지위의 상실 혹은 타격을 원하지 않고 있다. 또한 중국은 국내에 산적한 현안과 잠재적 불안요소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대외파병 등 중국 바깥의 정세에 직접 군대를 동원하는 등의 ‘심리적’ 여유가 없다는 점도 명백하다.

둘째, 중국의 단독개입을 설사 북한 지도부가 요청했다 할지라도, 북한에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밑으로부터의 ‘반중 정서’에 대처할만한 수단을 중국이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셋째, 중국은 북한의 치안유지에 따르는 정치・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없으며, 그렇게 하려는 의사도 없다. 또한 중국으로서는 경제적으로 도탄에 빠진 북한을 혼자 떠맡아 수렁에 빠져들기보다는 국제적인 공동지원 노력에 의해 북한을 구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이 단독으로 개입하려고 하지 않아도 북한 지도층이 중국 측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중국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도 북한이 혼란이 빠졌을 때 북한 주민들이 수많은 지뢰가 묻혀 있고 몇 겹으로 철조망이 쳐 있는 휴전선을 넘어 남쪽으로 오기보다는 오히려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건너 중국 쪽으로 대량 이탈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중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그 근거로 이미 중국이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군대를 대폭 증강한 것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설정은 급변사태 시 북한에서의 친중 정권 대두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 경우, 북한 체제의 성격이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한국에 대한 안보적 위협의 요인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한국으로서는 새로운 북한정권이 중국과 가깝다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북한에서의 급변사태를 거론할 때 일반적으로 흔하게 거론하는 사항이 중국의 개입이 현실화된다는 논리였다. 국제법적으로 북한정권 내지 주도적인 정치주체에 의한 개입 요청(intervention by invitation)은 북측이 묵인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을 경우 급변사태에 대한 외부의 물리적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없으며, 북한 당국이 중국에 개입을 요청할 가능성 또한 대단히 낮다. 그 밖에 북한과 중국 간의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1961.7.11)을 근거로 조약에 의한 개입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중국이 이러한 주장을 제기할 지는 의문시된다. 조・중 조약은 북한에 대한 무력침공을 전제로 중국의 개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UN 안전보장이사회의 틀 속에서 이해당사국들 간의 협의가 진행될 것이며, 중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 중 일부가 혐의를 전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개입을 진행하는 것은 커다란 물리적, 외교적 방법을 동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의 붕괴로 인한 급변상황 속에서 “침략”의 명백한 정황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기존의 조・중조약에 근거한 개입은 정당화될 수 없다. 만약 북한정권의 요청에 의해 중국의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조약에 의한 개입이 아니라 명시적인 요청에 의한 것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도 중국은 현실적으로 UN 안보리와 기타 이해당사국들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여야 하며, 비록 일방적인 개입을 시행하여도 조기철수의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고, 북한의 질서유지와 재건에 대한 막대한 책임을 지는 동시에 국제사회의 비난이라는 커다란 비용을 감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 개입의 유일한 국제법적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조・중조약이 갖는 의미로 일각에서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남측 단독 또는 남측과 미국이 연합하여 북측 지역에 개입할 때, 이를 북측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간주하여 중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곤 한다. 1961년 조약에 기초하여 또는 조약과 별개로 북한의 요청에 의해 집단적 자위권이 합법적으로 행사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북한 지역에 대한 무력 공격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 지역에 대한 남측의 개입이 어떤 상황 하에서 이루어지는가이다. 예를 들어 북한급변사태와 관련하여 UN 안보리 등에 의한 지지 또는 용인(blessing) 하에 북한 지역에 대해 개입하는 경우, 무력공격의 존재 여부등에 따라 중국에 의한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 여부는 애초부터 배제될 것이다. 또한 북한 당국으로부터의 요청에 의해 중국이 개입하는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을 이유로 한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은 배제될 것이다.

