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와 보도

“왼쪽으로 가는 민주당, 브레이크는 없는가? ”

김효석 의원 · 윤평중 교수 대담

대담자 : 김효석 민주당 의원 vs 윤평중 한신대 교수

대담일시 : 2010년 9월 27일(월) 저녁 7시 광화문

윤평중 교수:

김효석 의원께는 죄송합니다만 사실 저는 대담을 준비하면서야 뉴 민주당 플랜을 자세하게 읽어봤습니다. 신문지상에서 야기된 논란이나 비판의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상세히 들여다 본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차기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당에서 10월 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제가 일반인으로서 느끼기에는 국민적 관심이 굉장히 저조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제1 야당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정통야당의 맥을 이어 온 대표적 계승자인 민주당의 역사를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더욱이 지난 두 정부에서 집권까지 했던 민주당의 찬란한 역사를 감안해보면, 2012년 대선을 향해 뛰는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차대한 의미를 가진 행사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당대회에 후보로 뛰었던 당사자에게 직접 그런 말씀을 여쭙는 게 약간 적절치 못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걸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기로 하지요.

김효석 의원:

역대 전당대회에서 이렇게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못 받은 적은 드문 일입니다. 더구나 소위 빅3라는 사람이 다 나왔는데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안타깝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그때마다 새로운 메시지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새로운 메시지가 없습니다. 우선 당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가서 앞으로 2012년 우리가 어떻게 집권전략을 세워갈 것인가 이런 로드맵,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 이야기가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두 번째는 민주당의 빅 3가 계속 민주당을 상징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국민적 관심을 모으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새로운 사람이 나와 도전을 해서 뭔가 새로운 민주당의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야 언론이나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겁니다. 민주당의 빅3라고 하는 인사들에 대해 국민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관심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빅 3가 지배하는 이러한 구도에서 새로운 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전당대회에 국민들 관심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바라는 것이 뭡니까.근본적으로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물도 바뀌고 당도 바뀌는 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보면 새로운 메시지나 새로운 인물을 보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토론이 인신공격으로 흐르는 듯 보입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국민의 관심이 낮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평중 교수:

그러니까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야권연합을 통해서였기는 하지만 승리의 실질적 주역이었죠. 6월 재보선에서는 일정한 후퇴를 경험하기도 하는 등 롤러코스터에 가까운 정치적 상황변화가 있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0%를 넘는다고 합니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 의하면 그보다는 낮지만 3년차에 접어든 현직 대통령으로서 지지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물론 통계조사의 허수가 상당히 껴있지 않느냐하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도에 비해서는 대통령 지지도가 상당히 높은 것은 경향적으로 계속되어온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통치행태가 크게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독주와 불통의 리더십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4대강 등 이명박 정부의 성장위주, 토건 개발적 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지요.

흥미로운 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피로감의 증가가 제1 정통 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다수의 국민들이 적어도 지금의 시점에서는 민주당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민주당으로서는 중차대한 위기국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까 김 의원께서 말씀하신 미래를 지향하는 민주당 리더십의 부재, 또는 정책노선의 부재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뉴 민주당 플랜에 만약 저작권이라는 것이 있다면 김 의원께서 중요한 몫을 차지해야 마땅할 정도로 큰 역할을 하셨는데, 차기 수권정당의 정강정책의 총화로서 뉴 민주당 플랜의 핵심적 지향이나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지요.

김효석 의원:

들어가기 전에 전당대회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습니다. 저는 세력이나 계파가 없었지만 단기 필마로 도전했습니다. 왜 도전했느냐? 그야말로 당내 기득권에 부딪치기 위해 도전한 것입니다. 아까 빅3라고 불리는 계파정치의 한계를 넘지 못 하면 민주당의 미래가 없다고 봤기 때문에‘일단 내가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겠다. 일단 부딪쳐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입니다.

빅 3라고 하는 분들이 전체적으로 진보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동영은 담대한 진보, 정세균은 진정한 진보, 손학규는 새로운 진보, 전부 진보를 주창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싶었고, 세 사람을 극복하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나올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전 사실 당내 세력이 구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TV토론, 연설을 통해서 국민과 당원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전략, 메시지로 심판을 받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무산된 것입니다. 묘하게 당헌, 당규에도 없는 예비경선 컷오프라는 것을 만들어가지고 그것도 당원도 대의원도 아니고 지역위원장 300명을 가지고 1인 3표로 해서 빅 3가 짝짓기를 해서 결정지은 것입니다. 저는 그날 현장 연설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1인 3표를 하면 빅 3가 각각 2명씩 데리고 가는데 그렇게 되면 민주당에서는 1,2,3 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면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겠느냐?”며 그날 제가 치열하게 비판했습니다. 어쨌든 그런 제도를 만들어가지고 짝짓기해서 가버리니까 저는 국민들을 향해서, 당원들을 향해서 알리고 토론하는 기회조차 잃어버렸습니다..

