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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사회통합에 대한 환상을 버릴 때 박근혜 정부는 성공할 수 있다
조우석   |  2014-07-22 18:13:45  |  조회 2613 인쇄하기

100% 사회통합에 대한 환상을 버릴 때

박근혜 정부는 성공할 수 있다

 

<통합,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 송복 著



서평 조우석 <문화평론가>

 

 

단행본 <통합,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송복 엮음, 북오션 펴냄)를 출간된 지 1년 만에야 읽었다. 늦게 읽은 게 좀 아쉬웠지만, 얻는 게 아주 없진 않았다. 책 곳곳에 보이는 음울한 예측이 그 짧은 기간에 뚜렷했고, 그 바람에 사회통합을 둘러싼 빛과 그늘이 보다 선명해졌다. 지금처럼 ‘통합 강박증’에 사로잡힐 경우 세상은 자칫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경고인데, 세월호 사고 전후 세상변화를 염두에 두자면 이 책의 진단은 외려 더 설득력 있다.


각 분야 전문가 23명이 쓴 글을 모아 놓은 이 책은 아무래도 1인 저자의 손으로 쓰여진 책보다는 좀 덜 체계적인 게 사실이다. 글의 길이와 스타일도 그렇고, 시각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일관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필자 23명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공유하고 있는 지식인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다양하지만 하나된 목소리’를 책에 담는데 성공했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가진 필자 23명의 목소리


분류하자면 필자들은 대부분 자유주의자인데, 그런 분들이 이 사회에 만만치 않게 포진해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든든하기도 했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 책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얼마 전 얘기되었던 것처럼 100% 통합이 과연 가능할까? 통합의 본질을 모르고 통합 그 자체를 지고지순한 목표로 설정하거나“통합만이 솔루션이다”는 식의 접근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문제의식은 연세대 송복 명예교수가 쓴 서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금 우리 정부나 정치인들은 통합이 마치 시대정신이고, 시대의 화두인 양 생각하고 주창한다. 지역통합 • 계급통합 • 이념통합, 이제는 세대통합까지 통합을 갖다 붙이지 않는 곳이 없다. 통합이 안 되는 이유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부(富)소유자와 비소유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형에서 찾더니 이제는 갑을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 갑과 을의 불평등, 이 불평등 때문에 통합이 깨지고 있다 해서 여당이고 야당이고 모두 갑을 내치고 을의 편에 서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의 지적대로 정치인들이 말하는 통합은 악마와도 손 잡겠다는 표 계산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무늬만 통합’은 거의 예외 없이 불통합을 낳는다. 때문에 통합의 본질은, 그리고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은 ‘적절한 불균형’이며 ‘적절한 불평등’에 있다는 게 그의 역설적인 메시지다. 너무 불평등하거나 너무 불균형 상태가 되면 그 사회는 깨질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너무 균형이 잡혀 있거나 너무 평등하면 그 사회는 정체되기 때문이다.


실은 적절한 불균형, 적절한 불평등을 보장하는 체제가 자유민주주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지적도 그는 곁들이는데, 충분히 흥미로운 논지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시인 김지하가 사적인 자리에게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10여 년 전 필자와의 대화에서 ‘기우뚱한 균형론’을 말했다. 현실 세상에서 5대5의 균형이란 있을 수 없으며, 그건 바람직하지도 않고 ‘죽은 균형’에 불과하다는 통찰이었다. 그런 시적(詩的) 통찰이 결국 시장경제론과 연결되다니 뜻밖이면서도 반가웠다. 실은 역사 자체가 그런 게 아니었던가?


지역갈등과 이념 대립에 멍든 우리의 안타까운 현주소


“역사상 1대99로 갈라지지 않았던 사회는 어느 사회이며 그 언제였는가? 그것을(가혹한 불균형 혹은 가혹한 불평등) 없애자고 비인간적 폭력을 썼던 공산주의 사회는 그보다 더 심한 불균형 불평등 사회를 만들었다. 오로지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만이 1대 99의 절대적 불균형-불평등에서 적절한 불균형, 적절한 불평등으로 회귀시킬 가능성과 현실성을 보여줬다.”