결국 중국 입장에서 친중 정권을 북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중국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외면할 수 없겠지만, 급변사태 시 북한에서 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중국 단독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주변국들과의 타협에 의한 ‘협조적 개입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협력인데, 중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현실적인 방안으로 유엔을 통한 개입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즉, 중국은 미국과의 협조적 개입이 여의치 않고 북한 급변사태가 자국의 이익을 급격하게 훼손한다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움직여 북한에 대한 공동 관리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에서의 개입 방식은 평화유지군(PKO, Peacekeeping Oerations)을 통해 인도주의적 임무 수행의 명분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려 할 것이다. 중국이 최근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중국의 이미지, 위상 및 영향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이 점은 시사적이다. 중국이 이미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 중국 인접지역의 평화유지 활동에서 기존의 ‘내정 간섭’에 대한 반대라는 원칙론을 포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북한 급변사태는 필연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통제 및 관리해야 할 필연성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국제사회가 개입할 개연성이 높으며, 이 때 중국과 미국이 의견 대립으로 설사 독자적으로 군사적 개입을 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관련국들이 UN을 통해 공동행동으로 수렴하여 합치점을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중국의 독자적인 개입 상황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UN을 통한 국제사회의 합의에 의한 개입은 필수적이다.

Ⅴ. UN 등 국제적 관리와 한국의 대응책 모색

북한 내 총체적인 급변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한국이 단독으로 북한 사태에 개입하거나 한・미연합사 체제하에 한・미연합군이 함께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유엔 결의 하에 유엔의 이름으로, 즉 다자적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타당해 보인다.

유엔 결의 하에 국제사회가 북한 사태에 개입한다면 그것은 국제 관리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미국과 중국이 양해하는 형태의 국제적 관리, 혹자는 이를 신탁통치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국제적 관리를 받다가 한국 주도의 통일로 연결시키는 것이 한국에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주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만약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과 중국이 다른 주장을 한다면 사태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보았듯이 확고한 한-미간 신뢰를 기반으로 미국, 중국, 일본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북한 사회의 질서 유지, 군과 핵무기 관리, 새로운 체제 문제 등에 대해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거나 북한 내부에 혼란이 발생하면 북한 상황이 대단히 유동적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한반도 주변국가들 중에서 특히, 중국이 북한에서의 사태를 중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이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은 이 경우 UN에 의한 국제관리 체제하의 과도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반도 문제를 유엔에 이관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연대 책임 하에 한반도 문제를 위임하고 북한에 안정화된 체제를 수립하는 목표를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유엔의 깃발 아래 이루어지는 안정화 작전에서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지분을 가지고 참여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신정부 수립과 향후 한반도 통일문제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함에 따라 한국 또는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사태가 처리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대량난민이 자국으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국경지역을 봉쇄하는 데 주안을 둘 것이며, 북한 및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결정을 준수해야 한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거나, 급변사태로 인해 북한체제가 붕괴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로 인해 바로 통일이 된다고 가정하기에는 이론적・현실적으로 무리이다. 이 경우 UN이라는 국제기구에서 잠정적으로 관리하는 쪽으로 미리 구상을 갖고 긴급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준비해야 시점으로 판단된다. 핵무기와 기타 WMD 관리와 제거도 물론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과거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와 관련한 움직임은 공식적으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및 체제 붕괴를 공식적으로 언급할 경우, 북한과 대화 시 공격당할 우려가 크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는 언급으로 여기는 태도가 역력하다. 학자들과 몇몇 안보관련 기관 외에는 ‘급변사태’라는 용어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 또한 정부 관계자들 이외에 정치인들 대부분도 유권자들의 우려와 걱정을 피하려고 북한의 위기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회피하는 분위기가 그간 대세였다.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터부시하는 관행이 불문율처럼 확립되어 있는 듯하다. 한국에서는 단기적 분단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현실주의’로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상 현실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같은 태도가 이어질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사고할 때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제 국민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인 논의가 개진되어야 할 시점이다. 향후 정부는 미래 상황에서 한반도 주변국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을 중심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협력을 확보하는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국의 역할과 관련하여 한국은 중국과 협의하여 북한급변사태 시 유엔과의 공조를 통해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진입을 허용하고 한반도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편으로 중국의 대북진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한다”는 헌법 제 3조 영토조항 등에 근거하여 북한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으며, 급변사태 시 이를 적용하여 한국이 전적으로 책임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중국은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와 관련한 중대 사태가 있어날 때 여러모로 문제시될 수 있는 사항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한・중간 국경선에 대한 확인, 주한미군이 38선을 넘어 북한에 진입하는 문제, 탈북군인을 포함한 탈북자들의 동북지역에서의 관리방법, 북한체제에 대한 향후 국제적 관리문제, 한반도 통일방안과 절차, 동북아 비핵화체제를 통일 이후 유지하는 문제 등 미룰 수 없는 현안들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시민사회에서 핵실험을 반복하는 북한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음을 감안하여 시민사회 차원의 한・중교류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북한 급변사태 악화 시 UN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문제는 한국의 의사와 배치되는 내용을 갖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담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만약에 북한 문제를 놓고 합의를 한다면, 북한을 남한 소속으로 보아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는 것을 논의하기보다는 북한이라는 지역을 별도의 한 지역으로 상정해서 이 지역을 어떻게 안정화시키고 관리할 것인가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미국과 중국이 합의구조를 이루어 논의를 해나간다면 이 틀 내에서 양 국이 협의할 구체적인 내용이 무척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이익에 배치되는 사안들을 논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북한 급변사태 이후 적절한 시기에 UN에 한반도 문제를 위임하여 북한에 과도체제를 구성한 뒤에, 궁극적으로 북한 지역 주민들의 자유의사에 의한 정부수립을 추진하는 방법이 한반도의 장래를 희망적으로 만들 것이다.