윤평중 교수:

민주당 안에 ‘당내 민주주의가 부재하거나 부족하다’는 점은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비단 민주당에만 국한된 사항은 아닐 것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 제도정당들의 오래된 공통적 문제이긴 합니다. 이번에 천정배 의원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까 대의원 숫자가 전체 합쳐서 만 3천명 남짓하다면서요? 그래서 백 만 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문자 그대로 국민 경선을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던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효석 의원:

그게 내가 처음부터 주장했던 내용입니다. 우리 민주당은 진보를 추구하는 정당입니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변화하고 새로워져야 합니다. 이것이 진보를 추구하는 정당의 생명입니다. 보수정당은 가만히 있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항상 새로워져야 하고 진화해야 합니다. 미국의 민주당, 일본의 민주당, 영국의 노동당 모두 이렇게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진화하지 않으면 진보정당은 죽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달라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이 지금까지 싸우기는 열심히 싸워 왔습니다. 그러나 전 싸우는 방식에 있어서도 더 현대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야당이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싸우면서 견제하는 야당의 역할도 잘해야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수권정당이 되려면 말 그대로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줘야 해요.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여론조사에서 보면 민주당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게 정권주면 위험한 것 아니냐, 어디로 튈지 모른다.’ 등 불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불식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싸울 때는 단호하게 싸우는 것이지만, 국민들이 민주당을 믿고 정권을 맡길 만한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제 나름대로 비전과 그림을 가지고 호소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윤평중 교수:

그래서 뉴 민주당 플랜을 통해 김 의원께서 가진 오래된 고민을 정책과 노선, 정강의 차원에서 구체화한 것 아니겠습니까? 구태의연한 진보와 현실에 안주하는 보수의 단선적 대립구도를 넘어서는 포용적 성장,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적인 사회정책,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진보에게도 중요하다는 등의 담론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뉴 민주당 플랜, 국민과의 약속’이 2010년 발표될 때 진보진영의 반응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보진영과 진보적 시민사회 단체에서 융단폭격이 쏟아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동안 좌향좌 불을 켜고 우향우하던 민주당이 드디어 신호까지 우향우 불을 켜고 있다’거나, 또는 아주 불쾌하시겠지만 ‘한나라당에 부역하는 2중대 선언이다’는 비난까지 나왔습니다. 과거나 현재의 동지들이 쏟아낸 그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십니까?

김효석 의원:

왜 제가 뉴민주당 플랜을 시작했느냐 배경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선을 앞둔 2007년, 저는 제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 고민했습니다. 대통합! 그것이 나에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난 민주당에 있었습니다. 나는 분당 자체를 반대했기 때문에 민주당에 남았습니다. 2002년 대선을 승리하고, 민주당이 분열되기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대통령과 저는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무척 가까웠습니다. 작년에 노무현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서울역 앞에서도 문상객을 맞고 10여명의 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데 정세균 대표가 불쑥 말문을 꺼내더군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인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당시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했던 김진표의원, 이용섭 의원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에 비해 나는 민주당에 남아 있어서 참여정부와 함께 할 수 없었지요. 근데 그 자리에서 정세균 대표가 “노무현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던 사람이 바로 김효석의원이었소”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건 진정으로 꺼낸 것입니다.

그건 정세균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죠. 우리가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에 노무현대통령은 국정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저와 정세균대표를 불러 의견을 듣고 방향을 잡아갔었습니다. 사실 그때 제가 싫은 소리를 제일 많이 했었던 사람입니다. 저의 그런 점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잘 봤지 않나 생각해요. 싫은 소리를 가장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데 민주당이 분열되는 과정을 겪게 됐죠. 그때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신당을 추진하는 분들에게 끝까지 “왜 김효석의원이 같이 못오느냐”고 했어요. 심지어는 분당이 사실상 결정된 바로 전날에도 김원기 의장이 저한테 오셔 새벽 3시까지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당신 나쁜 사람이다” 그대로 하신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 “명색이 일국의 대통령이 당신을 못 잊어라 하는데,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인 중에서 책임지겠다고 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김효석은 내가 책임진다는 이야기를 세 번씩이나 한다. 그런데도 당신이 같이 안가면 당신 나쁜 사람이다.”

