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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영혼을 노린 ‘나쁜 책’
조우석   |  2014-06-24 13:42:48  |  조회 2357 인쇄하기

청춘들의 영혼을 노린 ‘나쁜 책’

 

- 자기개발서 시장을 파고드는 좌파를 경계하라

  <잘 산다는 것> 강수돌 著,



조우석 <문화평론가>

 

 

경영학을 전공한 강수돌(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이 쓴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과서용 도서 <잘 산다는 것>(너머학교 펴냄)은 좀 맹랑한 책이다. 10대를 포함한 젊은이를 겨냥해 균형 잡힌 생활, 신바람 나는 좋은 삶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그럴싸한 말 뒤에서 저자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비판하면서 한국사회를 내내 조롱 혹은 저주한다. 요즘 적지 않게 등장하는, 청춘들의 영혼을 노리는 좌파들의 자기개발서가 이 책이다.


‘균형 잡힌 생활’, 신바람 나는 좋은 삶? 이 책이 전하는 그런 게 대체 무얼 말할까?  지금의 ‘돈벌이 경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살림살이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잘 산다는 것>은 표현한다. “잘 사는 것이란 잘못된 가치관을 훌훌 털어내고 내면의 깊은 목소리를 경청하며 그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라는 얘기다. 여전히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과 좀 거리를 두고 삶의 균형을 찾고 텃밭을 일구며 소박한 기쁨을 느껴 보자는 제안 뒤에 저자가 말하려는 건 따로 있다.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이라면 반색할만한 책


반기업 심리, 돈에 대한 적대감 주입,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복되는 강조….그게 이 책이다.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공동체 운동과 대안 화폐, 공정 무역 등의 사례를 보여주며, 이 책대로만 할 경우 돈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래야 인간적이고 우애로운 사회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글쎄다. 이번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이라면 반색할만한 책이고, 그가 만든 성미산마을 같은 공동체에서 교과서로 선택할만하다. 실제로 이 책에 성미산마을은 나오지 않지만, 그와 유사한 경기도 화성의 야마기시 마을 등이 두루 소개된다.


서평이란 좋은 책, 읽기를 권유하는 책인데, 왜 이런 책을 대상으로 했을까? 누군가 물을 것이다. 좋은 책을 읽는 작업 못지 않게 좋지 않은 책을 골라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한 해 4만 종이 쏟아져 나오는 단행본에는 좋지 않은 책이 정말 수두룩하다. 기본적으로 공급과잉인데다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불량서적’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온다. 전교조 교사모임 등에서는 그런 책을 좋다고 추천하고, 구매도 도와주면서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잘 산다는 것>은 그 전형이다.


그런데 강수돌? 그 사람이 누구지? 저자 소개에 따르면 그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노사관계를 공부했다. 스펙만 보면 멀쩡해 보이는데, 또 2005년부터 조치원 신안1리 마을 이장을 하며 고층아파트 반대 운동과 마을 공동체 운동에 앞장섰다고 한다. 지금은 시골에 귀틀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산다. 실은 필자는 그에 관해 조금은 안다. 몇 해전 <시속 12킬로미터의 행복>을 읽어뒀는데, 매우 사납고 공격적인 생태주의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에게 산업주의란 곧 파괴주의이다. 그때 사회적 쟁점이었던 4대강 개발 반대의 목소리를 가장 높게 외치던 위인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강을 정비하는 행위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삽질”(28쪽)이자, 우주의 질서를 깨는 행위라는 말이다. “개발론자에게 영혼이 있나?”라고 묻기도 하는 질문 자체에 놀랐던 기억이 선하다. 개발이냐 자연이냐의 선악 이분법의 태도, 그리고 놀라운 오만함에 기가 질릴 정도다.


‘생태주의’는 강수돌을 포함한 좌파들을 위한 새로운 아편


저자는 자기 스스로를 생태종교(宗敎)의 제사장쯤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과학자 칼 세이건이 자기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지적한 대로 스스로 가짜 과학의 늪에 빠져 사는 지식인들이 적지 않은데, 강수돌도 그런 혐의가 없지 않다. 그건 괜한 지적이 아닌데, 이를테면 <지식인과 자본주의>의 저자 앨런 케이헌에 따르면, 생태주의라는 게 지식인을 위한 새로운 아편으로 등장한 지가 꽤 됐다.


19세기 이래 서구 지식인은 반(反)자본주의에 열중해왔는데, 공산주의가 몰락한 지금은 생태주의로 방향을 틀었다. 놀랍게도 소비주의• 개발주의 철학을 바꾸지 않는 한 자본주의에 구원은 없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묻지마 반 개발주의, 눈먼 반 자본주의 심리가 자라난다. 예전 천성산 터널 때 악명을 높였던 스님 지율처럼 정치화된 생태주의, 급진 생태주의의 ‘숨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다. 생태주의가 가진 정치성, 반체제성이다.