Ⅵ. 결론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북한체제가 내파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한반도 통일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점을 전제로 통일에 다가가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급변사태 시 북한 지역을 대상으로 UN이 관리하는 체제의 한시적 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 및 준비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 한국 정부 차원에서 앞장서서 진행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난점이 있지만, 정부는 통일환경 조성에 우호적인 한반도 주변국들을 대상으로 점차 UN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협력을 구하는 ‘조용한’ 외교가 필요하며, 시민사회에서 이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가 보다 활성화되어야 한다. 유엔이 주도하는 북한급변사태 개입은 가장 공정하고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미래와 관련하여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활발하게 제기되는 논의는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거나, 통일 자체에는 부정적이지 않더라도 자국의 이익범위를 조금도 손상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는 한반도 주변 국가들에게도-중국을 대표적으로 손꼽을 수 있는데-자신들의 입장을 재고할수록 자극을 주는 효과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국인들의 강한 통일의지와 세계 시민정신을 발휘하는 통일국가 수립 노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이와 같은 논의가 우리에게 ‘득’을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특별히 잃을 것은 없을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론에 반대하는 논리에 따르면, 한국이 제기하는 북한 급변사태 시 UN 개입에 대한 제안이 북한정권을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며, 그로 인해 북한에서 가능한 개혁・개방의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체제 유지에 경각이 달려있는 북한정부와 정권 내 핵심요원들은 ‘북한 급변사태와 UN개입설’을 당연히 싫어하겠지만, 북한인구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미래에 다가올 희망으로 각인될 수 있다. 경제난과 식량난에 더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는 현재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모색할 수 있는 미래가 열린다면 이를 마다할 주민은 없을 듯하다.

향후 한국의 통일 대전략 속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처가 포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방안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 내 급변사태가 발생하여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질 경우 한국의 통일방안은 점진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즉각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사전에 결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즉각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국제분쟁화, 통일비용 증대, 남북한 간의 혼란 조성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반면, 점진적으로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주변 국가들의 이익에 따라 또 다른 북한을 세우고 통일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다.

결국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안보에 유리하게만 상황이 전개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급변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남한 내에서도 격변 상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우파의 안보우선 논리와 좌파의 통일우선 논리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급변사태의 장기화는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게릴라전, 내전적 양상이 남한 내부의 좌・우파간의 극심한 대립과 연계될 수 있다. 한국 안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북한 급변사태 발생을 통해서 제기될 수 있는 만큼,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자세로 출현 가능한 모든 문제들을 사전에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의 단독개입은 사실상 어려우므로 중국의 향후 행동을 우려하여 위축됨이 없이 한국 나름의 방안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MD를 포함하여 북핵에 대비하는 첨단 방어 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수집가능한 북핵 관련 정보를 한국이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누적되면서 한반도 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어지고, 평화와 안전을 갈망하는 외부 세력에 의해 핵이 통제되거나 제거되어야 하는 필연성이 가증되고 있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숙고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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