그 때 제가 못가는 이유를 3가지 말씀드렸니다. 첫째는 새로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은 개혁신당과 합쳐서 열린우리당을 만드는 건데요. 개혁신당 사람들이 주도하는 당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 두 번째는 영남 패권주의 냄새가 난다. 그 때 저는 영남 야당을 만들려는 생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대중 시대를 정리해내고 영남이 주도하는 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호남의 정치인을 떠나서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는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만든 정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나면 깨진다. 제가 그런 이야기 했습니다. 난 갈수가 없다. 그래서 민주당에 남았던 것입니다. 남다보니까 탄핵역풍을 맞아가지고 그 당시에 민주당 지도부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탄핵을 주도했잖습니까? 물론 우리는 반대했지요. 탄핵을 할 것처럼 하는 것은 좋지만 탄핵으로 가면 틀림없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가 결국 그 당시에 다 망해버렸잖습니까? 17대 총선에서 전국에서 5명이 살아남았습니다. 저도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딱 5명이 살아남았습니다. 그 폐허 위에서, 잿더미 위에서 5명이 민주당을 살려내기 위해서 새롭게 시작한 겁니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정치경력은 짧았지만, 정말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민주당을 살려 달라, 다시 일으켜 세우자. 그래서 전라남도에서 열린우리당하고 경합했던 보권선거에서 박준영 지사를 위시해서 목포시장, 해남군수등 12번의 재보궐선거에서 연전연승을 해버렸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계속 패배했습니다. 2006년도 지방선거를 생각해보세요. 수도권에서 시장은 물론이고 수도권에 시장, 군수, 구청장 한사람 된 사람 있습니까? 서울시 25개 구청장이 전원 한나라당이고, 서울에서 선출된 시의원이 전원 한나라당이었습니다. 이런 선거는 없었습니다. 참패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참패했습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제가 결심해야 했습니다. 제가 통합의 길로 나서기로 결심하고 통합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여덟 사람이 뜻을 같이했습니다. 이낙연의원 등 여덟 사람이 의기투합을 해서 통합의 길로 나섰습니다. 그 때 저는 민주당 내에서 엄청나게 박해를 받았습니다. “왜 저 배신자들과 함께 하느냐? 왜 물에 빠진 사람들을 손잡아주고 같이 하려고 하느냐? 우리끼리 그냥 하자. 우리 호남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려고 하느냐?” 골목대장하자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골목대장 하려고 정치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그때 저는 기자회견장에서 대통합이 안 되면 불출마하겠다는 선언까지 했습니다. “만약 대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나 정치 그만두겠다. 총선 안 나간다.”

그래서 제3지대에서 대통합하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가 민주당에서 제3지대로 나가 대통합의 구심체를 만들고, 열린우리당에서도 선도 탈당파가 나오고, 외부에서 손학규 대표도 들어오고 오충일 목사를 위시해서 시민단체들이 들어오고 해서 만들어진 정당이 대통합민주신당입니다. 그때가 바로 대선전이었습니다. 신당의 대표는 오충일 목사가 맡았습니다. 그러나 통합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이기는 선거는 아니었습니다. 이미 민심은 우리한테 떠나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우리한테 엄청 화가 나있었습니다. 민주당, 열린우리당에게 엄청 화가 나있었던 것입니다. 그 화풀이가 지방선거에서 대선까지 지속되었고, 결국 큰 표차로 지게 된 것이지요. 그게 18대 총선까지 계속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저는 대통합에 이어 민주당의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것, 비전과 정책, 전략과 조직 모두를 현대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하는 플랜, 당의 현대화 플랜을 통해 국민에게 새롭게 평가받고 신뢰를 얻어야 했습니다. 한나라당 같은 보수정당도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시대의 담론, 선진화라는 것을 꾸준히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민주개혁진영에서는 과거의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넘어서는 작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시대가 변했고, 국민이 변했고 정치가 변했고, 다 변했는데 우리만 옛날식의 구식무기를 가지고 경쟁을 하려고 했지요.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 싸워 온 세력이니까 표를 달라’그러면 국민들 뭐라고 하느냐. ‘그래 너희들 고생한 것 안다 그래서 정권 2번 주지 않았느냐? 이제 새로운 미래를 보여 달라’는 것이 국민의 주문이었습니다.

윤평중 교수:

열정적인 말씀 도중에 끊어서 죄송한데요. 그야말로 배경을 짚어주신 것 아닙니까? 장강대하 같은 한국 현대정치사의 비화를, 그것도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현대정치사를 일목요연하게 막후의 흐름까지 포함해서 정리, 요약해주셨는데, 불과 5~6년 전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국 정치의 가변성과 역동성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용 중 뉴 민주당 플랜을 설명을 해주셨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듣기 전에 제가 질문 드리고 싶은 건 이것입니다. 아마 오늘 좌담의 핵심적인 주제일 텐데요. 현재 집권하고 있는 MB정부, 즉 한국의 신보수가 친서민 정책, 또는 ‘공정한 사회’라는 슬로건을 선점해서 상당히 효과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공정성은 원래 진보에게 더 걸맞은 개념이지요. 민주당이 이념적으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뺏겼다는 박탈감도 부분적으로 있을 수 있고,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전략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빅3’를 포함한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좌회전, 좌향좌하고 있습니다. 한결같이 진보위주, 분배위주, 복지위주, 사회정의 등을 내걸고 일로매진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민심의 흐름을 선취하기 위해서 이런 입장을 내세우고 있겠지요.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방향선회는 전 세계적인 맥락을 보면 약간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정치지형도 그렇지만요, 특히 유럽의 정치지형을 보면 1997~98년 세계 외환위기 이후에는 보수정당들이 거의 괴멸적인 상황을 맞지 않았습니까?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사회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좌파 정당들이 대거 정국 주도권을 휩쓸었지요. 또 시간이 흐르자 작년과 올해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EU 27개국 중에 좌파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가-이것도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 감안해야 되겠습니다만- 현재는 4개국밖에 안됩니다. 보수정당, 또는 중도나 보수정당의 연합정권이 EU 국가 다수에서 집권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극명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른바 정치적 진자운동이라고 명명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현상을 한국적인 맥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유럽의 유권자들이 진보 쪽으로 쏠렸다가 다시 보수로 확 쏠리고, 또 보수에 실망해서 진보 쪽으로 확 쏠리는 마치 진자 운동 같은 유동적인 양태를 보이고 있는데, 지금은 유럽 정치지형의 진자의 축이 보수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있다는 말이지요. 제 말씀은 이런 변화에 한반도가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변화의 배경에서 냉철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유럽의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가며 집권하면서 양자 사이에 일정한 수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즉 보수는 진보의 정책을 적극 수용하고, 진보도 보수적 의제를 마다하지 않는 유연성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선진국에서의 진보/보수 수렴 현상은 세계 경제의 역동적 재편이 던지는 全 지구적 도전에 한 정치공동체가 합심해 적극적으로 응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필요할 경우, 유럽의 진보가 보수적 의제를 적극 차용하는 사례는 이른바 성장과 일자리 증가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낭비적인 복지정책을 제어하는 데서 엿볼 수 있습니다. 선진복지국가의 상징인 스웨덴 같은 경우도 스웨덴적 사민주의 강령의 상징처럼 된 부유세를 폐기하고 세금과 사회복지예산을 줄이면서 기업을 장려하는 보수-중도연합 정당이 재집권에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큰 세계적 흐름에 비춰보면 공정한 사회를 외치고 친서민정책을 강조하는 한국 신보수의 시도도 결국은 진보적 의제를 한국적 맥락에서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로 읽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중도개혁정당, 또는 제도적 진보정당인 민주당이 한국사회에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는 중도와 보수층의 의제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기는커녕 거의 편향된 느낌을 줄 정도로 진보 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각각의 후보자들에게서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나온 것이 아니고 당대표 선거 과정의 선거구호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므로 불명확합니다만, 민주당의 전체적인 큰 흐름이 한 쪽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서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계시는지,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제대로 된 대응방안인지 견해를 말씀해주시지요.

김효석 의원:

제가 광주에 가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나오는데 누가 “신자유주의자 김효석은 물러가라”라고 그러더군요. 뉴민주당 플랜을 언론에서 떠들고 할 때입니다. 왜 그런가봤더니 우리 당의 중진의원 한 분이 광주에 가서 특강하면서 뉴민주당 플랜은 신자유주의니 뭐니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서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읽어보신 분은 아실 것입니다. 뉴민주당 플랜의 어디에도 신자유주의적 접근이 담긴 부분은 없습니다. 거기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했는데, 읽어보지도 않고 다만 성장을 이야기하니까 신자유주의라고 비난한 것이지요.

뉴민주당 선언에 두 개의 발전전략을 정립했습니다. 성장과 복지 양대 축이었지요. 결국 신자유주의라고 비난한 분들의 입장은 왜 복지만 이야기하지 성장까지 이야기했느냐 이 말 이었습니다. 성장이라는 말을 썼다고 해서 한나라당 2중대라고 까지 비난해왔죠. 그런 비판에 대해 참 안타깝기도 하고, 어찌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뉴민주당의 성장전략은 포용적 성장으로 한나라당의 양적인 성장과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시장경제의 원천을 중소기업에서 찾는 것입니다. 거기에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렇고, 중소기업을 성장의 원천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걸 가지고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정말 소가 웃을 코메디입니다.

윤평중 교수:

