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자유토론
‘빈 수레’가 아닌 ‘침묵의 연인’이 절실한 때이다 인쇄하기
이름 :  이철영
2016-11-17 16:09:32  |  조회 5029

‘빈 수레’가 아닌 ‘침묵의 연인’이 절실한 때이다

이철영 <(재)굿소사이어티 이사, 전 경희대 객원교수>

영국의 정치인이자 시인인 월터 롤리 경(Sir Walter Raleigh)의 시 ‘The Silent Lover(침묵의 연인)’은 ‘Passions are liken'd best to floods and streams: The shallow
murmur, but the deep are dumb;’
이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 구절을 의역하면 ‘열정은 흔히 강과 시내로 비유되느니, 천박한 열정(사랑)은 시냇물처럼 졸졸거리고, 참다운 열정은 깊은 물처럼 묵묵히 말이 없다’라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도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라는 말이 있고 ‘내허외식(內虛外飾)’이란 말도 있다. 모두 속이 덜 찬 인간들이 그럴싸하게 겉치레나 하거나 시끄럽게 떠들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솔하게 떠들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숫자의 의미와 여론조작

지난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우리 언론들은 시위참가자수가 사상 최대라는 등 목청을 올리며 대통령 퇴진을 떠들어댔다. 특히 종편방송들은 하루 종일 올림픽 신기록수립 중계나 하듯 광화문시위현장을 생중계하며 신바람이 났다.

이번 시위참가자수 보도를 보면 우리 언론의 시각이나 수준을 엿볼 수 있다. 경찰 측은 최대 26만 명으로 추정했고, 로이터통신과 일본의 유수 일간지들의 헤드라인도 26만 명이었다. UPI 통신, 미국 NBC, Al Jazeera, 호주 ABC 등 세계 언론 대부분은 수십만(hundreds of thousands) 명으로 보도했다. 우리 언론들만 100만 명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아무도 정확한 숫자를 셀 수 없는 상황에서 ‘추정’이란 목적에 따라 늘이고 줄일 수 있는 숫자일 수도 있다. 시위참가자가 100만 명이라고 한들 전체인구 5,168만 명
(2016.10. 현재)의 2 퍼센트가 안 되고 유권자 4,046만 명(18대 대선 기준)의 2.5 퍼센트 정도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야당이 들먹이는 ‘국민’처럼 이번 집회주최측과 언론이 말하는 100만의 ‘국민’이 대한민국 전국민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대통령 퇴진 요구와 퇴진 반대의 의미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를 미치광이 막말꾼이나 인종차별자, 여성혐오자 등으로 낙인 찍으면서 트럼프의 인기도와 지지율을 왜곡, 은폐하는데 급급했다. CNN은 심지어 투표 당일까지도 힐러리의 승리를 91퍼센트로 예측하여 전세계인을 경악시켰다. 이런 미국 언론의 장단에 맞춰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에 재앙이 닥칠 듯 호들갑을 떨던 우리 언론들이 이제는 박대통령 지지도가 5%라고 선동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시위는 과거 자유당정권이나 군사정권 시절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국민들이 목숨 걸고 나섰던 전국적 시위와는 그 목적이나 시위자 구성이 다르다. 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만으로 언론이 주관적, 선동적 보도를 쏟아내고 노동·사회단체들과 야3당이 대통령을 하야(下野)시키기 위해 들고나선 조직적 시위이다.

우리 국민이 역대 대통령들의 가족과 측근의 비리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적이 있는가? 대통령의 사과나 그간의 정황으로 보아 소위 ‘최순실 게이트’에서 대통령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의 거취 문제는 야당, 노동·사회단체, 언론들이 대규모 시위를 명분으로 하야를 겁박(劫迫)할 일이 아니고 검찰 조사 결과를 근거로 민주적, 합헌적 절차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물을 사안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지지자들만 박대통령을 찍은 게 아니다. 좌파정부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박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도 적지 않다. 이들이 지금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반대하는 건 대통령의 잘못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고 이를 구실로 정권을 차지하려는 야당의 기도(企圖)를 막아야 한다는 신념이다. 대통령의 실수가 야당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야당의 반합법적 집권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하야’ 요구는 비민주적, 반헌법적 망동

야당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락한 대통령의 제안들을 모두 거절하더니 제1야당 대표는 대통령과의 회담 약속을 하루 만에 깨버렸다.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폭언까지 했다. 이번 사태로 어부지리(漁父之利)의 동상이몽에 들떠있는 야 3당의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무례가 도를 넘는다. 언론은 거국내각 구성, 국회추천 국무총리 임명, 대통령의 하야 또는 2선 후퇴 등 위헌적인 주장을 쏟아내며 야당을 옹호하는 논리들로 여론을 오도(誤導)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제12조), 제27조 4항에서도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야당대표를 하며 대통령에게 호통을 칠 수 있는 것도 이 원칙 덕분이다. 대통령도 헌법에서 인정하는 권리가 보장되는 국민이다. 대국민사과를 하고 검찰조사를 받겠다는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는 것은 비민주적, 반헌법적 망동이다.