그런 강수돌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그가 시장경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악의로 해석할 지는 대강 가늠이 된다. 몇 문장을 인용해본다.  “중소•영세 기업은 더욱 어렵죠. 비정규직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으며 일을 해야 해요. 정규직보다 월급도 적고 언제 잘릴지 모르면서 말이죠. 그렇게 해서 자동차를 만드는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중소기업이나 노동자, 국민들에게 나눠 주던가요?”(32쪽)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지만, 사람이나 자연의 건강은 한번 크게 망가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요. 공업화를 위해선 자유나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는 분위기, 노동조합 같은 것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 바다나 산 같은 자연은 좀 부수어도 좋다는 식의 개념 없는 태도는 쉽게 고쳐지지 않아요. ‘잘 살아 보자.’고 덤벼든 공업화, 산업화의 거센 물결 때문에 자연과 더불어 지내고 이웃과 나누며 지내던 우리의 마음은 사라지고 말았어요. 이런 현상을 보고 또 공부하면서 나는 경제가 살림이기도 하지만 죽임일 수도 있음을 느꼈지요.”(17쪽)


대기업과 자본에 대한 저들의 집요한 공격


<잘 산다는 것>가 주목하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다. 1960년대와 비교해 국민 소득이 260배가 넘은 건 사실이지만 국제 ‘행복도 조사’ 에서 한국은 왜 늘 최하위권에 머무는 지를 파고든다. 경제규모나 소득, 소비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가장 많고 총기 가게가 맥도널드 점포 수보다 더 많다는 것도 소득 증가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는 식이다.


때문에 “파이가 커져야 나눌 것이 있다”며 경제가 성장하면 가난이 줄어든다는 것도 말만 그럴싸할 뿐 현실과 다르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애써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도 인용하는 걸 잊지 않는다. “과거에는 유리잔이 흘러 넘치면 가난한 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리잔이 가득 차면 마술처럼 잔이 더 커져 버린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며 자원은 제한적이다.”라는 상식 역시 맞지 않다.


제한적인 자원을 더 많이 만들고 더 빨리 버리게 하길 권유하며, 유행을 만들고 새것을 더 많이 사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이 자본의 논리, 대기업의 장난일 수 있다는 논리를 반복해서 개진한다.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인간의 욕구도 사실과 다르다. 인간은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남으로부터 사랑 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데, 시장경제가 그걸 왜곡했다는 식이다. “인간의 욕구는 유한하지만 돈벌이 경제 때문에 무한한 것처럼 만들어져 왔다.”는 말을 그는 반복해 들려준다.

  
<잘 산다는 것>은 이런 류의 불량서적이 갖고 있는 특성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으며, 좌파적 생각의 종합세트라고 할만하다. 그럴싸하지만, 내용이 없고 그저 좌파적 사고방식에 비판하는 현대경제에 대한 악담이 거의 전부이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시길 권유하진 않지만, 비판적 감별을 할 수 있는 법을 제시해주기 위한 의도로 이 서평을 썼다. 그리고 하나 더. 왜 저자는 10대용 서적을 썼을까? 그게 좀 음험하다.


시골의사 박경철이 쓴 <자기혁명>도 음험하고 ‘나쁜 책’


요즘 좌파는 1980년대 식으로 딱딱한 사회과학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많이 몰리는 자기개발서 시장을 주목해 이 쪽에 공급을 많이 한다.  정치인 안철수의 숨은 책사(策士)로 이름이 좀 알려진 친구인 시골의사 박경철이 쓴 <자기혁명>같은 책이 대표적인데, 필자의 눈으로 보건데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실로 문제가 많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어설픈 논리와 팩트를 제기하면서 감성팔이를 하는데, 우리 시대의 지식과 정보의 오염을 부채질하는 ‘나쁜 책’이다.


<잘 산다는 것>은 그보다 조금 더 어린 연령층을 노리고 있다. 이게 걱정이다. 좌파들이 유통시켜온 언어와 개념 그리고 논리 대부분은 과학적 오(誤)개념(misconception)인데, 그게 출판시장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오개념은 서양 중세 시절의 케케 묵은 천동설처럼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꽤 널리 유포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사이비 경제개념, 과학개념이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곳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사이비 경제개념을 퍼뜨리는 자들이 수두룩하며, 그들은 대한민국의 이념의 토대를 허물어가고 있다. 그들은 항용 자본주의의 종말적 폐해를 말하고, 황금 만능주의적 외형 성장의 부작용을 들춰내고, 서민 삶의 질을 따진다. 농업을 희생한 바탕 위에서 소수의 자본가를 위한 산업성장은 무의미하다고 떠들며, 자유무역은 다국적 대기업이 후진국을 착취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식인데, 놀랍게도 <잘 산다는 것>이 그런 낡은 주문을 다시 외우고 있다.


황금만능의 외형 성장, 정신적 삶의 피폐, 자본의 승리, 소수의 자본가를 위한 경제성장, 대기업의 착취, 경쟁만능의 사회…. 이 모두가 검증 불가능한 주장이며, 도덕적 단정을 깔고 사실과 주장을 혼동하고 있는데 불과하다. 그래서 논리가 아니고, 과학이 아니다. 하지만 교보문고를 점령한 대다수의 ‘오염된 책’들은 당신의 귓전에 반복해서 속삭인다. 네가 사는 세상을 저주하고, 기꺼이 침을 뱉으라고… 나는 이런 세상이 두렵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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