김 의원께서 굉장히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한국의 담론시장에서 학술적이고 객관적인 용어로 쓰이는 것이 아니고 이를테면 악의 세력을 대변하는 말 아닙니까?, 상대방을 신자유주의자라고 지칭하면 그건 ‘너는 나쁜 놈’이라고 하는 것이죠. 결국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치적 계산과 선입견이 앞서 정치적 경쟁자를 깎아 내리는데 사용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유럽의 정치지형을 길게 말씀드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럽을 대표하는 진보정당과 진보세력들이 과거의 분배나 복지에 대한 편향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집착에서 벗어나 도도하게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사의 현실에 눈을 뜨면서 새로운 진보는 김 의원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성장, 일자리 창출과 같은 핵심적 문제와 정면대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고 하는 인식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난 수 십년의 뼈아픈 경험과 시행착오 끝에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사회는 아직도 독단적인 이념적 이분법의 유산이 현실정치 지형에서도 강력하게도 잔존해 있기 때문에 성장을 이야기 하고 경제발전이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이 긴요하고 시장이 중요하다고 하면 바로 개발독재와 연계된 산업화세력이 아니냐고 규탄하는 과도한 단순논리로 치닫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 의원께서 거기에 대해서 개탄하고 하시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뉴 민주당 플랜의 문제의식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아도 일정한 설득력이 있고, 한국사회에 걸맞는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서도 중요하고 긴박한 내용을 짚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 지점이 오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비난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고, 일반 시민들은 관심조차 없는 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사회가 필요한 점을 짚었는데, 민주당 내부의 호응도 크지 않고 시민들로부터의 현실적인 반향도 매우 미미합니다.

김효석 의원:

우리나라 사람이 담론을 좋아합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유럽의 담론과 비교하는 것도 좋지만 각 나라마다 처한 환경이 달라요. 단계도 다르고. 우리 사회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나도 사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왔을 때는 이명박 정부 못지않게 경쟁과 효율을 중시했습니다. 보수언론에서 생각하는 이상으로 저도 그걸 중시했습니다. 경쟁을 통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을 중시하는 것은 경제 활력을 위해 중요한 일입니다. 그

런데 한국경제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내 생각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입니까? 우리 사회가 IMF사회를 겪으면서 굉장히 양극화가 심화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고 이런 한국사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경쟁과 효율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지요. 가장 쉬운 예로 미장원을 들어보지요. 미장원에 대해서 규제개혁위원회가 이걸 추진하고 있어요. 지금은 면허를 가진 사람이 하나밖에 미장원을 못내요. 그런데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서 프렌차이즈를 만들 수 있게끔 하는 규정을 만들기 위해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의 후생은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주택가 주변에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오게 됩니다.

 예를 들면 삼성 미장원, 현대 미장원, LG 미장원이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실제 재벌이 미장원에 투자하리라고 믿지는 않지만 삼성이 미장원 프렌차이즈 체인을 만들면 아주 정형화된 고급화된 기술, 깨끗한 매장, 좋은 서비스 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경쟁과 효율을 생각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경쟁의 효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극화 문제이고 일자리 문제입니다. 서민경제 골목경제가 더 문제입니다.

‘미용사들은 다시 거기서 일하지 않는가?’하는 질문도 있지만 그게 달라요. 지금 있는 미용사들이 다 거기서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SSM으로 인해 영세 상인들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미용사들에게 생기는 것입니다. 골목에 열 개, 스무 개 미장원이 있는데, 대기업 체인이 하나 만들어지면 다 죽을 수 있습니다. 그 체인이 기존 미용사들을 고용하려 할지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골목경제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SSM도 똑같은 고민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골목경제, 서민경제 일자리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진보적인 정체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진보적인 정체성의 가치를 앞에서 세 가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라는 3가지 가치를 정의했습니다. 그 진보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구체적인 해법을 내놔야해요. 어떤 부분은 훨씬 더 대담한 진보적인 접근을 해야 할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보수진영의 프로그램을 참고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문제에 따라 해법이 다릅니다. 진보적 가치를 견지하되,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은 이념적 잣대가 아니라, 진짜로 문제를 풀 수있는 해법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모든 걸 이념적으로만 접근해서 전부 왼쪽이 맞다고 하면 가장 잘하고 있는 정당이 민노당입니다. 그러면 민노당이 집권해야 해요. 그러나 우리 민주당은 이즘(ism), 주의, 원리를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 아닙니다. 민노당은 그런 정당일 수 있습니다. 이념정당입니다. 정권 못 잡더라도 그 사람들은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운동하는 그런 정당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은 그런 정당이 아닙니다. 우리는 국민들을 향해서 국정운영을 통해서 정권을 잡기 위한 정당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것이 시대에 맞는 해법인가? 이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 문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문제, 이런 부분은 우리가 수 십 년 간 노력했지만 지금까지의 어프로치로는 해결이 안되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는 전 상당히 대담한 어프로치를 해야 한다고 봐요. 진보적인 방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어떤 부분은 보수의 경쟁과 효율이 중요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건 살려내야 해요.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을 도외시한다? 민주당이 왜 민주당이 성장을 도외시합니까? 민주당이 경제부분에서 IMF를 극복하고 성장담론을 키워 왔어요.한나라당 보다 비교우위가 있는 부분입니다.