그게 송복 교수의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통합은 원론상으론 충분히 의미 있는 목표임을 부인 못한다. 이곳이 한국 땅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회갈등이 OECD 주요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심각하다는 점, 그럼에도 갈등관리 역량은 최하위권이라는 서베이 결과도 있는데, 그건 지역갈등, 계층 갈등 그리고 이념 대립에 멍든 우리의 안타까운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이고, 남북대결은 여전히 위험천만하다는 것도 우리의 특수성이다.


하지만 <통합, 누구와 할 것인가>의 23명 필자들의 공통된 인식은 따로 있다. 봉합되지 않는 분열도 위험하지만, 지나치게 과민 대응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낭비이라는 지적이다. 즉 통합만이 무조건적 선(善)은 아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 뒤이어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사회통합이란 경계해야 할 정치적 함정과 경제적 함정이 없지 않다.


정치적 함정의 경우 화합이란 명분 아래 종북세력, 좌파세력을 비호하는 위험성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기회주의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 아닐까? 실은 경제적 함정도 위험천만인데, 그걸 지적한 목소리는 이 책에 아주 많다. “사회통합정책의 경제적 함정은 재분배정책의 위험이다. 평등주의에 입각한 재분배정책은 경제적 자유의 상실과 경제 후퇴로 이어져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기대했던 평등도 이루지 못한다.”(19쪽)는 지적이 그 한 예이다.


이 책의 내용을 압축하자면 이런 얘기다. 지금 우리사회는 거대한 ‘통합 강박증’에 사로 잡혀있다. “통합이 안돼서 큰일이다”는 식의 인식인데, 그만큼 사회갈등과 분열에 우리 사회가 노출되어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겠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을 떠올릴 때가 지금이라는 뜻이 이 책이다.즉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구호처럼 100% 통합, 국민대통합 등의 말은 때론 위험할 수도 있다.


MB정부의 사회통합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실제로 그렇다. 사회통합은 이명박 정부에서 고건 전 총리를 초대 위원장으로 하여 2009년 말 발족한 사회통합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일 년에 약 4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사용했으나 실제 효과는 많지 않아 세미나위원회라는 냉소 섞인 말도 있었다. 전국과 지역 차원에서의 토론회를 개최한 결과도 대학 시간강사제도 개선, 근로빈곤층 사외 보험료 지원 등과 같은 정책 몇 개를 만드는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회통합위원회는 일단 해산(활동 종료)하였고, 대신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출범했다. 구체적으로 이념통합, 지역통합, 계층통합의 3대 통합 과제를 제시해 주로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연구와 제안에 집중해왔다. 이미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국민행복기금,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이 범정부 차원의 핵심정책으로 설정되어 일부는 실행 중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과연 진정한 사회적 어젠더인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심지어 통합우리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는다는 말도 들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2기 경제팀은 경기 회복에 모든 수단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박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만천하에 공언했던 건 대기업을 옥죄겠다는 경제민주화라는 구호였다. 대체 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철학이 무엇인지를 위정자들도, 기업인들도 서로가 모르는 판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상반기 기업들의 신규 시설 투자는 2년 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통합,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붙잡고 읽어야 하는 이유인데, 이 책의 필자는 다음과 같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권혁철 자유경제원 전략실장,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김상겸 동국대 교수, 김영용 전남대 교수,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김인영 한림대 교수,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 민경국 강원대 교수,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박지향 서울대 교수,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신중섭 강원대 교수, 안도경 서울대 교수, 안재욱 경희대 교수, 이영훈 서울대 교수, 장대홍 한림대 명예교수, 전삼현 숭실대 교수, 전용덕 대구대 교수,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최창규 명지대 교수,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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