위만 볼 줄 알고 내 모습 돌아볼 줄은 모르는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또다시 “호남 지지가 없으면 대선도 포기하고 정치도 그만두겠다”며 “전국적인 대통령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서울시장은 시민단체들까지 포함하는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겠다며 촛불을 쳐들었다. 성남시장도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위해 전국을 뛰겠다”고 한다. 모두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과 함께”라고 한다. 이들에겐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만이 ‘국민’인가? ‘시민’의 뜻이나 챙겨야 할 시장들이 ‘전국’, ‘국민’ 운운하니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비난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이런 판에 새누리당은 비박계 주도로 소위 ‘잠룡’들을 포함한 비상시국위원회를 결성하여 당대표 사퇴를 압박하면서 본격적으로 ‘한 지붕 두 살림’을 차렸다. 정치판이 모두 이 꼴이니 앞으로 국정이 어떤 지경이 될지 암담하다. 정치판에서 위만 바라보다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나라’가 살아야 거머쥘 ‘정권’도 있다

국가안보가 위태롭고 국제정세가 가변적인 현 상황에서 정치권과 언론 여기저기서 낡은 ‘빈 수레’ 덜걱대는 소리만 요란하다. 이들의 장단에 맞춰 나라가 온통 경박한 춤을 출까 두렵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는 말치레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니라 진정 나라를 위하는 ‘The Silent Lover(침묵의 연인)’이 필요하다.

월터 롤리의 시(詩) 말미에 ‘벙어리 걸인이 두 배의 동정을 받을 수 있다(A beggar that is dumb, you know, may challenge double pity.)’라는 구절이 있다. 대통령은 요란한 촛불로 뽑는 게 아니고 냉정한 투표로 뽑는다. ‘나라’가 살아야 여든 야든 거머쥘 ‘정권’도 있다. 국민 모두가 진중(鎭重)해야 한다.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6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황훈
사방 천지에 쓰레기들 투성이입니다. 요즘 쓰레기 언론에 등장하는 쓰레기 정치인들, 이젠 여론조사기관들까지 오물통에 빠져잇습니다. 촛불시위에 동원된 일부 쓰레기더미들 말고 대부분 참가자들은 쓰레기 없는 세상을 원합니다. 이제 쓰레기도 쌓일만큼 쌓였으니 싹 다 치워버리고 냄새없는 맑은 공기 마시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16-11-18  
청산
예리하게 잘 지적하셨습니다. 평소에도 100만 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이번 주는 200만이 모인다고 떠드는 언론들 특히 종편의 선동꾼들은 이철영님의 지적에 뭐라고 할까요?
일방적인 주장과 선동을 멈추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대화를 요구합니다.   16-11-18  
choi kh
모두다 제 정신이 아닌듯 날뛰고 있는 작금에 진정 나라의 잎날을 걱정하는 대다수
국님들의 생각을 잘 정리, 표현 하셨습니다. 얼마전 야당 정치인들 몇이가 환한 미소룰
띄며 찍은 신문의 사진을 보고, 이 인간들이 세금 받아 먹고 지금의 이 어려운 시기를
자기들의 정치적 야욕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지적하신대로 가족. 친인척 비리로 따지면 돈 먹은 아들.가족의 대동령이 9명중 3명 빼고
모두인데, 당시에는 왜 정권퇴진운동을 하지 않았는지. 앞으로도 내가 대통령이 되어도
내 아들. 친척이 돈 먹을 확률은 100 % 이지만, 최순실 같은 사람은 방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인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반 헌법적 주장을 하고 있어니
국민을 바지 저고리로 보는지? 사법시험응시 하려면 헌법과목을 공부해야 하는데
부정합격 하였는지 내 뱉는 소리라고는....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 4류인것은 일찌기
알았습니다만 언론이 5류수준 인것 확실히 안 계기가 되었습니다.   16-11-18  
백덕열
여야를 막론하고 소위 정치 지도자란 자들이 저마다 국민의 이름을 빙자하여 온갖 얼토당토 아니한 잡음을 쏟아 내는 것이 정말 가관입니다. 그런 불타는 애국심이 있으면 먼저 이 난국을 빨리 수습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묘안을 내 놓아야 할 것입니다. 어떤 자는 마치 자기가 국부인양 행세하고 또 어떤 자는 이미 대통령이 된 것 처럼 행세하고 정말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용서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이런 개망난이들을 제발 빨리 거두어 가소서.   16-11-18  
김태환'
친구야 반갑네 이 글을 읽어보니 내 머리속이 다 시원하고 정리가 된다네   16-11-17  
hyj
정확한 진단이십니다. 박근혜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위신과 체면을 구기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습니다. 또한 검찰의 수사결과 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대통령을 선택한 다수의 국민들은 좌파정부가 싫어서 그와 같은 선택을 하였을 것입니다. 지금 박대통령이 하야해서는 안된다는 침묵하는 많은 국민들은 박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라 좌파정부에게 이 나라를 맡길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위 야당 지도자라라고 하는 놈들은 아주 신이 나서 히히덕거리는 모습이 연일 TV에 나옵니다. 나는 "빈 수레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16-11-17  
 
71 하야퇴진정국을 개헌정국으로 승화시키자  1  이영일 16-11-27 3662
70 ‘빈 수레’가 아닌 ‘침묵의 연인’이 절실한 때이다  7  이철영 16-11-17 5029
69 ‘순국선열’과 ‘서대문독립공원’  6  이철영 16-11-10 3387
68 한진해운 사태를 되짚어보라!  4  이철영 16-10-03 3452
67 ‘알렉산더 해밀턴’의 환생(還生)  5  이철영 16-08-26 4866
66 언론의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  4  이철영 16-07-19 2955
65 무엇이 ‘세월호 사고’의 ‘진실’인가?   5  이철영 16-07-06 3680
64 다시 새겨보는 6.25의 진실  5  이철영 16-06-21 3213
63 고사성어(故事成語)로 보는 정치판  6  이철영 16-06-02 3919
62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  3  이철영 16-05-20 3896
11121314151617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