왜 우리가 이 중요한 경제성장을 포기하냐 이 말입니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질 좋은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포용력 있는 성장,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성장이 없이, 어떻게 국가를 이끌 비전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냐? 민주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파이를 나눠 먹는 데만 관심이 있다. 보수정당은 파이를 키우는데 관심이 있다. 이렇게 되면 이런 선거는 하나마나입니다. 우리가 지게 돼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민주당이 계속 갖는다면 우리는 집권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윤평중 교수:

말씀하신 것처럼 아까 제가 지금 당대표 선거에서 뛰고 있는 빅3를 포함한 유력후보들이 일방적으로 진보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과연 역사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드렸습니다. 현실 정치적으로도 한국 시민들의 이념지향이 크게 진보 30%, 중도 40%, 보수 30%라는 황금분할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는 사실, 그리고 ‘북한문제’가 한반도 전체에 주는 구조적 규정요인 등을 감안하면 당 강령에서 중도개혁을 삭제하고 진보 색깔만을 선명하게 하는 건 일시적인 유행을 따라가다가 차기 대선에서도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거의 필패에 가까운 구도로 치닫게 되는 건 아닌지요?

김효석 의원:

왜 필패의 구도인지 조금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필패의 구도냐? 세계 어떤 정당이건 선거를 앞두고 다 중원을 향해 나아 갑니다. 이명박 정부도 초기에는 자기 세력을 위해서 정책을 많이 폈습니다. 부자감세부터 시작해서 자기의 지지세력, 자기의 보수층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책을 하다가 이제 대선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중후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공정한 사회니 뭐니, 계속 중원을 향해서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난 이명박 대통령이 8월 15일 연설내용을 들으면서 어떻게 뉴민주당 플랜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언어와 비슷한가 하고 깜짝 놀랬습니다.

박형준 수석이 청와대 있을 때 저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의원님이 만드신 뉴민주당 플랜을 여러 번 읽었었습니다” 뉴민주당플랜은 보육문제부터 시작해요. 떡잎부터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이것부터 비슷한 용어가 많이 나와요. 계속해서 중원을 향해서 계속치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민주당은 거꾸로 선거를 앞두고 좌 쪽으로 좌 쪽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원을 무방비 상태로 내주는 격입니다. 이게 되겠습니까? 내가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민노당 당대표 선거냐? 그래서 내가 한번 부딪쳐가지고 이건 한번 정말 한번 제대로 한번 붙어보려고 생각했지요. 당의 정책적․전략적 진로에 대해 한 차원 높은 논의를 벌이고 싶었습니다. 나는 좌클릭, 우클릭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앞을 보고 나가는 사람입니다.

윤평중 교수:

김 의원께서 가진 울분이나 홀로 고분분투한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 강조하신 것처럼 이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념은 삶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절대 다수의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이념이 반영해야 되고 구체화해야 하는 것이지, 이념이 삶보다 앞서거나 시민들을 일방적으로 견인하려는 상황은 균형 잡힌 것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유교적 문화의 영향도 부분적으로 있겠고, 권위주의 독재 시절의 민주화투쟁에 대한 향수도 있겠지만 한국인들은 선명한 것 좋아하고, 순수한 것 좋아해서 선악과 ‘우리 편-네 편’을 칼같이 나누어 상대방을 도덕적으로 재단하고 규탄하는 이념적 근본주의와 진영논리의 잔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현실 정치의 지형과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에게도 이런 잔재가 강력하게 잔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책 판단과 선택을 둘러 싼 과도한 도덕주의적 태도나 근본주의적 이분법은 우리가 극복해야할 부정적 관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까 제가 유럽 정치지형을 여러 번 말씀 드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잇습니다. 연대 김호기 교수가 재미있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보수가 꿈꾸는 한반도의 미래는 작은 미국인데 비해, 한국의 진보는 큰 스웨덴을 꿈꾸는 것 같다는 것이지요. 물론 미국이냐, 스웨덴이냐 라는 문제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한국의 진보는 이구동성으로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식인들도 유럽이나 스웨덴 이야기를 즐겨합니다. 보수가 미국 얘기를 즐겨하는 것도 사실이구요. 지금 스웨덴 현실 정치지형의 변화를 보면 굉장히 흥미롭지요. 지난 80여 년 동안 스웨덴하면 우리가 연상하는 것이 스웨덴식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사민주의 진보정책인데, 지난 번 선거에서 보수정당이 집권하면서 상당한 우선회를 했었구요, 이번에 또 보수와 중도보수의 연합정당이 재집권에 성공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스웨덴 보수정당이 재집권한 데는 보수가 이끈 국내경제가 EU 국가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경제 성적표를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발의 차이로 재집권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결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의 순수성에 대한 집착이 아니고 실제 시민들의 삶이 얼마나 윤택해지고 성숙해지며, 공동체가 얼마나 진화했는 가 등에 모아져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민주당도 시민들의 일상과 삶의 실감에 굳게 뿌리내리는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이자 전국정당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은 계파정치, 돈정치, 인맥정치, 지역주의 정치라는 식상한 과거에서 탈피해 책임 있는 정책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꼭 뉴 민주당플랜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김효석 의원 같은 정책전문가가 일정한 평가를 받는 가운데, 국민을 위하는 정책을 가지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승부할 수 있는 분들이 전면에 부각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의 좌절은 김 의원님 개인으로서는 안타까운 상황 전개이기는 하겠지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로 보는 장기적 안목도 필요하겠지요. 어떻게 하면 정책과 정강을 핵심으로 하는 책임정치의 길이 민주당 내에서도 온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국민들에게 표로 심판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을지 현실적 역학이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효석 의원:

내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뉴민주당 플랜이 폐기처분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뉴민주당 플랜은 누가 지도부가 되더라도 반드시 실현해내야 합니다. 사실 내가 이것을 만들 때 책상에서만 만든 것이 아닙니다. 제가 각 부문별로 비정규직 문제, 중소기업 문제 이슈 하나하나별로 진보적인 학자부터 보수적인 학자들을 다 만났습니다. 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지 않았습니다. 진보학자만 만나지 않았습니다. 중도적인 학자는 물론 보수적인 분들도 많이 만나고, 그리고 현장에 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일 것인가 세세하게 판단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해법을 만든 것인데, 정치흐름이 이렇잖습니까. 우리가 독재 대 반독재 시대에는 지도자라는 것이 야망만 가지고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가 끝나게 되면서는 지도자가 되려면 시대를 이끌어가는 해법을 갖추고 있어야지 지도자로 발돋움 할 수 있습니다. 점차 점차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그렇게 바뀌고 있잖습니까. 제일 늦는 것이 정당입니다. 결국 국민들이 정당에 그런 변화들을 위한 교훈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해법이 없는 지도자들은 국민들이 심판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당도 진화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보수정당이나 진보정당이나 예외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 클린턴 대통령이 뉴민주당을 주장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듀카기스와 같은 사람들이 클린턴한테 엄청난 공격을 했잖습니까? 공화당 2중대니 하면서 그때 똑같은 공격을 받았아요. 그때 클린턴이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그래서 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국민의 삶이야, 민생이야” 이걸 도외시하는 것은 공허한 이야기 아닙니까? 의미 없는 공허한 이야기를 가지고 좌클릭을 외치는 것이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됩니까. 국민들 관심이 있습니까? 아무관심이 없는데? 국민들은 이미 바뀌고 있지 않잖습니까. 그래서 결국 국민이 희망이란 이야기죠. 국민들이 결국 정치를 바꿔주는 것이죠.

윤평중 교수:

그 말씀에 동의하면서도요. DJ가 남긴 유명한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현실정치인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유기적으로 조화를 시켜야 한다는 명제가 생각납니다. DJ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앞으로 계속 될 테고 사람에 따라 이견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DJ가 한국현대사가 낳은 위대한 정치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독단론으로 고착화된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볼뿐만 아니라 DJ의 노선에 다 동의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가 어떤 의미에서든지 출중한 비전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집권을 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지요. 집권하는데 있어서 상인의 현실감각이라는 요소가 DJP 연합이라는 형태로 표출되면서 대권을 잡게 됩니다.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집권을 했다는 사실이 저평가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저는 봅니다.

막스 베버가 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정치인은 결국 구체적인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일반적인 도덕보다 훨씬 심오하고 고차적인 책임윤리를 갖는다는 거지요. 결과로 판정받는 정치적 책임윤리를 강조했는데 저는 동감하는 측면이 큽니다. DJ는 위대한 정치가로서 집권에 성공해서 한국사회의 향방을 자기가 꿈꾸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다대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김 의원님의 뉴 민주당 플랜도 미래의 비전이나 역사적 문제의식에 있어서는 시대적 흐름의 정곡을 짚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치명적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현실정치 내부에서 필요한 세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헤쳐 나가는 건 앞으로 김 의원님이 상징하는 정치노선의 큰 과제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질문 하나만 더 드리자면, 뉴 민주당 플랜에 대해서 제기되었던‘우편향이 아니냐? 한나라당 2중대가 아니냐?’는 비난은 근거가 부족하지만, DJ 행정부 때의 핵심 화두였던 생산적 복지와 뉴 민주당 플랜이 서로 얼마나 차별화 되는지, 즉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DJ 정부뿐만 아니고 노무현 정부, 즉 민주당이 집권했던 십년동안에도 양극화가 수치상으로는 더 심화되었다는 통계적 비판이 있습니다. 한국적 상황에서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이 집권하는 기간 안에, 물론 4대 보험의 정립이라든지 국민 최저생활제의 확립이랄지 이런 유의미한 성과들이 있었지만, 또한 총체적으로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의 삶이 더 피폐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비판이 진보 진영 쪽에서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김효석 의원:

사실 그 부분이 아픈 부분이거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화됐고 가장 큰 문제가 그겁니다. 그런데 나도 국민의 정부에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IMF 처방 자체가 나는 그 당시 대선 때도 김대중 대통령께 우리가 재협상 이야기를 꾸준히 했던 사람입니다. 그 당시 재협상 이야기 하면 큰일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IMF 처방 자체가 정말 문제가 있는 처방이었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작년에 났을 때 미국의 처방과 우리한테 내렸던 처방과 비교해보세요. 정반대입니다. 문제 삼아야 합니다.

당시 IMF는 우리에게 초긴축을 요구했습니다. 초고금리를 요구했습니다. 25%이상 고금리에 환율을 2000원까지 올렸습니다. 이번에 미국의 금융위기가 생기니까 처방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완전히 유동성을 다 풀어버린 것입니다. 금리를 제로금리까지 내려버린 것입니다. 금융위기는 앞으로 아시아에서 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외환보유를 우리가 많이 쌓아도 외환보유를 쌓게 되면 그만큼 코스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 원화가 기축통화가 되지 않는 한 우리가 조금만 소홀히 하면 금융위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규제를 쉽게 풀어서는 안 된다고 자꾸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경우 IMF가 어떤 처방을 내놓을 것인가? 또 몰라요 이 사람들이. 그래서 우리가 음모적인 시각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아시아의 자산을 헐값에 넘겨버렸습니까?

그런데 그런 IMF 처방 위기에 따른 양극화는 김대중 정부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고 그 당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다 세계적인 글로벌화에 따른 양극화의 세계적인 현상들이 일부 거기에 겹쳐지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까 제가 이야기 했던 대로 우리 한국사회에는 진보적인 정체성을, 해법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그건 우리의 현재 처해있는 현실이 그렇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에서 두 가지 차원에 접근했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훨씬 과감한 어프로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기회의 복지가 생산적 복지와 뭐가 다르냐 말씀하셨는데, 기회의 복지는, 생산적인 복지를 조금 뛰어넘는 개념입니다. 제가 구상했던 것은 생산적 복지의 개념은 우리가 복지를 이야기 할 때 웰페어(welfare)냐? 워크페어(workfare)냐? 이러잖습니까, 미국은 주로 워크페어-주로 일자리 중심의 복지를 이야기하고, 유럽은 사회안전망 중심의 웰페어 개념이 주로 중심을 가는데, 우리가 생산적 복지를 이야기 할 때의 의미는 그냥 나눠주는 형태가 아닌 일자리 중심의 복지를 만들어보자는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 기회의 복지’ 개념은 복지 개념을 앞 단계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이미 생산이 다 끝난 다음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전적인 지출을 통해서 지원하는 복지의 개념이 아니라 생산 이전단계부터 복지개념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육부터 복지 개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지개념을 훨씬 앞쪽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요컨대 생산적인 복지는 사회투자 복지국가의 모형, 요새 스웨덴이나 이런 곳에서 하고 있는 퍼주기 형태를 교정하기 위해 도입한 사회 투자형 모형인데 기회의 복지는 이런 개념을 뛰어넘는 개념입니다. 복지개념을 사실 많이 고민 했는데 DJ때 만든 생산적인 복지보다는 조금 진화된 개념이다 이렇게 이해를 해주시면 합니다.

윤평중 교수: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요즘 여론조사를 해보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한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누구였느냐 조사해보면 박정희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올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상당히 한국적인 측면이 많이 개입돼 있고, 비극적인 죽음, 희생자라는 이미지, 정치적 박해의 희생자라는 이미지가 개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순결해보였고 현실 정치인답지 않은 노무현 리더십의 감성적 요소들이 국민적 평가에 개입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DJ하고 비교할 때는 정치적 책임윤리라는 관점에서 볼 때 노 전 대통령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DJ를 아까 위대한 정치인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여기에 대해서 한국 보수가 강력히 반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놓고 평가를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DJ의 공과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 진행이 되겠습니다만, 제가 DJ 말씀을 계속 드리는 이유는 DJ가 결국 집권에 성공하고 위대한 정치인으로서 한국 역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나름의 비전을 일생 가꾸었으며 어려움 앞에서 좌절하지 않으면서도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지요. 필요하면 자기와 성향을 달리하는 사람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 의원님을 포함해서 정치인들은 DJ의 정치실험을, 그것이 교사가 되었든, 반면교사가 되었든 의미심장한 것으로 숙지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 의원께서 뉴 민주당 플랜 입안 당사자로서 한국사회의 흐름이나 전 세계적 흐름에 비춰 볼 때도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그런 차원에 머무르지 말고 세를 모으고 헤게모니를 장악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가기 바랍니다. 한국의 야당 정치인이나 중도 진보개혁 성향의 정치인이라면 현실정치의 지평에서 DJ의 실험과 명암과 성패를 숙고하고, 노무현의 문제제기와 좌절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큰 정치인으로 성장해 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써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주문으로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